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김현희 기자] 조선일보와 스포츠조선, 그리고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공동 주최하는 제72회 청룡기 쟁탈 전국 고교야구 선수권대회 겸 2017 후반기 주말리그 왕중왕전(이하 청룡기 선수권) 32강전에서 서울고, 강릉고, 군산상고, 덕수고가 각각 승리했다.

5일,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청룡기 선수권 4일 째 경기에서 서울고가 황금사자기 4강의 주인공 경남고에 승리한 데 이어 강릉고가 지난해 청룡기 선수권 8강의 주인인 신일고에 신승했고, 군산상고가 충훈고에, 우승 후보 덕수고가 청주고에 승리하며, 각각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제1경기 : 서울고등학교 6-3 부산 경남고등학교

올 시즌 '사전 탐색'격인 우수고교 초청 대회 결승전에서 만났던 양 팀이 청룡기에서 리턴 매치를 치렀다. 당시에는 서울고가 이재원의 활약에 힘입어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경남고로서는 설욕을 벼르고 있던 상황. 그런데, 이번에는 서울고 '야구 천재' 강백호의 벽에 막혔다. 서울고는 2회 초 공격서 상대 에이스 최민준의 제구 난조를 틈타 만루를 만들었고, 이 상황에서 7번 장민석이 1루수 옆을 빠져 나가는 2루타를 기록, 주자 두 명을 불러들였다. 이어 9번 장지환도 2타점 적시타를 기록한 데 이어 2번 양승혁의 스퀴즈까지 나오며, 단숨에 다섯 점을 선취했다. 이어 3회 초 공격에서는 4번 강백호가 향후 청소년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게 될 2학년 광속 사이드암 서준원의 147km 속구를 밀어쳐 우측 담장 넘기는 솔로 홈런을 작렬했다. 대회 5호째. 이 한 방으로 경기의 흐름은 완전히 서울고 쪽으로 기울어졌다. 경남고는 2회 말 정보근의 적시타를 비롯하여 9번 최원영이 땅볼로만 2타점을 기록하는 등 3점까지 따라붙었지만, 서울고가 마무리 투수로 강백호를 내면서 더 이상의 추가점을 내지 못했다. 4번 타자 겸 포수로 선발 출장했던 강백호는 타석에서 5타수 2안타 1홈런, 마운드에서 3이닝 3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하는 등 '팔방 미인'다운 모습을 선보였다. 선발 이교훈에 이어 두 번째로 등판한 고휘재가 2와 1/3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면서 승리 투수가 됐다. 특히, 강백호가 마운드에서 기록한 154km의 속구는 올해 안우진(휘문고, 넥센 1차 지명)에 이어 두 번째로 빠른 투구로 남게 됐다.

제2경기 : 강원 강릉고등학교 3-1 서울 신일고등학교

묘한 만남의 연속이었다. 강릉고 사령탑 최재호 감독은 부임 전까지 신일고 감독을 맡던 이였다. 그야말로 '옛 제자'들과 그라운드에서 오랜만에 다시 만난 셈이었다. 그리고 '우승 청부사' 최 감독은 제자들에게 '조직력의 힘'을 몸소 가르쳐주며, 강릉고의 16강행을 이끌었다. 선취점은 신일고의 몫이었다. 신일고는 1회 말 공격서 4번 추재현의 1타점 2루타로 한 점을 뽑으며, 기선을 제압했다. 그러나 리드의 기쁨은 오래 가지 않았다. 강릉고가 3회 초 공격서 1번 김현성의 좌전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었기 때문. 그리고 경기 중반, 강릉고가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내며, 역전에 성공했다. 살얼음판 리드를 이어가던 강릉고는 9회 초 마지막 공격에서 2번 김태훈의 3루타에 이은 3번 권민석의 내야 안타 때 3루 주자가 홈을 밟으며, 굳히기에 들어갔다. 마운드에서는 2학년 신승윤이 9이닝을 완투, 신일고 타선을 단 3피안타 1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임펙트있게 첫 승을 신고했다. 대회 첫 완투승.

