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김현희 기자] 조선일보와 스포츠조선, 그리고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공동 주최하는 제72회 청룡기 쟁탈 전국 고교야구 선수권대회 겸 2017 후반기 주말리그 왕중왕전(이하 청룡기 선수권) 32강전에서 안산공고, 제주고, 율곡고가 각각 승리했다.

칠월 칠석, 우천 예보가 발표된 가운데서도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청룡기 선수권 6일 째 경기에서 안산공고가 인천의 복병 제물포고에, 제주고가 강호 야탑고에, 율곡고가 황금사자기 1회전 돌풍의 주역 대전고에 승리하며, 각각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배명고와 부산고의 제4경기는 우천으로 인하여 다음 날 첫 경기로 재 배정됐다.

제1경기 : 경기 안산공업고등학교 8-2 인천 제물포고등학교

투-타에서 한 수 위 모습을 선보인 안산공고가 제물포고에 대승하며, 16강에 올랐다. 그러나 시원한 적시타에 의한 점수보다는 상대 에러에 편승한 점수 역시 적지 않았다. 1회부터 안산공고는 4번 추진호의 중전 적시타 등을 앞세워 타자 일순하며 4점을 선취했지만, 4점 모두 비자책으로 기록됐다. 세 차례 수비 실책이 결정적이었기 때문. 3회에 2번 조상현의 우전 적시타, 4회에 2연속 밀어내기 볼넷으로 두 점을 더 추가한 안산공고는 8회에 7번 이제안의 좌중간 1타점 2루타로 쐐기점을 냈다. 반면 제물포고는 수비 불안으로 좌완 에이스 하현호가 조기 강판된가운데, 2, 3회 공격서 각 한 점을 추가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마운드에서는 선발 전용주에 이어 3회부터 등판한 '꽃미남 장신투수' 정철원이 4와 2/3이닝 무실점 호투를 선보이며, 에이스 본능을 발휘했다.

제2경기 : 제주고등학교 5-3 경기 야탑고등학교

초반 기선제압에 성공한 제주고가 강호 야탑고에 승리하는 '이변'을 선보였다. 전반기에 에이스 역할을 했던 노윤상이 도개고로 전학을 간 어려운 상황 속에서 맞은 승리이기도 했다. 제주고는 1회 초 공격서 밀어내기 볼넷에 이은 7번 이도현의 2타점 중전 적시타로 3점을 선취,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그러자 야탑고도 4회 말 반격서 대타로 나온 6번 안인산의 2타점 좌선상 2루타로 추격을 시작한 데 이어 6회 말에 3번 김태원의 좌전 적시타로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러자 제주고는 곧바로 이어진 7회 초 반격서 9번 대타 유현의 좌전 적시타와 3번 정주원 땅볼 때 3루 주자가 홈을 밟으며 단숨에 2득점, 다시 리드를 가져왔다. 이후 제주고는 에이스로 부상한 천준범을 앞세워 야탑고 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승리를 챙겼다. 선발 김진섭에 이어 6회부터 등판한 천준범은 4이닝 4피안타 무실점 호투를 선보이며, 첫 승을 신고했다.

