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지난 18일 연극 '미친키스'의 이상이 배우와 만나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연극 '미친키스'는 조광화 연출 20주년 기념작으로 5월 21일까지 대학로 TOM 1관에서 공연 중인 작품이다. 류승범이 출연해 눈길을 끈 '남자충동'에 이은 '장정시리즈' 작품으로 '대부'를 꿈꾸던 장정이 이번에는 나약하고 힘없는 남자로 변했다.

장정 역 조동혁, 이상이, 신희 역 전경수, 김두희, 인호 역 손병호, 오상원, 영애 역 정수영, 김로사, 은정 역 이나경, 히스 역 심새인, 악사 역 미미가 출연한다.

이번 '미친키스'에서도 여전히 '장정'은 내면에 있는 강한 남자가 되고픈 욕망이 가득하다. '장정'은 칼부림이 난무하던 폭력의 세계에서 벗어났지만, 그로 인해 파멸로 내달리는 형국은 반복된다.

이렇듯 조광화 연출은 '미친키스'에서도 나약하고 어리석은 한 인간의 모습을 클로즈업해 관객에게 평범한 현대인의 내면을 파헤쳐 전시한다. 관객은 '미친키스'를 보며 각자의 삶 속에 있는 '장정'이 떠오르게 될 것이다.

첫 연극에 도전한 배우 이상이는 주연인 '장정' 역을 통해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의 위트 있는 모던보이 '백석'이나 '인 더 하이츠'의 순박한 청년 '베니'와 다른 색다른 모습을 선보인다.

그렇지만 그는 늘 우리에게 비치던 모습과 마찬가지로 계속해서 '생각하는' 배우였다.

그는 인터뷰의 시작 역시도 "질문에 대답하는 것도 좋지만, 이번 작품을 본 관객에게도 '미친키스'가 어떻게 생각됐는지 들어보고 싶었다"며 작품에 대해 끊임없는 생각을 멈추지 않았다.

※이 인터뷰는 연극 '미친키스'의 주요한 내용 중 일부가 담겨 있습니다.

 

원작보다 이야기가 많이 순화됐다고 들었다. 처음에는 어땠는지.

ㄴ 원래 더 셌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대사도 순화됐다. 저는 학부생 시절 이미 대본을 읽었던 적이 있었다. 98년 작품이라 지금보다 훨씬 가부장적인 제도가 인정되던 사회다. 그래서 그런 부분을 깨닫게 하려고 이런 이야기가 쓰였다. 언어폭력, 신체적 폭력 등이 굉장히 적나라했다고 들었다. 가령 '창녀'라는 단어도 여러 번 등장하고, 뺨 때리는 장면도 한대가 아니라 '장정'이 분을 이기지 못하고 여러 대를 때린다.
저희가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다. 조광화 선생님이 "장정의 행동만 볼 것이 아니라 왜 그가 그렇게 됐는지를 생각해보자"고 하셨다. '남자충동'과도 비슷하다. 가부장적인 가족 안에서 커가며 사랑하는 법, 사랑받는 법을 교육받지 못했고 작가로서도 시나리오가 됐다고 하지만 한편 돼서 해결되는 직업이 아니지 않나. 일도 미래도 가족도 불안한데 그나마 가졌다고 생각한 여자인 '신희'는 계속 어디론가 가버리려고 한다.
그렇게 '장정'의 뒤틀림이 시작된 것 같다. 그러면서 점차 안 좋은 길로 빠지고 해결할 방법도 없으니까 자신이 믿고 있던 '히스클리프'를 따라가며 '사랑이 잡으면 잡히는 건가?'하고 사랑을 잡으려다 결국 파멸에 이른다. 이게 잘못된 것을 뒤늦게 깨닫는다. 이후는 잘 모르겠다. '장정'이 살았는지 죽었는지. 그런 이야기가 담긴 작품이다.

 

그럼 '장정'의 이후를 생각하며 연기한 건 아닌 건가.

ㄴ 저도 처음에는 조광화 연출님께 물었다. "왜 이런 놈이 살아야 하나. 동생이 살고 '장정'이 죽어야 하지 않냐"고. 이 고통 속에서 계속 살게 해야 한다. 이게 더 큰 벌일 것이다.

'난 너와 섹스할 때만 우리가 사랑한다고 느껴' 같은 대사들은 가부장적 제도에 갇힌 채 자라온 남자들의 생각이 여과 없이 담긴 느낌이다.

