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효승-배지환-원태인 트리오가 '핵심'

▲ 동계 전지훈련에 앞서 교내에서 선전을 다짐하는 경북고 선수들. 사진ⓒ김현희 기자

[문화뉴스]2017 시즌을 앞두고 프로와 아마추어 야구가 서로 다른 1월을 보내고 있다. 프로야구 ‘형님’들은 비시즌 활동 금지 기간으로 인하여 국내/외에서 개인 훈련에 열중하고 있고, 아마추어 선수들은 형님들에 비해 1개월 먼저 전지훈련지로 하나, 둘씩 떠나고 있다. 이미 장충고등학교 야구부는 사이판으로, 덕수고등학교 야구부는 LA로 전지훈련을 떠난 가운데, 유신고 역시 강원도 동해로 담금질을 하러 선수단 이동을 시작했다. 이들 학교는 약 한 달 동안 집중 훈련에 들어간 이후, 2월부터 자체 윈터리그를 통하여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게 된다. 그리고 3월 개학과 함께 주말리그가 시작되면서 본격적인 순위 레이스를 펼치게 된다.

그렇게 학교별로 시즌을 준비하는 가운데, 겨울에도 비교적 기온이 따뜻한 대구 지역 학교들도 각자 나름의 방법으로 훈련에 임하고 있다. 그 중 경북고등학교 야구부는 일찌감치 제주도를 전지 훈련지로 정하면서, 선수단 컨디션 끌어올리기에 들어갔다. 특히, 경북고 박상길 감독은 올해를 도약의 해로 보고 있다. 지난해 주축이었던 멤버들이 대부분 2학년이었기 때문이다. 곽경문(삼성)이 빠져 나간 4번 타자 자리가 다소 아쉽지만, 이는 장타력 있는 저학년들로 충분히 메울 수 있다는 것이 박 감독의 생각이다.

우리 학교 야구부 탐방, 대구 경북고등학교 편

우선 마운드가 매우 탄탄하다. 여차 하면 ‘물량공세’를 할 수 있을 만큼, 전국에서 통할 만한 인재들이 많다. 그 중 에이스 자리는 좌완 신효승이 맡게 될 전망이다. 부상으로 지난해 후반기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지만, 전반기에서는 꽤 괜찮은 투구 내용을 선보이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빠른 볼 끝이 묵직하여 왠만한 구속을 가진 투수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동계 훈련 결과에 따라서는 140km를 상회하는 빠른 볼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불펜 투구 결과는 나쁘지 않다. 시즌 성적에 따라 1차 지명 후보로도 거론될 수 있다.

또 다른 3학년으로 장신 우완 투수 김태우도 있다. 192cm의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스트레이트가 일품이다. 박상길 감독도 “이 정도 하드웨어에, 140km 중반대 구속을 던지는 투수가 어디 있겠는가!”라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키에 비해 몸무게가 나가지 않는다는 점이 다소 아쉽지만, 만약에 이번 신인지명 회의에서 그를 선택하는 구단은 육성 결과에 따라 ‘제2의 조무근(kt)’을 얻게 되는 것일 수도 있다. 역시 선발 요원으로 큰 기대를 지니고 있다.

또 다른 좌완 선발 요원인 배창현도 있다. 지난해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경북고 마운드를 이끈 바 있다. 탈삼진 생산 능력 또한 괜찮다. 27과 1/3이닝을 소화하면서 27개의 삼진을 뽑아냈다. 신효승-배창현 좌완 듀오에 김태우까지 가세할 경우 적어도 대구/경북지역에서는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2학년 멤버들의 성장 역시 빼어나다. 특히, 중학교 때부터 이미 ‘특급’ 칭호를 받았던 우완 원태인의 상태가 가장 좋다. 하체 근육을 키우면서, 볼 끝 역시 묵직해졌다는 평가다. 중학 시절에 이미 145km의 빠른 볼 구속을 기록한 만큼, 올해와 내년 시즌에는 더욱 농익은 모습으로 그라운드에 설 전망이다. 일단 박상길 감독은 “구위가 가장 좋은 (원)태인이를 마무리 투수로 쓸 예정이다.”라며 마운드 밑그림을 그린 상태다. 이미 내년 시즌 1차 지명 유력 후보군으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역시 중학 시절부터 괜찮은 모습을 보였던 좌완 오상민도 올해 첫 선을 보인다. 좌완 투수로 빠른 볼을 던질 줄 알며, 제구력 또한 나쁘지 않다는 평이다. 다만, 부상으로 지난해에는 재활에 중점을 뒀다. 하프 피칭을 마친 상태며, 시즌에 들어서면 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다. 박상길 감독을 포함하여 김일엽 투수코치도 ‘투수 오상민 만들기’에 큰 공을 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첫 선을 보인 이후 내년에는 원태인과 함께 경북고 마운드를 양분할 인재로 손꼽힌다.

