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강 마지막 날, 배명-경주-경북고 16강행 막차 탑승

▲ 연장전 승리 후 동문/학부모들이 불러 주는 교가에 박수 치며 호응하는 경주고 선수단. 사진ⓒ김현희 기자

[문화뉴스 MHN 김현희 기자] 조선일보와 스포츠조선, 그리고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공동 주최하는 제72회 청룡기 쟁탈 전국 고교야구 선수권대회 겸 2017 후반기 주말리그 왕중왕전(이하 청룡기 선수권) 32강전에서 배명고, 경주고, 경북고가 각각 승리했다.

8일, 오전 우천이 계속된 가운데서도 목동 야구장 그라운드를 정비하면서까지 열린 청룡기 선수권 7일 째 경기에서 배명고가 부산고에, 경주고가 대구상원고에, 경북고가 전주고에 승리하며, 각각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휘문고와 광주동성고의 제4경기는 우천으로 인하여 다음 날 첫 경기로 재 배정됐다.

제1경기 : 서울 배명고등학교 11-8 부산고등학교

▲ 대회 7호 홈런의 주인공 곽빈(사진 좌)과 4안타를 몰아 친 양영수(사진 우). 사진ⓒ김현희 기자

당초 양 교의 경기는 객관적인 전력의 우세냐(배명고), 황금사자기 조기 탈락의 충격으로 잔뜩 독이 오른 쪽의 우세냐(부산고)의 싸움이었다. 초반에는 '독'이 바짝 오른 부산고의 선전이 이어졌지만, 중반부터 경기 양상이 뒤집어지면서 배명고의 완승으로 끝이 났다. 선취점은 부산고의 몫이었다. 부산고는 1회 말 공격서 4번 김원준의 좌중간 가르는 2타점 2루타를 기록한 데 이어 상대 폭투로 한 점을 더 추가하며, 기선을 제압했다. 이에 배명고도 2회 초 1사 3루서 역시 상대 폭투로 1점을 추격했다. 이후 4회 초 반격에서는 2사 이후 9번 이성준의 밀어내기에 이어 1번 양영수가 싹쓸이 3타점 2루타를 기록, 단숨에 경기를 뒤집었다. 배명고는 5회 말 수비서 한 점을 내줬지만, 6회 초 공격서 대타 김형민의 적시타로 다시 한 점을 더 달아났다. 그리고 8회 초 공격에서는 상대 실책과 2번 염민욱의 적시타, 그리고 3번 곽빈의 좌측 담장 넘기는 투런 홈런으로 빅 이닝을 만들어냈다. 대회 7호 홈런. 부산고는 8회 말 공수 교대 이후 투수 겸 5번 타자로 교체 출장한 이원빈의 희생 플라이를 시작으로 대타 이창훈과 8번 조동성의 연속 적시타 등으로 넉 점을 추가했지만, 경기를 뒤집지는 못했다. 마운드에서는 마무리 투수로 나선 곽빈이 146~149km를 넘나드는 빠른 볼로 1과 2/3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한 남가현이 3과 1/3이닝 1실점 투구를 선보이며, 승리 투수로 기록됐다.

제2경기 : 경북 경주고등학교 7-5 대구 상원고등학교(11회 연장)

