▲ 김수자 작가가 '연역적 오브제'에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화뉴스] "자신과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인간에 대해 연구하고, 이 시대의 정치, 문화, 사회적 쟁점에 대해 탐구하는 그의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현대차 시리즈의 세 번째 전시로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 2016: 김수자 - 마음의 기하학'전을 27일부터 2017년 2월 5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연다.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는 현대자동차의 후원으로 2014년부터 10년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중진 작가의 개인전을 지원하는 장기 연례 프로젝트다.
 
이 시리즈는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작가에게 대규모 신작 실현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작업 활동에 전환과 발전의 계기를 마련하고 한국 현대미술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기획됐다. 올해는 세 번째 전시로, 지난 30년간 보따리와 이불보를 이용한 설치작품을 통해 현대미술의 창작방식 그리고 행위, 이민, 망명, 폭력과 같은 사회적 쟁점들을 탐구해 온 김수자 작가가 선정됐다. 
 
   
▲ 김수자 작가(왼쪽), 박영란 학예연구원(오른쪽)이 전시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김수자 작가는 지난해 개인전 '호흡'을 메츠퐁피두센터에서, 개인전 '실의 궤적'을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열었다. 또한, 2013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대표작가 개인전인 '호흡-보따리'를 개최했다. 26일 오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김수자 작가, 박영란 학예연구원 등이 참석한 전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김수자 작가는 "이번 전시를 고국에서 열게 되어 뜻깊고 영광스럽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그동안 물질성을 통해 비물질성을 드러내는 작업을 했다. 물질성과 비물질성, 안과 밖, 삶과 죽음, 내부와 외부, 남성과 여성 젠더 문제 등 이중성에 의문을 갖고 삶과 예술의 근거로 답을 나름대로 제시해 왔다. 이 시점에 현대차의 도움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초대에 힘입어 지속하고 있던 의문 보따리를 풀 계기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박영란 학예연구원은 "'현대차 시리즈 2016: 김수자 - 마음의 기하학'전은 김수자 작가의 작품세계를 아우를 수 있는 대형 설치 작업 '마음의 기하학'을 비롯해 사운드, 영상, 퍼포먼스, 조각 등 9점의 다양한 작품을 공개한다"며 "국내에서 처음 공개되는 작품들이 있다"고 전했다.
 
   
▲ '마음의 기하학'
박 학예연구원은 이어 '마음의 기하학(Archive of Mind)' 작품에 관해 설명했다. '마음의 기하학'은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 자체에 얽힌 규범적인 문제에 관해 작가가 사유한 바를 보여준다. '마음의 기하학'은 관람객이 직접 작품에 개입하는 참여형 워크숍으로 진행된다. 작가는 캔버스의 기능을 겸하는 19m 길이의 타원형 나무탁자 위에 관람객이 찰흙 덩어리를 구슬 모양으로 만들어 놓길 요청한다.
 
김수자 작가는 그의 초기 작업에서 '보따리' 라는 개념을 물질과 비물질을 감싸는 방법론으로 풀이했던 데에서 영감을 얻어 작업을 구상했다. 작가가 요구하는 모양을 만들기 위해 손으로 찰흙을 감싸며 굴리는 순환적인 행위는 관객이 자신의 마음 상태를 물질로, 다시 물질에서 무(無)로 전환되도록 만든다.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의 두 손바닥에 가하는 균형적인 힘 사이의 양극성을 체험하도록 한다.
 
김 작가는 "1980년대 초반에 가지고 있던 의문이 있었다. 하늘과 땅, 인간의 관계성을 생각하며 몸과 공간의 관계에 대한 조형적, 기하학적 표현으로 풀어보는 실험을 했었다. 그 실험이 현재에 와서 다시 연결되어 재 기능 하는지를 보여주려 했다.
 
   
▲ 26일 오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김수자 작가, 박영란 학예연구원 등이 참석한 전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찰흙인 '클레이'를 사용하게 된 배경을 묻자 김 작가는 "오래전부터 클레이 도자기 작업에 관심이 많았다. 도자기가 가진 '허(虛)의 공간'이 있다. 그릇이 가진 공간에 관심이 많아서 언젠가 그 일을 해보고 싶었다. 뉴욕에서 클레이 도자기를 할 수 있는 공방도 찾아봤지만, 여유가 없어서 시작하지 못했다"고 이야기를 꺼냈다.
 
