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여성상'에서 한 걸음 더…엠마 왓슨의 선택을 응원하며

   
문화뉴스 아티스트 에디터 강해인 starskylight@mhns.co.kr 영화를 보고, 읽고, 해독하며 글을 씁니다. 좋은 영화는 많은 독자를 가진 영화라 믿고, 오늘도 영화를 읽습니다.
[문화뉴스 MHN 강해인 아띠에터] 오르되브르는 정식 식사에 앞서 식욕을 돋우기 위한 음식입니다. [영읽남의 오르되브르]는 관람 전, 미리 영화에 대해 읽어보는 코너입니다. 
 
'미녀와 야수'는 90년대 디즈니의 부흥을 이끌었던 애니메이션이다. 작품성도 뛰어나 장편 애니메이션으로는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무도회장에서 야수와 벨이 춤추는 장면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이 애니메이션이 실사회 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과거의 팬들은 추억의 한 부분이 돌아오는 느낌에 반가웠을 것이다. 거기에 이 영화의 주인공은 21세기에 마법과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 헤르미온느, 아니 엠마 왓슨이다. 모든 요소가 마법 같은 '미녀와 야수'는 어떤 영화일까.
 
   
 
 
새로운 '여성상'에서 한 걸음 더
디즈니의 왕자 공주의 이야기는 진보적인 면을 보이며 진화했고, 극찬을 받았다. 남녀의 평등과 진취적인 여성상을 제시하려는 시도는 꾸준히 이어졌고, 최근 '모아나'에선 공주의 자리를 스스로 걷어찬 여성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런 디즈니의 영화와 UN 여성 홍보대사로 활약하며 페미니즘에 관한 소신을 꾸준히 말해 온 엠마 왓슨이 만났다. 두 조합이 만든 2017년도 버전의 '미녀의 야수'는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미녀와 야수'는 시대에 맞게 화려한 디지털 그래픽으로 아름답게 재단장했다. 그리고 여전히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흥겨운 뮤지컬 영화다. 하지만, 앞서 기대한 벨(엠마 왓슨)의 재해석 부분은 크게 눈에 띄지는 않는다. 나쁘다는 것도 아니고, 잘못되었다는 것도 아니다. 그저, 이전과 비교해 변화를 느낄 구석이 적다는 거다.
 
엠마 왓슨이 '코르셋'을 거부하는 등 여성을 표현하는 데 세심히 관여했고, 벨이 고전적 여성상을 강요하는 개스톤(루크 에반스)에게 더 당당히 거부의 의사를 밝히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디즈니의 영화와 비교하든, 1991년도의 영화와 비교하든 '여성'이 표현에 있어 크게 새로움은 없다.
 
그 대신, '미녀와 야수'는 다양한 인종을 배려한 부분에서, 과거의 작품보다 진취적인 면을 보인다. 영화의 구성원 중 흑인이 배치된 걸 산술적으로만 따져 봐도 그 균형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더 파격적인 것은 동성애 코드까지 살짝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영화의 서사에 영향을 주거나, 동성애적 표현이 많이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뉘앙스를 디즈니의 대중적인 영화에서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놀랍다.
 
   
 
엠마 왓슨의 선택을 응원하며
'미녀와 야수'는 과거 디즈니의 정서를 실사로 옮겨와 그때의 감정을 복구하려 노력한 영화다. 과거 영광의 순간을 화려하고, 세련되게 소환한다. 엠마 왓슨은 진취적 여성의 이미지보단, 마법이 등장하는 판타지 장르에 잘 어울리는 이미지로 활용되는 느낌이다. 그녀만큼 마법에 걸린 존재와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배우가 몇이나 있을까. 그리고 영화는 헤르미온느 혹은 엠마 왓슨의 학구적인 이미지도 영리하게 활용한다.
 
하지만, '미녀와 야수'의 흥행과 작품성과는 무관하게, 엠마 왓슨은 이 영화로 인해 끊임없이 비교를 당할 운명에 처하게 될 것 같다. 그녀는 '라라랜드'의 '미아'역에 캐스팅 제안을 받았었는데, '미녀와 야수'에 출연하면서 '미아' 대신 '벨'을 연기했다. 그런데 '라라랜드'는 이번 오스카 시상식의 주인공이 되었고, 거기에 엠마 '스톤'의 미아는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덕분에(?) '미아'역을 거절한 엠마 왓슨이 덩달아 화제가 되었다.
 
이미 이슈가 되었듯, 엠마 왓슨은 미디어가 좋아하는 '비교'의 대상으로서 너무도 좋은(?) 조건을 가졌다. 오스카 직후에 개봉한 '미녀와 야수'는 '라라랜드'처럼 뮤지컬 장르이고, '엠마'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의외로 (아니, 억지로라도) 비교해서 붙일 것도 많아 보인다. 하지만 미디어는 두 영화를 직접 비교하지는 않을 것이다. 항상 엠마 왓슨의 선택을 물고 늘어지지 않을까. 그리고 '오스카 배역을 거절한 배우' 등의 짓궂은 가쉽 거리로서 주기적으로 다룰지도 모른다. 엠마 왓슨이 이번 역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한 수많은 과정은 조명하지 않은 채 말이다.
 
글을 마치면서, 엠마 왓슨의 선택과 영화를 향한 성실하고 세심한 태도를 응원하고 싶다. 짓궂은 비교와 무관하게, 그녀는 수많은 디즈니의 팬과 '미녀와 야수' 팬들에게 벨의 얼굴을 자신의 얼굴로 각인할 기회를 얻었다. 영화에 등장한 곡 'How Does A Moment Last Forever'의 가사처럼, '미녀와 야수'의 아름다운 순간이 엠마 왓슨과 함께, 영원히 기억되기를.

 
▲ '미녀와 야수' 세 가지 관람 포인트 ⓒ 시네마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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