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장기영 기자] 18일 오후 2시 CJ 아지트 대학로서 뮤지컬 '앤'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50분의 주요장면 시연과 기자간담회로 진행된 이번 프레스콜에는 극작, 연출, 출연을 동시에 맡은 극단 걸판 대표 최현미와 음악감독 박기태, 배우 차준호, 송영미, 신정은, 임찬민, 서대흥, 조혜령, 이빛나, 우현용, 유원경, 조흠이 참석했다.

뮤지컬 '앤'은 은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연작소설 앤 가운데 1권 '녹색 지붕의 앤'(Anne of Green Gables)을 원작으로 한다. 걸판여고 연극반이 정기공연으로 '빨강 머리 앤'을 결정하면서 생기는 소동을 명랑하고 유쾌하게 그린다. 

18곡의 창작곡과 재기 발랄한 안무와 무대장치가 돋보이는 뮤지컬 '앤'은 극단걸판 단원들의 안정적인 연기력이 더해져 완성도 있는 작품으로 돌아왔다. 이번 작품은 '앤'의 성장 시점을 3개로 나눠 3명의 배우가 앤을 연기하는데, '앤'의 다양한 모습을 만날 수 있는 것이 이 작품의 관람 포인트이다. 

작, 연출에는 극단걸판의 대표이자 배우인 최현미가, 작곡·편곡·음악감독에는 박기태 작곡가가 참여했다. 뮤지컬 '앤'은 2015년 서울 구로구, 2016년 경기 안산과 구리에서 공연된 명랑음악극 버전이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CJ문화재단 2017스테이지업 공간지원사업에 선정돼 처음 대학로서 공연을 올리게 된 극단걸판 식구들은 어떤 마음으로 공연에 임하고 있을까?

다음은 프레스콜서 전해진 극단걸판 단원들의 소감 및 작품에 대한 뒷이야기다.

 

 

왜 극중극 형식을 택했는지?

└ 최현미 : 작품 첫 개발 앞두고 제작진과 얘기할 때, 극단이 가지고 있는 인프라 내에서, 그리고 적은 제작비로 만들 수 있는 극의 설정을 생각했다. 그러다 여고 연극반이 연극 공연을 준비하는 것으로 하게 됐다. 그렇게 설정하면 세트 장치나 무대 미술이 많지 않아도 표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넘버 중에 앤이 프린스 에드워드 섬 오기 전까지의 이야기를 드러내는 곡이 있다. 앤이 여기 올 때의 감정을 탐구하는 노래다. 그 노래가 시작되면서 학생들이 앤을 돌아가면서 하게 된다. 앤은 초록 지붕 집에 오기 전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여기저기 떠돌다가 고아원에 간다. 앤에게는 산에 외친 자신의 메아리가 친구이고, 유리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친구였다. 자기 자신을 친구로 만들 수밖에 없던 아이가 다이애나와 부모 같은 마릴라와 매슈를 만난다. 이 아이가 성장하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세 명의 학생이 각 나이대의 앤을 맡는다.

 

'앤' 원작의 분량은 방대하다. 어떤 부분에 힘을 줘 각색했나?

└ 최현미 : 앤이 벌인 실수들이 정말 많다. 처음에는 추려나가기 힘들었지만, 앤의 삶에서 세 시기를 나누니 명료해졌다. 초록 지붕에서의 앤, 학교 다니는 앤, 도시에서 새로운 꿈꾸는 앤, 이렇게 세 단락을 나눠 여기에 가장 부합되는 장면을 찾았다. 희망을 품으며 성장하는 아이로 보이길 바랐다.

 

'빨강 머리 앤'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있다면?

└ 최현미 : 처음에는 무조건 '명랑'하고 싶었다. 우리는 경기도 안산에서 13년째 연극하는 팀이다. 당시 굉장히 슬픔에 잠기고 우울할 때였다. 2014년이 가고 2015년이 지나면서 '언젠가 사람들이 마음껏 웃을 수 있게 됐을 때, 마음껏 웃을 수 있는 작품을 준비하자'는 마음이 들었다. 

명랑하고, 가족들 함께 볼 수 있고, 아이들을 소중하게 여길 수 있는 작품. 그런 명랑한 것 떠올리다가 '앤'이 생각났다. '허클베리 핀'도 떠오르긴 했는데 아무래도 그로테스크한 면이 있었다. 

