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2017 시즌을 앞두고 프로와 아마추어 야구가 서로 다른 1월을 보내고 있다. 프로야구 '형님'들은 비시즌 활동 금지 기간으로 인하여 국내/외에서 개인 훈련에 열중하고 있고, 아마추어 선수들은 형님들에 비해 1개월 먼저 전지훈련지로 하나, 둘씩 떠나고 있다. 어느 학교는 해외에서, 또 다른 학교는 국내에 남아 이번 시즌을 위한 담금질에 들어갔다. 이렇게 전지 훈련지로 떠난 학교들은 약 한 달 동안 집중 훈련에 들어간 이후, 2월부터 자체 윈터리그를 통하여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게 된다. 그리고 3월 개학과 함께 주말리그가 시작되면서 본격적인 순위 레이스를 펼치게 된다.

그렇게 학교별로 시즌을 준비하는 가운데, 장충고등학교 야구부는 일찌감치 사이판으로 전지 훈련지로 정하면서, 선수단 컨디션 끌어올리기에 들어갔다. 탈(脫) 고교급 선수들이 다수 존재한다지만, 지난해 역시 좋은 멤버를 보유하고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기에 송민수 감독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선수단 역시 마찬가지. 올해는 어떻게든 우승을 해 보겠다는 일념으로 가득하다. 그 결심을 안고 장충고 선수단은 지난 8일, 사이판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우리 학교 야구부 탐방, 서울 장충고등학교 편

사실 장충고가 올해 우승에 가까운 전력으로 평가받는 것은 서울 지역 1차 지명으로 손꼽힐 만한 투수가 둘이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성동건 듀오'로 불리는 성동현과 최건이 그 주인공이다. 둘 모두 비슷하면서도 다른 장점을 지니고 있어 올시즌 선의의 경쟁을 기대해 볼만하다.

그 중 성동현은 이미 지난해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던 유망주였다. 좋은 체격 조건(190cm, 99kg)에서 뿜어져 나오는 스트레이트가 일품이었기 때문이다. 서울시 추계리그에서도 150km에 이르는 빠른 볼로 주목을 받았다. 지난 시즌 초반에는 컨트롤에 애를 먹는 모습도 잠시 보였지만, 이를 연습으로 극복한 모습도 인상적이다. 그러나 절대 자만하지 않는다. 장충고 송민수 감독도 "꾸준하다. 던질 때마다 한 번도 140km 밑으로 떨어져 본 적이 없다. 그리고 정말 야구밖에 모른다. 자신이 부족한 모습을 보이면, 즉각 고치려고 노력한다. 야구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좋다. 올해 서울 전체 1번도 받을 만하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올해 서울지역 1번 지명권을 행사하는 넥센 입장에서는 충분히 성동현에 욕심을 낼 만하다.

또 다른 에이스 최건도 있다. 지난해 빠른 볼 최고 구속은 147km에 이르렀고, 올해 동계 훈련 결과에 따라서 충분히 최고 구속 150km를 상회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장점은 제구력에 있다. 그만큼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하기 때문에, 송민수 감독이 가장 안심하고 선발을 맡길 수 있는 유망주다. 또한 겸손하다. 본인에 대한 주위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정작 최건은 "나에게는 너무 과분한 평가다."라며 한 걸음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만족을 모르고, 늘 자신을 채찍질하는 데 익숙하다. 그렇기에 더욱 기대가 되는 인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장충고 마운드에 '성동건 듀오'만 있는 것은 아니다. 2학년 투수로 '쾌활한 성격'을 선보이는 김현수도 있다. 1학년이었던 지난해에는 주로 타자로 나서며 0.296의 타율을 기록한 만큼, 올해는 투-타를 겸업할 수 있는 인재로 손꼽힌다. 송민수 감독도 "(성)동현이와 (최)건이 졸업 이후에도 걱정하지 않는 것도 (김)현수가 있기 때문이다. 직구 144~5km를 던지는데, 충분히 발전 가능성이 있다."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타선에서는 지난해 도루왕을 차지한 최준우가 건제하다. 정교한 타격에 발도 빨라 상대 마운드가 경계할 수밖에 없다. 특히, 4할 타율과 20도루를 동시에 기록했다는 점을 가벼이 봐서는 곤란하다. 올시즌 이영민 타격상 수상에 욕심을 낼만하다. 테이블 세터에 가장 어울릴 만한 인재지만, 송민수 감독은 "올해 최준우의 타순은 3번"이라며, 중심 타선에서 중용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높은 타율이 기대되는 만큼, 테이블 세터가 출루하고 나면 충분히 많은 숫자의 타점을 기록할 수 있다.