ㄴ 요즘엔 사랑이 '아름답다'고만 배우지 않나. 그런데 막상 아름다운 사랑이란 건 현실에선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혼은 왜 하고, 헤어짐은 왜 있고, 질투는 왜 생기나. '미친키스'는 마치 쓴 에스프레소처럼 씁쓸하지만, 음미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솔직한 작품이고, 그래서 더 도전해보고 싶었다.

제 생각에도 '장정'은 결코 죽지 못할 '찌질한' 인물이다. 마지막 사건도 그저 분풀이하기 위해 했을 뿐. 그렇게 참혹한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곤 결코 생각하지 못했을 거다.

ㄴ 그래서 마지막에 밧줄을 들며 자살을 암시하는 듯한 행동을 하지만, 그저 거기서 멈추지 않나. 원래 대본에선 담배를 피우다가 자기 몸에 담뱃불을 지진다. 마음의 고통과 뒤틀림이 너무 커져서 이걸로 이겨보고 싶어 한다. '아! 안돼. 제길. 히스클리프.'
전 연출님께 대본대로 담배로 해보고 싶다고 했는데 연출님께서 너무 폭력적이라 빼자고 하시더라. 전 그 장면이 너무 해보고 싶었다. 이렇게라도 뭔가 해보려는 '장정'의 무언가. 하지만 잘못된 그 모습.

 

저도 잘 어울릴 것 같다. 담뱃불은 아마 '장정'이 시도할 수 있는 최대한의 자해일 거다. 그 이상은 할 수 없는 인물이다. 그런 무기력한 모습까지 남자들에겐 충격적으로 다가올 것 같다.

ㄴ 겁쟁이다(웃음). 어찌 보면 정말 솔직한, 너무나도 솔직한 모습을 그려내는 것 같다.

아까 학부생 시절에 대본도 봤다고 하는데 조광화 연출과의 어떤 인연이 있는지 출연 과정이 궁금하다.

ㄴ 프레스콜에서 밝힌 것과 같다. 작업해본 적도 전혀 없다. 연출님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안양예고 시절 연극사를 배울 때 본 기억이 난다. 교재에서 여러 유명선생님 이름이 나올 때 함께 언급된 걸 본 기억이 난다. 그걸 보며 막연히 '이런 사람도 있구나. 작업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특히 연극 '프랑켄슈타인'을 보고 그랬다.
말과 멜로디가 주된 무대들이 요즘 많은데 조광화 연출님은 몸으로 연기하란 말씀을 많이 하셨다. 무용이나 안무 같은 게 아니라 모든 것이 어우러진, 몸으로 연기하고 감각적인 것을 좋아하신다. 감정적인 것을 싫어하신다. 그래서 맨발 연기도 이용하셨고. 그래서 보시면 알겠지만, 무용 같은 행동이 많다. 언어도 구어체랑은 조금 멀다. 그래서 더욱 조광화 연출님과 작업하고 싶었고, 저도 분명히 이 공허함에 대해 공감했다.
제가 가장 공감한 키워드는 '질투'였다. 사실 사랑을 하면 누구나 질투가 생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안 보고 나만 봐주면 좋겠고. 그런데 그게 그럴 수 없지 않나. 이미 '질투'는 아름다운 사랑에서 배척된 감정, 어찌 보면 덜 아름다운 사랑의 부분이다. 그런 걸 보며 공감하려 했고 '조광화의 스타일'에 도전해보고 싶어 참여하게 됐다. 무엇보다 연출님이 먼저 좋게 봐주셨기 때문이기도 하다(웃음).

조광화 연출도 또래 배우들과 다른 감수성이 있다고 했고, 오세혁 연출도 본인 SNS에서 이상이 배우를 보고 '대본 너머를 향한 질문을 한다'고 했다. '낙산랜드' 관련 인터뷰에서도 봤는데 일반적인 배우들의 느낌과 달리 본인 배역 외의 넓은 면을 보는 점이 있는 것 같다. 배우 외의 연출, 대본 등에도 관심이 있나.

ㄴ 저는 연출이나 그런 쪽엔 전혀 생각이 없다. '낙산랜드' 관련 인터뷰에서도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10년 뒤 정도에는 제가 쓴 노래와 가사로 뮤지컬 창작자로 참여하고 싶은 마음은 있다. '인 더 하이츠'의 린 마누엘이나 '헤드윅'의 존 카메론 미첼처럼 제 작품을 써보고 싶단 생각이 최근에 막연히 들긴 했다. 무대를 만들어 보고 싶단 생각도 했었다. 제가 인테리어 쪽에 관심이 많아서 직접 만들면 어떨까 하기도 했고, 그저 호기심이 많은 것 같다. 구체적인 건 아니다.

