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영화인' 대백과사전…천우희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처음 연기에 발을 들여놓았던 것은 고등학교 진학 후 연극반에 들어가면서부터였다. 연극을 하면서 연기를 알게 되었고, 우연히 2004년에 고등학생이라는 신분으로 영화에 출연하는 기회도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하나의 별로 떠오르기까지에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렸고, 그 어떤 누구도 이 여배우가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거머쥘 거로 예측하지 못했다. 현재 이 여배우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배우 중 한 명이 되었고, 관객들 또한 그를 향해 "믿고 보는 배우"라고 인식하기에 이르렀다.

이번 편은 여태껏 소개해왔던 영화인들과 조금 다를 수도 있다. 그가 나오는 영화는 거의 100%에 가깝게 관람하여 자칭 '덕후'로 불리는 필자가 직접 다뤄보려고 한다. 배우 천우희를 말이다.

   
▲ 마더(2009)

'마더' 미나 역
- 천우희에게 있어 봉준호 감독의 '마더'는 연기 경력에 엄청난 발판이었다. 주연배우였던 김혜자, 원빈을 비롯하여 조연이었던 진구, 윤제문, 송새벽, 전미선 등 충무로에서 인정받는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는 속에서 천우희는 진구와 수위 높은 장면을 찍은 것으로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중요한 건, 이 영화를 계기로 만났던 배우들이 천우희 연기 인생에 크게 도움을 주었다는 점이다. 원빈은 후에 천우희가 현재 소속사와 계약할 수 있는 데 큰 도움을 주었으며, 김혜자는 천우희가 좋아하는 여배우 중 한 명으로 남았다.

   
▲ 써니(2011)

'써니' 상미 역
- 오늘날 천우희를 있게 만든 영화. 사실 천우희는 '써니'에서 큰 비중을 지니지 않은 조연급이었음에도, '써니'를 관람하고 온 관객들의 대부분은 '써니'하면 가장 먼저 천우희를 떠올릴 정도로 그의 연기력은 실로 압권이었다. '써니' 멤버들을 실제로 해체시킨 장본인 '상미' 역을 맡은 천우희는 극 중 본드 흡입한 연기를 비롯하여, '나미(심은경)'와 '써니' 멤버들을 괴롭히는 모습이 너무나도 실감난다고 평가받았다. '써니'를 통해 각종 여우조연상 후보로 오르기까지 했다. 하지만 '써니'는 도리어 천우희의 발목을 잡아버렸다. '써니' 이후, 천우희는 거의 2년 가까이 슬럼프에 시달리며, 오디션을 보아도 매번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 한공주(2014)

'한공주' 한공주 역
- 오랫동안 슬럼프에 시달리던 천우희를 재도약하게 만든 작품이자, '떠오르는 신예'라는 타이틀을 떼고 '진정한 여배우'로 평가받게 되었던 영화.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모티브한 '한공주'에서 천우희는 그 누구보다도 돋보였다. 다소 민감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독립영화임에도 '한공주'는 누적 관객 20만 명 이상을 기록했고, '한공주'를 본 관객들과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그의 강인하면서도 절박한 연기를 본 관객들과 전문가들은 천우희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한공주'로 인해 천우희는 각종 영화제에서 상을 휩쓸었고 충무로 배우들이 꿈꾸는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는 데 이르렀다. 놀랍게도, 천우희가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은 데 모든 이들이 만장일치로 "받을 만한 사람이 받았다"고 대답했다. 그의 연기인생은 '한공주'를 기점으로 달라졌다.

   
▲ 해어화(2016)

'해어화' 서연희 역
- '해어화'는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은 두 명의 여배우(천우희와 한효주)를 주연을 맡았고, 여배우가 중심이 되어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는 점에서 관객들로부터 개봉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래서 관심받은 만큼 흥행 성적이 좋지 못했다는 게 다소 아쉬웠다. 천우희에게 있어서 두 가지 측면이 긍정적이었다. 하나는 그동안 강렬했거나 어두웠던 배역을 맡으면서 생겨난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점이고, 나머지 하나는 '한공주'에 이어서 이번에도 어김없이 드러난 노래 실력이었다(실제로 '조선의 마음'의 가사 일부는 직접 작사했다). '해어화'의 흥행실패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다음 영화로 만회했기 때문이다.

   
▲ 곡성(2016)

'곡성' 무명 역
- 나홍진 감독의 복귀작인 '곡성'은 전문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았지만, 일반 관객들에게는 다소 호불호가 갈렸던 영화다(호평이 훨씬 더 많긴 했지만). 그리고 '곡성' 러닝타임 156분 중에서 사실 천우희가 등장하는 시간은 그렇게 많지 않다. 하지만 많지 않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하나같이 천우희의 귀신 연기는 뛰어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곡성'이 칸 영화제에 진출하게 되면서 천우희 또한 나홍진 감독·배우 곽도원과 함께 처음으로 세계무대를 밟았다. '곡성'으로 천우희는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아쉽게도 수상에는 실패했다. 대신 2016년에만 700만 명이 넘는 관객동원('해어화' 포함)에 성공하며 티켓파워 3위에 올랐다. 이제는 그를 찾는 이들이 줄을 섰다고 할 정도다.

   
▲ 어느날(2017)

'어느날' 미소 역
- 사실 작년 11월 '마이엔젤'이라는 제목으로 개봉예정이었으나 2번의 개봉연기와 '어느날'로 제목이 변경되는 과정을 겪고 마침내 공개되는 천우희의 새 영화. 천우희는 기존에 맡았던 강렬했던 배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밝은 역할이라 드디어 그의 팬들도 기뻐했다(물론 밝음의 반대편에 여전히 슬픔이 존재하지만). 배우 김남길과 호흡을 맞추면서 천우희는 처음으로 1인 2역을 함과 동시에 여태껏 보여주었던 캐릭터들에 비해 이번에 맡은 '미소'가 실제 그의 모습과 비슷한 점이 많다는 게 핵심이다.

   
▲ ⓒ 문화뉴스 DB

인터뷰에서 천우희는 앞으로 자신이 걸어가고 싶은 길에 대해 "예전에는 거창한 목표를 세웠지만, 요즘에는 주어진 상황에서 본인이 선택한 만큼 최선을 다하고 책임질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대답했다. 이어 "항상 완벽해지려고 하지만, 그게 어렵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도 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 '최고의 배우'보단 '좋은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어느 날 갑자기 대중들의 뇌리에 크게 자리 잡은 천우희, 그가 일시적이 아닌 오랫동안 대중들에게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덕후'의 입장에서, 영화를 넘어 그의 또 다른 면을 TV나 다른 곳에서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도 가져본다.

syrano@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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