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영란(한국외대 미네르바교양대학 교수)가 '금욕, 체념, 달관'의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문화뉴스] 네이버문화재단이 후원하는 인문과학 강연 프로젝트 '열린연단 인문학 강연'이 세 번째 주제 '윤리와 인간의 삶'로 열리고 있는 가운데, 4일 '금욕, 체념, 달관'이라는 주제로 장영란(한국외대 미네르바교양대학 교수) 의 강연이 진행됐다.

'열린연단 : 문화의 안과 밖'은 2016년 3월부터 '윤리와 인간의 삶'이란 주제로 정치, 사회, 경제, 교육, 예술 등 사회 전반적으로 윤리 도덕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오늘의 사회에서 윤리 도덕이 어떤 가치와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생각해보자는 취지로 3년차 인문학 강연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2014년 진행한 '문화의 안과 밖'이 '오늘의 시대에 대한 문화적 성찰'을 주제로, 한국 문화를 전체적으로 살펴보고 오늘의 사회를 이해하는 강연이었다면, 2015년 두 번째 '오늘의 시대와 고전'은 고전의 힘을 빌려 오늘의 사회에 대한 이해를 심화하는 자리였고, 2016년 세 번째 '윤리와 인간의 삶'이라는 주제의 윤리 강연은 앞선 강연 맥락을 이어가면서 더욱 인간적인 사회를 위해 윤리의 눈으로 오늘날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게 핵심이다.

이번 강연은 현재 우리 사회의 '무너진 윤리 도덕'에 주목한다. 전통적으로 사회적 행동의 규범이 되어온 것이 윤리와 도덕이지만,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수많은 정치적 논쟁과 사회적 혼란 속에서 윤리와 도덕이라는 가치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번에 시작하는 7섹션 '윤리의 정신적 차원(44~50강)'은 '윤리와 인간의 삶' 윤리 강연의 마지막 섹션으로 윤리적 자기 기율 등에 대해 살펴볼 예정이다. 윤리적 자기 기율에 대한 요구는 인간 존재의 어디로부터 유래하는지, 그것은 집단에서 나오는 요구인지, 그보다 더 깊고 높은 차원에서 오는 부름인지 살펴보며 바른 사회와 의미 있는 삶에 대해 함께 알아보고자 한다.

   
▲ 장영란(한국외대 미네르바교양대학 교수)가 '금욕, 체념, 달관'의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그렇다면 4일 제45강 '금욕, 체념, 달관'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던 장영란(한국외대 미네르바교양대학 교수)의 강연 현장으로 가보도록 하자. 장영란 교수는 "이 주제를 한시간 반안에, 그리고 대중 강연으로 한다는 것이 처음에 놀라웠다."는 말로 포문을 열었다.

현대 사회와 금욕

현대 사회에서 '금욕'이란 말은 매우 드물고 희귀하게 사용된다. 자본주의의 물질문명이 팽배한 현대 사회는 금욕이 아니라 소비를 지향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중매체의 현란한 광고나 마케팅은 상품 구매 욕구를 촉진하며 소비를 미덕으로 포장한다. 실제로 금욕은 현대 사회와 전혀 어울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서구 중세 시대난 말할 만한 시대착오적인 낡은 유물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도 지금 '금욕'에 대한 논의를 제기하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를 알기 위해 금욕 개념의 어원을 살펴서 본래 의미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서구에서 '금욕'이란 용어는 훈련(training), 연습(exercise), 실천(practice) 등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아스케시스(askesis)에서 나왔다. 현대어로 금욕이라 번역되기도 하지만, 고대 후기 철학에서는 포괄적인 의미의 철학적 훈련이나 실천이 더 적합한 번역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금욕의 어원을 살펴보면 인간의 활동과 관련해 훈련, 수련, 돌봄 등의 의미를 보여주며, 실질적으로 인간의 삶의 기술과 관련이 있다.

