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8일까지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

   
 

[문화뉴스] 괴물처럼 어느 날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것 같아 보이던 그는, 알고 보면 백조가 될 날을 기다리며 고통을 인내한 '미운오리새끼' 였다.

셰익스피어의 '십이야'에서 모티브를 얻고, 세계 최고의 로큰롤 스타 '엘비스 프레슬리'의 곡을 더해 만든 쥬크박스 뮤지컬인 '올슉업'에서 주인공 '엘비스' 역을 맡아 또 한번 세상을 놀라게 한 신인 최우혁을 만났다. 그는 학생 시절까지 권투를 했고, 노래를 배워본 적도 없는 사람이었다.

데뷔하자마자 주연을 꿰찼다. 어떻게 배우가 됐나.

ㄴ 스무 살 때까지는 배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없었다. 체육 교사를 꿈꿨다. 권투선수는 라스베가스에서 활동할 정도가 아니면 먹고 살기도 힘들어서 체대입시를 꿈꿨다. 그런데 누나가 둘이 있는데 누나들이 공부를 잘했다. 그래서 운동한다고 해서 공부 못하면 안 된다는 가르침 덕분에 이과를 전공하고 물리를 좋아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성적도 있어서 서울대를 노렸다. 또 이미 입시 보기 전에 체력 기록이 체대 입시 기준을 훌쩍 뛰어넘어서 공부만 했었다.

그런데 어떻게 배우의 길로 들어섰나.

ㄴ 그런데 어느 날 사촌 형이 고3 9월쯤 집에 찾아왔다. 연영과 출신 형인데 장난삼아 "연기해볼래?" 라는 말에 관심이 살짝 생겼다. 그게 무슨 말이야 했지만, 알고 보니까 몇 년째 체육 교사를 안 뽑는 중이었다. 그래서 뒤늦게 연기를 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수시 한 달쯤 남았을 때였다. 한 달해서 붙으면 천재 아니겠는가. 그렇지만 알면서도 재수생이 되니까 좌절감이 들더라.

재수 생활은 어땠는지.

ㄴ 그래도 알바하고 공부하면서 서경대 연영과에 들어갔다. 연기하는 사람끼리 모이면 얼마나 행복할까 싶었는데 막상 가봤더니 내 생각과 너무 달랐다. 그래서 혹시 더 유명한 학교에 가면 다를까? 라는 생각으로 삼수를 준비했다. 집이 유복한 편이 아니다. 예체능 입시에는 돈이 많이 드니까 7월까지는 알바하며 레슨비를 모았다.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다행히 일단 열심히 하고 합격 못 하면 돈을 내라는 식으로 배려를 받았다. 다행히 운이 좋아 동국대에 붙었다. 삼수긴 했지만 속으로 '김수현 선배님은 4수 했잖아. 나도 할 수 있어'라고 위안했다.

그럼 이번에는 정말 뭔가 바뀌었겠다.

ㄴ 그런데 똑같더라. 대학교라는 곳이 뭔가 엄청난 곳일 줄 알았는데 조금 더 키 크고 잘생긴 사람들이 모였을 뿐이었다. 생각해보면 그냥 평범한 20대 초반인데(웃음). 운동이나 할 걸 왜 이 고생을 했나 후회도 했다. 학교 다닐 때도 알바를 하면서 다녀서 친구들이랑 어울리는 데 소홀했다. 그러다 보니 학교에서 아웃사이더였다. 지나가다 인사해도 '누구…?' 이런 반응. 하지만 '난 특별하구나'하고 자기 위안하며 버텼다. 내가 그런 걸 잘한다(웃음). 그렇게 1학기를 지내고 휴학을 하려고 교수님을 보러 갔는데 교수님조차 '누구…?' 하시더라. 그래서 휴학하고 이젠 어떻게 하나 하고 고민을 했다.

아직도 배우가 되지 못했다(웃음).

