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성광 인터뷰

   
 

[문화뉴스] 다시 돌아온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여전히 관객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국립극단 제작으로 2015년 연극계를 휩쓸었던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이 새해를 맞아 지난 18일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다시 올랐다. 기군상이 쓴 중국 고전을 연출가 고선웅이 각색, 연출한 이 작품은 지난해 동아연극상, 대한민국연극대상, 올해의 연극 베스트3, 올해의 공연 베스트7 등 내로라하는 국내 연극상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4년간 대상작을 내지 못했던 동아연극상에서는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대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조씨고아' 팀은 초연 당시 무대 뒤에서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한 故 임홍식 배우의 정신을 이어받아,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관객들과 약속한 공연 기간을 끝까지 다 채우고 막을 내린 바 있다. 이후 고선웅 연출가는 개인적으로 받았던 상금을 쾌척해 지난 해 '대한민국 연극대상'에서 '제1회 임홍식 배우상'을 만들기도 했다.

조씨 가문의 마지막 핏줄 '조씨고아(이형훈)'를 지켜내고 복수를 도모하는 필부 '정영(하성광)'과 그 과정 속에서 희생한 의인들을 둘러싼 이야기인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장엄한 원작에 재치 있는 대사를 녹여낸다. 작품은 국내 뿐 아니라, 원작의 나라 중국에서도 큰 호응을 얻으며 많은 이들에게 '고전 원작의 명성에 뒤지지 않는 명작'으로 인정을 받았다.

   
▲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의 한 장면

2015년 초연에 이어 국내 재연 무대에서도 '정영' 역을 맡은 배우 하성광은 올해로 데뷔 22년차 배우가 됐다. 그는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고모를 찾습니다', '덫-햄릿에 대한 명상' 뿐 아니라, 영화 '웰컴 투 동막골', '수난이대', '섬. 사라진 사람들', '타짜-신의 손', '차우', '추격자' 등 다양한 작품 활동을 이어온 내공 있는 중견 배우다.

'정영'을 통해 2015년 대한민국연극대상과 동아연극상 연기상을 수상한 바 있는 하 배우는 "테크닉으로 꾸미고 더하기보다는 빼는 걸 위주로 생각했다"며 초연에 비해 더 다듬어진 '정영'을 예고했다. 실제로 군더더기 없을 뿐 아니라 견고하기까지 한 정영의 모습이 무대에 오르며, 배우 하성광은 관객들이 초연에서 느꼈던 벅찬 감정을 배가했다.

지난 10일 서계동에서 만난 배우 하성광은 '조씨고아' 팀이 '좋은 공연'으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었던 원인에 대해 나름의 분석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말하는 '조씨고아' 이야기, 그 이외의 출연작 이야기에 대해 더 들어보자.

   
▲ 2015년 제8회 대한민국 연극대상 당시 하성광은 "故 임홍식 선배가 저 상 받은 거 보면 좋아하셨을 것입니다. 지금도 기뻐하고 계실 것입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연기상 소감을 전했다.

 

배우 하성광에게 '정영'은 행복과 불행 모두를 안겨준 역할이 아닌가 싶다. '정영'을 통해 2015년 대한민국연극대상과 동아연극상에서 연기상을 수상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정영은 조씨고아의 복수를 떠안고 살아가는 불행한 인물이다. 배우 하성광이 '정영'에게 갖는 감정이 궁금하다.

ㄴ 측은지심이 생긴다. 어떤 면에선 이해가 가지 않고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하지만 대사에 보면 온 나라 아이들을 살리기 위한 희생 같은 것이 있다. 받은 것에 대한 가치를 아는 것이 이해는 된다. 하지만 내 자식을 희생시켜가며 그 도리를 해야 되나 하는 질문을 역으로 인간 하성광에게 한다면, 나는 자신이 없다.

 

그래도 '정영'을 맡을 때 가장 행복했을 것 같다. 예전 어느 인터뷰에서 "광대로서 신명을 느끼기 때문에 힘들지만 채워지는 게 있다"고 말했다.

ㄴ 그건 지금도 같은 마음이다. 힘든 만큼 기쁨도 있고 뿌듯함도 있다. 하지만 힘들다. 그런 것들이 계속 교차한다.

 

"정영을 보내는 데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번에 또 다시 헤어지는 것도 힘들지 않을까? 힘겨운 이별이 예측되는 만남은 시작하기 전부터 지레 겁을 먹게 되던데, 배우 하성광은 어떤가?

ㄴ 물론 겁이 나고 부담스럽기도 하다. 보셨던 분들도 다시 오실 텐데 좋게 진화하면 괜찮지만 나쁘게 변질된 것을 보여줘선 안 되기 때문에 그것이 두렵고 짐이고 숙제이기도 하다.

