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툇마루가 있는 집'의 한 장면.
 
[문화뉴스] 연극 '툇마루가 있는 집'은 단순히 한 남자의 과거 회상이 아닌 우리 역사의 상처, 아픔을 보게 되며 4, 50대 중장년층들에게는 어렸을 적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으로써의 공감을, 젊은 사람들에게는 부모님들의 삶과 슬픔을 느낄 수 있는 연극으로 7, 80년대 시대극이 아닌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하고 감동할 수 있는 연극이다.
 
10일부터 26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열리는 연극 '툇마루가 있는 집'은 지금은 50대가 된 남자가 재건축, 재개발로 헐리게 된 옛날 집을 방문하면서 시작된다. 남자는 옛날 집에서 과거의 기억, 인물들과 마주하게 되면서 깊숙이 감춰두어 잊고 있던 기억, 상처들과 대면하게 되고, 그것들과 화해하는 내용이다.
 
'툇마루가 있는 집'은 지나간 시간인 1983년, 1979년, 그리고 현재의 시간이 교차되고 중첩되며 흘러간다. 그 속에서 먼저 세상을 떠난 형, 가정을 돌보지 않은 아버지, 억척스럽게 가족을 돌보던 할머니와 어머니, 같은 공간을 공유하던 정양, 찬숙, 현숙, 문간댁 등과 마주한다. 이들은 단순히 같은 집에 사는 인물들이 아닌 격란의 시기인 7, 80년대 위정자들과 가진 자들의 권압과 폭정, 그로 인해 희생당한 민초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작품을 쓴 김승철 연출은 "나는 작품 속 7, 80년 시대가 현대사에서 가장 뜨거웠던 격변기라 생각한다. 대문 밖에서는 격란이 몰아칠 때, 대문 안 민초들은 어떻게든 살아내려고 서로 부둥켜안는다. 그런 사람들이 어떤 상처를 받았고, 어떻게 보듬고 견디며 살았는지 이야기 하고 싶었다. 이젠 그때의 삶들을 지워버릴 수 있도록 화해하고, 미래를 보고 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작품을 썼다"며 작품을 쓴 이유를 밝혔다.
 
   
▲ 이대연 배우가 한 장면을 연기하고 있다.
 
한편, 10일 저녁 개막을 앞두고 프레스콜이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진행됐다. 질의응답 시간엔 김승철 작·연출, 배선애 드라마터그, '남자' 역의 이대연, 장용철, '할머니' 역의 강애심, '어머니·아내' 역의 이경성 배우가 참석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툇마루가 있는 집' 작품은 어떻게 쓰게 되었나?
ㄴ 김승철 : 나와 이대연씨는 64년생 동갑이고, 작품 속 7, 80년 시대는 우리가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생 때 시절이다. 나는 그 시대가 현대사에서 가장 뜨거웠던 격변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대문 밖에서는 데모 등 격란이 몰아쳤고, 대문 안 민초들은 어떻게든 살아내고, 견디려고 서로 부둥키고 껴안았다. 가슴 깊이 멍과 상처가 남았지만, 이걸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떤 상처를 받았고, 보듬고 살아왔는지 이야기 하고 싶었다.
 
이젠 그때의 삶들을 지워버릴 수 있게 화해하고, 과거를 돌아보지 않고 미래를 보고 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작품을 썼다. 근데 근래 들어서는 시대가 다시 과거로 가는 느낌이 들어 작품의 결말을 바꿔야 하나 고민도 했다. 그래도 의도하는 주제가 있기에 원래 썼던 대로 마무리했다.
 
'툇마루'가 가지는 의미가 있을 것 같다.
ㄴ 김승철 : 주인공 '남자'에게 툇마루는 어렸을 적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꾸벅꾸벅 졸던 느낌만 갖고 있던 장소였다. 하지만 따뜻한 툇마루 아래 깊은 구석에는 그의 과거 속 짙은 상흔과 상흔의 상징이 묻혀 있다. 그런 아이러니의 상징성이 툇마루다.
 
'남자'는 과거의 인물들과 같은 공간에 공존하지만 제 3자, 관객의 입장으로 그들을 바라본다. 연기하는 데 힘든 점이 있었을 것 같다.
ㄴ 이대연 : '남자'는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는 인물이기에 객관적 관객은 아닌 미묘한 부분이 있다. 워낙 플롯이 탄탄해 점점 깊은 상처로 들어가는 구조, 감정에 따라 그 무대 안에서 살아있으면 됐기에 힘들지 않았다.
 