ㄴ 그런데 2013년에 했던 '잭더리퍼'를 우연히 처음 보게 됐다. 이벤트 당첨으로 티켓을 받아서 신도림도 살면서 처음 가보고(웃음). 그냥 별 기대 없이 갔는데 이건명 선배가 나왔다. '이거다' 싶었다. 무대와 관객석의 거리는 몇 미터 안 된다. 뛰어가면 닿을 수 있는 거리인데 다른 세상처럼 보이는 고귀함이 느껴졌다. 그래서 뮤지컬 배우가 되는 데 필요한 것을 그때부터 시작했다. 우선 성악 선생님을 만나서 노래부터 배웠다.

엄청난 이야기다. 노래를 그때부터 배웠다니.

ㄴ 그때까진 배운 적이 없었다. 그저 친한 친구들이랑 노래방이나 가는 정도.

그 정도면 한국인 표준이다(웃음).

ㄴ 맞다. 그런데 다행히도 집에 큰누나가 노래를 잘한다. 배우지 않았는데 잘하는 사람이 있지 않나. 그래서 좀 배워보려 해도 어떻게 누나는 가르쳐줄 방법을 모르니까 배우질 못해서 좀 짜증이 나더라(웃음). 그렇지만 또 '누나가 잘하니까 나도 아마 잘할 거야' 라고 생각했다(웃음). 그래서 그 이후로 알바 계속하면서 레슨을 받았다. 별의별 알바를 다 해봤다. 인천항에 가면 관광객들 입항 시간에 맞춰서 인형 탈 쓰고 손 흔드는 5만원 짜리 알바가 있다. 30분짜리 알바지만 그 때밖에 못 하니까 일찍 왔다 갔다 하고 낮엔 전단지 돌리고 저녁엔 맥주집 알바하고, 그러면서 돈 벌어서 레슨받았다.

굉장히 의외다. 인간극장 급이다.

ㄴ 제 주위에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다들 그렇게 했다. '뭐하냐', '일', 이런 식.

훤칠한 외모에 주연으로 데뷔해서 사람들이 이런 고생을 했을 거라고 생각 못 했다.

ㄴ 그렇게 알바하고 레슨받으며 지내다 '프랑켄슈타인' 초연을 보러 갔다. 정말 몸이 떨리더라. 다음번 재연이 올라오면 스텝이라도 좋으니 저 안에서 뭐든지 같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계속 준비는 했지만, 시간은 가고 삼수생이니 나이도 걱정되고 그런 상황에서 드디어 '프랑켄슈타인' 재연 때 오디션 공고가 떴다.

그 전에 다른 오디션을 본 적이 있나.

ㄴ 처음이었다. 아직은 자신감이 없었다. 앙상블로 지원해서 어찌어찌 1차를 합격하고 2차를 가야 하는데 '자유 안무'가 있더라. 춤을 태어나서 춰본 적이 없어서 도무지 엄두가 안 나더라. 주변 선생님들에게 '어차피 떨어질 테니 그냥 안 가려고요'라고 했더니 '포기하지 말고 차라리 가서 웃기기라도 해라' 하시더라. 그래서 '못 웃길게 뭐야' 싶어서 노래를 틀고 음악 바운스에 맞춰서 권투를 했다. 오디션장이 뒤집혔다. '쟤 뭐야' 이런 소리도 들려오고. 그런데 그때 왕용범 연출님이 마이크를 잡고서 한마디 하시더라.

어떤…?

ㄴ '앙리 노래 해봐' 라고. '네?' 하고(웃음). '앙리가 주인공 아닌가…?' 했다. '앙리 노래 몰라?' 재차 물으셔서 노래를 부르고…

드디어.

ㄴ 배우가 됐다. 제가 말하고서도 너무 드라마 같아서 믿어지지 않는다. 운이 좋았다. 오디션 타이밍도 너무 좋았다. 현실적으로 그만둬야 하나 하고 고민하던 시기에 딱 올라왔다. 배우가 되도 사실 잘될지 보장이 안 되니까 집에서는 '백만 원을 벌어도 매달 버는 게 낫다' 라며 안정적인 삶을 원했었다.

저도 기자 된지 얼마 안 되서 '프랑켄슈타인'을 못 봤다. 최우혁이란 이름으로 뭔가 찾아보려고 검색을 했는데 나오는 게 없더라.

