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벤허' 메셀라 역 박민성 인터뷰①

 

[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뮤지컬 '벤허'에서 '메셀라' 역을 맡아 카리스마를 발휘 중인 배우 박민성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인터뷰는 사실 개막 초창기에 진행했지만, 폐막을 보름 앞둔 지금 봐도 큰 변화가 없을 정도로 뮤지컬 '벤허'는 창작 초연인데도 성공적인 공연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주인공 '유다 벤허'의 굴곡진 삶을 다룬 소설 '벤허'를 원작으로 만든 이 작품은 30여 명 가까운 배우들이 선사하는 '실제'의 중압감과 화려한 CG, 기계 말 등이 만들어낸 '가상'의 환상성이 적절히 혼합돼 긍정적인 방향으로 완성됐다.

물론 1959년 영화에서 보여준 놀라운 규모의 스펙터클을 대체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랐지만, 뮤지컬 '벤허'는 해상 전투, 전차 경주 등의 장면을 적절히 축소하며 전체적인 서사를 속도감 있게 압축하고 인물들의 내면에 집중해서 성공적인 무대를 만들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작품에서 등장하는 '메셀라'는 주인공 '벤허'의 어릴 적 친구이자 훗날 성공을 위해 '벤허'를 이용한 야심 넘치는 악역으로 그려진다.

배우 박민성은 퇴폐미 넘치는 나쁜 형사 '잭더리퍼'의 앤더슨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지만, '두 도시 이야기'의 찰스 다네이, '쓰루더도어'의 장 피에르 왕자, '삼총사'의 아라미스 등을 맡으며 멋진 외모와 깔끔한 가창력을 트레이드마크로 가진 '믿고 보는 배우'다. 

그가 올해 초 '뮤지컬 밑바닥에서'를 공연하며 알코올 중독자인 '배우' 역을 맡은데 이어 이번에는 복수의 화신 '메셀라'를 맡아 불타는 에너지를 보여준다. 배우 인생 10년 차를 맞이해 '벤허'부터 '뮤지컬 밑바닥에서', '잭더리퍼' 등을 아우르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프리뷰 이후 관객 평이 무척 좋은데 공연 올린 소감이 있는지?

ㄴ 저는 관객 평을 찾아보진 않아요. 좋은 이야기만 보면 좋겠지만, 쓴 소리도 있을 테고. 그걸 무시하겠다는 게 아니라 멘탈이 약해서 제가 흔들릴까봐요. 모니터링 하는 건 제작진의 몫인 거고 저는 무대 위에서 좀 더 캐릭터를 잘 만들고 표현해서 작품에 일조하는 게 제 할일이죠. 그런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면 연출부를 통해 받아야 하는 게 맞는 건데, 안 보려고 해도 귀는 열려 있으니까요(웃음). 다들 너무 좋다고 해주셔서 정말 정말 감사의 기도를 했어요. 쏟아지는 라이선스 작들 사이에서 '프랑켄슈타인'이 먼저 길을 걸어갔지만, '벤허'도 제2의 '프랑켄슈타인'이 아니라 제1의 '벤허'로서 또 다른 대작이 만들어졌다는 것에 대해서요. 창작의 고통이라는 것을 배우들도 느끼지만, 창작진이 정말 잉태의 순간부터 그것을 품어오고 산통을 겪으며 낼 때까지의 감정을 다 느낄 수 없죠. 그래도 그것에 참여했다는 것도 영광이고요. 소극장 창작 작품은 해봤지만, 대극장 창작 작품은 처음이라서 이런 기회를 얻었다는 것에 영광이에요. 그게 딱 올라갔는데 평도 좋다는 건 배우로 살며 얼마나 느낄 수 있는 순간일까 싶기도 하고요. 그런 평을 해주신 관객들께 너무 감사하다. 인사치레가 아니다.

