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보물섬' 출연 배우들이 프레스콜 이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화뉴스] 해적들의 항해가 예술의전당에서 시작됐다.

 
예술의전당이 26일부터 다음 달 28일까지 SAC CUBE 2016 연극 '보물섬'을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서 공연한다. 연극 '보물섬'은 '지킬박사와 하이드'의 작가로 잘 알려진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 '보물섬'을 원작으로 한다. 소설 '보물섬'은 교훈이 목적이 아닌 '재미'를 위해 쓰인 이야기로, '짐 호킨스'라는 소년이 겪는 모험의 여정을 담아냈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가족극의 보편적인 공식과 어른보다 아이에게 초점이 맞춰진 프레임에서 벗어나 예술의전당은 이번 여름 어른, 아이, 키덜트, 연극초심자, 마니아 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획기적인 작품, 연극 '보물섬'을 야심 차게 기획·제작했다"고 전했다.
 

 

26일 오후 첫 공연을 앞두고 연극 '보물섬'의 프레스콜이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렸다. 프레스콜로 그 베일을 벗은 '보물섬'은 재밌었다. 공연 중간에 나오는 수많은 노래, 갑자기 객석에 등장하는 배우들, 무대뿐 아니라 자유소극장을 누비는 캐릭터들, 여러 무대의 변환이 마치 대형 뮤지컬을 방불케 했다. 아이들뿐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으로 도전장을 던진 이유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연극 '정글북',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등 소설을 특유의 창의력과 탁월함으로 무대화해, 관객들에게 소설을 접하는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 이대웅 연출가는 연극 '보물섬'의 항해를 지휘하며 작품을 빈티지 콘셉트로 재구성했다. 그는 "오래되어도 가치 있는 것, 오래되어도 새로운 것의 진가를 느낄 수 있는 시공간을 선사한다"는 포부를 전한 바 있다.
 
전막 시연 후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대웅 연출을 포함해 모험을 떠난 12세 소년 '짐 호킨스' 역의 배보람, '짐 호킨스'에게 여행의 계기를 선사한 '빌리 본즈'를 맡은 김상보, '히스파니올라 호'의 실질적인 선장으로 카리스마, 냉정함, 상황 판단력을 보여주며 선원들에게 인정을 받는 '존 실버'를 연기한 김도완이 참석했다. 연출과 배우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이대웅 연출이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작품을 하게 된 계기는?
ㄴ 이대웅 : 지난해 여름에 예술의전당 기획공연 제작팀에서 제안을 받게 됐다. 여름 시즌엔 항상 가족극을 초청해왔는데, 제작하면 어떤 작품을 하고 싶으냐는 제안을 받았다. 5개 정도 이야기를 드렸는데, 그중 하나가 '보물섬'이었다. '보물섬'을 예술의전당 측에서 제안을 주셔서 연출하게 됐다.
 
'보물섬'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부분은?
ㄴ 이대웅 : "어떤 가치관을 보면서 살 것인가"다. '짐 호킨스'를 통해 어떤 그런 가치관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 목적이었다. (기술적으로 신경을 쓴 부분은 무엇인가?) 모든 파트를 연기하는 배우와 더불어 음악, 조명, 극장 무대가 유기적으로 '보물섬'이라는 텍스트와 연계되는 것을 주안점으로 했다.

작품을 보니 '츤데레'(겉으론 차갑지만, 속은 따뜻한 인격을 의미하는 신조어)나 축구 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대사에 등장한다. 어떤 것을 나타내고 싶었나?
ㄴ 이대웅 : 고전 작품을 하다 보면, 당시 용어나 생활상이 21세기 사람들에게 큰 의미가 없을 경우가 있었다. 동시대 관객들과 어떻게 하면 친근하게 볼 수 있고, 장면의 보편적인 감정선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까 했다. 딱딱하게 연극을 보는 것보다 부드럽게 보는 윤활유 역할로 중간에 넣게 됐다. 소설이 아니라 연극이기 때문이다.
 
 
   
▲ 배보람 배우가 '짐 호킨스'를 연기한다.
본인의 캐릭터 소개와 함께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 가사를 말해달라.
ㄴ 배보람 : '짐 호킨스'는 모험을 통해 어쩌다 현실을 경험하며, 어쩌다 어른이 되는 캐릭터다. '짐 호킨스'는 어른들이 보지 못한 세계를 느끼게 해주는 존재라고 본다. 좋아하는 노래 구절은 "우리는 꿈을 좇아 바다를 떠나왔지만, 그건 아무것도 아닌 꿈일 뿐이었다"라는 구절이 제일 좋았다.
 
