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Suzuki Company of Toga의 스즈키 다다시 예술고문 오세혁 작 이수연 연출의 세상친구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MHN 박정기] 스즈키 다다시(鈴木忠志, 1939~)는 1966년 극단 와세다 소극장을 설립해서 여러 실험극 활동을 펼친 후 셰익스피어극의 독자적인 해석으로 비단 일본 내에서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유명한 현대 연극연출가 중 한사람이다. 일본의 독특한 문화와 신체적 움직임을 갖고, 그 나름대로의 '스즈키 배우 훈련법'을 창안, 동시대의 실험극 주도자인 그로토우스키, 조셉 차이킨, 피터 브룩 등과 더불어 세계 실험극 운동을 주도하는 한 연극인으로 굳건히 자리를 잡았다.

1982년에는 국제무대미술연구소를 설립, 독특한 「토 가 연극제」를 주최하면서 인본의 한 변두리 촌락을 가장 모혐적인 연극활동이 일어나는 예술촌으로 만들기도 했다.

토가 페스티벌이 여느 문화 축제와 다른 점은 무엇보다도 번잡스런 속세와 담을 쌓은 듯한 공간에서 예술가와 비평가와 관객이 매우 깊이 있게 만난다는 점이다. 개최 장소는 일본 중서부 산악 지대인 도야마(富山) 현의 토가예술공원. 주최는 재단법인 도야마 현 토가예술공원재단이 맡는다.

이 페스티벌은 1982년 일본 공연예술계의 거물 연출자인 스즈키 다다시(鈴木忠志)가 연극의 국제적 교류를 통해 일본 연극의 새로운 돌파구를 열겠다는 취지로 창설했다. 일본에서 창설한 최초의 세계 연극제로 꼽히는 이 페스티벌은 8월 여름 휴가철에 맞춰 공연축제 행사를 열지만, 1995년부터는 매년 4월 말에서 5월 초에 '토가 신록 페스티벌'이라는 별도의 봄 행사를 열고 있다. 일본의 실험적인 젊은 연출가·극작가들이 신작을 최초로 발표하는 경연장이다. 여기에 우리나라 연극인들이 참여해 공연활동을 펼쳤고, 그중에는 스지키 다다시의 지도를 받기도 하면서 한일연극교류의 산실이 된 것이 어언간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이번 오세혁 작 <세상친구>도 스즈키 다다시 메소드를 익힌 이수연 연출로 Korean Suzuki Company of Toga라는 이름으로 막을 올렸다.

오세혁은 정의로운 천하극단 걸판의 배우 겸 작가 그리고 연출로 활동 중이다. 2011 <아빠들의 소꿉놀이>로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부문에 당선되고, 같은 해 <크리스마스에 30만원을 만날 확률>로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했다. 2011 밀양연극제 젊은 연출가전에서 <그와 그녀의 옷장>으로 대상 및 연출상을 수상하고, 2012 남산 상주극작가 2기에 선정되었다. 2013 국립극단 청소년극 창작벨트 2기에 선정되고, 2014 희곡<게릴라 씨어터>로 서울연극제 희곡아 솟아라에 당선되고, 2016 서울연극인대상 극작상을 수상한 발전적인 장래가 예측되는 작가다.

작품으로는 <지상최후의 농담> <보도지침> <우주인> <국가 보안법> <B성년> <레드 채플린> <30만원의 기적> <페스트> <분노의 포도> <게릴라 씨어터> <템페스트> <헨리 4세> 등을 각색 또는 집필, 그리고 연출했다.

 

연출을 한 이수연은 임형택 연출이 이끄는 극단 서울 공장에서 오랜 시간 활동해 온 배우다. 이수연은 연출가 스즈키 다다시의 극단 SCOT(Suzuki Company of Toga)에서 배우 겸 연출부에서 10년 동안 협력 작업을 하고, 국내외에서 수년간 스즈키 메소드 트레이너로 꾸준하게 활약했다. 이수연은 스즈키 메소드 훈련기법을 바탕으로 <세상 친구>를 연출했다.

<세상친구>는 일제치하에서의 해방, 그리고 미국과 소련의 남북 분할 통치, 적화통일을 목표로 북이 기습 남침하여 일으킨 6 25사변이 시대적 배경이다. 장소는 전라도의 드넓은 평야가 있는 농촌의 한 부락에서 일어난 일이다.