 

   
 

 

2015년의 정영과 2017년의 정영은 어떻게 다른가?

ㄴ 2015년에는 정신이 별로 없었다. 그때는 치러야 하는 일, 해결해야 하는 일이라 정신없이 지나갔다. 2017년은 부담스럽다. 한 번 오픈된 작품이고 속내가 보인 지라 채우려니 더 부담스럽다. 그래서 더 좋아지는 면도 있을 것 같다.

 

초연에 비해, 연기의 테크닉 면에서는 달라진 게 있지 않을까?

ㄴ 테크닉으로 꾸미고 더하기보다는 빼는 걸 위주로 생각했다. 그때는 좀 '많았다'는 생각이 든다. 연출의 생각도 이번 공연에서 약간씩 정리되는 게 있는 것 같다. 대사를 꽤 정리했다. 대사를 많이 압축했기 때문에 더 단단해지는 느낌이 있어야 할 텐데, 그 부분이 걱정스럽긴 하다.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조씨고아의 복수의 순간보다, 조씨고아가 복수를 할 수 있게 인생 전부를 희생하는 비극, 복수 이후 허무하고도 처절한 생의 끝자락이 보인다. 실제로 '도안고'도 죽음을 앞두고 정영에게 "도대체 네 인생은 뭐였어? 다 늙어버렸잖아. (너와 나) 서로가 비슷하구나"라 말한다. 정영의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

ㄴ 없는 게 아닐까 싶다. 떠밀려왔던 거고 자기 의지를 갖고 가치를 가지고 살지는 않은 것 같다. 책무에 대한, 의무에 대한 생각이 더 많았던 것이 아닐까. 정작 의미 있게 살려면, 가족들과 함께 살아야 할 것 같다. 가치 추구보다는 의무나 복수를 위해 20년의 세월을 떠밀려오듯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 정진각 배우(오른쪽)가 '조씨고아' 재연에서 '공손저구'를 연기한다.

 

故 임홍식 배우 대신 정진각 배우가 '공손저구' 역을 함께하게 됐다. 두 배우의 '공손저구'는 어떻게 다른가?

ㄴ 故 임홍식 선배님은 다소 진중하고 묵직한 공손저구셨다면, 정진각 선배님은 유쾌하고 무겁지 않은 공손저구 같다. 이야기하는 폭이 꽤 넓어졌고 어두운 면보단 밝은 면에 더 가까워서 젊은 관객 분들은 이해하기 쉬울 수 있을 것 같다.

 

故 임홍식 배우가 무대 뒤에서 쓰러졌던 날, 공연을 취소하지 않고 이어갔다.

ㄴ 1막이 끝나고부터였다. 1막 맨 마지막 장면이 진행 중일 때 선생님께서 쓰러지셨다. 2막 인터미션 때는 '쿵' 소리가 났는데 범상치 않았음을 알았다. 2막을 계속해야 하는지 고민이 들었다. 처음부터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관객분이 공연 중에 쓰러져도 큰 문제인데 배우가 쓰러졌으니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 그러다 2막을 계속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2막은 꿈꾸는 것 같았다. 팀 전체가 어떻게 공연을 끝냈는지 몰랐을 것 같다.

 

고선웅 연출가가 초연 프레스콜부터 "2시간 20분 정도를 열연하는 정영 역의 하성광 배우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감수성으로 연출의 의도를 잘 잡아가는 멋진 배우"라며 하성광 배우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보인 바 있다. 하성광이 바라보는 고선웅 연출가는 어떤 사람인가?

ㄴ 톡톡 튀는 사람이다. 재기발랄하고 민첩하고 감각이 남다르다. 배우가 어떻게 움직이고 싶은지 속내를 파악하고 확대시키며 그걸 무대화해준다. 굉장히 마술 같다. '이건 아니야', '이건 이렇게 해'가 아니라 '더 해봐'라는 식으로 확대해준다. 그래서 배우들의 움직임이 더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말도 배우 개인에게 맞게 자연스럽게 바꿔준다.

 

   
 

 

지난 9일 '최순실 게이트'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박민권 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이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의 고선웅 연출가를 문화계 인사에 대한 검열과 지원배제 등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의심을 산 '블랙리스트'에서 제외했다가 경질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조씨고아'도 고선웅도 문화계 전반에 걸친 '블랙리스트'의 늪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현 시국이나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ㄴ 맨 마지막이자, 맨 끝이 '문화' 같은데, 참 가슴 아픈 일이다. 누구는 '화이트리스트'도 있다고 말한다. 요즘은 모든 게 이분법적이고 납득이 되지 않는 게 많다.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있건 아니건 간에 연극인들 대부분은 스스로를 블랙리스트라고 생각할 거다. 그분들이 더딘 걸음이더라도 꾸준히 걷고 있고 잘 견디고 있다. 동료, 선후배 연극인들께 응원의 박수를 드린다. 같은 마음으로 함께 임하고 싶다.

