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성실과 배려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의 '티볼트' 김수용 배우와 만났다.

김수로프로젝트 20탄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은 3월 5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되는 작품으로 시대의 사랑으로 불리며 400년간 사랑받은 셰익스피어의 원작 '로미오와 줄리엣'을 파격적으로 각색했다.

영화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포스트 어포칼립스 스타일의 설정을 배경으로 해서 핵전쟁 이후 돌연변이가 된 사람들과 살아남은 인류가 몽타궤 역과 카풀렛 역 지하에 살며 서로를 노린다. 가문의 대립이던 기존 배경을 각색해 돌연변이 '로미오'와 지하에 숨어 사는 인간 소녀 '줄리엣'의 사랑을 다룬 이 작품은 남성적인 스타일과 인터미션 포함 130분가량의 빠른 전개, 시원한 록 스타일의 음악 등 여러 가지 조합이 섞여 거칠고 신선한, 날 것의 느낌이 강한 작품으로 탄생했다.

그런 가운데 인간 측의 리더 역인 '티볼트' 역의 김수용 배우와 만났다. 평소 배려 넘치고 겸손한 태도로 관계자들과 배우들이 더 사랑하는 배우로 꼽힌 그는 83년 아역으로 데뷔해 34년 차 배우인데도 인터뷰를 이어가며 행여나 자신의 말이 타인에게 누가 될까 조심스러워했다.

2016년 동안 '은밀하게 위대하게', '인터뷰', '페스트', '로미오와 줄리엣'까지 연이어 창작 뮤지컬에 출연한 그는 '창작 뮤지컬'에 대한 애정이 있다기보다 연기 자체가 재밌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정의했다. 또 이번 작품 역시 작품의 개연성에 대해 깊은 생각과 열정을 갖고 관객에게 '로미오와 줄리엣'을 건네고자 애쓰는 멋진 배우였다.

누구나 말을 건네 보면 그가 사랑받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은 배우 김수용과의 조금 긴 이야기들.

자기소개 부탁한다.

ㄴ 저는 뮤지컬 배우 김수용이라고 한다.

'은밀하게 위대하게', '인터뷰', '페스트', '로미오와 줄리엣'까지 창작 뮤지컬에 쉼 없이 도전하고 있다. 2016년 이후의 활동을 정리하자면.

ㄴ 숨 가쁘게 달려왔던 것 같다. 사실 그 모든 작품이 창작 뮤지컬이란 걸 생각할 겨를이 없을 정도로, 정말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예년보다 활동 자체도 많았다.

ㄴ 그때마다 올해는 몇 작품을 해야지. 올해는 창작, 라이선스만 해야지 이런 계획을 세우진 않는다. 하다 보니까, 좋은 기회가 주어졌을 때. 그런 작업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기분 좋고 행복한 일이다 보니 아무 생각 없이 작품에 몰입하는 편이다. 지금 이야기 듣고 나니까 아 꽤 많이 했구나 싶을 정도다. 신기하다(웃음).

주연 전문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 2016년부터 악역, 조연 등 다양한 역에 출연 중이다. 감회가 남다르겠다.

ㄴ 사실 조연도 많이 했다. 엄밀히 따지면 '엘리자베스'의 '루케니'나 '모차르트'의 콜로라도 대주교. 옛날로 돌아가면 '그리스'의 '두디'도 그렇다. 제 여러 가지 선택 기준 중 하나는 재밌는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다. 이번 '티볼트'도 물론 (김)수로 형님이 추천해주신 역이기도 하지만, 제가 봤을 때 해보면 연기하기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생각이 든다면 주, 조연을 가리진 않는다. 사람 마음이란 게 물론 누구나 주연을 더 좋아하겠지만, 동시에 조연이더라도 하고 싶은 역할에 대한 마음을 내비칠 수 있다. 저는 다른 사람들보단 좀 더 행복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사실 이런 이야기를 하지만, 캐릭터를 주연, 조연처럼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을 좋아하진 않는다. 분량이나 그런 차이가 있긴 하지만, '페스트' 공연 때 노우성 연출님께 드린 말씀을 이야기하고 싶다. 오프닝까지 쳐도 '코타로'는 다섯 번 밖에 안 나온다. 그런데 저는 '두 시간 반짜리 공연에서 단 한 번만 나와도 좋다. 대신 이 무대 위에 나와서 존재해야 할 이유, 정당성, 방향만 확실하다면 만족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런 만큼 캐릭터의 어떤 기능적인 이야기를 좋아하진 않는다. 다시 이야기를 돌아가면 '은밀하게 위대하게' 때 '김태원'도 그랬다.