제3경기 : 전북 군산상업고등학교 7-2 안양 충훈고등학교

투-타의 우위를 앞세운 군산상고가 충훈고에 완승하며, 황금사자기에 이어 두 개 대회 연속 16강에 올랐다. 군산상고는 1회 초 공격서 장대성의 우전 적시타와 임지훈의 희생 플라이를 묶어 2득점에 성공,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5회 초 공격에서는 상대 송구 에러에 편승하여 만든 찬스에서 또 다시 5번 임지훈이 2타점 중전 적시타를 기록하며, 점수 차이를 벌렸다. 8회 초 공격에서도 상대 송구 에러 등을 묶어 2득점, 경기를 마무리했다. 반면 충훈고는 6회와 7회에 박희찬, 한지만의 3루타로 두 점을 만회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마운드에서는 군산상고 선발 정영웅이 5이닝 4피안타(무사사구) 무실점, 6K 호투로 32강전 승리 투수가 됐다.

제4경기 : 서울 덕수고등학교 4-2 충북 청주고등학교

예상을 뒤엎는 접전이었다. 당초 투-타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선보이고 있는 덕수고의 완승이 예상됐으나, 청주고의 마운드 역시 생각 외로 만만치 않았다. 또한, 양 팀이 낸 여섯 점 중 적시타는 단 두 점밖에 없었다는 사실도 꽤 흥미로웠던 부분이었다. 청주고가 낸 선취점부터가 상대 폭투에 의한 것이었다. 청주고는 3회 초 2사 2, 3루서 덕수고 선발 박용민의 2연속 폭투로 두 점을 선취했다. 그러자 덕수고 역시 3회 말 1사 2루 찬스에서 상대 투수 서윤성의 와일드 피치 때 2루 주자 신승환이 홈을 밟으며 추격을 시작했다. 그리고 5회 말 반격에서는 신승환의 3루타에 이은 4번 남영재의 우전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이 날 경기 첫 번째 타점. 동점 상황에서 8회 말 공격에 들어 선 덕수고는 1사 2루서 2루 주자 이인혁의 3루 도루 시도 때 또 다시 서윤성이 폭투를 범하면서 그대로 주자가 홈을 밟았다. 그리고 이어진 2사 2루 상황에서 2학년 김주승이 우중간을 가르는 1타점 3루타를 만들어내면서 이 날 경기의 두 번째 타점을 신고했다. 마운드에서는 선발 박용민을 구원 등판한 사이드암 박동수가 4와 1/3이닝을 무실점으로 소화한 데 이어 8회부터 에이스 양창섭이 등판하여 2이닝 퍼펙트로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후반기 첫 등판을 청룡기 32강전에서 선보인 양창섭은 대회 첫 승을 신고하기도 했다.

※ 청룡기 선수권 주요 히어로(MVP)

서울고 올라운더 강백호 : 정말 말이 필요 없었다. 왜 1학년 때부터 실전에 투입될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왜 야구 천재라고 불릴 수밖에 없었는지를 여실히 증명해 보였다. 타석에서는 상대 에이스 서준원을 상대로 솔로 홈런 포함, 멀티 히트 경기를 만들었고, 포수로서도 도루 저지에 성공하는 등 팔방 미인다운 모습을 보였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오랜만에 마운드에도 올라 시속 154km(IB SPORTS 방송 기준)의 빠른 볼을 던지며 상대 타선을 압도했다. 여기에 강백호는 유난히 청룡기와 관련하여 즐거운 추억이 많다. 1학년 때에는 70회 선수권 대회에서 고척돔구장 개장 정식경기 첫 홈런의 주인공이 됐고, 지난해에는 내/외야, 투-타를 넘나들며 모교를 결승에까지 올려 놓기도 했다. 2년 전 그가 친 고척돔 1호 홈런볼은 조선일보 대표이사실에 영구 보존되어있다는 후문이다.

