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이콥의 거짓말' 중 제이콥(로빈 윌리엄스)의 대사

   
 

[문화뉴스] 1944년 겨울, 폴란드에 사는 제이콥(로빈 윌리엄스)이라는 남자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2차 세계 대전, 나치가 점령한 폴란드 내 유태인 게토 지역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제이콥은 오랫동안 가게를 열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바람에 날리는 신문 한 장을 쫓다가 야간 통행금지 규칙을 어겼다는 죄를 뒤집어쓰게 된 제이콥은 독일군의 처벌을 기다리다가 우연히 '소련군이 폴란드의 가까운 지역에서 독일군을 물리쳤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당시 자신들을 학대, 학살하는 나치가 물러나거나 망할 것이라는 희망이 없던 유태인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제이콥은 자살하려는 동료 한 명을 구하고자 이 위험하고도 '희망적인' 소식을 들려주기에 이릅니다. 당시 유태인들은 신문도, 라디오도 접할 수 없었기에 독일군의 전쟁 소식을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제이콥이 독일군 라디오에서 들었던 유일한 한 마디에 의해 사람들은 제이콥을 '라디오 소지자'라고 생각하게 되고 그는 순식간에 그 지역의 '희망 전파자'가 됩니다.

그러나 이후의 소식을 아무것도 접한 일 없던 제이콥은 막막하기만 합니다. 한 번은 답답한 마음에 소식을 알려달라고 조르는 한 동료에게 자신은 라디오가 없다고 솔직하게 고백하자, 제이콥은 그 다음 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동료의 시신을 마주쳐야 했습니다. 제이콥은 알게 됩니다. '희망에 굶주리면 음식에 주릴 때보다 더하다'는 것을 말이죠.

고통과 고난이 가득한 세계 속에서도 '희망'을 부여잡을 일말의 힘이 남아있다면 사람들은 그 세계를 절망으로 기억하지 않습니다. 제이콥의 한 마디 말을 붙잡은 유태인들은 '희망'을 붙잡기 위해 발버둥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동안 그들의 죽음은 삶보다 희망적인 것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엄혹한 규제 속이지만 제이콥이 라디오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그가 전하는 긍정적인 소식은 거짓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지지 않은 것. 그것은 밝은 미래가, 행복한 내일이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오늘의 나'를 바꾸게 하고자 했던 유태인들의 일말의 희망이었습니다.

문화뉴스 장기영 기자 key000@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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