ㄴ 아직 데뷔 1년이 채 안 됐으니 그럴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배경 이야기를 들어보니 왜 매력 있는 배우인지 알 것 같다. '배우의 매력은 타고난다. 훈련이 아니라 살아온 경험이 만든다'는 이야기가 있다.

ㄴ 대본을 보면 내 경험에 빗대어볼 게 참 많더라. 몇 년 지나고 보니 '아, 내가 또래보단 좀 더 경험이 많았구나' 싶었다. 전 제가 운동했던 것도 다행이라 여긴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장점이랄 게 없었는데 운동을 하고 나니 버티는 오기가 생기더라.

배우가 된 과정을 통해서 얻었던 것은 뭐였나.

ㄴ 주변에서 '어떻게 데뷔했는지' 알려달라며 어린 친구들을 한 번 만나달라는 이야기가 가끔 있다. 그럼 저는 이런 이야기를 전해준다. '나는 그 시기에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하지 않았다' 고. 더 바쁘게 해야 하는 시기라고. '열심히 했어?' 물어보면 '다섯 시간 했어요' 한다. 몇 시간 한지 모를 정도로 해야지. 얼마 했다고 만족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저에게는 아침에 눈 뜨면 연습 시작이었다. 지상 선배, 은태 선배 노래 들어보고 따라 부르고 목도 쉬어보고, 하면서 찾았었다.

   
 

드디어 자기소개가 끝났다(웃음). 다음은 '올슉업'이다. '엘비스'라는 캐릭터에 대해 어떻게 연구했나.

ㄴ '엘비스'란 사람은 이미 알고 있었다. 바지, 구레나룻 같은 특유의 비주얼도 있고, 귀에 익숙한 노래도 있고 모를 수가 없는 사람이다. 다만, '엘비스'란 사람을 찾고 난 뒤에 그 사람에게 깊게 들어가진 않았다. 왜냐면 그 사람의 데뷔 과정은 그저 평범히 일하다 어머니에 대한 생일 선물로 만든 음반이 누군가의 눈에 띄었던 거다. 이 사람은 자기가 될 줄 모르고 시작해서 아름답다 생각했다. 그래서 또 저에게 대입시켰다. 제가 처음부터 '앙리' 역에 지원했으면 서류에서 떨어졌을 텐데 앙상블 지원을 하고, 우연히 이렇게 됐다. 아마 제 뒤에도 저랑 비슷한 길을 걷고 싶은 분들이 있었을 거다. 하지만 그건 모르고 했기에 빛이 나지, 알고 하면 티가 난다. 왕용범 연출님이 항상 말했다. '욕심은 얼굴에 드러난다. 눈에서 다 나오니 늘 좋은 생각, 아름다운 생각을 해라. 그럼 배우가 좋게 늙는다'. '엘비스'도 자신의 실력이나 다른 걸 생각한 것이 아니라 어머니 생일 선물로 만든 거였으니 얼마나 진심이었겠나. 그걸 생각하고 나서 대본을 보니 결론이 나왔다. '내가 재밌는데 재밌는 걸 모르고, 내가 신나는데 나 때문에 사람들이 신나는 것을 모르는' 느낌. 내가 웃겨놓고 '어 사람들이 왜 웃지?' 하는 게 진짜 재밌지 않나. 그래서 그걸 찾는 과정이 매우 힘들었다. 개그를 쳐야 하는 타이밍을 알고 있지만, 개그라고 생각하지 않고 치는 과정. 내가 만든 '엘비스'는 그랬던 것 같다. 내가 잘하는지 모르고, 사람들이 내 노래 들어주러 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는 '대 스타'.

작품 속에서는 그런 한 인간으로서의 느낌보단 '엘비스'라는 슈퍼스타의 이미지를 활용한 편이다. 하지만 그 가운데도 그런 부분이 느껴지더라. 전혀 웃기려고 안 하다가 한 번씩 확 무너진다.

ㄴ 한 번은 연습할 때 작정하고 웃기려고 준비했었다. 그때 연출님이 '배우는 티가 나면 추하다'라고 말씀하시더라. 극장 들어가기 1주일 전이었는데 충격을 받고 모든 것을 다시 시작했다. 답이 나온 느낌이었다.

