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화뉴스] 350만 관객이 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을 연출한 신카이 마코토가 내한해 10일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영화 '너의 이름은.'은 전혀 모르는 남녀 고교생이 어느 날 갑자기 몸이 뒤바뀌기 시작하면서, 서로의 일상을 경험하며 벌어지는 운명 같은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너의 이름은.'은 한국에서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퀄리티 높은 배경과 작화, 음악성 높은 영화 OST 등 '너의 이름은.'의 다양한 매력에 350만 관객이 영화를 관람했다. 또한, 영화에서 나온 '무스비'와 관련된 짤방이 SNS에서 유행할 만큼 많은 관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너의 이름은.'을 연출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초속5센티미터', '언어의 정원', '별의 목소리' 등의 장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이미 연출력과 작화를 인정받았다. '너의 이름은.'으로 한국과 일본에서 엄청난 흥행을 일으킨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두 번째로 한국을 찾았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많은 작품을 만들 때 원동력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관객의 자기소개와도 같은 감상평이 작품을 만들 때 많은 도움을 주는 특별한 힘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대한 답변을 마친 뒤 틈틈이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인사말을 남기고 있다.
 
두 번째 내한이다. 한국에 온 소감이 궁금하다.
ㄴ 한 달 전에 이 영화가 개봉했을 때 서울에 왔었다. 그런데 2개월 만에 340만 관객이 오셨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현실로 되리라는 것은 생각하지 않았고, 많은 분이 영화를 봐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다. 그리고 2월의 서울이 이렇게 추우리라 생각 못했는데 다음에는 좀 더 따뜻할 때 오도록 하겠다.

중·고등학생 관객들이 "아저씨 감독님인데 자신들의 감정을 잘 표현했다"라는 평을 한다. 그런 감성을 표현할 수 있었던 이유는?
ㄴ 젊은이들은 어른이 되었을 때 모습을 알 수 없다. 어른들은 여고생, 여중생과는 다른 느낌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어느 날 갑자기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로부터 점점 어른이 되는 연속적인 삶을 산다. 그래서 어른이 되어서도 어릴 때 느꼈던 슬픔 기쁨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물론 나이를 먹으며 그런 감정의 빛이 퇴화하긴 하지만 계속해서 그렇게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려 했다. 나도 중·고등학교 때 느꼈던 기쁨과 아픔이 있었고, 그때의 감정을 기억하며 시나리오를 쓴다. 나는 20년 전 학창시절을 겪었는데, 그때의 감성을 기억해내서 시나리오를 쓴 것에 지금 관객이 공감을 해주는 것에 있어 감사하고, 기쁘다.

영화를 한 편의 시나 음악을 들은 것처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뮤직비디오와 같이 만들기 위해 노력한 부분이 있는가?
ㄴ 내 영화에 대해 가끔 나쁜 의미로 '이건 뮤직비디오 아니냐'라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기본적으로 영화라는 것은 논리와 이론에 따라 구조가 만들어지고, 그 이론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우리는 항상 논리로만 살아가진 않는다. 가끔 예상하지 못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가끔 논리적인 것이나 이론을 점프해서 만들려고도 한다. 그런 순간을 표현하는데 음악이 큰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가령 '너의 이름은.' 안에서 '타키'와 '미츠하'가 몸이 뒤바뀔 때 서로 전혀 알지 못하는 일상을 보내게 된다. 그때 두려운 마음으로 볼 수 있으나, 밝고 희망적인 '전전전세'라는 음악으로 관객들이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볼 수 있게 한다. 이런 식으로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에 대해 동경을 하고, 그럴 때마다 '음악은 참 좋구나. 나는 영화감독보다 뮤지션이 되었으면 좋았겠다.' 라고 생각을 한다.

다음 신작은 일본의 여러 지역을 배경으로 할 것이라 했는데.
ㄴ 다음 작품에 대해서는 구상을 이제 막 시작한 단계고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오사카나 다른 지역이 나올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도쿄는 꼭 나올 생각이다.