이어 김 작가는 "우연히 작은 클레이를 사서 만져보게 됐다. 원초적인 흙과 손의 만남이 굉장히 좋았다. 어린 시절에 만졌던 이후, 흙이라는 것을 내 손에 만져본 적이 없었다. 밖에서 안으로 향하는 힘과 안에서 밖으로 향하는 양극의 힘에 '구'가 형성되는데, '구'의 듀얼리티(이중성)과 중력이 나를 흥미롭게 했다"며 찰흙 오브제를 사용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한편, '마음의 기하학' 테이블 위 천정엔 CCTV가 설치됐다. 김 작가는 "출구에 TV가 설치되어 작품을 볼 수 있다. 작품이 기하학적 평면을 보여주듯이, 영상은 평면회화가 된다. 시간에 따라 클레이 볼이 중앙으로 밀려지고 움직여지면서, 화면에서도 그런 조각을 살펴볼 수 있다"고 설치 의도를 설명했다.
 
이 작품과 함께 전시되는 사운드 퍼포먼스 신작 '구의 궤적(Unfolding Sphere)'은 구형의 찰흙이 가진 표면의 기하학적 구조를 소리의 실타래로 풀어내며, 탁자 위에 흩어져 있는 구형들과 조응하며 우주적 조형성을 보여준다.
 
   
▲ 김수자 작가가 '몸의 기하학'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마음의 기하학'이 전시된 옆 전시실엔 '몸의 기하학'이 전시됐다. 2006년부터 작가가 사용했던 요가 매트로 작업한 것이다. 김 작가는 "요가를 해보신 분들이라면 아실 것"이라며 "요가 매트는 이불보처럼 몸의 프레임이라 볼 수 있다. 작은 프레임 안에서 움직임을 하는데, 그 움직임은 기하학적인 것이 많다. 우리 몸의 부분이 닿아있는 것이 양손과 양발이다. 양손과 양발이 지지가 되면서 우리 몸이 가진 중력이 어떻게 표현되는지 오랜 시간을 통해 흔적으로 드러나게 된다"고 이야기했다.
 
전시장 밖 전시마당에 있는 야외 조각인 '연역적 오브제' 작품에 대해서 김 작가는 "우주의 알로 알려진 인도의 브라만다 검은 돌에서 영감을 얻었다. 보따리가 갖고 있는 기하학적인 구조를 재정의하는 분석작업과 동시에 하나로 재통합하는 작업이다. 그 아래에 깔린 거울은 바로 우주가 물질과 비물질 사이의 공간을 거울을 통해 볼 수 있게 한다"고 전했다.
 
전시장 내엔 또 다른 '연역적 오브제'가 자리 잡고 있다. 작가의 양팔과 손을 본떠서 만든 작품이다. 김수자 작가는 "한 극과 다른 극을 연결해 하나로 만들고, 잇고, 통합하는 작업을 그동안 해왔다. 이 작품 역시 우리 팔, 신체를 하나의 도구로 봤다. 양팔을 제시한 것은 하나의 개체로 타자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검지와 엄지를 만나게 하는 원을 그리는 행위 역시 바느질하는 양극을 연계시키는 행위라 볼 수 있다. 물질적인 만남과 그로 인한 형성이 나에게 모든 작업 흐름과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 '연역적 오브제'
이처럼 김수자 작가는 소리, 빛, 이불보 등을 이용한 장소 특정적 설치, 퍼포먼스, 비디오, 사진 등의 작업을 통해 자아와 타자에 대한 이슈를 탐구한다. 그리고 자아에 대한 자각을 드러내고 일깨우는 거울과 바늘의 응시를 통해 김수자는 인간의 조건에 관한 질문을 탐구하며 우리 시대의 정치, 환경 등 다양한 사회적 쟁점들을 소리 없이 파고든다.
 
김 작가는 만들지 않고 행위 하지 않는 방식 즉, 행위자로서의 예술가 개념을 전도시키는 방식으로 물질성과 비물질성, 이동성과 부동성을 탐구한다. 작가는 회화, 드로잉, 조각뿐 아니라 퍼포먼스, 설치, 비디오, 사진을 통한 개념적이고 구조적인 창작방식으로 동시대 미술을 개척한다.
 
한편,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는 "세계무대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김수자 작가의 진면목을 조명한 이번 전시는 관람객의 참여와 소통을 강조하고 동시대 삶과 예술에 대해 함께 생각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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