그리고 앤을 통해 명랑한 여성들의 목소리를 드러내고자 했다. 그동안 사람들이 많이 보지 못했던 부분을 보게 하기 위해, 여배우들을 많이 출연시켰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앤'을 선택했다.

목요일 오후 4시 공연에는 5세 아이들도 볼 수 있게 하고 있다. 가족들이 함께 볼 수 있었으면 한다. 가족들에게 좋은 추억 선사할 수 있는 공연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극단걸판 최현미 대표

마당극,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를 도전하고 있다. 극단 걸판 내에 '걸판 X'가 있다고 아는데, 이들은 뮤지컬 전문 팀인가?

└ 최현미 : '걸판 X'는 오세혁 연출, 박기태 작곡가, 그리고 제가 작가로 모인 팀이다. 셋이서 함께 새 작품 하고자 만들었다. 외부와 접점 가질 수 있는 팀 만들어보자며 만든 팀이다. 우리가 성장하면 극단 단원들이 더 다양한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창작' 중심으로 작품 활동을 하는 프로젝트 팀이다. 

마당극 중심으로 공연하다가 2011년부터 극장으로 들어오는 작업을 진행했다. 마당극은 행인을 대상으로 하는 공연이니 관심 끄는 것이 중요하다. 연극도 비슷하다. 극장 안과 마당이 그리 다르지 않다. 우리가 처음으로 극장 안에서 장기 공연했던 게 '그와 그녀의 옷장'이었다. 거기도 노래가 2-3곡 정도다. 이후 연극작업에도 넘버를 넣기 시작했다. 

마침 음악작업 하기 위해 서울에 올라왔던 박기태 작곡가와 알던 사이였다. 연극 '분노의 포도', '늙은 소년들의 왕국', '페스트'에서 노래를 3곡씩 넣어 음악극을 만들었다. 박기태 작곡가가 노래 뿐 아니라, 극에 들어가는 BGM도 새로 창작해줬다. 음악적 요소를 연극에 계속 넣는 작업을 해왔다. 창단 13년 째라 관록 있는, 나이 많은 배우들이 우리 주변에는 없었다. 내가 제일 나이가 많다. 차준호 선배님은 외부에서 모셔왔다. 그래서 우리를 점프시켜줄 만한 것이 음악이라 생각했다. 그러다보니 우리 힘으로 뮤지컬 만들 수 있게 됐고, 하다 보니 '앤'을 만들게 됐다.

└ 박기태 : '걸판 X'는 실체가 없다고 생각하시면 된다(웃음). 재작년에 창작진 따로 꾸리려고 했는데 내게 참 중요한 '걸판'이라는 큰 조직을 놓치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겼다. 지금은 걸판에서 창작 작업을 진행하며, 외부 작업도 하고 있다. 현재 내가 생각하기에는 더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극단은 안정적 플랫폼 작업이 가능하게 한다. 한 예술가로서 축복받고 감사한 일이라 생각한다. 사실 작품 올라가는 것 자체에 운과 많은 노력이 필요한데, 나는 '걸판'이라는 든든한 플랫폼이 있어서 감사히 작업하고 있다. 워낙 걸판이 바쁘다 보니, 걸판 작업만 해도 시간이 벅차다. 이분들이 매년 창작 작품을 몇 편씩 올리기 때문이다. 걸판과 하는 창작 작업이 행복하다. 다른 욕심도 있긴 하지만, 일단 현재는 걸판 작업 중심으로 생각하고 있다.

'앤'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신경 썼던 것은 온 가족이 다 함께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너무 어린 아이들에게만 초점 맞추지 않는 작품, 음악적으로도 고급스러움과 어려움, 그리고 유치함을 피하고 싶었다. 관객들이 돌아가면서 몇 마디라도 흥얼거리며 나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곡들을 만들었다.

 

 

앤(ANNE)은 자신의 이름이 'ANN'으로 쓰일 때마다 끝 철자 'E'를 강조하는 소녀다. 왜 그럴까?