'너의 이름은.'으로 부족했던 상업성을 극복했다는 말이 있다. 다음 작품에 도전하고 싶은 과제가 있는지?
ㄴ 다음 작품에 관한 질문들을 받을 때마다 속이 아파진다. (웃음) '너의 이름은.'을 많은 사람이 보았고, 특히 젊은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다음 작품도 엔터테인먼트성이 강한 작품을 만들 것이다. 다음 작품도 지금과 같이 결과가 나올지 우리들의 능력을 시험해보고 싶다.

1인 제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있나?
ㄴ 현재 스텝들이 매우 많아 지금도 그렇게 가능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나 혼자 영화를 만든다면 길이가 짧고 세계관이 작은 작품을 만들 수밖에 없는데 지금의 관객들이 그 작품을 좋아할지 모르겠다. 내가 만든 영화가 전혀 안 팔리게 되는 현실이 온다면 혼자서 영화를 만들 수도 있다. 아니면 굉장히 나이를 많이 먹거나. 지금은 스텝들과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흥미가 있다.

한국 관객들이 많은 별명으로 불렀다. 인상 깊은 별명은?
ㄴ 한국 관객들이 '커플 브레이커'라고 불러준 게 인상 깊었다. 커플 브레이커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
 
   
 
레드윔프스가 한국에 왔을 때 "영화 음악을 만들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는데, "신카이 마코토 감독과 함께라면 다시 작업하겠다"고 했다.
ㄴ 레드윔프스가 훌륭한 음악을 많이 만들어줬는데 동시에 굉장히 고생을 많이 시켰다. 이 영화음악을 하는 작업이 곡을 단순하게 여러 번 다시 만들고 하는 작업의 반복이었다. 레드윔프스는 자기만의 세계관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한 영화를 위해서만 작업을 해주는 것도 기뻤다.
 
그들에게도 이 음악 작업이 여러 가지로 곤란한 면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같이 영화의 음악을 만들어가는 일은 목적지가 보이지 않아 서로 불안한 작업이었다. 어떤 때는 "이 음악은 '너의 이름은.' 음악이 아닌 것 같다" 라며 여러 차례 음악을 돌려보냈다. 가끔은레드 윔프스가 "좀 과하지 않나"라고도 했다. 나 또한 내가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아 거의 싸우기 직전의 수준까지 간 적도 있다.
 
그런데 그런 과정에서 노다 요지로 씨가 "우리는 다른 작업을 하고 있지만 같은 한 편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 같은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 이 모습이 마치 '타키'와 '미츠하' 같다"고 메일을 보냈다. 그 글을 읽고 짜증 대신 사랑스러운 감정이 들어 함께 영화를 잘 완성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영화를 완성한 뒤에 노다 씨와 "우리가 이른 시일 내에 다시 만나기보단, 10년 뒤에 새로워진 서로가 같이 작업을 했으면 한다"고 얘기를 나눴다.
 
그래서 다음 작품을 고민할 때 음악에 대한 것도 고민이 된다. 다음 영화에서도 레드윔프스처럼 뛰어난 음악 작업을 해줄 사람이 있을지 고민이 된다. 나는 이 영화를 만들기 전부터 레드윔프스의 팬이었는데 이 영화를 만들면서 더욱 팬이 되었다.
 
   
 
많은 팬이 '너의 이름은.'을 재관람한다. 추천하는 관람 횟수가 있다면?
ㄴ 9일 무대 인사를 가서 관객들에게 물어봤는데 90%가 3번을 봤다고 했다. 10번 이상 본 사람도 있었고 50번을 본 사람도 있었다. 그렇지만 50번을 본 사람은 블루레이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웃음)
 
내가 영화를 만들 때 저절로 또 한번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4번 정도는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영화가 굉장히 정보량이 많은 영화라 두 번째 보면 오프닝에 대해 다른 의미를 보게 된다. 세 번째는 음악에 집중해서 보게 되며 다시 볼 때마다 영화를 보는 포인트가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네 번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한국의 350만 관객 중 얼마나 많은 관객이 반복을 해서 본 것이며 실제로는 100만도 되지 않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했다. (웃음) 나에게는 굉장히 행복한 일이다.