'캣츠' 등의 기존 강자도 있고, '시라노', '나폴레옹' 등 대극장 초연 작도 많이 올라왔는데, 기대가 너무 커서인지 '초연은 역시 어렵다'거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이 많았다. 그런 상황에서 '벤허'가 좋은 평을 받은 게 의미가 있어 보인다.

ㄴ 초연 만드는 게 정말 어렵죠. 왜냐면 복불복이잖아요. 입맛에 맞을지 모르기에 관객들에게 검증 받아야 하는 과정이 무섭고 두려운 건데 이런 작업을 하는 것 자체가 큰 재산이 되는 것 같아요. '벤허'라는 작품이 뮤지컬 역사에 획을 그을 수 있는 작품이 되거나, 좌초되는 흔한 배들 중 하나가 되거나의 기로에 서는 거잖아요. 제가 잘 설명 못하지만, '삼국지'나 '춘추전국시대'를 보면 난세의 군웅들이 있지 않았다면 그 중 영웅이 나오지도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거창할 수 있지만, 서로 '상대를 이겨야 한다'며 창작한 건 아니지만 선의의 경쟁을 했기에 더 빛이 나는 것도 아닐까 싶어요.

 

관객들 이야기를 보면 '벤허의 복수극' 보다는 '종교극'의 색채가 더 강하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종교적인 색이 담긴 컨텐츠에 대한 거부감이 자리잡고 있는데.

ㄴ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경우 아예 예수님 이야기고 종교 작품인데 '벤허'는 종교색도 있지만, 믿음을 가지지 않고 보더라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인 것 같아요. 여러 다각적인 소재나 이야기가 복합적으로 담겨서 종교적인 시각 없이도 감동을 받을 수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예수께서 돌아가신 과정 같이 아래에 깔린 이야기를 알면 더 좋을 수는 있겠지만,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걸 꼭 알아주시면 좋겠어요. '휴먼'이에요. '휴먼드라마'기 때문에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세상 사람들에게 하는 경고, 조언, 여러 이야기. 우리 주변에는 남에게 어떤 범죄자 같이 큰 피해를 주는 사람들부터 작은 피해를 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벤허'에게 예수가 전하는 말이 있어요. '저들은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르고 있으니 그들을 용서하라'는 이야기인데 저도 그 말에 많이 울었어요. 저도 실수하거나 모르는 사이에 남에게 피해를 주는 쪽일 수 있잖아요. 알고 하면 죄인이고, 모르고 하면 용서받을 수 있다는 간단한 논리가 아니라 우리가 살며 어떤 원죄를 안고 살게 되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 돌아보는 작품이에요. 철학적으로 돌아보게 됐죠. 저도 교회를 나가긴 하지만, 다시 한 번 스스로에게 되묻게 되는 작품이에요. 가슴 속에서 뜨거운 눈물이 나와요. '예수님 죄송합니다. 용서해주세요' 이런 게 아니라 환경, 전쟁 등 너무 많은 걸 우리가 파괴하며 살고 있잖아요. 과학의 발전으로 인해 평화를 잃어가고 있기도 하고요. 종교색은 미미하다고 생각해요. 실존적인 인간에 대한 이야기죠.

'벤허'는 대극장 뮤지컬이기에 비싼 티켓을 보고 즐기러 오는 관객들에게 오락적인 면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작품 내의 이야기로 들어가보자. 무대에 올라보니 '메셀라'가 어떻게 다가오는지.

ㄴ 부담 없이 연습하는 것과, 극장에서 관객들 앞에 선보이는 건 천지차이일 수밖에 없죠. 주인공이 '벤허'긴 하지만, '메셀라'가 갈등을 만드는 역이기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또 라이벌 구도기도 하기에 중심이 '벤허'에게 쏠리면서도 나름의 축을 잡아주기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어요. 사실 등장 분량이 1막에도 많지 않고, 2/3 지점에서 죽어요. 그런데 이 작품이 '악당의 죽음'으로 결말을 맞는 작품이 아니고 더 큰 이야기가 있기에 얼마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지, 작품에 공헌하며 죽을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전차씬부터 해서 좋은 노래, 화려한 안무와 의상, 포괄적인 의미에서의 오락적인 면은 많아요. 그런데 재미보다는 감동에 더 방점이 있죠. 그렇지만, 장담하는데 지루하진 않아요. 지루할 법한 타이밍마다 '훅' 치고 들어오거든요. '메셀라'가 그 사이마다 뭔가를 계속 만들어 주죠.

