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 ▶ [문화 人] '남한산성' 박해일 "이병헌·김윤석 선배 때문에 동공지진이?" ① 에서 이어집니다.

* 본 기사는 영화 '남한산성'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명길'(이병헌)과 '김상헌'(김윤석)이 완전히 다른 의견으로 대립한다. 어느 쪽에 힘을 더 실어주고 싶은가?
ㄴ 인터뷰 때마다 같은 질문이 온다.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양해를 구하고 싶다. 이 이야기를 오로지 관객분들에게 어떤 간섭도 없이, 이 비등비등한 신념을 가진 신하의 이야기를 내 방향에서 보여드리고 싶었다. 보시고 나서 그분들이 생각하는 것을 내가 더 듣고 싶다. 나는 유보를 하고 싶은 입장이다. 이 영화에서는 그 부분이 큰 지점인데, 역사적 사실이 있기 때문에 보시는 분들이 느끼게 하고 싶다.

그렇다면 '인조'를 어떻게 보여주고 싶었나?
ㄴ 역사적 평가가 있다. 그 부분도 넘기고 싶은데, 굳이 이야기해야 한다면, 영화는 이런 방식을 채택했다. 47일 만에 치고 들어오고, 피신해서 자리를 잡았는데, 여기서부터 '인조'라는 역사적 평가를 한다면, '인조' 캐릭터의 감정과 자세, 톤을 어떤 방식으로 보여줄까로 고민을 했다. 무능하면 무능함이라는 부분을 일차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으로 시작할 것인지, 절제된 톤으로 신하들과 커다란 파도의 출렁임을 보일 것인지를 고민했고, 후자를 택하면서 조절을 했다.

여기에 조정의 어떤 사안들에서 대의, 실리, 명분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아가면서 헤쳐가려는 목적이 있다면, 그 선택을 마련해서 지시를 내리고, 전쟁 여부를 결정한다. 격서를 내보내게 된다. 청한테 메시지를 정하는 선택의 방식을 누구나 알고 있는 그 캐릭터 '인조'를 통해서 보여주려 했다. 성벽을 지키는 군사들에게 가마니를 줬다가, 다시 뺏어서 말에게 먹이고, 그 말이 죽고 말고기를 백성에게 주는 어처구니없는 지점을 관객이 보며, 말 그대로 한 나라를 다스리는 오더를 평가하게끔 했다. 전쟁도 마찬가지인데, 그런 식으로 보여주고 있는 생각이 들었다.

 

'인조'의 그런 성격이 자신의 성격과 닮았다고 생각하는가?
ㄴ 황동혁 감독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우유부단한 구석과 연약하고 유약한 그런 지점에 대해 표현도 하셨는데, 나한테 없는 부분은 아니라고 했다. 삼자가 보는 게 정확한데, 그게 다라고 보기엔 그렇다. 한 사람에게 여러 표현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배우가 그 성격을 활용하기 위해 확대해서 캐릭터를 만드는데, 성격 자체의 감각이 너무 느리거나, 빠를 때도 어찌할지 모르는 그런 단정 짓기 어려운 무언가가 있다. 어떤 작품에서 쓰일 수 있나 가보는 것뿐이다.

영화를 보면 진짜 입김이 나오던데, 어느 정도 추위였나?
ㄴ 캐스팅이 되고 나서, 감독님과 다른 배우들과 밥을 먹을 때 '행궁 촬영 장면이 자주 나오고 중요하니, 세트 바닥에 전기 패널을 깔면 어떻겠냐'라고 아이디어를 냈다. 나름 나만 좋자고 한 것이 아니라, 모든 배우와 스태프가 평창 동계올림픽 열리는 강원도 평창이라는 추운 곳에 가서 고된 촬영을 하니 티를 안 나고 가면 어떻겠냐고 말했다. 감독님이 바로 웃으면서 미소를 지었는데, 이게 먹혔다고 생각했다. 진짜 보이지 않게 모든 이들에게 혜택을 내가 준다고 생각했지만, 없었다.

도리어 감독님은 입김이 보여야 한다고 촬영을 할 때 문을 다 열라고 하셨다. 영하인데 효과는 확실했다. 우둔했고, 내가 이미 '인조'가 된 것 같은 상태였다. 감정이 100으로 나왔다고 친다면, 혹한의 시기를 영화적 배경으로 보여주면서 그 인물이 느낀 추위의 감정은 그 배가 됐다. 버티는 개념의 모습이 자주 보였다. 감독님은 그것을 원했고, 실내 세트가 아니라 강원도 평창 대지에 세트를 짓고 배우를 넣었는데 낯선 촬영이었다. 감독님이 '핫팩'까지는 용인해주셨다. 사극 복장이 배우에게 겨울이 유리한 방식이다. 유럽으로 가면 단단히 조이는데, 우리는 여백이 많아서 핫팩을 쓸 공간이 있다.