극 중 '테시가와라'는 감독 본인을 반영한 캐릭터인가?
ㄴ'테시가와라'는 조연이지만 '타키'와 '미츠하'를 도와주는 캐릭터가 필요해 만들었고, 내가 시골에 살 때 여러 경험을 넣어 만든 캐릭터다. 한국도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 시골의 고등학생은 고향에 남을 것인지 타지로 갈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미츠하' 같은 경우는 "도쿄의 꽃미남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고 외칠 정도로 도쿄에 대한 동경이 있었기에 극 중의 사건사고가 없어도 도쿄로 나갔을 것으로 생각한다. 반면 자신의 고향에 남을 수밖에 없는 사람도 있다. 그런 양쪽 경우에 다 시선을 주고 싶어 '테시가와라'라는 캐릭터를 만들었다.
 
나는 시골에 자라나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도쿄로 상경한 케이스인데 지금도 가끔 고향에 남았다면 어땠을까 상상한다.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살지 않았을까 생각을 한다. '야츠가타'라는 큰 산맥이 보이는 시골에서 살았는데 남아있었다면 그 산맥을 매일 보며 출근하지 않았을까. 근데 고향에 남았다면 '너의 이름은.'이 나오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너의 이름이' 한국과 일본에서 흥행한 이유는?
ㄴ 일본과 한국은 문화적으로 공통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일본에서도 '한류 붐'이 있고, 한국에서 아름답고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일본에서도 똑같이 생각한다. 그리고 풍경도 굉장히 닮아있는 부분도 있다. 어쩌면 '너의 이름은.'을 본 한국의 고교생 중에서는 도쿄를 한국의 서울처럼 생각하고 '미츠하'의 시골을 한국의 시골처럼 생각할 수도 있다. 동아시아는 풍경과 가치관 등이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국가의 많은 분이 봐주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너의 이름은.'이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아시아지역처럼 수많은 관객에게 닿지는 않았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관객들을 만날 때는 물론 기뻤지만, 굉장히 먼 곳에 와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한국 관객들을 만날 때는 이웃집에 온 친근한 느낌을 받는다.

'너의 이름은.'은 자연재해를 소재로 다루고 있는데 이는 어떤 메시지를 가졌는지 궁금하다.
ㄴ 나는 영화를 만들 때 자연재해에서 영감을 얻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너의 이름은.'은 'boy meet girl'이라는 소년과 소녀가 만나는 이야기에 기초를 두고 만들었다. 이 영화를 통해 "우리가 만나지 않은 사람 중에 굉장히 소중한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내일 어쩌다 만난 사람이 나에게 소중한 사람일 수도 있다." 등 그런 내일에 대한 희망을 젊은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었다.
 
한국과 일본의 관객들이 많이 본 이유 중 하나는 자연재해가 우리의 기억 속에 강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재해에 대한 기억은 굉장히 슬픈데 영화를 보며 그러한 기억에 대해 위로를 받거나 희망을 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또, 관객이 이 영화를 보며 "조금 더 나은 미래를 만들자"고 생각했다면 내가 원했던 것을 넘어선 기쁨이다.
 
   
 
스텝 중에 한국인이 많다고 들었다. 한국인들과 콜라보레이션하여 작품을 만들 생각이 없는지?
ㄴ 지난번에 한국에 왔을 때 샤이니의 종현을 만났는데 정말 멋진 청년이었다. 언젠가 샤이니와 영화음악 작업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샤이니에 대한 것은 꿈같은 이야기이다.
 
애니메이션에 있어서 한국인 스텝이 없는 것은 절대 안 되는 일이다. 몇 년 전부터 우리 스튜디오에서도 메인 한국인 여자 스텝이 있고, 작화도 한국으로 외주를 주는 일이 많다. 한국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까지 합해서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가 성립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열성 팬의 등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ㄴ 몇십번을 본 분들이 무대 인사를 보러 왔는데 그런 관객을 만날 때는 나도 긴장이 된다. 이 영화 속에서 여러 군데 옥에 티가 있다. 가령 도시락을 먹는 장면에서 도시락에 유통기한이 적혀있는데 실제 극 중 배경과 맞지 않는 실수가 있었다. 그러한 옥에 티에 대해 관객이 지적해준다. 그렇게 많이 안 보셨으면 좋겠다. (웃음)
 
다음번에는 좀 더 조심해서 그런 실수가 없도록 만들어야겠다. 한국에서 350만 명 이상, 일본에서 1,800만 명 이상의 관객이 봤는데 이렇게 많은 영화를 체크를 한다고 생각을 못 했다. 우리 스텝들이 아무리 많은 점검해도, 그 많은 사람의 체크를 이길 수는 없다. DVD를 만들기 전에 관객들의 체크를 보완해 출간할 예정이다. 그런 실수를 보신 분들에게 죄송하다고 전하고 싶다.

