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몸 상태 만들어 10년 에이스로 성장해야 '진짜 프로'

▲ 부산고 2학년 시절의 윤성빈. 당시 그는 모교를 청룡기 4강으로 이끌었다. 사진ⓒ김현희 기자

[문화뉴스 MHN 김현희 기자]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한창인 가운데, 이제 오는 31일이면 정식으로 시즌이 개막된다. 스프링캠프나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등을 통하여 몸 만들기에 한창이었던 선수들은 이제 그라운드에서 본인들의 실력을 선보일 때가 왔다. 자기 자리를 굳건하게 지켰던 베테랑이나, 그러한 형님들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신예들 모두 동일한 선상에서 경쟁을 펼치게 되는 것이다. 그 안에서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거나, 기존 베테랑들이 더욱 존경을 받으면서 팬들을 야구장으로 끌어 모으게 되기 마련이다. 이러한 장면이 역동적으로 흐를 때 비로소 야구가 완성되는 것이다.

이렇듯 야구는 그라운드 안팎으로 끊임없는 만남 속에서 한 시즌을 소화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만남의 기대 속에 늘 등장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올해 처음 모습을 드러내 보이는 신인들이 주인공이다. 1차 지명을 통하여 프로에 입단한 신예들도 있고, 2차 지명 마지막 순번으로 어렵게 프로 구단의 지명을 받은 루키들도 있다. 신인지명 회의를 통하여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겠지만, 이들도 이제는 프로 무대 앞에서는 똑 같은 'OOO 선수'일 뿐이다. 이들 중 누가 1군 무대를 먼저 밟을지, 퓨쳐스 무대를 호령할 주인공은 누구일지 살펴보는 것도 자못 흥미로울 것이다.

윤성빈 시즌아웃?
장기적인 안목, '내년 시즌 준비'가 맞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 속에서 늘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주요 신인들이 부상으로 이번 시즌 출장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이야기가 생산될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논리가 있다는 사실이다. 고교 당시 너무 혹사를 당하여 그 여파로 부상이 찾아왔다는 논리가 그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논리에 힘을 실어 주려는 듯, 고교 시절 은사에 대해 "왜 그렇게 어린 선수를 혹사시켰냐!"라는 비난을 서슴지 않는다. 지난해 4억 5천만 원의 계약금을 받고 롯데에 1차 지명을 받은 윤성빈에 대해서도 똑 같은 잣대를 들이민다. 발단은 모 매체에서 보도한 윤성빈의 어깨 이상 소식이었다. 이 매체는 '어깨에 통증을 느낀 윤성빈이 사실상 시즌 아웃되었다.'라고 보도하였고, 이 소식을 접한 많은 이들은 안타까움을 전함과 동시에 고교 시절 혹사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다. 매년 유망주들의 부상 소식을 전할 때마다 늘 전달해 오는 래퍼토리가 이번에도 똑같이 등장한 셈이다.

그러나 정작 윤성빈은 이에 대해 약간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캐치볼이 가능할 만큼 어깨 쪽에 느꼈던 통증도 다소 완화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는 한편, 굳이 올해 바로 실전에 투입되지 않아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천천히 1군 무대를 준비하겠다는 뜻도 비쳤던 윤성빈이다. 손상대 퓨쳐스 감독이나 롯데 구단의 의견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엄밀히 이야기하면, 몸을 잘 만들어 내년 시즌 이후를 준비하는 것이 맞는 것이다. '시즌 아웃' 은 부상을 당하여 시즌 전체를 아예 재활로 투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쓰는 표현인 셈이다. 올해 전체를 재활로 보내야 하는 김광현(SK)에게 어울리는 표현이기도 하다.

고교 시절 혹사 역시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해까지 부산고를 이끈 박유모 감독이 철저하게 윤성빈의 몸상태를 체크하고 '투입할 순간에만 투입'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윤성빈은 지난해 전반기 주말리그에서는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황금사자기 본선 무대에 오른 이후에도 거의 '마무리 투수'로 등판했다. 후반기 역시 비슷한 패턴으로 등판 간격을 유지하다 보니, 실질적으로 팀 동료 최지광(삼성)에게 선발 등판 기회가 많아졌다. 혹사를 논하는 것은 고교야구 전국대회 본선 무대를 보러 오지 않은 이들의 '허튼 생각'일 뿐이다.

그런데, 더 아쉬운 것은 이렇게 윤성빈의 몸 상태에 대해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이들이 지난해 롯데의 선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부산지역 팜(Farm)에는 윤성빈을 비롯하여 부산고 최지광(삼성 2차 1번), 경남고 손주영(LG 2차 1번)-이승호(KIA 2차 1번) 듀오 등 빼어난 투수들이 많았다. 이들 중 몸 상태가 좋은 이를 1차 지명권자로 선택했어야 했다는 것이 그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지명 전까지 윤성빈의 몸 상태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오갔던 것도 사실이다.

▲ 부산고 3학년 시절, 동료 최지광(사진 좌)과 함께 한 윤성빈. 당시 그는 발목 부상으로 인한 재활에 한창이었다. 사진ⓒ김현희 기자

그러나 지명 당시 상황을 되짚어 보면, 윤성빈은 롯데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카드였다. 윤성빈은 당시 고교 3학년 투수 가운데 가장 키가 크면서도 150km의 속구를 던지는 기대주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메이저리그 극동 스카우트 팀도 윤성빈의 등판만을 손꼽아 기다리면서 스피드 건을 내밀기에 바빴다. 어깨나 발목 상태를 떠나 장기적인 안목으로 바라봤을 경우 '타점이 높은 공'을 던질 수 있는 에이스로 성장할 수 있음에 더 무게중심을 둔 셈이다. 그런데, 가령 롯데가 경남고 좌완 손주영을 선택하였다 해도 상황은 비슷했을 것이다. 손주영을 선택한 LG 김현홍 스카우트 팀장도 "당장 2017 시즌을 바라 보는 것이 아닌, 장기적인 안목으로 선발 투수로 키웠으면 좋겠다."라며 퓨쳐스 코칭 스태프에게 당부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 국내 육성 시스템이 이제는 '메이저리그화(化)' 되는 만큼, 신인을 바로 1군 무대에서 볼 수 없다면 마이너리그 육성을 체계화시키는 것이 최선인 셈이다.

그러나 사실 이러한 이야기가 오가는 것도 윤성빈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는 단면이기도 하다. 지난해에도 윤성빈의 메이저리그행(行)에 대한 보도가 나왔지만, 정작 본인은 이에 대해 "사실 무근이다. 애초 나의 선택은 국내였다."라며 못을 박은 바 있다. 그러면서도 "그러한 보도가 나왔다는 것에도 감사하다. 나에 대한 관심이 없으면 불가능했을 일이었다."라며 가볍게 웃어 넘기는 여유까지 보이기도 했다. 그러한 만큼, '시즌 아웃'과 '내년 이후 시즌 준비'라는 미묘한 어감 차이에서 오는 해프닝도 결국은 웃어 넘길 날이 올 것이다.

김현희 기자 eugenephil@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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