금욕의 목표와 형태

금욕주의는 단순히 욕망을 억압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근본적으로 인격 '수양'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고대 철학자들에게 '훈련'은 가장 좋은 삶을 살려는 목적과 연관되어 있다. 플라톤은 영혼의 부분들인 이성, 기개, 욕망이 조화를 이루며 탁월하게 발휘되면 지혜, 용기, 절제, 정의를 갖출 수 있다고 말한다. 궁극적으로는 진리를 인식해 가장 좋은 삶을 살 수 있다고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도 인간은 본성적으로 가장 좋은 것을 추구하며, 진정으로 좋은 것은 행복이라고 한다. 행복은 인간의 능력을 탁월하게 발휘하는 활동에 있다. 또한, 헬레니즘 시대의 스토아학파나 에피쿠로스학파도 구체적으로 삶의 목표를 표현하는 철학적 개념들이 다르기는 하지만 궁극적으로 가장 좋은 삶을 추구했다. 현대 사회의 금욕의 목표 또한 이러한 맥락과 일치할 것이다.

금욕의 기술과 방법

구체적으로 삶의 기술로서 영혼 훈련을 위한 방법은 대표적으로 스토아학파가 제시하는 바를 살펴보겠다. 스토아학파의 영혼 훈련의 방식은 인식적인 훈련과 윤리적 훈련으로 구분해 원리를 제시한다. 인식론적 훈련과 치유 방법에는 첫째, 사물 그 자체의 인식과 분별력 훈련이 있다. 두 번째로는, 우주적 관점과 자아 확대 훈련이고, 마지막으로는 위로부터의 조망과 탈세속화의 훈련이다. 윤리적 영혼 훈련 방법으로는 첫째, '최악의 사태에 대한 예비 훈련', 두 번째로는 '의식의 감찰 훈련', 세 번째로는 '현재에 집중하는 훈련', 마지막으로는 '죽음에의 훈련'이 있다.

금욕의 기능과 효과

고대 그리스로부터 영혼의 훈련은 철학의 실천적 활동을 매우 중요한 역할을 차지했다. 현대 철학에서 고대 그리스의 철학의 실천적 기능을 주목하는 이유는 현대인의 정신적 불안과 관련해 철학의 현실적 역할에 대해 반성적으로 성찰하게 되면서이다. 현대에 철학이 지나치게 논증이나 이론, 원리 등을 강조하면서 역사적으로 망각해온 철학의 치유적 기능과 실천적 역할을 재고한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따라서 고대 그리스 철학을 통해 현대인이 찾아 나서는 행복이 영혼의 훈련 개념, 그리고 영혼의 치유로 나아가는 단초를 마련할 수 있다. 즉, 현대인들에게 영혼 훈련과 금욕주의는 진정한 삶의 행복을 지향하고 완성하는 삶의 미학을 가능하게 만든다.

   
▲ 장영란(한국외대 미네르바교양대학 교수)가 '금욕, 체념, 달관'의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이후 임헌규 교수가 토론에 참석해서 "동양에는 위 강연과 맞춰서 이런 것이 있다" 소개하고자 한다면서, "동양적으로 보면 수양, 공부, 수련으로 표현해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주 열린연단 인문학 강연은 11일 7섹션 '윤리의 정신적 차원' 세 번째 강연으로 성해영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의 '영적 훈련의 고전'을 주제로 진행한다.

강연신청 마감은 해당 강연회차 4일 전인 화요일 오전 11시에 마감되며 강연 영상과 강연 원고 전문은 홈페이지 및 모바일에서도 동시에 볼 수 있으며 진행된 강연은 매주 금요일에 공개된다. 지난 강연 영상과 강연 전문은 열린연단 홈페이지(http://openlectures.naver.com) 및 모바일에서 볼 수 있다.

   
▲ 장영란(한국외대 미네르바교양대학 교수)가 '금욕, 체념, 달관'의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글] 문화뉴스 김민경 기자 avin@mhns.co.kr
[사진] 열린연단, 문화뉴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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