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성열 작가

[문화뉴스] 인생의 쉼표가 필요한 때, 제주도에서 펼쳐지는 세 남자의 무책임한 일상탈출을 그린 영화 '올레'의 명대사를 찾아봅니다.

 
퇴직 위기에 놓인 대기업 과장 '중필'(신하균), 사법고시 합격만을 13년째 기다리는 고시생 '수탁'(박희순), 그리고 겉만 멀쩡하고 속은 문드러진 방송국 간판 아나운서 '은동'(오만석)이 세 남자인데요. 세 친구는 대학 선배 부친의 부고 연락을 받고 제주도 문상길에 오르게 됩니다. 
 
서른아홉 나이에도 만나면 대학 시절로 돌아가는 세 남자. 공항에서 만나자마자 부끄러움은 보는 사람의 몫으로 만들어 버릴 만큼 유치한 장난과 욕 경연이 시작됩니다. '중필'과 '수탁'의 거듭되는 싸움 속에서 '은동'은 전직 방송국의 간판 아나운서로서 품위 유지를 당부하며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죠.
 
'은동'은 "우리도 이제 마흔이야. 품위 유지 좀 하자"라며 끊임없이 나이를 되새기며 두 친구에게 경각심을 줍니다. 무언가를 이루었을 법한 나이 마흔을 앞두고 있지만, 정작 '품위'와는 거리가 먼 세 남자의 모습은, 적지 않은 나이에도 어린 시절과 같이 큰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현실 속 '어른'을 리얼하게 그려냅니다.
 
문상을 위해 제주도를 찾았지만 '수탁'은 럭셔리한 호텔과 스포츠카, 값비싼 다금바리를 찾으며 남몰래 일탈을 계획합니다. 그러나 사사건건 계획에 훼방을 놓는 까칠한 '중필'로 인해 자신의 고시생 처지까지 드러내며 안타까운 모습을 보이고, '은동'은 물론, '중필'마저 설득하는 것에 성공합니다.
 
   
 
 
결국, 예약이 꽉 찬 호텔 사정에 게스트하우스 '티티카카'에 입성한 세 남자는 그곳에서의 새로운 인연과 난생처음 느끼는 즐거운 분위기에 흠뻑 취하게 됩니다. 저마다 다른 매력을 지닌 게스트하우스의 투숙객들, 그리고 그들과 매일 밤 함께하는 막걸리 파티, 대학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아련함까지, 서른아홉에 다시 찾게 된 제주도는 그들에게 힐링 그 자체로 다가오죠.
 
한편, '중필'과 '수탁'은 위험한 절벽 위에서 파국으로 치닫는 갈등을 폭발시킵니다. 서로의 처지를 비관하며 제주도에서의 4박 5일 동안 참고 참았던 울분을 터트리는 절박한 상황을 마주합니다.
 
이때 '중필'과 '수탁'을 뒤늦게 쫓아온 '은동'은 "우리 또래에 마냥 행복한 놈이 누가 있겠냐"라며 예상치 못한 고백으로 두 사람의 상황을 단번에 정리합니다. '은동'의 이 대사는 영화 '올레' 속 세 친구가 관객에게 전하는 이야기를 가장 잘 설명해 주는 대사인데요. 세 배우 역시 각종 인터뷰에서 이 대사를 언급하며 "20대 때 했던 고민을 여전히 한다"며 입을 모아 말했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4박 5일이 지난 후, 제주 공항에 도착한 세 남자는 서울로 돌아갈 준비를 합니다. 아쉬움 가득한 모습의 두 친구에게 '수탁'은 "너희들 먼저 가라. 나는 더 있다 갈 테니까"라며 스포츠카의 운전대를 다시 잡고, 진지한 말투로 "여기 있으면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아!"라며 제주도에 더 머물기로 한 속내를 밝힙니다. 과연, '수탁'의 꿈은 이뤄질 수 있을까요?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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