   
▲ 뮤지컬 '페스트' 중 '코타로' 역을 맡은 김수용 배우.

'김태원'도 비중은 있지만, 출연 분량 자체는 좀 적지 않나.

ㄴ 그런데 연습하면서 점점 늘어났다(웃음). 여담이지만, 처음에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 원 캐스트를 수락했던 것은 '아가사' 때 인연이 있던 추정화 연출과 허수현 감독님이 이번 작품에서 중심을 잡을 인물이고, 분량은 많지 않으니까 출연해달란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대본을 봤는데 정말 분량이 적어서 원 캐스트도 되겠네요 했다. 근데 연습을 할수록, 점점 분량이 느는 거다. 감독님도 '수용이 고음 잘 치잖아' 하면서 고음 위주로 곡이 변하고, 연습하며 들어간 아이디어도 있다. 저도 원작 웹툰을 보면서 몇 가지 아이디어를, 대본을 약간 써간 적이 있는데 정화 누나가 보시더니 '어 이거 잘 써왔네. 한 번 붙여보자' 하면서 제가 낸 아이디어를 거의 다 받아주신 거다. 제 것만 쓴 게 아니라 여러 캐릭터 이야기를 추가로 만들어 갔는데 정말 다 받아주셔서 깜짝 놀랐다(웃음).

   
▲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중 '티볼트' 역을 맡은 배우 김수용.

다 창작 뮤지컬이고, 초연이라 애착도 많겠다. 이번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도 그런 아이디어를 낸 게 있는지.

ㄴ 이번 작품도 보면 '티볼트'의 대사가 굉장히 감정적이고 분노해야 할 것 같은 대사다. 그런데 대본을 보니 이 사람의 고통이 상상 이상이더라. 대사로 짤막하게 표현되긴 하지만, 내 아내가 눈앞에서 죽임을 당하고,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고 어딜 봐도 황량한 곳이다. 소수의 인간만이 지하철역 밑에서 겨우 숨어 사는 가운데 그런 비극을 겪은 사람이라면 과연 자신의 감정을 다 드러내는 1차원적 분노가 있을까 싶었다. 역설적으로 정말 슬프게 우는 사람은 소리 내서 우는 게 아니라 입을 꽉 깨물고 눈물을 흘리며 끅끅 우는 사람이다. 나 화났다고 '아 나 열 받았어!'하고 화내는 사람은 그냥 그 자체로 감정적인 사람이지 정말 아픈 사람은 그렇게 화내지 않는다. 누르고 있거나 혼자 삭이고 술 퍼먹고 그러지 앞에서 티를 내지 않는다. 자신이 살아가는 에너지로 치환시키지 결단코 드러내지 않는다. 저는 '티볼트'가 그런 사람이라고 봤다. 모든 이야기나 행동이 절대 감정적이지 않을 것 같고, 말투도 차가울 것 같았다. 그래야 사람들이 그를 볼 때 크게 변했다는 것을 알지 않을까. 처음 부분에서도 동료들이나 '줄리엣'이 왜 복수를 해야 하나, 오빠 그게 꿈이냐며 말한다. 그런 말이 왜 나오겠나. 사람이 변한 거다. 어떤 이야기가 들어와도 내 흐름에서 받아낼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돼서 제가 보기에 그런 시니컬하고 낮은 톤의 대사를 구사할 것 같다. 또 감정을 드러내지도 않고, 딱 한 번 분출한다. '머큐쇼'와 싸울 때 '넌 죽어야 해'라고 그런 인간적인 분노가 나온다. 연출님도 이야기를 듣더니 '맞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라고 하시더라(웃음).