웃기려고 티를 내면 재미가 없다. '연기하고 있네'라는 느낌.

ㄴ 맞다. 그렇게 하니까 보는 사람이 몰입되지 않고 자꾸 현실이 느껴진다더라.

'올슉업' 무대 위에 올라가서 시작하기 직전, 끝난 후의 느낌이 궁금하다.

ㄴ 매 순간 떨린다. 긴장되지만 행복한 떨림. '아 어떡하지' 이런 건 첫 공 때였던 것 같고. 이후로는 설렘의 떨림. 두근거리고 무사히 마치고 나면 이 자리에 서 있음에 감사한. 끝마치고 나면 연기가 아니라 정말 신이 난다. 내가 무대 위에서 연기하고 내 손짓 하나에도 반응해주시는 팬들에게 감사하고, 스스로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함도 있다.

기분 좋은 떨림이겠다. 배우는 남에게 보여주기에 익숙해야 하니까.

ㄴ 하지만 무대 밖에선 정반대다. 눈에 띄고 싶어 하지 않고, 누가 쳐다봐서 시선이 마주치는 걸 안 좋아한다. 부끄럽기도 하고(웃음). 옷에도 관심이 없다. 동네에선 세수만 하고 다닌다. 머리에 막 까치집 짓고 다니고. 공연장 벗어나면 아무도 못 알아본다. 운동선수 시절의 습관을 계속 가지고 있다.

   
 

옷은 그저 몸만 가리면 되는 정도(웃음). 다른 질문으로 넘어가자면, 나탈리들과 호흡은 어떤가.

ㄴ 셋 다 너무 잘 맞는다. 특별히 안 맞는 부분은 없다.

생각해보니 배우 중에서 최연소겠다.

ㄴ 그렇다. 다 누나들이고 성규 선배보다도 네 살이 어리다. 스텝까지 포함해도 음향에 한 명 빼곤 다 형님, 누님들이다. 그저 공연장에선 다 존댓말만 쓰면 된다.

나탈리가 아니라 그럼 세 명의 '누나'들에 대해 한 마디 해달라.

ㄴ 시하 누나는 당연히 전 작을 같이 해서 스타일도 잘 알고 조금 더 빨리 맞췄다. 정아 누나는 대장부였다. 결혼식이 연습 기간이랑 겹쳐서 연습실에서 많이 못 만났지만, 막바지에 맞춰도 금방 되더라. 품성이 너무 밝고 사람들을 안아주는 에너지가 있어서 한 번 더 맞춰보더라도 귀찮거나 힘들지 않은 느낌.

TV에서 본 이미지 그대로인 거 같다.

ㄴ 그대로다. 사람이 이렇게 털털할 수 있구나 싶더라. 제이민 누나는 헤드윅도 보고 했는데 가끔 보면 동생 같은 느낌이다. 여리여리한 사람이라 어깨동무만 해도 휙휙 날아가는데 또 체구와 다르게 성량이 굉장하고, 둘과 다른 재밌는 느낌이다. 세 명 다 인성, 품성 흠잡을 데 없는 사람들이라 너무 재밌다. 누구랑 공연하는지 굳이 캐스트 확인을 안 하고 간다. 공연장 도착해서 '아 오늘은 이 누나구나' 하면 될 정도다.

캐스트 확인할 필요가 없다면 전체적인 팀웍도 좋은가 보다.

ㄴ 팀웍도 좋고 분위기도 너무 좋다. 분위기 자체가 엄청 밝아서 누가 어두우면 그 사람이 이상해 보일 정도다. 분장실에서 사람들 막 다 뛰어다닌다. 웃음소리가 하도 커서 다른 소리가 안 들릴 정도로.

공연 분위기도 너무 좋다. 관객들도 크게 웃고 신나는 분위기에선 다 같이 박수치고 신나고.

ㄴ 작품 자체가 너무 좋다. 코미디지만 안 어울리게 모든 면이 고퀄리티다.

올슉업의 매력을 꼽아본다면?

