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아티스트 에디터 강해인 starskylight@mhns.co.kr
영화를 보고, 읽고, 해독하며 글을 씁니다. 좋은 영화는 많은 독자를 가진 영화라 믿고, 오늘도 영화를 읽습니다.

[문화뉴스 MHN 아띠에터 강해인] 오르되브르는 정식 식사에 앞서 식욕을 돋우기 위한 음식입니다. [영읽남의 오르되브르]는 관람 전, 미리 영화에 대해 읽어보는 코너입니다.

엄청난 떼의 벌레들, 사막의 모래바람, 수수께끼 가득한 이집트의 유적, 그리고 이모텝과 아낙수나문…. 뇌를 컴퓨터에 비유한다면, '미이라'는 플로피 디스크에 고이 간직해 둔 이미지들이다. 그래서 같은 제목의 새로운 영화가 개봉한다고 했을 때, 기대했던 부분 역시 명확했다. 그 당시 느꼈던 '유적과 신화의 신비함'과 그 공간을 향한 '탐험 욕구'. 이야기에 관한 구체적인 기억은 이미 희미해졌다. 그러니 이번 영화가 그때의 설렘만이라도 제대로 느끼게 해주길 바랐다.

 

 

드넓은 사막과 터번을 두른 캐릭터가 등장하면서 플로피 디스크의 이미지를 업데이트할 준비를 해도 되겠다 싶었다. 하지만 터번 속의 톰 크루즈의 맨 얼굴이 드러나는 순간부터 과거 '미이라'와의 연결고리는 점차 희미해진다. 그리고 닉 모튼(톰 크루즈)가 비행기를 타고 영국으로 넘어가면서, 과거의 추억을 완벽히 묻어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예상한 이들이 많겠지만, '미이라'는 1999년도 개봉한 동명의 영화와 연관성이 거의 없다. 그리고 장르마저도 상당히 다르다. 더불어 재미마저도 퇴보했다는 게 눈에 띈다. (누구도 강요한 적은 없지만) 동명의 제목을 가져올 때, 관객이 기대한 것(이집트 유적을 탐험하고 보물을 찾는 등)들이 상당수 배반당한다.

 

1999년 '미이라'

사막을 떠나 영국에서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것, 그리고 옛 영화와의 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미이라'를 아니꼽게 보는 게 아니다. 영화가 택한 소재의 특색과 매력이 모래알처럼 흩어졌다는 게 진짜 문제다. 이번 '미이라'엔 상투적이고 전형적인 것들이 널려있다.

이 영화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건 '톰 크루즈 식' 액션이다. 사막의 총격전 및 비행기 씬에서부터 줄곧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액션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엣지 오브 투모로우' 등 톰 크루즈의 최근 영화에서 줄곧 봤던 이미지를 답습한다. 위험을 즐기고, 능숙히 위기에서 탈출하는 캐릭터는 톰 크루즈의 영화를 관통하는 하나의 인물, 그 자신(톰 크루즈) 같아 물릴 지경이다. 이런 공통적인 특성이 상업 영화에서 필요한 요소일 수 있지만, 그 매력이 예전만 못해 독이 된다.

 

 

세트 신을 끌어와 이집트적인 특색을 입히려는 시도도 미지근하다. 옛 시리즈에 있던 함정과 위험들은 이번 편에서 좀비라는 요소로 변형되었다. 그런데 좀비물이 되면서 '미이라'라는 소재 및 공간의 특색이 퇴색되고, 최근 영화관에서 자주 보던 좀비들의 모습이 반복되어 새로움도 없다. '미이라'라는 이름이 무안할 정도로 이번 편은 좀비와 호러 장르가 어색하게 조합된 밋밋한 영화다.

'미이라'는 영화 곳곳에 배치된 유머와 대중적인 코드로 흥행을 바란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덕분에 최소한의 볼거리와 재미는 보장할 영화다. 하지만 추억을 끄집어내기 위해, 혹은 옛 영화가 준 즐거움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그리고 '미이라'만의 무언가를 바랐다면 많이 아쉬울 수밖에 없는 영화다. 우스갯소리로 '아낙수나문'이 없기에 이 영화는 '미이라'라는 이름을 달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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