'코타로' 역시 궁지에 몰릴수록 오히려 웃음을 짓는다. '티볼트' 역시 그런 느낌이다. 1막 동안 쌓인 응축이 '머큐쇼'와의 대결에서 폭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ㄴ 뭐든지 전사가 중요한 것 같다. 무대 위에 보이는 것은 당연히 현재의 모습이다. 그런데 그 모습이 보이기까지 이 사람의 지나간 시간은 뭐가 있을까가 정말 중요한 것 같다. 대학교나 학원에 가면 전사를 글로 써보고 그런 방식도 있지만, 그렇게까지 아니어도 이런 인물이 있다면 하고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보통 사람도 아이부터 성인이 되면서 쌓인 경험과 삶의 모습이 지금 보이지 않나. 다시 이야기를 앞으로 돌리면 무대 위에서 많이 나오든 적게 나오든 그 인물이 무대에 설 때 쌓아온 이야기는 간과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 뮤지컬 '인터뷰' 중 '싱클레어' 역을 맡은 배우 김수용.

분량 이야기하면 '인터뷰'가 제일 힘들었을 것 같다. 2시간 동안 모든 체력을 짜내야겠더라.

ㄴ 저는 연기할 시간이 많아 무척 재미있었다. 물리적으로 연기할 시간이 많은 것이 아니라, '싱클레어'의 이야기를 짜내서 보여줄 수 있었다. '인터뷰'는 짧고 굵게 치는 장면이 없다. 기능적으로 말하면 나올 때마다 임팩트 있게 연기술을 바꿔서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 반면 '인터뷰'는 서서히 관객에게 스며들어야 한다. 처음부터 세게 하면 내 의지와 정서를 갖다 붙일 공간이 없는 거다. 그럼 뒤에 가서 힘들어진다. '이걸 어떻게 두 시간을 봐 어휴' 이렇게 되니까. 그렇지만 '인터뷰'는 다중 인격이란 소재가 너무 매력적이었던 것 같다.

고은성 배우도 '위키드' 당시 '싱클레어'를 자신이 하고 싶던 역할이라고 꼽았었다.

ㄴ 남자든 여자든 누구나 하고 싶을 역이다. 대신 책임이 따르는 무서운 역이다. 절 좋아해 주시는 팬들이나 지인들은 제 노력을 보고 잘했다고 하실 수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절 좋아하지 않는 분들에게도 그 캐릭터를 이해시켜야 하는 거다. 그런데 내가 하고 싶어 도전한 역에서 그걸 못한다면 리스크가 더 크다. 그래서 미친 듯이 생각하고, 접근했다. 물론 배우 개인에 대한 취향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배우는 별로여도 제가 연기한 캐릭터의 마음, 살아있는 인물이란 점을 인정해주실 수 있다면 반이라도 성공한 거로 생각한다.

   
 

과거 인터뷰에서 작품 출연 기준이 4~5가지라고 들었는데 무엇인지.

ㄴ 우선 캐릭터로서의 재미나 의리, 작품이 주는 무게감, 대중예술로서의 가치, 드라마가 어떤 재미를 주는지. 당연히 돈도 들어간다(웃음). 이런 여러 가지가 있다.

이야긴 그렇게 했지만, 출연료는 잘 안 보는 걸로 안다. '쓰루 더 도어'도 그렇고 중, 소극장을 가리지 않는다.

ㄴ 먹고 살만큼만 주시면 된다(웃음). 물론 프로야구 선수들이 연봉으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는 것처럼 어디서든 연봉 자체는 중요하다.

출연료 자체를 자신의 밸류로 생각하는 배우도 있다.

ㄴ 만약 제가 그랬다면, 대극장만 계속했을 거다(웃음). 중, 소극장 작품을 업신여기는 것이 아니라 영화도 블록버스터랑 예술영화가 있는 것처럼 규모에 따른 차이가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소극장 작품도 재미있다.

작품의 크기, 창작을 가리지 않는 그런 애정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ㄴ 저는 연기하는 게 너무 재밌는 사람이다. 라이선스도 마찬가지다. 어떤 롤을 맡았을 때 그걸 현실화, 구체화하는 걸 즐기는 사람이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하려는 것도 있다. 그 롤이 보이기 위해선 작품도 중요하다. 어딜 가든 나 혼자 잘나서 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축구의 '메시'나 '호날두'처럼 팀을 '하드캐리'할 순 없다. 그런데도 작품이 잘될 수 있게 노력하는 것이 결국 배역도 보이고, 배우도 보이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어디서 어떤 작품을 하던 그 순간만큼은 이 작품이 최고다. 우리가 모두 최고라는 생각을 가지고 열심히 하려고 한다.

   
 

역시 배우나 관계자들이 더 인정하는 배우답다(웃음). 아역으로 데뷔했고 부모님도 이쪽 관계자인데 그런 겸손한 삶의 태도는 부모님에게 배웠는지.