같은 경상지역에서 이미 맞대결을 펼친 바 있던 양 팀이 다시 청룡 본선 무대에서 만났다. 그 결과는 치열한 연장 승부까지 이어졌고, 집중력에서 앞선 경주고가 11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상원고의 추격을 7-4로 물리쳤다. 경주고는 1회 초 1사 2, 3루 찬스에서 4번 백현종이 좌전 적시타를 기록, 기선을 제압했다. 그러자 상원고도 1회 말 반격서 상대 폭투로 동점을 만든 데 이어 1사 3루서 4번 오승택이 좌익수 희생 플라이를 기록, 역전에 성공했다. 오승택은 2회 말 공격에서도 2사 이후 중전 적시타를 기록하며, 혼자 2타점을 만들어냈다. 초반까지 별다른 기회를 갖지 못했던 경주고는 5회 초 1사 2루에서 2번 조원빈이 좌중간 가르는 1타점 2루타를 기록한 데 이어 3루 도루 시도 때 상대 포수 송구 에러가 겹치며 단숨에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양 팀은 정규 이닝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한 채 연장 승부치기까지 이어졌다. 10회 초, 말 공격서 각각 한 점을 득점하는 데 그친 양 팀의 균형은 11회 가서야 깨졌다. 1사 만루서 이 날 안타가 없던 8번 최동욱이 좌중간 가르는 인정 2루타로 두 점을 다시 앞서간 것. 여기에 1번 이진호도 중견수 희생 플라이를 기록하며, 점수 차이를 벌렸다. 반면 상원고는 11회 말 반격서 9반 정성훈의 좌익수 희생 플라이로 한 점을 만회하는 데 그쳤다. 마운드에서는 경주고 에이스 김영범의 호투가 빛났다. 김영범은 9회 말 수비서 129개의 투구수로 교체될 때까지 상원고 타선에 6피안타 3실점하며, 팀 승리에 교두보를 놨다. 남은 이닝은 또 다른 3학년 이상수가 깨끗이 마무리하면서 청룡기 첫 승을 신고했다.

▲ 경북고 라인업에서 최고의 활약을 선보인 배지환(사진 좌)-배성렬(사진 우) 듀오. 사진ⓒ김현희 기자

제3경기 : 대구 경북고등학교 11-3 전북 전주고등학교(8회 콜드)

투-타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 준 경북고가 전주고의 추격을 8회 콜드로 물리치고 16강에 올랐다. 경북고는 1회 말 1사 1루서 3번 배지환이 중견수 키를 넘기는 3루타를 기록하며, 1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이어 2사 2, 3루에서는 6번 배성렬이 유격수 키를 넘기는 텍사스 히트로 2타점을 올렸다. 그러나 전주고도 3회 공격서 5번 신홍서의 땅볼로 한 점을 추격한 데 이어 5회 초 2사 2, 3루에서는 4번 박대범이 우익수 앞 텍사스 히트를 기록, 동점을 만들며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다. 그러나 경북고가 7회 말 2사 1, 2루서 4번 배현호의 우전 적시타와 6번 배성렬의 밀어내기로 추가점을 내며 다시 앞서 나갔다. 그리고 8회 말 공격에서는 투수 보크와 상대 수비 실책, 5번 김윤수의 적시타 등을 묶어 다시 3득점, 승리를 굳혔다. 여기에 6번 배성렬이 다시 좌측 담장 넘기는 쓰리런 홈런을 작렬(대회 8호), 팀의 두 번째 콜드 게임을 완성했다. 마운드에서는 경북고 장신 우완 김태우가 7이닝 6피안타 3실점 7K 호투를 선보이며, 대회 첫 승을 신고했다.

※ 청룡기 선수권 주요 히어로(MVP)

배명고 올라운더 곽빈-외야수 양영수 듀오 : 부산고와의 32강전을 '지배한' 사나이들이다. 이번 1차 지명에서 두산의 선택을 받은 곽빈은 왜 프로구단이 자신을 주목할 수밖에 없는지 스스로 증명해 보였다. 내내 무안타에 머물다가 부산고에서 에이스 이원빈이 나오자 여지 없이 방망이를 돌려 대회 7호 홈런을 만들어냈다. 후반기 주말리그 첫 경기에서도 청원의 에이스 조성훈을 상대로 홈런을 기록하는 등 유독 상대 에이스들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 투수로는 최고 149km에 이르는 빠른 볼로 부산고 타선을 압도, 경기를 마무리했다. 공교롭게도 곽빈은 타자로 나선 경기에서 상대 에이스들을 상대로 홈런포를 뽑아냈다. 후반기 주말리그에서는 청원의 에이스 조성훈, 그리고 청룡기에서는 부산의 에이스 이원빈을 상대로 큼지막한 아치를 그려낸 것. 이에 대해 곽빈은 "자존심 문제 아닌가? 당연히 더 집중하게 된다."라며, 홈런의 비결을 밝히기도 했다.

