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악녀' 포스터와 티켓

[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 으레 영화가 시작되면 나오는 이야기 대신 '악녀'에서는 총과 칼이 춤을 춘다. 주인공이 누군지도 모른 채, 수십 명은 피를 뿜어내며 잔인하게 죽어간다. 그 주인공의 정체가 김옥빈이 연기한 '숙희'였다는 것이 거울을 통한 카메라 시점 전환으로 설명된다.

마치 '올드보이'의 장도리 액션과 '하드코어 헨리'의 1인칭 액션이 꽹과리 소리와 함께 버무려진 초반 장면이 한 차례 흘러 지나가면, '숙희'는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 갇혀 지낸다. 그러다 탈출하는 과정에서 발레 교습소, 요리 교실, 연극 무대 등이 연달아 등장하며 다른 색채를 뿜어낸다. 이것은 평범한 삶을 살고 싶어하는 '숙희'를 상징하는 곳이면서, 다른 사람으로 연기할 운명을 암시하기도 한다. 결국,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숙희'는 대학로에서 연극을 하는 배우를 선택했다. 그 선택의 이유를 곱씹어 보면 흥미로운 관람이 될 것이다.

'악녀'가 국내와 칸 영화제를 통해 찬사를 받은 이유는 단연 김옥빈의 액션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도 '킬 빌'의 우마 서먼처럼 강인한 여성의 피비린내 나는 액션을 마음껏 볼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고, 콘티를 그리기 어려울 정도의 화면 구성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이 '악녀'를 인상적으로 본 이유는 아닐 것이다.

'악녀'에서 인상적인 장면은 작전을 수행하다 죽을 수밖에 없었던 '민주'(손민지)를 대처하는 '권숙'(김서형)의 자세였다. 결과가 중요한 이 사회에서 죽어가는 사람을 내버려 두고, 대체자는 많다는 묘사를 하는 이른바 '비정규직 킬러 육성' 시스템이 '민주'라는 인물을 죽인 것은 아니었을까? 6.5/10

 

* 영화 리뷰
- 제목 : 악녀 (The Villainess, 2017)
- 개봉일 : 2017. 6. 8.
- 제작국 : 한국
- 장르 : 액션
- 감독 : 정병길
- 출연 : 김옥빈, 신하균, 성준, 김서형, 조은지 등
- 엔드크레딧 쿠키 : 없음

▲ [아이맥스 원정대] '미이라' in 수원 IMAX (명당 후기) ⓒ 시네마피아

mir@mhns.co.kr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