 

배우를 그만두려고 했었는데 서울연극제에서 상을 받으면서 마음이 바뀌었다는 말을 들었다.

ㄴ 상 때문에 마음이 바뀌었다는 의도로 이야기한 것은 아니다. 이전까지는 내가 배우를 해도 되나 하는 마음이 있었다. 여기 있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해오던 차였는데, 덜컥 상을 받으니까 계속하라는 얘긴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상은 그런 것 같다. 받는 사람은 별로 그렇지 않은데, 받는 이를 보는 사람이 상을 더 특별하게 생각한다(웃음). 상 받으면 좋긴 좋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생각하는 그런 느낌은 아니다.

 

2015년에도 상을 받으면서 마음의 동요가 심하진 않았는가?

ㄴ 모노드라마를 하면서 상을 받았으면 내 탓이라고 생각할 테지만(웃음), 이건 어디까지나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팀의 상이다. 대표로 받은 것일 뿐이다. 인터뷰여서 하는 말이 아니라, 팀워크가 굉장히 좋은 팀이다. 공연을 보면 팀워크가 좋은 걸 알 수 있다. 그게 큰 성과 혹은 좋은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근본인 것 같다. 시상식 때도 그 얘기를 했다. 대표로 받은 거라고 말이다. 겸손이 아니라 진심이다. 하늘에 계신 임홍식 선배님까지 전부 포함해서 받은 거다.

   
 

 

이렇게 좋은 팀워크을 만들어준 원인이 무엇일까?

ㄴ 이렇게 말하면 고 연출가가 굉장히 좋아하겠지만, 연출이 배우들에게 정말 잘한다. 형님도 있고 동생도 있는데 '내가 연출인데!' 하지 않는다. 그래서 훨씬 잘 모여지고 단합이 잘 되는 것 같다. 억지가 없으니까 오히려 자발적으로 움직인다.

 

공연이 끝나고 나서도 계속 팀들과 자주 모이거나 정기적인 모임을 하는가?

ㄴ 정기는 아니고 망년회나 간헐적인 모임을 가진다. 다들 바빠서 날짜를 정해서 만나지는 못했지만 '의리회'라는 모임이 있다. 사조직이다(웃음). 배우와 스태프들 모두 모여 있다.

 

지난 해 10월 중국 베이징 국가화극원 무대에 '조씨고아' 무대를 올렸다. 관객들 반응은 어땠나? 중국과 한국 관객의 반응이 많이 달랐나?

ㄴ 중국서 2회 공연을 했다. 가기 위한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 소품, 의상, 비자 등 사전 작업이 너무 힘들어서 '가긴 가는 거야?' 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중국에 도착했을 때는 극장에 소품이 도착하지 않아서 화극원 소품실에서 대체할 수 있는 물품들을 모두 찾아오기도 했다. 그러던 차에 물품이 무사히 들어와 공연을 마쳤다. 한국 관객들 반응이 '아주' 좋았다면, 중국 관객들 반응은 '아-주' 좋았다. 이럴 거면서 왜 그렇게 애를 먹였나 싶었다(웃음). 의외로 반응이 뜨거웠다.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에서 가장 탐나는 역할이 있다면?

ㄴ 어떤 역할이라고 꼬집어 말할 수는 없다. 이번 앵콜 공연을 준비하면서 DVD로 우리 공연을 다시 시청하며 좋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했다. 대개 연극은 영상으로 담아놓으면 어색하기 마련인데, 이 공연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보게 되더라. 어떤 배우가 뭘 하든 간에 틈이 생기지 않더라. 극적으로 제 역할들이 잘 엮여 있었다. 각 배우들이 짧은 몇 마디를 하고 들어가기를 몇 차례 반복하더라도 궁색함 없이 완벽하게 해냈다. 조명 밖에 있는 배우들도 자기 행동과 자기 호흡을 견고하게 갖고 있으니 탄탄할 수밖에 없다. 그건 연출이 시키기도 하지만 마음이 움직여야 가능한 것들이다. 배우 본인들이 마음을 쓰고 있다. 그게 우리 공연의 힘이다.

 

제42회 서울독립영화제 단편경쟁 부문에 오른 '수난이대' 작품에 아버지 '근찬' 역으로 출연했다. 어떤 계기였나?