▲ 대구 상원고와의 지역 라이벌전 매치업에서 129구 호투를 선보인 경주고 에이스 김영범. 사진ⓒ김현희 기자

리드 오프로 나선 양영수는 그야말로 '인생 게임'을 펼쳤다. 4안타와 3타점은 오늘 경기 팀내 최다 기록이다. 경기 직후에는 "운이 좋았을 뿐"이라며 겸손함을 드러내 보였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타구가 모두 고른 방향으로 뻗어 나갔다. 두 개의 2루타는 좌측 방향, 두 개의 안타는 중견수/우익수 방향으로 갔다. 이 정도 타격 페이스라면, 중심타선이 강한 배명고 특성상 매 경기 대량 득점을 이어갈 수 있다.

경주고 투수 김영범 : 마치 영화 '반지의 제왕'이 떠오르는 듯하다. 경주고를 이끄는 '절대 에이스'가 다름 아닌 김영범이기 때문이다. 전반기에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등판 기회를 많이 갖지 못했지만, 후반기에 부쩍 힘을 내며, 모교의 청룡기 본선행을 이끌었다. 그리고 그 본선무대에서 맞은 첫 번째 상대가 지역 라이벌 대구 상원고였다. 초반에는 제구에 애를 먹으며 3실점을 허용했지만, 9회 원 아웃까지 추가 실점하지 않으며, 팀 승리에 교두보를 놓았다. 초반 실점 이후 맞춰 잡자는 생각으로 피칭에 임했다는 김영범은 롤 모델로 LG 트윈스의 김지용을 뽑았다. 129개 투구수를 기록한 탓에 16강전에서는 선발로 던지지 못하겠지만, 얼마든지 구원으로 나와서 위기 상황을 극복하겠다는 각오를 선보였다.

경북고 유격수 배지환-2학년 배성렬 듀오 : 2017 고교 유격수 4천왕 중 가장 빼어난 모습을 보이는 배지환은 그라운드의 '싸움닭'이다. 본인의 장기를 이용하여 출루에 성공하면 담담한 모습을 보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왜 이것밖에 못했을까?'라는 자책감에 자신을 끊임없이 채찍질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오늘 경기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을 듯 보인다. 멀티 히트 포함하여 다섯 번 타석에 들어서며 무려 네 번이나 출루했기 때문. 특유의 빠른 발을 앞세워 두 번의 도루를 성공시킨 점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이 정도면, 청소년 국가대표 팀에서도 리드오프 겸 유격수를 맡길 만하다. 경기 직후 만난 배지환은 밝은 표정으로 "대표팀에서도 나라를 대표한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당찬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 김일엽 코치로부터 홈런볼을 건네 받은 후 기뻐하는 배성렬. 사진ⓒ김현희 기자

한편, 선발 6번 지명타자로 출장한 배성렬은 황금사자기에 이어 본선 두 대회 연속 홈런 기록을 세웠다. 최종 성적은 4타수 3안타 6타점. 6타점 중 3타점은 콜드게임의 완성을 알린 쓰리런 홈런이었다. 볼카운트 원 스트라이크 쓰리 볼에서 마음껏 노리고 쳤던 것이 주효했다. 배성렬 본인도 "아예 의식적으로 큰 것 한 방 노리고 타석에 들어섰다. 홈런 친 기념으로 3학년 형님들께 야식으로 라면 대접하겠다."라며, 깜짝 공약을 내걸었다. 이에 외야 불펜에서 배성렬의 홈런볼을 획득한 김일엽 투수코치는 "이거(홈런볼) 주는 대신, 우리는 뭐 없냐?"라고 진담 반 농담 반으로 이야기하자 배성렬은 주저 없이 "시원한 커피 한 잔씩 돌리겠습니다."라며 홈런볼을 건네 받았다. 내년에는 팀의 4번 타자로 '리틀 곽경문(삼성)' 소리를 들어야 할 인재로 성장한 셈이다.

서울 목동, eugenephil@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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