ㄴ 보신 분들이 하신 말씀이다. '보러 왔을 때 기대치를 항상 넘어서는 작품'이다. 또 코미디라는 게 나갈 때 내용을 알면서 봐도 웃기고 신나기 어려운 장르인데도 다시 한 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이다. 제가 하면서도 배우로서 서 있지만 작품 시작하기 전에는 '많이 보러 와주실까' 하는 의아함이 있었다. 하지만 시작하고 나니 내 생각과 정반대의 느낌이었다. 무대 위의 배우는 1인칭으로 보고 있지만, 전체적인 무대를 보는 관객에겐 우리가 주려고 했던 마음보다 더 큰 마음을 얻어가시는 것 같다. 배우랑 극이 잘 만나서 시너지가 발휘된, 행복한 극인 것 같다.

저도 리뷰 쓰려고 아무 생각 없이 봤다가 연인, 가족 구별 없이 모두 느낄 수 있는 '사랑 그 자체'인 극이라서 너무 잘 봤다.

ㄴ 요즘 현실에서 좀 벗어난 사랑이긴 하지만 누구나 해보고 싶은 사랑이다. 터무니없는 급전개가 있긴 하지만 '만일 나에게 일어난다면' 얼마나 행복할지 마음속으로 생각해보게 되는.

나탈리와 산드라, 혹은 다른 이상형에 가까운 캐릭터가 있는지.

ㄴ 100% 나탈리다. 글에 대한 감수성이 있는 산드라의 모습도 매력적이지만, 투박한 나탈리의 느낌이 좋다. 하지만 안에는 여자가 있는 사람. '여자여자'한 사람보단 어디서나 의외의 사람이 더 눈에 띄지 않나. 저는 츄리닝 입고 안경 쓰고 다니는 사람이 그렇게 예뻐 보이더라.

내츄럴한 느낌을 좋아하나보다.

ㄴ 안 꾸미는 사람. 화장이 진하지 않은 사람. 옷에 기름때가 묻은 나탈리가 더 이상형에 가까운 것 같다.

팬들이 이 이야기를 꼭 봤으면 좋겠다(웃음). 배우가 된 과정도 그렇고, 나탈리 같은 캐릭터를 좋아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ㄴ 제 이상형이 그랬다. 집에 19년 된 차가 있는데 '이 차가 외제차로 바뀌는 모습을 함께 보는 여자랑 결혼하고 싶다' 고.

'프랑켄슈타인'이 무거운 작품이다 보니 코믹 연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힘들었겠다.

ㄴ 우선 당연한 느낌을 벗어나려고 했다. 여기선 이렇게 하겠지? 라는 생각을 한번 더 벗어나려고 했다. 여기서 당연히 애드립하겠지. 여기선 호흡을 꺾겠지. 했을 때 안 꺾고. 그렇게 찾아낸 것들이 꽤 있다.

상상하는 것 이상을 보여주거나, 투박하지만 그래서 웃긴 장면들이 많다. 처음 마을 도착해서 '안녕?' 했을 때 소녀들 '꺅!' 쓰러지고(웃음).

ㄴ 거기서도 신경을 많이 쓴다. 제가 호흡이 조금만 틀어지면 안 웃기더라. 휘성 선배, 성규 선배, 제가 모두 다 느낌이 다르다. 당연한 대사인데도 제가 성규 선배처럼 하면 와 닿지 않는 그런 게 있더라. 연출님이 세 명이 같은 듯 다르게 잘 잡아주셨다. 

성악 쪽으로 음악을 배우셨다. 하지만 '올슉업'은 팝송 기반의 쥬크박스 뮤지컬인데 어렵거나 힘든 점이 있었나.

ㄴ 처음에는 벗어나기 조금 어려웠다. 이게 맞나? 잘하고 있는 건가? 하고. 그래서 많이 여쭤봤다. 오늘은 어때요? 이렇게 하면 어때요? 오늘은 듣기 괜찮나요? 하고. 휘성 선배나 성규 선배 모두 가요 쪽에 계신 분들이라 둘을 따라 해보려고 했다. 또 따라 하되 나만의 톤이 있으니까 그걸 살려보려고 해보고. '올슉업' 이전과는 조금 달라진 것 같다. 다른 작품을 하게 된다면 또다시 연습해서 바꿔가야 하지 않을까.