 

예전 인터뷰를 보니 배우 박민성보다는 극 중 캐릭터로 기억에 남고 싶다고 했다. '메셀라'에게 잘 녹아들었다고 생각하는지.

ㄴ '메셀라'를 만들었다기보단 제가 '메셀라'라고 믿고 가려고 노력했어요. 제 습관, 평소 행동을 배제하고 '악역'이란 상투적인 이미지를 많이 벗어나려고 했어요. 악역을 해보지 않은 건 아니니까요.

이전까지 무대에서는 주로 '잘생겨 보이는 역할'을 많이 하지 않았나(웃음).

ㄴ 좋게 봐주시니 감사하죠. 캐릭터가 멋있는 역할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메셀라' 역시 빌런이지만, 주인공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역할이죠. 분명히 이유 있게 행동하는 역할이에요. 욕심이 더 나는 부분도 있고 잘 표현해야겠다 싶은 것도 있지만 제일 중요한 건 '내가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을 표현하려고 해요. 왜 '벤허'에게, 벤허 가문에게 그렇게까지 하려고 했는지를 관객에게 이해시켜주기 위해 노력하는 거죠.

 

'이유'를 만들려다 보면 주인공이든 악역이든 그 인물이 처하는 상황을 계속해서 더 자극적이고,극한으로 밀어 넣게 되기 마련이다. 그게 아니라 감정적인 부분에서 '벤허'에 대한 감정적인 적대감을 표현하려면 대극장에선 연기가 어려울 텐데.

ㄴ 저는 그 지점이 확실히 있어요. 새롭게 예루살렘의 총독으로 가는 빌라도란 인물이 있는데 그 자에게 '벤허'가 양아버지인 퀸터스 장군과 함께 찾아가 자기의 억울한 누명을 밝혀달라며 재판을 요청해요. 그런데 그 과정을 제가 숨어서 엿듣고요. 그런데 빌라도가 벤허에게 '메셀라'에게 원한이 있냐고 묻자 벤허가 '전혀 없다. 고아가 된 불쌍한 메셀라를 거둬줬다'고 답변하는데 그 말에 큰 화와 수치심이 생기더라고요. 정말 당장 벤허를 죽이고 싶을 것 같아요. 물론 벤허의 성격에 메셀라를 모욕하기 위해 한 말은 아니겠지만, 제가 가장 말하고 싶지 않던 부끄러운 과거를 들춰내는 거잖아요. 다른 두 친구(민우혁, 최우혁)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는 이 부분에서 가장 그랬어요. 사실 메셀라는 벤허를 그렇게 증오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만약 벤허를 증오했다면 그 시대의 법에 따라 벤허 뿐만 아니라 가문 전체에 책임을 물게 해서 모두를 처형했을 거에요. 그래서 나름의 선의를 베푼 건데 벤허가 더 큰 권력을 얻고 돌아와선 제 상관에게 저의 행동을 고발하며 수치스러운 과거를 언급한 거에요. 거기서부터 변하기 시작하는 거죠.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살려줬는데 네가 감히? 하고 불이 당겨지는 거죠.

흔한 말로 '핀트 나가는' 지점이다(웃음).

ㄴ 그런 포인트가 있어야 하는데 제 생각엔 딱 그 지점인 것 같아요.

[문화 人] 박민성 "비판도 칭찬도 모두 받는 게 배우죠" (인터뷰)로 이어집니다.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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