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광고 강동우 모자의 애틋한 사연을 소개합니다.

▲ 다음 경기를 기다리는 세광고 선수단. 등번호 9번이 3학년 강동우다. 사진ⓒ김현희 기자

[문화뉴스 MHN 김현희 기자] 본 기자가 고교 야구 취재를 시작한 이후 늘 입버릇처럼 하는 이야기가 있다. 학생 야구는 어떠한 의미로 '절반 이상은 학부모님들께서 하시는 것’이라는 말. 주말리그나 황금사자기, 청룡기 선수권을 관람하기 위해 목동 구장을 찾는 야구팬들이라면 이러한 필자의 말에 어느 정도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학부모님들은 학생 선수들의 피붙이면서도 스폰서이며, 야구장에서 응원의 목소리를 높이는 아들들의 팬이기도 하다. 부모님 내외가 '1인 3역’을 하는 셈이다. 그리고 아들이 프로 구단에 입단하거나 직장을 구할 때에야 비로소 그 역할에서 자유로워진다.

관중들이 많이 없는 학생 야구에서 선수들은 보통 학부모들의 응원을 받고 용기를 얻는다. 경기 직후에는 엄마의 따뜻한 격려를 받고 또 힘을 낼 수도 있다. 그런데, "엄마, 야구장에 오지 않아도 돼."라며, 의외의 이야기를 하는 이도 있다. 물론 부모 입장에서는 상당히 서운하게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아들의 모습에 오히려 감동을 했다는 어머니도 있다. 세광고에서 야구를 하고 있는 외야수 강동우(3학년), 그리고 그런 아들을 묵묵히 뒤에서 바라봐 주는 어머니 이미옥씨의 작으면서도 큰 이야기는 바로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2안타 치고 돌아올게요 엄마!
그러니, 안 오셔도 돼요. 그냥 지켜만 봐 주세요.

따지고 보면, '엄마/어머니’의 존재는 아들이 무엇을 해도, 어떤 말을 해도 늘 아들 편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야구를 잘 해도, 못 해도 늘 '내 아들’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는 것이 인지 상정이다. 특히, 야구가 잘 되지 않는 날, 스트레스를 받아 하는 아들의 옆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어머니 입장에서 너무 가슴 아픈 일이다. 강동우 역시 마찬가지. 타고난 야구 센스, 그리고 부진을 만회하고자 하는 본인의 노력이 합쳐지면서 늘 기대 속에 타석에 들어서지만, 시즌 초반에는 안타를 치는 날보다 못 치는 날이 더 많았다. 그래서 늘 힘들어했고, 어떻게든 안타를 치고 싶은 '계기’를 만들기 위해 무엇이든지 하고 싶었다. 기온이 점차 상승할 무렵, 본 기자에게 상담 요청이 들어왔던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연습 외에도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해 보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 충남 보은에서 경기 직후 사진 촬영에 임한 강동우(사진 좌)와 포수 김형준(사진 우). 이러한 모습도 모두 기억 속에 남기고 싶어 하는 것이 어머니의 마음이다. 사진ⓒ김현희 기자

그렇다고 해서 기자가 야구 기술적인 문제를 조언해 줄 수는 없는 일. 보통 이럴 때에는 '인생 선배’의 입장에서 마인드 컨트롤을 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기자와 상담하는 모든 이들은 꼭 한 번쯤 들어봤음직한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시원하게 삼진 당할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서라."는 것. 안타를 쳐야 하는 타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역설적으로 들릴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언은 다른 이들이 "마음을 비워라,"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동일한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마음을 비워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을 가르쳐 주지 못하는 데에 있다. 아무리 잘 하는 타자도 10번 타석에 들어서 7번 실패하는 것(3할 타율)이 아주 자연스러운 것, 이것이 바로 야구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조언을 건넨다 해도 이를 '받아들여서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안타를 생산해 냈다면, 그것은 조언한 이가 잘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인 이가 더 잘한 것이다. 더 나아가 멀티 히트까지 만들게 된다면, 그 다음부터는 더욱 자신 있게 타격에 임하게 된다. 심리 상담이라는 것은 이렇게 간단하다. 강동우 역시 이러한 과정 속에서 기나 긴 무안타의 침묵에서 벗어난 바 있다. 황금사자기 첫 경기에서도 멀티 히트를 기록하는 등 초반 부진을 나름대로 극복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후반기에 다소 기복 있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 아쉬웠던 부분. 어머니 이미옥씨도 이 점을 감안, 목동 구장에서 아들을 응원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정작 아들은 "잘 될 거예요. 제가 알아서 잘 하고 갈게요. 서운해 하지 마시고, 저를 믿어주새요. 제 인생이니까 제가 잘 할게요. 남이 해 주는 것 아니니까 최선을 다 해 볼게요."라며, 오히려 서울로 굳이 올라오지 않아도 된다는 뜻을 전달했다. 이는 최근 학생야구에서 참 보기 드문 장면이기도 했다.

바로 그 세광고 강동우가 출전하는 경기가 오는 7일 오전 10시에 목동구장에서 열린다. 상대는 서울 지역의 복병 충암고. 과연 '애틋한 사연을 지닌’ 두 모자가 경기 이후에는 어떠한 모습으로 재회하게 될지 궁금해진다. 경기 결과를 떠나 그저 후회 없이, 최선을 다 하기를 기원한다. 그라운드와 더그아웃에 서 있는 학생 선수들 모두 다!

서울 목동, eugenephil@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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