아직 계속 만들어가는 중이니까, 연습을 계속 하고 있겠다.

ㄴ 연습은 늘 항상 한다. 여러 선배님 영상 보며 따라 해보고. 시간이 지나도 똑같은 것 같다. 은태 선배도 아직 연습을 늘 한다더라. 날이 가면 갈수록 불안하다더라. 준상 선배도 이루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자리를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의 공통점이란 게 보이더라. 항상 안주하지 않고, '저 정도면 그래도 되지 않을까?' 싶으면 그에 반대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 분들 보면서 늘 되새긴다.

   
 

'올슉업'에서 가장 좋아하는 넘버나 장면이 있다면.

ㄴ 전 당연히 '컴온 에브리바디(Come On Everybody)'가 제일 좋은 것 같다. 진짜 '엘비스'의 힘이 뭔지 보여주는, 느낌을 잘 살리는 넘버다. 마을을 한 번에 내 편으로 만드는 가장 큰 지점이 아닐까 싶다. 안무도 너무 멋있다. 안무 감독님이 너무 잘 짜셨다. 여자들이 '멋있다'. 제겐 여자들이 춤을 추는데도 멋있을 수 있구나 싶은 넘버다. 남자는 보통 남자 보면서 '멋있구나' 하지 않나. 그러나 여자들이 춤을 춰도 '멋있구나' 하고 감탄할 수 있는 안무다. '올슉업'이 댄스컬이라서 많이 배우고 있다.

'프랑켄슈타인'에서도 춤을 추는 장면이 있었나.

ㄴ 딱 한 장면 있다. '한 잔의 술에 인생을 담아'라는 노래할 때가 있다. 은태 형님이 초연 때 '목각'이라는 별명이 있었다고 들었다. 그러나 그 별명을 제가 물려받았다. '제대로 된 목각이 나왔다'란 이야기도 들었다. 웃긴 게, 아예 장르가 다르지 않나. 리듬이나 노래가 다르니까, 저랑 정말 안 맞는 리듬. 차라리 '올슉업' 처럼 다닥닥 밟고 당당 이런 리듬이면 맞출 수 있겠는데 정말 잘 추는 사람들이 느낌 있게 춰야 하는 그런 춤이라 너무 힘들었다. 아니나다를까, 모든 사람이 거기서 웃음을 참기 힘들다더라. 동석 선배와 같이 출 땐 시너지가 장난 아니었다. 180cm가 넘는… 목각 인형들의 잔치였다. 하지만 서로 잘 춘다며 주장하고(웃음).

춤은 느낌을 좀 타고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ㄴ 연습으로 어느 정돈 할 수 있는데 그 이상은 태어났을 때 정해지는 느낌(웃음). 그냥 믿고 췄다. 거기서 뻔뻔함이 나온 것 같다.

'엘비스'가 '올슉업'에서 마을에서 얻은 경험을 통해 슈퍼스타가 된 것처럼, 최우혁도 '올슉업'을 통해 슈퍼스타의 반열에 올라설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ㄴ 슈퍼스타라기보단 '올슉업'을 하며 느낀 점은 있다. 처음에는 '프랑켄슈타인'을 통해 데뷔했을 때 최우혁이란 사람의 캐릭터가 어느 정도 보였다면, '올슉업'을 통해 그 폭이 넓어져서 많은 사람의 궁금증이 되지 않을까. '이거 하면 어떨까?'란 궁금증을 유발하는 사람이 됐다고 생각한다.

우문현답이다. '올슉업' 외에도 연락 왔던 작품들이 있나.