ㄴ 아버님은 PD셨고 어머님은 연기하신다. 확실한 건 있다. 사람의 기본적인 예의, 책임감에 대해 많이 배웠다. 어렸을 때 어른들에게 인사 안 하면 아버지께 정말 많이 혼났다. 일하는데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부모님 모두 제가 어느 정도 어른이 될 때까지 정말 엄하게 질책하셨다. 항상 첫공을 보시고 나면 제가 제일 못한다고 하기 일쑤였다. 잘하라고 하시는 말씀인데 아버지는 연출하셨기 때문에 연출자의 마인드로 봐주신다. 그럼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결국 큰소리로 다툰다(웃음). 그래서 집에 냉랭하게 들어오면 이번엔 어머니가 조용히 방에 들어오셔서 배우의 시선으로 말씀하신다. '너 걸을 때 팔 덜렁거리지 말고 시선 처리 그렇게 하지 말고…'. 그러다 보면 어머니하고도 다투고(웃음). 물론 다음 날 되면 두 분 말씀을 들을 수밖에 없다. 제가 잘 못 한 걸 아니까. 그런데 그걸 너무 적나라하게 짚어 주셔서 그런 거다. 이런 경험은 다들 있으실 거다(웃음). 이런 게 결국 내 연기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인사 이야기도 그렇고, 내가 밖에서 하는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는 거였다. 부모님들은 보통 촬영장에 아들이 가서 실수하면 그래 괜찮아 그럴 수 있지 하시지만, 우리 집에선 '그건 네가 잘못한 거야' 하신다. 녹화하러, 촬영하러, 공연하러 간 거니까. 어릴 적엔 그 이야기에 속상했던 적도 있다. 그런데 나중에 우연히 아버지가 제게 질책한 것을 두고 마음 아파하시는 걸 봤다. 역시 내 편이구나 싶더라.

요즘도 공연 계속 보러 오시는지.

ㄴ 물론이다. 아버지도 돌아가시기 전까지 제 첫공은 무조건 보셨다. 어머니도 마찬가지다.

이번 '로미오와 줄리엣' 감상은 어땠는지.

ㄴ 우선 첫 마디는 '고생한다. 발목 괜찮니?'였다. 몇 년 전에 공연하다 발목 인대가 끊어진 적이 있어서. 또 '네가 새롭게 뭔가 많이 찾은 것 같다'고 하셨는데 또 동시에 '쉴 때 삼촌 좀 찾아가라'고 하시더라. 삼촌이 성악하신다. 요즘 락이나 이런 걸 너무 많이 해서 소리가 그쪽으로 간 것 같으니까 좀 뚫어두라고 하셨다. 그래서 또 '곧 찾아뵐 거야' 했는데 '언제 갈려고' 이러시더라. 이게 바로 어제 이야기다(웃음). 여의도 들를 일이 있어서 '엄마 차 한잔해' 했는데 '너 지금 삼촌한테 가' 이러시더라(웃음).

행복한 결혼 생활 중인 걸로 안다. 어머님 찾기 쉽지 않겠다.

ㄴ 그래도 전 자주 찾아뵈고, 전화도 2일에 한 번 정도는 하려고 노력한다. 우리 집이 아들 둘이다. 그나마 덜 무뚝뚝한, 딸 역할 하는 게 저다(웃음). 장 보러 같이 다니고, TV 보면서 같이 맞장구쳐준 게 저라서 전화라도 자주 하려고 노력한다.

   
 

결혼한지 시간이 좀 지났다. 워낙 바빠서 아직 신혼 같겠다.

ㄴ 정말 신혼 같은 건 몇 개월 안 됐다. 아내도 바쁘다. 오늘(12일)도 저보다 먼저 촬영 나갔다. 그 와중에 밥 먹으라고 상 차리고 나갔더라. 오후 8시쯤 볼 예정이다(웃음).

아직도 신혼 같다니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다(웃음).

ㄴ 진짜 신혼 생활은 한 3개월 한 것 같다. 그 전까진 너무 바빠서 얼굴을 잘 못 봤다. 또 촬영 마치고 들어와도 집에서 보정하고, 피드백 받아서 수정하고. 그러니까 어떤 날은 아내가 밤새고, 언제는 제가 일찍 나가서 못 보고, 그러다 아내가 일을 조금 줄여서 잠깐 신혼 생활을 보냈다(웃음).