한국에서 더빙판도 만들어질 예정인데, 성우에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신경 썼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지?
ㄴ 한국 더빙판은 개인적으로 '타키' 역 캐스팅에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 남자와 여자의 두 가지 목소리를 내야 하는 역할인데, 심각한 장면에서 관객들이 웃어버리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두 성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오디션을 하는 건 정말 좋은 아이디어고, 뛰어난 연기자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미츠하'에 대한 말이 많이 나온다. '미츠하'는 어떤 캐릭터인가?
ㄴ '미츠하'는 많은 사람이 응원을 해줄 수 있는 캐릭터로 만들고 싶었다. 그냥 단순히 착한 아이보다는 때로는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아 불쌍한 모습도 있고 때로는 귀여운 면도 있는 그런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젊은 관객들이 지금의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이 들길 바랐다. 타자에 대해 상상해보는 건 인간의 배려를 하는 기본적인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가 다른 사람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고, 이 영화를 보는 젊은 사람들이 그러한 힘을 가졌으면 했다. 그리고 애니메이션이기에 같은 캐릭터라도 그리는 사람에 따라 여러 느낌이 된다. 손으로 그리기 때문에 '미츠하'의 여러 느낌이 나는 것이 좋았다고 생각했다. 가슴을 만지는 장면은 다른 장면보다 가슴을 좀 더 크게 그려져 있는데 이런 식으로 변형을 주는 것이 2D 애니메이션의 장점이다.

영화에서 빛에 대한 세심한 묘사가 인상 깊었다. 빛에 대한 영감을 주었던 것이 있는가?
ㄴ 빛에 관해 영감을 받은 것은 나고 자란 마을이었다. 내가 살았던 동네가 골짜기 아래에 있던 마을이었다. 그래서 해가 산에 걸려서 늦게 뜨고 오히려 질 때는 해가 빨리 졌다. 해가 산이 넘어갈 때도 하늘이 밝은 상태로 오래 유지되는 그런 마을이었다. 산의 그림자가 우리 마을을 덮고 밤이 될 때까지 하늘의 색이 변해가는 것을 몇 시간이고 바라보며 자랐다. 그런 모습을 보며 자란 것이 영화의 빛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스텝들은 빛에 탐구와 표현기술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한다. 지금의 나는 영상기술에 대해 연구하기보단 이야기를 만들고 구성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애니메이션 스텝은 각 분야에 대해 나뉘어 있다. 풍경, 캐릭터 등을 담당하는 스텝들이 있는데 감독은 만드는 제작과정의 시기에 따라 역할이 변해간다.
 
   
 
 
현재의 나는 "관객들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싶을까?"라는 근본적인 것에서 초점을 두고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생각하는 것이 끝나면 이야기를 구성해 갈 것이고, 이 작업이 끝나면 한 컷, 한 컷을 어떻게 이어갈지 구조에 대해 고민해할 것이다. 그다음엔 음악과 영상을 맞추는 작업을 하고, 그 뒤에는 영상의 시간과 전체 길이에 대해 고민할 것이다. 몇 개월 단위로 내가 맡는 일의 역할이 매번 달라진다.

주로 가는 미술관이 있나?
ㄴ 사실 미술관에 거의 가지 않는 생활을 하고 있다. (웃음) 런던에서 일 년 반 정도 유학 생활을 했을 때는 '브리티시 뮤지엄'이나 '내셔널 갤러리'에 입장료가 무료여서 많이 갔다. 최근 롯폰기에 있는 미술관의 연간 패스포트를 받아 앞으로 좀 가볼까 생각한다.