 

촬영 중 에피소드가 있다면?
ㄴ 산 중턱에 이병헌 선배님과 세자를 보내야 할지, 침소에서 화롯불을 쬐고 그 방법을 논의하는 장면이 초반에 있었다. 밤에 개가 계속 짖었다. 5번 정도 조용할 때까지 기다려서 오케이 하려고 했지만, 그게 안 됐다. 제작부가 산 중턱을 가보겠다는 무전을 했다. 일단 찍어봤는데, 개가 안 짖으니 이제는 닭이 울었다. 그래서 20번 넘게 촬영을 갔다. "닭, 개 다 잡았습니다. 가세요"라는 무전이 왔는데, 20번 정도 촬영을 하면 배우가 그 감정을 담아 대사를 치는데, '닭, 개 소리가 왜 안 나지'라는 생각이 나면서 집중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초반에 '쉽지 않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촬영하면서 작품이 주는 힘과 명성, 아니면 배우와 스태프 중 어떤 부분에 의지가 됐는가?
ㄴ 나는 한 부분이라고 이야기하지 못하겠다. 모든 것을 고려했다. 결과적으로 내가 해내야 하는 부분에서 선택했다. 어떤 것에 기대서 간다면 촬영하는 와중에 다 드러나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할 수 없는 포지션이 있다고 봤다. 끝날 때까지 버텨낼 수 힘과 촬영에 집중해야 하는 것은 내가 결정하는 부분이 있었다.

추석 연휴에 개봉하다 보니 기대감이 클 것 같다.
ㄴ 기대감이 솔직하게 크다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관객분들이 많이 오는 것은 어떤 작품을 찍던 마찬가지의 바람이다. '남한산성'은 정통사극으로 톤앤매너가 있고,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서 끊임없이 생산되는 장르다. 목적을 가지고 예산을 쓰면서, 관객분들에게 애써 드러내지 않아도 될 한 나라의 역사를 보여주는 게 큰 도전이라 생각이 든다.

산업의 기반을 둔 영화라는 매체에서, 황동혁 감독이 좋은 시기에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만들었고, 보여드리고 싶은 느낌이 정확하게 나왔다. 김윤석, 이병헌 선배가 한 스크린 안에서 만나기도 역시 쉽지 않은데, 그것 또한 이 영화가 가진 매력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지점이 아닐까 싶고, 궁금함이 있다.

▲ 영화 '남한산성'의 한 장면 ⓒ CJ 엔터테인먼트

그렇다면 '남한산성'의 어떤 매력을 관객에게 선사하고 싶나?
ㄴ 세계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가슴 아픈 역사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한 나라를 다스리는 입장에서 한 인물이 분명한 과오를 역사에 남기는 상황은 항상 있었다. 그래서 백성들이 참혹하게 상처를 받는다. 그것은 역사의 굴레라 생각한다. 이 또한 포함되어 있지만, 그것을 직시하고 목도한다면, 영화가 희망이 있다고 봤다. 그 감도는 모르겠다. 그것까지 보시고 나면 뭔가 지금 앞을 내다보실 수 있는 시점이 있을 것 같다.

영화의 마지막을 보면, 감독의 의도를 잘 알 수 있다. 대장장이 '날쇠'(고수)와 '나루'(조아인)가 봄에 등장할 때, 민들레도 피고, 연도 날리러 가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현재 서울 송파구에 있는 '삼전도비'를 그대로 보여주는데, 그것 또한 잔잔한 울림을 전해줄 것이다.

아무래도 '동북아시아'라는 말이 처음부터 등장하며, 현재 '동북아시아' 정세가 떠오르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작품을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봤다.
ㄴ 분명히 그런 이야기를 하실 관객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접근하지 않으셔도 가슴 아파서 서러워할 관객도 있을 것이라 본다. 그래서 후기를 좀 더 많이 보고 듣고 싶다. 그렇다면 지금 이 영화를 만들 이유가 생기고, 만족스러운 지점이 있을 것이라 본다.

mir@mhnew.com 사진ⓒ문화뉴스 MHN 이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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