긍정적으로 보면 앞으로도 몇 년은 더 신혼 같겠다.

ㄴ 전 항상 긍정적이다(웃음). 걱정되는 건 아내가 많이 피곤해한다. 아내가 정말 고생이 많다.

그럼 이제 작품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로미오와 줄리엣' 캐스팅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하다.

ㄴ 이 작품은 '인터뷰' 하던 중에 (김)수로 형님이 말씀해 주셨다. '김수로프로젝트'로 '로미오와 줄리엣'을 할 건데, 기존과는 달리 새로운 느낌으로 갈 거다. 거기서 '티볼트' 역에 잘 어울릴 것 같 같은 들어오지 않겠냐고 하시더라. 대본도 보기 전이었다. 그렇지만 (김)수로 형님과 '아가사', '인터뷰'에 이어 세 번째 작업이고, 친하거나 지인이라고 해서 쓸데없는 말이나 캐스팅을 제안하는 분도 아니다. 느낌이 맞으니까 제의를 하신 거지. 그래서 그냥 알겠다, 생각해보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아직 확정 짓기 전인데 갑자기 폰에 진동이 계속 와서 뭐지 했는데 그 단체방이라서, 빼도 박도 못하겠네 하며 들어갔다(웃음). 물론 할 마음은 이미 있었다.

   
▲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중 '티볼트' 역을 맡은 배우 김수용.

'인터뷰' 때면 굉장히 이른 시기 아닌가.

ㄴ 사실 이게 연극이었다더라. 액션 활극 '로미오와 줄리엣' 이어서 액션 관련으로 앙상블이 어느 정도 뽑힌 상황이었는데 뮤지컬로 만들면 재밌겠다 싶어서 방향 전환되며 저나 (박)한근이처럼 뮤지컬 쪽 배우들이 합류했다. 단체방 초대되자마자 '선배님 축하합니다. 환영합니다' 하니까 나갈 수도 없고(웃음)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했다. 새삼 (김)수로 형님의 추진력과 파이팅 정신을 느꼈다.

'곤 투모로우'나 '까사 발렌티나'도 그렇고, '로미오와 줄리엣'까지 남들이 쉽게 시도하기 어려운 장르에 과감히 도전했다.

ㄴ 또 (성)종완 연출 역시 작가로서 새로운 시도를 했다고 생각한다. 연습 때도 그런 이야기 했다. 이미 너무 유명하고, 각색될 만큼 된 작품인데 어떻게 풀어야 새롭게 나올지 고민이 많았다고 하더라. 그러다 결국 채택된 게 지금의 세기말 분위기고. 전 사실 나중에 연습 들어가서 대본 본 뒤에 저 자신도 재밌고 독특하고 새롭다고 봤다. 대신 호불호가 갈려서 수정이 필요하겠다 싶더라. 그래서 연출님이 다들 대본 읽은 소감을 물어보길래 전 끝나고 따로 자세히 적어서 말씀드린 기억이 난다.

아까 '은밀하게 위대하게' 이야기도 그렇고, 본인이 이야기를 직접 쓰거나 연출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 같다.

ㄴ 당연히 하고 싶다. 연출도 하고 싶고, 글재주는 없지만, 대본도 쓰고 싶다. 음악이나 프로듀서도 마찬가지다. 공연 제작에 있어 어드바이저, 옴부즈맨 같은 역도 하고 싶고, 평론도 쓰고 싶다. 단지 제 위치와 역량을 봤을 때 아직 멀었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실력을 쌓고 나면 독하게 글을 쓰겠다는 마음은 있다. '깐다'기 보단 객관적인 의미로. 능력을 키워 연출을 맡게 되면 우직하게 공연 제작에 들어갈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은 있다. 물론 아직 능력이 없으므로 자신감만 있는 거고, 실제로 그런 과정에 들어서면 많은 걸 알게 되며 꿈이 꺾일 수도 있다(웃음).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대본 초고와 지금은 얼마나 바뀌었나.