강릉고 투수 신승윤 : 당초 강릉고와 신일고의 경기는 객관적인 전력만 놓고 보면, 신일고의 근소한 우세로 점쳐졌다. 그러나 신일고 사령탑 시절, 하주석(한화)과 최동현(두산)을 키워 낸 '우승 청부사' 최재호 감독은 강릉에서 또 다른 다이아몬드 원석을 찾아냈다. 2학년 신승윤이 그 주인공이었다. 당초 '미완의 대기'로 평가됐던 신승윤은 올해보다 내년이 더 기대되는 인재로 손꼽혔다. 그러나 그 미완의 대기가 크게 '일'을 냈다. 강혁 감독의 지도를 받아 결코 만만치 않은 모습을 보였던 신일고 타선을 단 3피안타로 틀어막았기 때문. 그리고 추가로 에이스를 투입할 일 없이 스스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대회 1호 완투승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현재 페이스 대로라면, 사이드암 에이스 이믿음과 함께 강릉고를 '돌풍의 주인공'으로 만들 주역으로 손꼽힌다.

군산상고 투수 정영웅-내야수 김민수 듀오 : 경기 직후 군산상고 석수철 감독이 직접 수훈 선수로 지목했다. 팀 내에서 가장 많은 타점을 기록한 것은 임지훈이었지만, 이 둘의 활약 역시 가벼운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선발로 나선 정영웅은 5이닝을 소화, 충훈고 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사사구와 삼진. 6개의 탈삼진을 솎아내는 동안 사사구는 단 한 개도 허용하지 않았다. 정영웅이 마운드에서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이면서 석수철 감독도 에이스 임지훈과 좌완 권민수를 아낄 수 있었다. 경기 직후 만난 정영웅은 "솔직히 제구는 잘 되지 않았다."라며, 의외의 소감을 밝히면서도 "맞춰 잡자고 던진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라며, 오히려 수비들에게 공을 돌렸다. 선발 9번 타자 겸 2루수로 출장한 김민수는 4타수 2안타를 기록하면서, 빠른 발을 이용한 도루도 하나 만들었다.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야무진 야구 센스를 주목할 만하다. 경기 직후 만난 김민수는 "초반에 잘 맞지 않아 고전했는데, 후반에 방망이가 잘 맞아서 다행히 2안타를 기록할 수 있었다."라며,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는 한편, 두 유망주 모두 입 모아 "황금사자기 16강에서 덕수고에 패했다. 청룡기에서도 다시 16강에서 만날 가능성이 큰 덕수고를 이번에는 꼭 이기고 싶다."라며,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실제로 이후 경기에서 덕수고가 승리하며, 양 교의 리턴 매치가 확정됐다.

덕수고 투수 박동수 : 덕수고 정윤진 감독이 '콕' 집어 수훈 선수로 지목했다. 선발 박용민이 1, 2회를 잘 막다가 3회에 와일드피치로만 두 점을 실점하자 즉각 투입되어 급한 불을 끄는 데 성공했다. 최종 성적은 4와 1/3이닝 무실점 4탈삼진. 특유의 공격적인 투구도 여전했고, 첫 승의 기운을 그대로 이어갔다는 점도 상당히 훌륭했다. 특히, 이 날 양팀이 낸 6점 중 타점이 두 점 밖에 되지 않았음을 감안해 보았을 때 마무리로 양창섭이 등판한 것을 감안해도 중간에서 긴 이닝을 소화해 주며, 무실점으로 막은 박동수의 역할이 상당히 컸다. 그러나 정작 이에 대해 박동수는 "솔직히 컨디션이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평소대로 던지고, 위기 상황에서 틀어 막자는 생각으로 올라왔을 뿐이다."라며, 담담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16강전에서 다시 만나게 될 군산상고와의 대결에 대해서는 "우리가 다시 이길 수 있다."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대회 첫 승에 이어 두 번째 경기 무실점 투구를 이어가고 있는 박동수는 현재까지 9와 1/3이닝 무실점 투구를 이어가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MVP를 노려보고 싶다."라는 것이 박동수의 솔직한 심정이다. 윤영수의 공백으로 2학년 김시원과 호흡을 맞추고 잇는 부분에 대해서는 "(김)시원이가 잘 하고 있다."라며, 용기를 주기도 했다.

서울 목동, eugenephil@mhn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