우리 민족은 오랫동안 통일 국가를 이루며,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수많은 어려움을 이겨 내고 자랑스러운 역사와 전통을 이어 왔다. 그러나 1910년 일제의 침략으로 나라를 빼앗기고 고난과 시련을 겪게 되었다. 그 후 제2차 세계 대전에서 일본이 연합국에 항복하면서 1945년에 광복을 맞이했다. 그러나 미국과 소련이 한반도의 일본군 무장 해제를 명분 삼아 38도선을 기준으로 남과 북을 나누어 점령하면서 남북 분단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냉전 체제가 전개되면서 분단이 심화되었다. 한반도는 국제 정치의 권력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주변 강대국들이 세력 확장을 위해 경쟁하게 되면서 우리 민족은 분단의 비극을 겪게 된 것이다.

남북이 분단된 원인은 국제 정세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 내부의 결속과 역량이 부족했던 이유도 있었다. 우리 민족은 일제 강점기라는 시련을 이기고 광복을 이루었지만, 해방 후 어지러운 사회를 독자적으로 이끌어 갈 역량이 부족했다. 그러던 중 미국과 소련의 신탁 통치 결정이 알려지자, 이에 대한 찬반 논쟁으로 민족 내부에 극심한 분열과 대립이 발생했다. 한편, 김구와 김규식 선생을 비롯한 일부 지도자들은 남북 협상을 제의하는 등, 통일 정부를 수립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그리고 1948년 남북에 각각의 정부가 수립되면서 남북한은 분단국가가 되었으며, 1950년 북한의 침략으로 6·25 사변이 시작되면서 분단은 더욱 심화되어 현재까지 이르게 되었다.

일본이 패망을 했어도 해방 직후 친일파였거나 그 자손들은 제재를 받거나 당함이 없이 버젓이 행세를 하며 살았다. 친일파였던 대지주와 부농도 마찬가지로 떵떵거리며 살았다. 일본순사 노릇을 하던 인물들은 해방된 조국에서 역시 순사노릇을 하던 세상이다. 반면에 해방이 되었어도 상해임정요원이나 광복군은 초대 대통령의 외면으로 자비를 들여 귀국을 해야만 했다. 광복군 출신들이 오죽하면 초대 대통령과 같은 묘역인 동작 현충원에 묻히기를 거부하고, 수유리 국립묘지를 택했을까?

<세상친구>는 친일파와 그 자손, 대지주와 소작농의 자손들 이야기다. 물론 전라도의 한 마을에서 함께 자랐으니, 불알친구이고 소꿉친구다. 6 25 사변이 터지자, 이념과 사상이 대두가 되고, 친구들은 좌우로 갈려 북과 남의 병사가 되어 대결을 한다. 비록 이념은 다를지라도 대지주의 아들이 소작농의 딸을 사랑하고, 대지주의 딸은 소작농의 아들을 사랑하는 장면이 그려진다. 이념문제와 사상문제가 대두가 되지만, 그들 남녀 간의 사랑은 그런 문제들을 극복하고 초월한 사랑으로 묘사가 된다. 서로 잡고 잡히고 억류가 되었어도, 목숨 따위는 염두에 두지 않는다는 듯 적지로 사랑을 찾아간다. 권총으로 위협을 당하기도 하지만, 사랑하는 남녀는 위협으로도 의지를 굽히지 않는다.

 

그리고 연극은 시종일관 희극적으로 그려지고 연출되기에 절박한 순간에도 관객의 폭소가 끊이지를 않는다. 물론 눈물겨운 장면도 포함된다. 대단원에서 서로 적대적인 상대로 대결을 해야 할 상황이지만, 세상에 둘도 없는 어릴 적부터의 절친이기에, 말로는 벼르지만 차마 극악한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모습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이성원, 임준식, 윤국중, 최귀웅, 김홍근, 배수진, 정지은 등 출연자 전원의 희극적 연기는 개그 코미디에 비견되어 관객을 시종일관 폭소로 이끌어 가고 갈채를 받는다.

움직임 이상철, 무대 임민, 조명 김지아, 사운드제작 장태준 조민수 김자연, 음향 변유정, 의상 박현주, 촬영 홍도연, 기타 조민수, 아코디언 김자연, 조연출 이민지, 기획 홍보 정승연, 조명오퍼 김지아, 음향오퍼 이민지 등 스텝 모두의 열정과 노력이 하나가 되어, Korean Suzuki Company of Toga의 스즈키 다다시(鈴木忠志) 예술고문, 오세혁 작, 이수연 연출의 <세상친구>를 성공적인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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