ㄴ 정말 감사하게도 여러 가지 고마운 제안들이 있었다. 하지만 '올슉업'을 택한 이유가 있었다. 제일 불안한 게 뭘까. 제일 못하는 게 뭘까 생각했다. 다른 작품들에 비해 '올슉업'이 제일 꺼려지더라. 발가벗겨진 기분이 들었다. 공연을 보면 정말 멋있는 사람도 기억나지만 그다음에는 정말 재밌고 웃겼던, 분위기를 전환했던 배우가 기억난다. 코미디를 하지만 가벼워 보이지 않고 커튼콜 때 딱 배우답게 인사하는 분들 보며 정말 존경스럽다 생각했는데 내가 그걸 해야 하는 거다. 공연장 나오면서 '저 배우의 연기가 너무 좋았어. 재밌었어' 이런 말을 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느껴지고, 과연 나도 들을 수 있을까. 제일 많이 의심 가는 작품이었다. 그때 대표님이 '네가 뛰고 있는데 힘들지 않으면 내리막이야'란 말을 해주셨다. 그 이야기를 듣자 정답은 '올슉업'이었다. 모든 사람이 예상치 못한. 재밌는 것은 예상치 못한 것의 또 예상치 못한 반전은, 물질적인 것 외의 뭔가가 남더라. 저라는 배우가 '프랑켄슈타인'으로 데뷔했다는 것도 대단하지만, 시간이 흘러 배우를 계속 한다면 그 다음 작품으로 '올슉업'을 했다는 것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만약 여기서 이걸 살짝 도망갔다면 마음속에 계속 남았을 거다. 작품 시작 전 인터뷰 때도 '올슉업' 을 한 것이 최고의 선택이었다. 라고 했었다. 그리고 지금도 '올슉업'을 택하길.

'아 역시 잘했어'

ㄴ 그렇다. 역시 이걸 해서 얻은 게 정말 많다. '프랑켄슈타인' 으로 얻은 것도 정말 많은데 그 반대로 '올슉업' 말고 또 이런 걸 얻고 갈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슉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사랑'이다. 최우혁에게 '사랑'이란?

ㄴ 단어 자체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말 그대로 먹고 싶은 거 있을 때 같이 먹고 싶은 사람. 이라고 하지 않나. 살아오면서 서로 만날 것을 모르고 만나지 않나. 그게 너무 재밌는 것 같다.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 내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고, 앞을 보며 같이 경험하는 것들이 생기고. '하고 있다면 행복하고, 안 하고 있다면 기대되는 것'

'앙리'를 하다 '엘비스'를 하면서 어려운 점과 좋은 점이 있다면.

ㄴ 어려운 점은 준비했을 때가 어려웠다. '앙리'는 고전적인 인물이지 않나. 과학자고. 그러나 '엘비스'는 어떻게 해도 '엘비스'였다. 그런데 어떻게 해도 '엘비스'가 아니라고 할 수도 없는, '정해지지 않은 틀'에 있다는 생각에 힘들었다. 좋은 점은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하고 완전 다른 느낌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해보고 싶은 것을 해볼 수 있는 캐릭터란 느낌. 사람마다 자기가 원하는 캐릭터가 있지 않나. 그런 부분을 접목해 볼 수 있는 캐릭터라 도전할 수 있는 면이 있어서 좋았다.

   
 ▲ ⓒ스토리피

'엘비스'란 틀이 있지만, 그 틀 안에 여러 가지를 넣어볼 수 있는 느낌.

ㄴ 여러 가지를 넣어볼 수 있어서, 작품을 하나 했지만 모든 느낌을 다 해볼 수 있었다.

극과 극을 오가는 캐릭터를 했는데 어떤 분위기가 자기 본래 캐릭터랑 잘 맞는다고 생각하나.

ㄴ 평소에는 유쾌한 사람인데 유쾌하다고 해서 재밌지는 않더라. 코미디라는 게 너무 힘들고 선배들 보며 대단하다 느꼈다. 웃길 걸 뻔히 안다. 저기서 저렇게 꺾이는 것을 알아도 펑펑 쓰러지게 웃었다. 그러고 나면 '아 멋있다' 싶더라. 코미디라는 것이 정극보다 어렵다는 말을 실감했다. '웃겨봐' 하는 사람을 웃기는 게 너무 힘들다는 생각. 처음에는 연습 때 사람들이 웃어주는 것을 보며 '나랑 잘 맞는 옷인가' 했는데 아직 맞는 옷이란 생각이 들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앙리'도 그랬고.

웃겨야 한다는 부담감이랄까. 그런 게 있으니까.