ㄴ 김한라 감독 작품이었다. '집으로 오는 길'라는 중앙대 졸업 작품을 찍는다고 해서, "그럽시다"하고 작업했었다. 결과물이 되게 좋았다. (편집자 주 : '집으로 오는 길'은 제12회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비정성시 최우수작품상을 받았다.) 그래서 한국영화아카데미에 들어가는데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들었다. 그 후에 '수난이대'를 하니 선배님이 같이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또 "그럽시다"라고 답했다.

같이 연기한 '아들' 역할의 정재광이 독립스타상 배우부문 상을 받았다는 걸 이제야 들었다. 축하한다고 메시지를 꼭 남겨야 할 것 같다. 작품이 재밌었다. 김한라 감독의 깡다구도 있었는데, 광화문을 빌려서 찍겠다고 할 정도였다.

   
▲ 영화 '수난이대' ⓒ 서울독립영화제

 

'수난이대'에서 아버지 '근찬'은 노동운동을 했고, 아들 '정재광'은 '일베'를 하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우리 시대상을 잘 보여줬다는 평을 받았는데,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ㄴ 지금도 연속되는 게 아닐까 싶었다. 이 분위기가 앞으로 지속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조금은 더뎌지더라도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이런 연장선 중 하나가 예술이 아닌가 싶었다. 그게 문화가 아닌가 싶다.

 

'섬. 사라진 사람들', '타짜-신의 손', '차우', '추격자', '웰컴 투 동막골' 등 다양한 영화에 출연했다. 어떤 영화가 가장 기억에 남는가?

ㄴ '웰컴 투 동막골' 작업을 길게 했었다. 동막골 주민이 이미지 캐스팅이었는데, 연극배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연극 파트, 영화 파트가 팀이 되면서 밥을 따로 먹기도 했었다.

 

특히 나홍진 감독의 작품인 '추격자'에서 '박 형사' 역할을 잘 소화했었다. 최근 '곡성'의 성공으로 나홍진 감독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졌다. 일정 조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촬영을 하지 않는다는 완벽주의자라는 평을 듣고 있는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ㄴ '추격자'를 작업할 때 나홍진 감독의 모습을 보며, 작업자의 태도가 보여졌다. 다른 스태프에게 욕을 먹을지도 모르지만, 준비가 되지 않으면 필름을 쓰지 않는 것이 있었다. 예를 들어, 바닥에 물이 뿌려져 있어야 하는 상황이 있다. 카메라가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물이 안 뿌려져 있고, 중간까지만 뿌려져 있다면 "이걸 왜 여기만 뿌렸냐"고 했다. 제작비도 없는 데라는 말이 나와도, 뿌리라고 했다. 같이 있는 작업자 측면에서 보면 '옳음'도 있다고 봤다. 그래야 자기가 생각하는 그림이 나오기 때문이다. 인간에 대한 문제는 다음 문제이고, 작업자 입장에선 그게 탓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 연극 '고모를 찾습니다'의 한 장면. ⓒ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지난 해 11월 연극 '고모를 찾습니다'에 출연했다. 2인극이지만 거의 혼자 대사를 해야 하는 독특한 컨셉의 공연이었다. 공연을 마친 소감은 어떤가?

ㄴ 모리스 패니치라는 캐나다 작가의 작품이다. 극중 '켐프'라는 역할을 맡았는데, 사실 침묵하는 '고모' 역할이 멋졌다. 말이 없는 와중에도 존재감이 계속 유지된다. 카메라가 있다면 안 되겠지만, 연극이라서 가능한 작품이었다. 어쩌면 켐프보다 고모에게 더 시선이 가게 되지 않나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역할이다.

 

연극 '고모를 찾습니다' 기자간담회 당시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과 이 연극에선 죽음의 의미가 강렬하다. 하 배우에게 죽음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했었다. 그러자 "죽음이 어떤 끝이고, 시작인지 모르겠다. 더 명확해지면 그때 답변 드리겠다"는 말을 했었다. 지금은 명확해졌나?

ㄴ 그때 시간에서 많이 변하지 않아서 그대로다. 죽음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사는 게 치여서 모르는 것이라 본다. 지금도 잘 모르겠다. 여전히 알 수 없음에 위치한 것 같다. 내 나이가 7~80대가 되면 알까 싶다.

 

배우 하성광의 20년 후의 모습은 어떨 것 같은가?

ㄴ 계속 연극을 하고 있을 것 같다. 가능하려나? 가능했으면 좋겠다. 아마 술과 담배 좀 줄이면 가능할 것 같다. '연극을 계속 하지 않을까' 하는 게 추측이기도 하고 바람이기도 하다.

 

▲ 하성광 배우가 문화뉴스 독자들에게 설 인사말을 남겼다.

 

[글] 문화뉴스 장기영 기자 key000@mhns.co.kr
[사진·영상]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정리] 문화뉴스 김수미 인턴기자 monkey@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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