ㄴ 많이 변했다. 일단 흐름이 빨라졌다. 러닝타임이 짧기도 하고, 공연 처음부터 끝까지 쉬는 타이밍이 없다. 초반에는 연출님이 저랑 비슷한 스타일로 준비하신 것 같다. 저도 연기할 때 많이 준비하고 확장한 뒤에 빼는 타입인데 연출님 초고도 많은 이야기가 더 있었다. 이후 수정할 부분에 대해 가감 없이 이야기해달라고 하셨다. 그래서 초고는 무척 길고 늘어진 부분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게 제거되며 흐름이 빨라졌다. 다음으론 캐릭터의 성격이 변했다. '머큐쇼'가 대표적이다. 원래 '머큐쇼'는 밝은 캐릭터였다. 계속 변화를 주며 원작의 몬테규(극 중 몽타궤)가 행동대장의 캐릭터를 살려 급진주의적 느낌을 주기로 했다. 초고에선 '머큐쇼'가 코믹한 톤으로 목이 잘린 뒤에 말을 하는 장면도 있었다. 그래서 '벤볼리오'와 콤비 느낌이었다.

   
 

작품 이야기를 더 하면 대부분 팬은 좀 더 정서적이고 감정적 교류를 원하는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너무 사건에 집중하며 타이트하게 가지 않았나 싶다. 2막이 50분 밖에 안돼서 깜짝 놀랐다.

ㄴ 연출님이 고민하신 부분 중 하나다. 물론 제가 다 아는 것은 아니니까 저로서 보자면 1막에서 힘을 많이 준다. 전투 장면이나 두 세력의 대립도 그렇고. 그런데 그런 무게감이 소실된 2막에서 잔잔한 이야기가 관객에게 얼마나 흥미롭게 다가갈지, 자칫하면 지루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많으셨다. 그래서 저희도 연습하며 전투 장면을 1막에서 끝내자, 2막 초반까지 가자는 식으로 대본이 계속 변했다. 2막의 러닝타임이 줄어든 것은, 1막에서 그런 강한 장면들이 많이 들어가니까 뒤 이야기가 지루해지거나 늘어지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싶다. 또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로미오'와 '줄리엣' 간의 감정적 교류가 주로 다뤄지기엔 설정이 너무 세지 않나 싶다. 핑계나 변명으로 들릴 수도 있다. 과연 우리 이야기 속에서 그 둘이 충분한 감정적 교류를 하고 우리가 생각하듯 연애나 사랑을 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시대적 배경인가 싶었다. 별로 좋아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인류가 종족 번식을 가장 활발히 할 때가 죽음 앞에 직면할 때라고 했다. 저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시대가 그런 시대라고 본다. 역 밖으로 나가면 잡아먹히는 시대. 반대로 인류도 돌연변이를 죽일 수 있고, 그런 기묘한 먹이사슬 속, 내 아내가 죽고, 친구가 내장까지 발려 먹히는 세상에서 평온하게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싶다. 오히려 극과 극에 몰린 두 사람이 만나 그들도 설명할 수 없는 사랑에 빠져서 '세상에 믿을 건 너밖에 없어' 이런 감정이 생긴 게 아닐까. 물론 이걸 보시는 분들은 짜 맞춘 거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진지하게 이런 고민을 해봤다. 제가 믿지 못하면 관객에게 믿음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티볼트'가 차가운 것도 그런 배경 속이지 않나. '줄리엣'이 '티볼트'를 믿지 못하고 나간 것도 마찬가지다. 원래 자신을 잘 포용해주던 사람이 변해서 벽이 된 거다. 그런 와중 '소피아'가 밖이 굉장히 좋다며 하니까 나가게 된 거 아닐까.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ㄴ '파격'이란 단어가 난무하는 시대다. 그런데 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저희 정말로 '파격적'인 것 같다(웃음). 기자간담회 때도 이야기했지만, 좀비물, 돌연변이물 같은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데 이런 유형의 이야기가 무대화돼서 올라간 건 최초가 아닐까 싶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설정과 '로미오와 줄리엣'이 합쳐진 이야기란 건 정말 파격적인 시도다. 또 어디서나 이야기하지만 정말 에너지가 넘치는 작품이다. 직접적인 비교를 할 순 없지만, '바즈 루어만' 감독의 명작 영화가 있다. '디카프리오'가 나온 작품(웃음). 감히 그 작품과 비교할 순 없지만, 새로운 시도란 점은 분명해서 저희 작품 보시고 난 뒤 티켓 북에 티켓 꽂으며 이 작품 본 거, 잘한 것 같다고 생각하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액션이 매우 많다. 혹시 부상의 위험은 없는지.

