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권불십년 화무십일홍'이라는 고사성어처럼, 아무리 막강한 권세를 지닌 제왕이라 할지라도 언젠가는 추락하기 마련이다.

오랫동안 자기 입맛대로 민중을 핍박해왔던 독재자는 한순간에 무너졌고, 몇 시간도 채 되지 않아 독재자를 향한 전국 수배령이 떨어졌다. 자신의 숨통을 조이는 올가미를 피하려고, 독재자는 철없는 손자의 고사리 같은 손을 잡고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손자와 연극 행세를 하며 방랑하는 과정에서, 독재자는 자신이 군림해왔던 세상이 어떠했는지 비로소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느 독재자'는 독재자의 최후를 담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이 대중들에게 전달하려 했던 메시지는 그다음이었다. 사람들은 혁명을 통해 독재자를 무너뜨리는 데 성공했기에 평화가 올 줄 알았다. 하지만 사회는 혁명을 핑계 삼아 여전히 타인을 향한 폭력이 끊이질 않고, 폭력을 본 사람들은 침묵하고 있다.

혁명 이후 일어난 모든 사태의 근원을 독재자 때문이라고 책임 전가하려는 민중들, 과연 그들의 행동을 보고 우리는 정당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군인에게 겁탈당했던 신부의 외침처럼, 우리 스스로 독재자를 만들어내는 데 침묵으로 동조하지 않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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