└ 송영미 : 내가 맡은 어린 앤은 외톨이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 산에 울리는 본인의 목소리인 메아리와 노는 아이다. 앤은 자기밖에 없고 자신만 소중한 아이이기 때문에 'e'가 완벽히 표현되는 것에 중점을 두지 않았을까.

└ 신정은 : 'e'는 앤의 자기정체성 같다. 남들이 보기엔 별 것 아닌 알파벳이다. 그러나 사람마다 본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있다. 그걸 남들이 별거 아니라고 치부해버리면 엄청 속상하다. 마지막 'e'는 앤의 정체성이다.

└ 임찬민 : 내가 맡은 앤은, '빨강 머리 앤'의 팬이 아니면 거의 기억하지 못 하는 모습이다. 앤의 '꿋꿋함'은 외로움 속에서도 앤을 지켜나갔던 성격이다. 이 성격이 앤을 성숙하고 현명한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단 한 글자의 알파벳이다. 발음에서는 티가 안 나지만, 앤을 채우는 것이 'e'이다. 이 철자가 앤의 인생의 방점이라 생각한다.

 

차기작 '드롭스' 주인공도 여성이다. 여성이 부각되는 작품을 주로 하는가?

└ 최현미 : 12년 정도 연극하다보니, 나는 항상 누구의 엄마이거나 할머니이거나 누나, 여동생이었다. 언젠가 창단멤버끼리 술 마시다가, '이젠 내 이름 있는 역할하고 싶다'고 생각하며 말한 적 있다. '왜 남자 역할밖에 없지?'라는 고민을 계속하게 됐다. 

여자 주인공이 시련을 받는 인물로만 그려지는 게 아니라, 오롯한 인간으로서 입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 많지 않았다. 그런 고민 중에 좋은 여성 배우들이 많이 모이게 됐다. 마침 그 배우들이 노래도 다 잘했다. 그래서 이 친구들 데리고 뮤지컬 만들어야겠다 싶었다. 삼박자가 맞아 앤을 만들었다. 

차기작은 '드롭스'이긴 하지만, 그 후에는 '삼마미아'를 한다. '삼마미아'는 남성 배우 중심 뮤지컬이다. 걸판 작품 보신 분들 아시겠지만, '페스트', '늙은 소년들의 왕국'도 다 남성이 주인공이다. 무조건 여성 중심 작품만 하는 팀은 아니다. 작품마다 여성 배우, 남성 배우들이 주연과 조연을 돌아가며 한다.

대학로에서 앤은 처음 올린다. 소감은?

└ 송영미 : 안산, 구리에 올라갔을 때는 서울에 사는 분들이 많이 못 보셨는데 이제 많이들 오셔서 볼 수 있을 것 같아 행복하다.

└ 신정은 : 많은 분들이 밝은 기운 많이 받아 가시길 바란다.

└ 임찬민 : 작년부터 1년 정도 '앤'을 무대에 올렸다. 동료 배우들과 이 공연을 '대학로서 길게 하고 싶다'고 많이 말하고 다녔다. 송영미 배우가 '말하면 이뤄진다'고 했는데 신기하게도 '앤'이 꿈을 이루는 것처럼, 우리도 꿈에 다가선 것 같아 감회가 새롭다. 우리 에너지 모아 관객들에게 다가서고자 한다. '우리 작품이 따뜻하고 매력적인 작품으로 남길 바란다'는 꿈을 나도 이 자리에서 입 밖으로 얘기해보고자 한다.

└ 서대흥 : 우리가 좋은 콘텐츠를 가지고 있음에도 지리적 이유 때문에 많은 관객들이 보러 오시기 힘들었다. 그러다 보니 공연 기간도 짧아지기도 했다. 이제 서울 대학로서 공연하니 일반 관객뿐 아니라, 주변 지인들에게도 미안하지 않게 공연 홍보할 수 있게 돼 감사하다.

 

모두가 아는 원작. 연출과 극작할 때 중점적으로 접근한 부분?

└ 최현미 : 원래 앤은 10권이다. 그중 1권만 가지고 왔고, 여기서 앤의 여정을 어떻게 살려 보여드릴 수 있을까가 첫 번째 생각한 지점이다. 두 번째는 번역된 것을 똑같이 쓰지 않으려는 것이었다. 비슷한 단어더라도 다르게 쓰려고 했다. 사람들 기억 속에 있는 앤이 각각 다르기에, 앤도 3명으로 나눴다. 개성 있는 인물로 보여드리고 싶었고, 이 작품 자체가 한 인물을 위한 작품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판단은 관객들이 해주실 몫이다,
 

극단걸판만의 힘이 있다면?