영화에서는 불행의 요인인 혜성을 아름답게 묘사했다.
ㄴ 인간이란 자연 속에서 아무것도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바다, 사막 등을 볼 때 아름답다고 느끼지만, 그 자연 속에서 아무것도 없이는 살아갈 순 없다. 자연은 그 자체로 아무런 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고, 자연재해도 의식이 있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자연재해에 대해 압도적으로 두려움을 느낀다. 하지만 자연은 멀리서 볼 때 매우 아름답다. 혜성 묘사는 그러한 마음으로 아름답게 그렸다.
 
   
 
애니메이터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ㄴ 젊은 시절에 안고 있는 아픔이나 기쁨을 오래도록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을 나이가 들어가는 것에 옅어져 간다. 무언가를 표현하는 사람으로 살아간다면 시간에 따라 그때의 감정과 빛을 잊지 않으면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의 아픔과 기쁨의 감정을 느끼는 것을 오랫동안 기억을 한다면 나중에 기술은 따라올 것으로 생각한다. 

'너의 이름은.'이 감독만의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콘텐츠를 만드는 것에 대한 원동력이 궁금하다.
ㄴ 그런 콘텐츠가 되어있는지 잘 모른다. 그러한 것이 나만의 특별한 힘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오랫동안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오면서 관객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싶다고 생각을 해왔다. 영화를 보고 나서 많은 관객이 다양한 감상을 들려준다. 내용을 듣다 보면 영화에 대한 감상보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본인들의 자기소개와 같은 감상을 들으면 다음에는 이런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런 감상을 듣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되고 반영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이 나의 영화의 특별한 힘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 하는 기업 등에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ㄴ'너의 이름은.'이 흥행하고 나서 일본 기업에서 강연의뢰를 받는데 가서 할 말이 없을 것 같아 대부분 거절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이나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 되었던, 관객이나 소비자의 필요에 따라 만들어야 하는데, 그렇다고 소비자만을 생각해서 무언가 만드는 것만이 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만드는 사람들과 소비자의 만들고 쓰고 싶은 것이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만드는 사람은 소비자가 이를 좋아할 것이라는 확신을 하고 만들어야 한다. 
 
영화의 경우는 영화를 본 사람이 '아, 내가 이런 영화를 보고 싶었지'라고 생각하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작품의 경우 관객들이 다 상상할 수 없을 것이고 그런 부분이 중요하다.
 
   
 
최근 '군함도' 영화를 통해 한·일간의 역사 문제가 양국 문화교류에 대해 갈등을 요기하고 있다.
ㄴ 관객의 국적에 상관없이 영화를 통해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내 역할이라 생각한다. 역사적인 문제나 정치적인 문제는 어느 나라와 어느 나라 사이에도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들을 넘어서 개인 간의 밥을 먹을 수 있는 친구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는 한국인 친구들도 많이 있는데 정치적인 이야기를 할 때 잘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 그런데도 그 사람들과 밥을 먹고 싶다고 생각하고, 그 사람 자체는 매력적이라 생각한다. 
 
국가라는 큰 단위에서 보면 서로 큰 입장에 차이가 있겠지만,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의 교류는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국가적인 문제를 떠나 개인 간의 교류가 있고, 그것이 결국 문화교류로 이뤄진다고 생각해 영화를 통해 인간의 교류가 이뤄지길 바라며 일을 한다.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이해할 수 없는 점이 많지만 '너의 이름은.'은 재밌게 보았다."라던가, "한국을 이해가 안 되지만 그 한국인은 멋있는 것 같아."라는 개인적으로 느끼는 감정들이 쌓여가며 문화교류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ㄴ 내가 십 년 전에 처음으로 영화를 가지고 한국에 왔을 때는 언젠가 이렇게 많은 관객이 내 영화를 볼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어제도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밥을 먹었는데 나에게 친구들이 "네가 친구라 자랑스럽다" 라고 말했는데 그 말을 듣고 기뻤다. 한국에 와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을 위해서라도 좋은 영화를 만들어 또 한국에 올 수 있도록 열심히 새로운 작품을 만들도록 하겠다.

[글] 문화뉴스 권내영 인턴기자 leon@mhns.co.kr
[사진] 문화뉴스 이민혜 기자 pinkcat@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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