그렇다 해도 역시 장충고의 공격 라인 핵심은 1번 타자에 있다. 이재록(SK), 김호재(삼성), 박찬호(KIA), 최종은(중앙대) 등이 장충고 시절 그러한 역할에 충실했던 재간둥이였다. 오랜 기간 장충고 야구는 1번 타자가 살아나야 비로소 완성됐었다. 올해는 그 역할을 외야수 박준호가 맡는다. 지난해에는 0.296의 타율을 기록하면서 첫 선을 보였는데, 출전한 15경기에서 8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며 가능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해 송 감독은 "올해 1번 타자는 (박)준호다. 무엇보다 발이 빠르다. 날쌘 준호가 1루에 살아 나가면, 중심 타선에 있는 (최)준우가 준호를 홈으로 불러 들이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다."라며 장충고 득점 루트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아쉬운 점은 권광민(시카고 컵스)과 같은 거포형 4번 타자가 없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보다 기존 장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전력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 송 감독의 의도다. 이들 외에도 송 감독은 "좋은 1학년 인재들도 많이 들어왔다. 교육청 정책상 아직 합류는 못했지만, 분명히 내년에 한, 두명 정도 실전에 투입되는 친구들도 있을 것이다."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렇듯 기존 인재가 빠져 나가면, 그를 갈음할 만한 '동생'들이 나타나는 곳이 바로 고교야구의 세계다. 양기현-정윤호(이상 넥센) 듀오가 없지만, 새로운 얼굴들이 등장할 내년 시즌 장충고 야구부를 기대해 볼 만하다. 물론, 올해 서울 지역 학교들의 전력이 상당히 좋아 주말리그부터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지만, 이러한 주력들을 바탕으로 송민수 감독이 어떠한 전략을 펼칠지 지켜보는 것도 자못 흥미로울 것이다.

전임 유영준 감독(현 NC 다이노스 스카우트 팀장)의 후임으로 2011년부터 장충고 야구부를 이끌었다. 경기상고-중앙대 졸업 이후 실업야구 한국화장품과 포항제철에서 투수로 활약했으며, 선수 은퇴 이후에는 이수중학교, 대전고등학교, 덕수고등학교 등지에서 학생들을 지도했다. 장충고와는 유영준 팀장이 감독을 역임하고 있었을 때 이미 투수 코치로 한 차례 인연을 맺은 바 있다. 비교적 이른 나이에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는데, 이 역시 유영준 팀장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유 팀장이 NC로 떠나면서 후임으로 송 감독을 추천했다는 후문이다.

젊은 나이에 코치 생활을 하면서 많은 제자들을 키워냈다. 특히, 투수 조련에 빼어난 능력을선보이며, 국내를 대표하는 투수들을 키워내기도 했다. 덕수고 코치 시절에는 성영훈(두산), 이영준(kt), 김진영(한화), 한승혁(KIA)의 성장에 도움을 줬고, 장충고 사령탑으로 재임하면서 조지훈(한화), 박주현(넥센)의 프로행을 도왔다. 트레이드마크인 콧수염은 이미 고교야구계에서 꽤 유명하며, 송 감독 역시 "승리할 때마다 콧수염을 자르지 않는다."라며 본인만의 기분 좋은 징크스를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