ㄴ 전 사실 몸 쓰는 거 무척 좋아한다. '페스트'에서 제가 춤을 추니까 사람들이 '김수용이 춤을 춰?'하고 놀라더라. 그런데 사실 전 댄스 뮤지컬(200년 '풋루스')로 데뷔한 사람이다(웃음). 굉장히 춤추고 몸 쓰는 걸 좋아한다. 제 개똥철학 중 하나는 자기 몸을 쓸 줄 알아야 연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예를 들면 내가 어떤 표정을 지었을 때 거울을 안 봐도 알 수 있고, 그런 감이 있고 사지육신을 잘 다뤄야 연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건 물론 다른 배우들을 이야기한 게 아니라 제 연기를 보는 저만의 생각이다(웃음). 그래서 액션 하는 건 재밌었다. 안 되면 될 때까지 하려 했다.

'티볼트'와 '머큐쇼'의 전투 때도 너무 거칠어 보여서 좀 다치지 않을까 싶은 우려도 있다.

ㄴ 거칠어 보이게 하는 것도 있다. 예전에 배운 걸 써먹는 거다. 최대한 안 다치게 하며 화려해 보이게(웃음).

공연 없는 날엔 뭘 하는지 궁금하다. 취미가 뭔가.

ㄴ 우선 사람들을 만난다. 못 만났던 사람들을 만나고, 그게 없으면 집에 있다. 이불 밖은 위험하단 생각으로(웃음). 집에 있을 땐 주로 게임을 한다.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콘솔 게임을 하는데 '피파 17' 계속하고, '언차티드'도 '정주행'을 시작했다(웃음). '용과 같이'도 얼마 전에 샀는데 아직 손을 못 대고 있다.

게임이라니 바른 생활 사나이답지 않은 의외의 이미지다(웃음).

ㄴ 게임은 건전한 취미다. 어린이들이 하는 거란 인식도 많은데 그걸 만든 건 어른이고, 어른들이 굉장한 능력과 시간, 자본을 투자해 만든 크리에이티브의 결정체다(웃음). 얼마 전에도 (김)성수 음악감독 형이랑 통화했는데 게임을 몇 년 끊었다가 요새 게임기 다시 사고 싶다 하셔서 사라고 강력히 추천했다. 저 때문에 게임기 산 사람들 좀 많다(웃음).

공연이나 영화도 보러 다니는지.

ㄴ 요즘 시간이 없어서 공연은 '로미오와 줄리엣' 많이 봤다(웃음). 모든 배우의 연기를 심도 있게 보고 있다. 영화는 얼마 전에 '짐 캐리' 나온 '크리스마스 캐롤' 얼마 전에 봤다. 사실 영화를 많이 보고 싶은데 극장 갈 시간도 없고, 잔잔한 영화를 다시 보고 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라든지. 사실 제 취향은 그런 것보다 액션, 서스펜스, 추리물 등인데 집에서 지내다 보니까 조용한 영화를 보는 게 휴식에 도움이 되더라. 근데 또 바보같이 그런 영화 보면 펑펑 운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인가도 보고 막 혼자 펑펑 울었다(웃음).

   
 

팬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고 있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면.

ㄴ 이게 참 핑계일 수도 있지만, 일이 많고 정신이 없어서 생각만큼 못 챙겨드리는 게 많다. 늘 죄송하다. 제가 할 줄 아는 건 연기니까 사랑 주시는 만큼 무대 위에서 죽기 직전까지는 최선을 다해 연기할 테니까(웃음) 그걸로 많이 기대해 주시고, 사랑해 주시면 좋겠다. 팬 여러분께 생각하는 감사하는 마음은 늘 똑같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그 말씀밖에 드릴 게 없다. 그냥 고맙고 감사하다. 저란 사람이 누군지, 어떤 성격인지도 사실 알기 어려운데 제 연기를 보고 좋아해 주시고 공연 보러 오고 선물 전해 주시고, 친구나 지인이랑은 다른 느낌이다. 그냥 '팬'이 아니라 정말 '감사한 사람'이다. 제가 연기할 수 있게 힘을 주시는 분들이다. 더더욱 열심히 하고, 아프고 상태가 엉망이어도 무대 위에선 아무렇지 않은 모습을 보일 수 있는 동기가 아닐까. 평생 감사한 마음 갖고 살겠다고 전해드리고 싶다.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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