ㄴ 지금은 웃는 포인트가 있는데 다른 선배들이 '웃어준다고 해서 한 번 더 들어가려고 하고 과하게 하는 순간 극이 산으로 간다. 웃어줄 때 참고 뺄 줄을 알아야 한다' 라고 하더라. 당연히 사람이면 상대가 웃어주면 들뜬다. 하지만 거기서 한 번 더 하고 싶은 것을 참아야 한다. '웃음을 좇아가지 마라. 안 웃는 날이 있으니 당연하게 생각하라'고.

2절을 참는 남자다(웃음). 다른 작품에서도 계속 볼 수 있는 배우가 될 것 같다.

ㄴ 부디(웃음).

배우들은 농담처럼 하더라도 그런 것에 대한 불안감이 있어 보이더라.

ㄴ 당연하다. 지금 이 순간에서도 전국에서 수 많은 사람이 연습하고 있을 거다. '프랑켄슈타인' 때 아역 친구들 보면서도 긴장했다. 이 친구들이 몇 년 뒤면 충분히 나와 경쟁할 수 있는 연령대지 않겠나. 나에게는 그냥 '아역이구나' 하고 말 어린 친구가 아니라 미래의 라이벌이 될 수 있는 배우로 보였다.

서지영, 안시하, 선한국 배우 등 '프랑켄슈타인' 때 호흡을 맞춘 분들과 또다시 함께 하고 있다. 어떤 면에서 도움이 되는지.

ㄴ 서로 객관적인 말을 상처가 되지 않게 해줄 수 있다는 점. 그래서 더 많은 것을 서로 물어볼 수 있게 됐고. 어느 날은 말없이 존재만으로도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 잘 안되면 당연히 힘들다. 하지만 옆에서 딱히 말을 안 해줘도 저 사람이 내 편인걸 아니까. 또 다 선배들이라 편하다. 내가 이들보다 부족하다는 것을 당연히 생각하고 접근하니까 물어볼 것도 많고.

친한 배우들이 있다면.

ㄴ 한국 선배, 동석 선배도 친하고, 건명 선배나 준상 선배는 너무 대 선배라서 제가 안부 인사를 올리는 정도다. 지상 선배는 TV에서 잘 보고 있다(웃음).

권투를 했었으니 특기를 살려보고 싶은 마음은 있나.

ㄴ 살리고 싶긴 하지만 부담스럽다. 당연히 특기를 살린다는 것은 좋은 일인데 특기라는 게 나만의 '특별한 기술'이지 않나. 그럼 이건 당연히 잘해야 하니 부담감이 큰 것 같다. 특기가 아닌 사람이 나보다 더 탁월하면 어쩌나 싶은 불안감이 있다.

'올슉업' 이후의 계획은 아직 없나.

ㄴ 정확한 계획은 없다. 시기라는 것도 있고. '올슉업'도 많은 상의 끝에 했다. 저도 많이 불안했고, 안 하려다 자고 일어나면 해야 하나 싶고. 며칠을 가족들과 고민했던 작품이라 그런지 세 번째도 더 고민되는 것 같다.

배우 최우혁의 목표는 무엇인가.

ㄴ 두 가지다. 오래오래 무대에서 볼 수 있는 배우. 그리고 예상되지 않는 배우. '최우혁이 뭘 한대' 했으면 '그 사람이 그걸 한대?' 할 수 있는 배우. 또 당연해 보이는 역을 해도 또 다르게 보여줄 수 있는 '종잡을 수 없는' 느낌. 제게 기대감과 궁금증은 같은 것 같다. 기대할 수 있는 배우보단 궁금한 배우가 되고 싶다.

   
 ▲ ⓒ스토리피

국내 창작 뮤지컬의 최고 흥행작 중 하나인 '프랑켄슈타인'을 통한 화려한 데뷔. 뒤이어 여자들의 마음을 홀리는 로큰롤 스타 '엘비스'로 변한 그는 깜짝스타라는 선입견을 넘어서 '실력에 대한 욕심이 있는' 좋은 배우였다. 이미 '기대치를 넘어선' 그의 '종잡을 수 없는' '엘비스'를 보고 싶다면 8월 28일까지 뮤지컬 '올슉업'이 공연 중인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로 가보자.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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