   
▲ 김승철 연출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여성들이 폭력, 억압당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이런 부분을 서브플롯으로 넣은 의도가 무엇인지?
ㄴ 김승철 : 대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대문 안에서만의 문제가 아닌 대문 밖 문제의 상징성으로 보이게 구성하려 했다. 형이 젯밥 먹을 때 진구가 "꼭 그렇게 가야 했어?"라고 묻는다. 그때 형은 "그래서 갔다. 집이 무너지는 걸 주저앉아 볼 수만은 없어서” 라고 한다. 그건 집 밖에 구조적 문제가 집안 가정을 무너트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형 생각은 대문 밖 사회적 구조를 뜯어고쳐야 대문 안 공동체들이 바로 선다고 생각한 거다. 그런 점에서 그 당시 대문 밖 사회 구조를 압축해서 놓은 게 집안 풍경이다. 집안의 가장인 아버지의 폭력, 무능력함, 소통 부재, 그 외 여러 가지 아버지가 갖는 캐릭터의 특성이 대문 밖의 위정자들, 사회 주도권을 쥐고 있는 사람들의 의식체계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생각했다. 아버지에 의해 피해자가 되는 집안의 구성원이 대문 밖에서 그 당시 가진 자들의 폭정에 희생당한 민초들을 대변한다고 생각하고 인물들의 상황을 구성하다 보니 그런 것 같다.
 
배선애 : 덧붙여 말씀드리자면 처음 대본을 읽을 땐 여성성이 드러나지 않았는데, 리딩 하는 자리에서 여성성이 주목 되더라. 아마 연출님이 의식하진 못하지만, 여성적인 시각이 풍부한 것 같다. 페미니즘 시각에서도 충분히 상징성과 설득력이 큰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평안도 사투리를 쓰는 설정은 연출의 의도였나, 배우의 노련함이었나?
ㄴ 강애심 : 신기하게 나를 비롯해 여기 있는 연출, 배우들 모두 가족 중 이북 분들이 많다. 어릴 적 아버지 생각도 나서인지 평안도 사투리를 하고 싶었고, 연출님께 말했더니 흔쾌히 허락했다.

치매 설정도 본인이 생각해낸건가
ㄴ 강애심 : 아니다. 치매 설정은 연출된거다. 하지만 욕은 최대한 재밌게 하려고 평안도 사투리나 속담 같은 것들을 많이 찾아봤다.
 
   
▲ (왼쪽부터) 이경성, 이대연, 김승철 연출, 장용철, 강애심 배우가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찰진 욕들이 애드립으로밖에 나올 수 없는 욕이라 생각했다. 평양에서 꼭 공연을 해야 할 것 같다.(웃음)
ㄴ 김승철 : 내가 대본에 글로 표현한 것보다 캐릭터를 훨씬 입체적이고 살아있는 인물로 창출해냈다. 연출 입장에서 너무 감사하다.
 
강애심 : 감사하다 (웃음)
 
연극 관객층의 대부분은 20대 여성이다. 40대 중장년층만을 타깃으로 하는건지?
ㄴ 김승철 : 나는 연출을 하면서 기획적인 고려는 하지 않았다. 물론 다양한 연령층이 공감하면 좋겠지만, 꼭 대중적으로 모든 분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의도로 작품을 만들지 않았다. 나는 중장년이 되신 분들도 대학로로 와서 즐기고 공유할만한 주제를 다룬 작품이 대학로에 있다는 게 의미 있다 생각한다.
 
젊은 관객층들이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은지?
ㄴ 김승철 : 역사는 돌고 돈다고 한다. 사람 사는 모양새도 둥글게 돌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 같다. 시간은 흐르고 시대는 변하지만, 본질적인 문제나 사람이 모여서 만든 공동체의 특성은 똑같고, 반복된다. 그러기에 젊은 층들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주변 20대들에게 시연회를 한 적도 있는데 충분히 공감된다고 하더라.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ㄴ 김승철 : 나는 이 작품을 통해 정답을 던지려는 건 아니고, 공연을 보고 사유할 수 있는 거리를 가져갔으면 좋겠다. 작품으로 질문을 던지고 싶고, 단초를 던지고 싶다. 관객들이 시대, 사람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갖고 나가신다면 그걸로 감사하고, 행복할 거 같다.
 
[글] 문화뉴스 태유나 인턴기자 you@mhns.co.kr

[사진]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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