▲ 김일엽 투수코치(사진 좌)와 투수진 전력에 대해 논의하는 박상길 감독(사진 우). 사진ⓒ김현희 기자

한편, 올해 경북고 타선의 특징은 ‘빠른 발’에 있다. 야수들을 조련하고 있는 코칭스태프들은 하나같이 “1번부터 9번까지 모두 똑딱이”라며, 1번 타자만 9명이 있다는 의견을 펼쳤기 때문이다. ‘포스트 곽경문’을 뽑아 달라는 이야기에 “올해는 없다.”라고 단언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한 ‘경북고 육상부’의 선두 주자는 바로 유격수 배지환이다. 빠른 발과 정교한 타격, 그리고 좀처럼 에러를 범하지 않는 수비력은 이미 검증이 끝난지 오래다. 올해 고교 3대 유격수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기에 손색없다. 올해 역시 부동의 1번 타자로 타선의 물꼬를 터뜨릴 것으로 보인다.

안방 마님 자리는 3학년 배현호가 맡는다. 포수임에도 불구하고 발이 빠르고, 중원 사령관으로서의 능력 또한 괜찮은 편이다. 올해 중심 타선에서 주자를 끌어 모으는 역할에 충실할 것으로 보인다. 상원고 시절의 김민수(삼성)를 연상하게 하는 듯한 모습이다.

포수까지 발이 빠른 만큼, 경북고 타선의 특징은 라인업에서 그대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포스트 곽경문이 없다.’라는 의견에 박상길 감독은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곽경문이 2학년 때부터 4번을 쳤던 것처럼, 여차 하면 저학년 중에서 4번을 맡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유력한 후보가 바로 2학년 배성열이다. 185cm, 100kg의 좋은 체격 조건이 말해주듯, 타구에 힘을 받으면 주자를 쉽게 끌어모을 수 있다. 다만, 시즌 초반에는 하위 타순을 맡길 예정이다.

이렇듯 기존 인재가 빠져 나가면, 그를 갈음할 만한 ‘동생’들이 나타나는 곳이 바로 고교야구의 세계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얼굴들이 등장할 내년 시즌 경북고 야구부를 기대해 볼 만하다. 특히, 동향의 대구고-상원고가 졸업생들의 공백이 커 저학년들의 성장까지 절대 시간이 필요한 만큼, 올해에는 최충연(삼성), 박세진(kt) 듀오를 앞세워 전국 무대를 누볐던 2015 시즌의 재림을 기대해 볼만하다.

※ 사령탑 소개 : 박상길 감독

전임 강정길 감독의 후임으로 2014년부터 경북고 야구부를 이끌었다. 경북고-계명대 졸업 이후 본리초등학교, 대구중학교, 구미중학교 등지에서 학생들을 지도했으며, 모교 경북고 사령탑은 사실 2000년에 처음 맡은 바 있다. 2005년까지 6년간 경북고 감독직을 맡은 이후 8년 만에 다시 모교로 돌아왔다. 복귀 이후 최충연(삼성), 박세진(kt), 곽경문(삼성)의 성장을 도왔으며, 이를 바탕으로 2015년 봉황대기 우승, 청룡기 8강의 성적을 올리기도 했다. 재 부임 4년째인 올해에는 ‘투수진 물량공세’를 바탕으로 2017 고교야구 정상에 도전한다.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