 

다들 "관심은 조금씩 있지만, 아직 배우로서도 멀었다"며 그런 건 생각 못 한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더라.

ㄴ 배우로서 완성이 돼서 그런 걸 생각한다기보단 가까이 있으면서 많이 접하니까 그런 것 같다. 사실 제가 배우가 천직이 아닐 수도 있지 않나. 그건 정말 모르는 일이다. 살아 있을 때 재밌게 살고 싶단 생각은 많이 한다. 정확히 말하면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미친키스'도 첫 연극 도전이었다.

ㄴ 첫 연극이었고 이런 스타일도, 배역의 이미지도 처음이었다.

랩을 하는 '인 더 하이츠', '몽니 콘서트', 서정적인 작품인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연극 '미친키스'에 '낙산랜드'까지 반년 정도 만에 많은 도전을 했다. 그간의 소감을 정리한다면.

ㄴ 일단 무엇이든 제가 마음이 갔기 때문에 이렇게 행동할 수 있던 것 같다. 확실한 마음이 들었기에 행동할 수 있었고 그 행동의 책임을 분명히 지고 싶었다. 뭐든 완성도 있게 해보고 싶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무대도 만들고 싶고, 창작도 하고 싶지만, 결국 이런 일들을 하며 느낀 건 축구로 치면 '플레이어'의 성격이 아닌가도 고민했다. 결국엔 다 재밌었다.
분명한 건 새로운 것을 하면서 전에 했던 것들을 몸이 알고 기억할 테니까 버리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 뭔가를 버리는 저만의 행위가 있다. 예를 들면 집안의 대청소나, 조금 부담되지만, 여행도 있다. 혹은 썼던 대본을 싹 정리해서 책장에 넣는다. 그렇게 뭔가 버리고 나야 새로운 걸 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제가 혼란스러울 수 있는 것 같다.

얼마 전 '탄산소년단'의 김성철 배우를 만났다. 김성철 배우의 경우 올해에는 그동안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고 하던데 이상이 배우도 그런 시간이 필요한지.

ㄴ 저도 몇 주 전에 김성철 배우를 만났는데 그런 재정비의 시간을 갖고 싶다고 이야기하더라. 저 역시 그런 재정비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긴 한데 아직까진 비워내고 채우는 과정이 잘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단점도 있다. 뭔가 기억이 안 날 때가 많다. 사생활이 기억 안 날 때도 있다. 남 이야기를 잘 까먹는 단점이 있기도 하고.
저는 그 이야기를 나누다가 김성철 배우에게 책을 추천해줬다.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지만, 파울로 코엘류의 '11분'이란 책을 읽었었다. 성을 파는 여자의 사랑, 가치관에 관한 주제를 담은 소설이었는데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미친키스'와도 비슷한 맥락이 있었다. 누구도 나를 소유할 수 없고, 나도 누구를 소유할 수 없고, 나는 나로서 존재한다는 이야기인데 김성철 배우도 가끔 흔들리는 때가 있는 것 같아서 너로서 더 존재하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서 권했다.
저 역시 올해에는 자신을 더욱 단단히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남들에게 보이는 직업이다 보니까 많은 소리와 시선이 있다. 그때 제가 흔들린다면 이렇게 하지 못할 것 같다. 저도 저로서 수용할 걸 수용하고 거부할 걸 거부하고. 그러기 위해선 제가 더욱 튼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작품 속 '장정'과 '신희'의 대사가 생각난다. '신희'가 '장정'에게 '넌 우주에서 온 초고밀도 물체야. 넌 날 헤집어놔'라고 말하지 않나.

ㄴ 저희도 모여서 커피 마시고 그럴 때 서로 누구에게 공감하는지 묻곤 하는데 저는 주로 '영애'와 '신희'에게 공감한다. '영애'는 사랑 후에 아픔을 가져봤고 거기서 자신만의 무언가를 찾기 위해 약간의 굳은살이 배긴 상태다. '신희'는 반대로 아픈 상황에서도 계속 무언가를 찾아가고.
전 오히려 '장정'보단 둘에게 공감한다. '장정'은 외강내유마냥 내면이 덜 튼튼한 것 같다. 겉으로만 시끄럽고 뭔가 제대로 배우지도 못했고. 그런 면에선 저랑 오히려 아주 달라서 '공허함'이란 감정 속에서 '장정'을 찾으려고 애썼다.
저는 '장정만큼' 부실한 기반 위에 서 있진 않은 것 같다. 행복한 가정환경도 가졌고. 공감해야 인물을 표현할 수 있지 않나. 그래서 전 외로움이나 공허함에 초점을 맞췄다.