김상보 : '빌리 본즈'는 일찍 죽는 캐릭터다. 굉장히 몸도 좋지 않고, 미치광이 같은 사람인데 횡포도 부리는 역할이다. 이대웅 연출이 캐릭터를 재해석하셨다. 소년이 어떤 동기로 바다를 나간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요즘엔 12살 아이가 집 밖에 나가는 것도 부모님이 벌벌 떠실 수 있는데, 이 친구는 해적 아저씨들과 같이 여행을 간다.
 
'빌리 본즈'는 '짐 호킨스'의 상상 속에 나타나서 이 아이를 움직이는 힘과 충동을 주는 존재다. 옴브레 음악감독의 노래를 다 좋아하는데, 제일 좋아하는 노래는 '존 실버'가 '짐 호킨스'에게 해주는 이야기다. 불안한 소년에게 "기다리면 바람이 불어줄 테니"라고 말한다. 아이들에게 얼마만큼 다가갈지 모르겠지만, 볼 때마다 울컥하는 느낌을 준다. 
 
김도완 : 그 노래를 부르면서 울렁거리기도 한다. '실버'는 은색이다. (웃음) 아재 개그다. '존 실버'를 봤을 때, 현실적이며 생명에 대해 가늘고 길게 가는 인물이라 봤다. 명예롭게 죽기보다, 선원들과 배신관계도 있지만, 다시 살려주며 꼬드기고 어떠한 일을 도모하는 바람 같은 인물이라고 봤다.
 
이 작품을 보면서 '실버'가 바람이 분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이러한 것을 표현하고 싶다고 하면 연출님과 작가님들이 다 힘을 합쳐 만든다. 딸이 있는데, 딸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을까 싶었다. '짐 호킨스'를 보면 아이 생각이 나는데, 이런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는 아빠의 마음으로 만든 것 같다.
 
   
▲ 배우 김도완이 자신의 캐릭터를 설명하고 있다.
 
 
이대웅 : 덧붙여서 이야기하면, 원작 그대로를 밟아 나가면서 하는 것보다 21세기에 사는 우리에게 어떤 해적이 필요하냐고 생각했다. 실제로 원작을 그대로 밟아보니 4시간 30분이 걸렸다. 110분으로 압축해나가며 어떤 것을 부각해야 하는지 결정했다.
 
이 작품에 중요한 것은 '존 실버'와 '짐 호킨스'의 관계였다. '존 실버'는 현재도 여러 해석이 나온다. 작품 중에서 가장 21세기적인 인물에 속한다. '존 실버'는 자신을 위해 누군가를 죽이고 배신을 하는 것이 아니라, 보물을 빼앗는 목적이 분명한 인물이다. 목적이 이뤄지면 그 상황을 언제든지 바꿀 수 있는 사람으로 잡아봤다.
 
'빌리 본즈' 친구는 처음에 죽게 된다. 제일 언저리에 많이 남았다. 김상보 배우 말처럼 소년이 섬에서 거친 아저씨들 사이에 역경을 헤쳐 나가는데 가장 강력한 동기부여는 무엇일까 생각했다.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해 보여 '빌리 본즈'가 죽었는데도 계속 따라다니게 했다. '존 실버'는 살아있다. 대사 속에서도 믿고 기다리면 언젠가 만난다는 것을 암시하게 했다.
 
'짐 호킨스'는 친구가 한 명도 없다. 옆집에 사는 '스미스'라도 있어야 하는데, 친구도 없고 철저히 혼자 있었다. 어른을 관찰하고 모험에 동참하면서 이 친구가 겪는 일들이 나온다. 섬에서 누군가를 죽이기도 하고, 죽는 걸 목격하기도 하는데 엄청나게 큰일이다. 이것을 통해 정신을 똑바로 차리는 자체가 경이로웠다. 
 
이 공연을 어떤 관객들이 봤으면 좋겠나?
ㄴ 이대웅 : 원본을 궁금해하셔서 오신 분도, 아무 정보가 없이 오시고 보신 후에 원작을 보고 싶다고 말하는 분도 계시면 좋겠다. 기존 아동극이 어머니가 쇼핑하기 위해서 아이를 맡기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다. 이 작품은 아기자기하고 동심 위주의 이야기를 펼쳐지는 아동극 형태라기보단, 어머니가 아이를 데리고 봤는데 어머니가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역전현상'을 보여주고 싶었다.
 
   
▲ 김상보 배우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상보 : 어린이들이 보면 좋을 것 같다. 현실이 이렇게 냉혹하고 만만찮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웃음)
 
배보람 : 어른들이 보면 더 좋을 것 같다. 이 작품이 지금 현재 우리에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많이 던져주고 있다. 그래서 어른들이 다 많이 오실 것이다.
 
김도완 : 가족극답게 가족분들이 많이 와주셨으면 좋겠다. 여기에 아이가 "저건 무슨 말이야"라고 하면, 엄마, 아빠, 삼촌이 설명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