└ 최현미 : '지금과 똑같지 말자'고 늘 생각해왔다. 마당극하면서 노동현장에 자주 갔다. 반월공단, 시화공단 등에서 찾아가는 콘서트를 했는데, 그곳 직원식당서 공연하며 그들의 담백한 박수를 받아본 적 있다. 힘들게 작업하시는 분들이다 보니 무대를 향한 박수나 웃음이 익숙지 않은 분들이라 들었다. 그분들께 받는 박수가 그렇게 행복했다. 그러다 여기에 안주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일상에는 사람들이 정해놓은 선과 경계들이 참 많다. 그러나 '우리는 경계를 잘 넘어 다니자'고 되뇌며 공연해왔다. 지금도 걸판이 가장 잘하는 것이 뭐라고 묻는다면 확정지어 답할 수 없다. 현재 이 배우들과 2, 3년 뮤지컬 작업을 하고 있지만, 또 안주하는 것 같으면 경계를 넘고자 한다. 그게 걸판 공연의 매력이 됐으면 한다.

 

'앤' 역을 맡은 세 배우 (왼쪽부터) 임찬민, 신정은, 송영미 배우

각오 한 마디씩.

└ 차준호 : 배우들 중 가장 연장자다. 작품 끝날 때까지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 수도 있겠지만, 후배들과 관객들과 함께 서로 힘을 주고받는 공연 만들어 가겠다.

└ 이빛나 : 내가 신나야 에너지가 많이 나오는 것 같다. 다 같이 신나게 즐기면서 공연하면 관객들도 즐겨주실 거라 믿는다. 신나게 끝까지 파이팅 하겠다.

└ 우현용 : 공연이 보름 정도 남았다. '앤' 찾아와주시는 분들과 함께 행복한 순간을 가지도록 하겠다. 열심히 하겠다.

└ 서대흥 : 공연 마지막까지 우리 특유의 명랑함으로 보여드리고자 한다. 다음에는 관객들이 우릴 보러 안산으로 찾아와주실 수 있게끔 공연하겠다.

└ 조혜령 : 요즘 관객들 똑똑하셔서 다 하나하나 알고 느끼실 거라 생각한다. 배우가 '척'만 하면 다 아실 거다. 걸판 시작부터 '앤'을 만나고 서울에 들어온 과정을, 거기서 느낀 매 순간의 첫 마음들을 31일까지 잊지 않겠다. 첫 마음으로 매번 관객들과 만나겠다.

└ 임찬민 : '앤'의 원작, 소설, 애니메이션 모두 사랑하시는 것처럼, 우리 뮤지컬 '앤'도 사랑하실 수 있도록 매순간 최선 다하겠다.

└ 신정은 : 기억나실 수 있도록 열과 성의를 다하겠다.

└ 송영미 : 한 회 한 회 모두 관객들이 뿌듯할 수 있도록, 배우들 지치지 않고 노력하겠다. 지켜봐 달라.

└ 최현미 : 꾸미려고 하지 않고 그대로 왔다. 대학로로 들어오며 다른 배우들을 추가할까 하는 마음 있었지만, 그냥 저희끼리 왔다. 이 모습이 다르게 비춰지지 않게 우리의 솔직한 민낯, 우리만의 당당한 색깔로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

└ 박기태 : 우리 작품의 장점, 미흡한 점 모두 있다. 워낙 명작이라 전 세계에 '앤' 뮤지컬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건방지게 들릴 수도 있지만, 적어도 한국에서의 뮤지컬 '앤'을 생각할 때는 '앤은 걸판이 잘 해'라고 생각하셨으면 좋겠다.

└ 조흠 : 31일까지 매 순간 정성 다해 열심히 노력하겠다.

└ 류원경 : 이것이 걸판이다! 걸판의 힘 보여드리도록 하겠다.

key000@mhns.co.kr 사진ⓒ문화뉴스 MHN 이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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