 

'장정'의 모습은 1998년 한국의 평범한 남자일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선 인물에게 공감하기 어려울 수 있다.

ㄴ 저는 어찌 보면 그런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기를 벗어났지만, 아직은 의식이 깨어나는 중인 과도기를 살아가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아까 조광화 연출님이 밝히셨던 톤 조절이 분명 있었다. 그 공간을 음악이나 안무가 더욱 채워줬고.
전 우리 작품이 너무 재밌다. 자신에게도 하던 충고 같은 건데, 요즘 사람들이 헬조선이다. 3포, 5포, 7포 세대라고 한다. 확실히 예전보다 쉽지 않은 세상인 것 같은데 그럴수록 더 정열을 갖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우리가 유흥으로 즐길 것들이 많다. 대표적인 게 핸드폰이다. 여기에 모든 걸 빼앗겨 버리니깐. 이별 통보도 카톡으로 하고, SNS에서만 친해지다가 사귀기도 한다. 그 감정이 진실하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과거보다 더 진실할까 싶다.
그렇다면 사실 '장정'이 가져야 한다고 외치던 정열을 우리가 가져야 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제가 정말 이 작품을 할 때 아메리카노, 에스프레소 같단 생각이 계속 든다. 쓰지만, 계속 마시게 되는 것. 어느샌가 습관이 되고 생각나고. 그런 작품인 것 같다. 조광화 선생님 너무 멋지시다(웃음).

저도 이걸 보고 크게 감동했다. 쉽고 편하게 '이 작품은 어떤가요?'하고 웃으면서 이야기하기엔 무겁고 진중한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ㄴ 결국 어떠한 예술작품이든 간에 자기에 빗대서 감상하지 않나. 특히 이 작품은 더욱 그런 것 같다. 조광화 연출님이 대단하다고 느끼는 게 작품에 자기 이야기를 이렇게 솔직히 드러내는 작가는 몇 없다고 들었다. 본인 이야기가 들어간다는 점을 민망해할 수도 있는데 그런데도 솔직하게 노출한 용기가 있기에 우리가 편하게 볼 수만은 없는 작품이다. 우리 안에 있지만, 밖에서는 숨기고 살아가는 무언가를 끄집어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이 작품을 볼 때 기분 나쁘고 불편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게 맞는다고 본다. 솔직한 모습이니까.

좀 가볍게 분위기를 전환하자면 노출하는 데 용기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장정'을 연기하려면 정말 큰 용기가 필요하겠더라(웃음).

ㄴ 이 작품을 준비하며 '장정'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나 시간이 필요했지만, 가장 힘든 건 신체 노출이다. 여전히 바나나를 먹으며 편하게 탄수화물을 먹지 못하고 있다. 물론 몸을 좋게 만들 필요는 없다. 시나리오 작가고, 기껏해야 심부름센터에서 일하니까. 그렇다고 해서 배우로서 민망한 몸을 노출할 순 없지 않나(웃음).
사실 제 생각으론 더 마르고 싶다. 뭔가 왜소하고 방에서 글만 쓸 것 같은 시나리오 작가의 느낌. 그런데 이름은 '장정'이다. 이럼 더 재밌지 않을까 싶다. 덩치는 큰데 삐쩍 말라서 말만 시끄러운 '장정'.

 

이런 캐릭터의 모습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것 같다. 인물의 전사라기보단 캐릭터의 설정, 컨셉트 적인 부분인데 그런 면까지 생각하는 모습이 신선하다. 그렇게 말라도 재밌을 것 같다.

ㄴ 그런데 이름은 '장정'이니 얼마나 웃기겠나. 전 이 작품이 처음에 블랙 코미디인 줄 알았다. 그런 성향이 짙다. 중간에 웃기는 장면도 있다. 비웃고, 가소롭다.

이 작품을 보고 그런 생각이 들게끔 한 것 같다.