제3경기 : 경기 율곡고등학교 10-7 대전고등학교

서로 팀 컬러가 비슷한 양 팀의 맞대결에서 율곡고가 대역전승하며, 16강에 안착했다. 기선 제압은 대전고의 몫이었다. 대전고는 1회 말 공격서 2번 윤수녕의 3루타에 이은 3번 류구환의 내야 안타로 선취점을 낸 데 이어 6번 박준수의 유격수 방면 내야 안타, 7번 조항연의 스퀴즈 번트 등으로 무려 석 점이나 냈다. 에이스 신현수가 마운드를 지키고 있음을 감안해 보았을 때 초반 3점은 상당히 커 보였다. 2회와 3회에 걸쳐 양 팀이 추가점을 냈을 때만 해도 이러한 흐름이 지속되는 듯 싶었다. 그러나 율곡고가 5회 초 반격서 4번 최준호가 오랜 침묵을 깨는 2타점 2루타를 기록하면서 동점을 만들자 상황이 묘하게 흘러갔다. 대전고 역시 5회 말 공격서 6번 박준수의 우익수 희생 플라이를 앞세워 다시 앞서 나갔지만, 6회 초에 경기가 다시 뒤집어졌다. 1사 2, 3루에서 1번 김다운이 2타점 3루타를 작렬, 역전에 성공한 데 이어 2사 이후에는 3번 김철호가 우측 담장을 넘기는 투런 홈런을 기록한 것. 대회 6호 홈런.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8회 초 공격에서는 5번 유민후가 중견수 키를 넘기는 2타점 3루타를 기록하면서 굳히기에 들어갔다. 대전고는 9회 말 마지막 반격서 상대 와일드 피치와 5번 이윤오의 땅볼 등으로 두 점을 추격했지만, 경기를 뒤집지는 못했다. 마운드에서는 율곡의 에이스 김범수가 무려 10개의 안타와 3개의 사사구를 허용하면서 5실점했으나, 8이닝을 소화하면서 1승을 챙겼다.

※ 청룡기 선수권 주요 히어로(MVP)

안산공고 투수 정철원 : 현재 김도규와 함께 안산공고 마운드를 이끌고 있는 한 축이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잘 생긴 외모 덕분에 본 기자도 "프로에 가면, 많은 인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칭찬을 한 바 있다. 그러나 정작 정철원 본인은 "인기가 좀 없어도 좋으니, 야구를 더 잘 했으면 좋겠다."라는, 기대 이상의 답변을 하기도 했다. 투수로 등판하지 않는 날에는 아예 '응원 단장'으로 변신, 저학년들을 이끌고 타석에 들어선 선수들을 응원하기도 한다. 그러나 '견우직녀 데이'에 맞이한 32강전에서는 만만치 않았던 제물포고 타선을 4와 2/3이닝 동안 단 1안타(1사구)만을 내어주며, 4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선보였다. 또 다른 장신 에이스 김도규도 정상 컨디션을 선보이고 있는 가운데, 정철원까지 호투를 이어갈 경우, 안산공고가 이번 청룡기 선수권 최대 복병이 될 수 있다.

제주고 투수 천준범 : 후반기 주말리그에서 제주고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 방법은 없다. 어찌되었건 에이스 노윤상은 황금사자기에 이어 후반기에도 제주고 소속으로 뛰면서 제 몫을 다 했기 때문이었다. 팀의 대들보와 같았던 그가 전학을 선택하면서 성낙수 감독의 마음이 복잡해진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바로 이 순간, 천준범이 등장했다. 시즌 내내 제주고 마운드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다 했던 천준범은 강호 야탑고와의 청룡기 32강전에서 6회부터 등판, 60개의 투구 숫자로 상대 타선을 단 4피안타 1볼넷으로 틀어막으며, 무실점 호투를 선보였다. 천준범의 기대 이상 투구로 인하여 제주고는 제주도로 향하는 비행기 티켓 대신 서울에서 하루 더 숙박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율곡고 유격수 김철호 : 물론, 팀 승리에 바탕이 되었던 선수는 여럿 있다. 에이스 김범수가 8이닝을 꾸준히 소화해 주지 않았다면, 1번 김다운이 3안타를 기록하면서 공격의 첨병 역할을 하지 못했다면 오늘 같은 결과는 얻을 수 없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에 승리를 굳힌 이는 3번 타자 겸 유격수로 선발 출장한 김철호였다. 김철호는 제물포고와의 32강전에서 5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6회 초 공격에서는 팀 승리에 쐐기를 박는 2점 홈런을 기록, 팀의 16강행을 견인했다. 현재 율곡고 타자들 가운데 가장 기복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상대 투수들에게 가장 위협적인 타자임에는 틀림없다.

서울 목동, eugenephil@mhn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