ㄴ 맞다. 이걸 보고 기분이 나쁘고 불편하고 혼내주셔도 된다. 그런 환경, 그런 삶을 살던 시기였으니까. 이제 그런 걸 알고 인식을 바꿔가며 성장하고 있지 않나. '장정'은 그게 잘못된 남녀관계인지 몰랐던 거니까. 거기에 대해서 배우고, 배우는 게 아니어도 이게 잘못됐다고 아는 거다. 그래서 이 작품을 보시고 혼내주셔도 된다.

그런 반응이 나온다면 이 작품에 그만큼 애정과 관심이 있다는 의미다. 관객에게도 이 이야기 자체를 가볍게 날린다기보다 '한 번 들어볼 만한 이야기야'하고 무겁게 던지는 작품 같다.

ㄴ 조광화 선생님이 말씀해주신 이야긴데 다들 삶이 힘들다고 이야기하지 않나. 그래서 영웅적인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 많이 나온다. 아름다운 것도 많이 나온다. 그런데 그 이유가 현실에서 그런 이야기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럴 때 '미친키스'를 통해서 제대로 현실의 이야기를 마주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작품 속 관계 이야기를 잠시 해보면 의도적으로 인물들이 위와 아래로 나뉜 구도가 많이 나온다. 예를 들면 동생도 탁자 밑에 있고, '장정'도 벤치 위에 서 있을 때와 아래에 있을 때 '신희'에게 대하는 태도가 바뀐다.

ㄴ 조광화 선생님의 연출이다. 다 의미 있는 구도다. 위치, 포지션이기도 하고 대사를 하는 상태이기도 하고. 결국, 다 얽혀 있다. 장과 장 사이의 공백에 더 이야기가 많이 담긴 작품 같다. 이걸 찾는 재미도 있을 거다. 그래서 더욱 대사도 잘 듣고 소품, 음악, '히스'의 춤 등을 보며 찾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특히 그런 게 잘 드러나는 게 '장정'이 쇼핑 때문에 '은정'에게 화를 내거나, '장정'이 벤치에서 내려와 '신희'에게 울면서 이야기할 때 등등.

 

조명도 일반적인 작품보다 세다. 인물 하나를 강하게 쬐고 이런 게 아니라 전체적인 조명 자체가 엄청 강하다.

ㄴ 조명마저도 감정이 있다. 그래서 연기하기에 죽을 것 같다(웃음). 그런데 그 더운 게 도움이 된다. 감각적으로. 그래서 연출님이 계속 감각, 맨발, 예민을 이야기하신 게 그런 거다. 정열과 땀이 넘치지만, 마음은 비어 있는. 그런 감각의 이야기인 것 같다.
'장정'이 '신희'에게 '신희'가 '인호'에게 '인호'가 '영애'에게. 인물들의 관계가 계속 얽히고설킨다. 대본 보면 장과 막의 전환이나 흐름이 연극 '클로저'와 비슷하다. 그런데 더 일찍 나왔다. 박수 쳐야 된다(웃음).

 

마무리할 때가 됐다. 작품 이야기와 별개로 최근 꽂혀 있는 뭔가 있는지. 저번 인터뷰에서 선인장도 하나 들여놨었는데.

ㄴ 맞다. 그 선인장은 지금도 잘 지내고 있다. 최근에는 어항을 하나 세팅해서 '커먼머스크'란 거북이를 키우고 있다. 사육을 막 시작했고 전문용어로 새끼를 '해츨링'이라고 하는데 크면 물고기를 잡아먹는데 아직 '해츨링'은 그러질 않아서 '구피'도 몇 마리 사서 자연 생태계를 조성해주고 있다.

배우 이상이의 연극 '미친키스'는 외적인 감각이 충만하지만, 내적으로 텅빈 '장정'을 표현하는 작품이 될 것 같다. '미친키스'를 통해 관객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ㄴ 우리는 달콤하고 맛있는 음료를 좋아하지만, 가끔은 아메리카노나 에스프레소의 쓴맛을 일부러 느끼고자 할 때도 있다. 이 시점에서 아름답고 판타지가 담긴 작품들을 통해 얻는 깨우침과 가르침도 있겠지만, '미친키스'를 통해 내 사랑은 어땠을까? 지금은 어떨까? 난 지금 어디에 정열을 쏟고 있지? 공허함은 어떻게 해결할까? 모두 공허함을 느끼고 있을까? 이렇게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물음표를 만들어 가는 작품. 집에 가서 이 물음을 느낌표로 바꿀 수 있게끔 많이들 보러 오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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