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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중반부터 국내에 많은 비엔날레가 세워졌다. 비서구권에서 열린다는 장점이 있는데, 우리 미술관이 수행하는 비엔날레는 미디어에 초점을 두는 것이 다른 비엔날레와 구분된다." - 서울시립미술관 김홍희 관장
 
9월 1일부터 11월 20일까지 81일간 서울시립미술관(SeMA) 전관인 서소문본관, 남서울생활미술관, 북서울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에서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2016 '네리리 키르르 하라라'를 연다.
 
올해 비엔날레는 국내외 24개국 61명(팀)이 참여한다. 뉴미디어와 다양한 실험으로 확장된 30점의 신작과 젊은 작가, 여성 작가, 제3세계 작가의 작품을 포함한 76점의 조각, 회화, 설치, 영상, 퍼포먼스 등 작품이 출품된다. 지역별로 유럽이 9개국 13작가로 가장 높으며, 아시아 5개국 28작가, 남미 3개국 5작가, 북미 2개국 8작가, 아프리카 2개국 4작가, 오세아니아 1개국 1작가가 참여한다.
 
'네리리 키르르 하라라'를 전시제목으로 인용한 이유에 대해 백지숙 예술감독은 "일본의 시인 타나카와 슌타로의 '이십억 광년의 고독'에 나오는 화성인의 상징적 미래언어 '네리리 카르르 하라라'를 인용했다"며 "고도성장과 민주화 시기를 거쳐 성장한 도시가 생애 최초로 봉착한 머뭇거림 앞에서 미래 시제로 고안해 보는 미술언어를 지칭한다"고 피력했다. 과연 미디어아트는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표현할까? 주요 작품을 사진으로 살펴본다.
   
▲ '네리리 키르르 하라라'에선 현재 포스트 인터넷 환경에서 이미 상용화된 드론, VR(가상현실), 구글어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3D 프린팅, 게임과 인터랙티브 미디어 등의 테크놀로지들이 동원된다.
   
▲ 케망 와 레훌레레의 '우주의 또 다른 막간 궤도'(2016년)는 작가가 8일간 분필로 그려 완성한 칠판 벽화다. 그는 포스트 아파르트헤이트(인종 분리 정책) 시대의 맥락에서 남아공의 역사를 다시 되돌아보는 작업을 해왔다.
   
▲ 서소문본관 1층 한 편에는 이렇게 미술관 수장고가 재현되어 있다. 수장고의 환경을 꺼내오는 방식을 취하면서, 미디어시티서울 2016의 다른 작품들과도 조응할 수 있도록 설치됐다.
   
▲ 주앙 마리아 구즈망과 페드루 파이바의 영상이 6대의 영사기를 통해 나뉘어 상영되고 있다. 이들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개념상의 주요 관심사는 테크닉과 테크놀러지다. 작업물에 담기는 인간의 자기재현이라는 패러독스에 대한 반성, 그리고 기계적인 것에 드러나는 비인간적인 면을 특별히 반영하는 영화적 상황을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 이반 나바로의 '무제(쌍둥이 빌딩)'는 미국 9.11 테러 당시 무너진 뉴욕의 세계무역센터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두 개의 정사각형 형태로 제작되어 바닥에 설치되었으며, 거울과 일방 투시 거울 사이에 조명을 끼워 넣어 조명이 끝없이 반사되도록 했다.
   
▲ 신시아 마르셀과 티아고 마타 마샤두의 '일방통행로'(2013년)는 사회 안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갈등을 다루고 있는 8분 40초 분량의 영상이다. 시위자들의 물리적 충돌 장면은 보이지만, 그 대상은 직접 드러나지 않는다.
   
▲ 두웨인 링클레이터가 유타미술관에 전시된 미국 원주민 컬렉션 중 작가가 밝혀지지 않은 작품들을 일부 선별해 3D 스캐닝과 프린팅 기술로 복제한 조각을 선보인다. 이를 통해 본래의 기능적, 제의적, 예술적인 맥락을 잃은 채, 미술관의 현재 전시 문맥 하에 맞춰 소개되는 과거 식민지 시대의 유산들에 대한 복합적인 문제를 읽고자 한다.
   
▲ 조나타스 지 안드라지의 '네고 봉 40개에 1헤알'(2013년)은 브라질 북동부에서 유명한 바나나 사탕인 네고 봉을 만드는 과정을 그린다. 이는 포스트식민주의, 포스트노예제도, 저임금 노동 등의 문제를 더 면밀히 들여다 보면서 식민지개척자, 노예, 인디언들이 뒤섞여 만들어진 브라질 문화의 숨겨진 이면을 드러낸다.
   
▲ 나스티비셔스의 '막'(2012년)은 계속해서 변하는 원색 배경을 바탕으로 한 남자가 검은색 실루엣으로 등장하는 영상이다. 대중문화와 순수예술이 점차 흐릿해지는 모습을 담았다.
   
▲ 에두아르도 나바로의 '말들은 거짓말하지 않는다'(2013년)는 인간과 동물의 만남에 주목해 말 머리 가면, 말 가죽 같은 의상, 말의 신체를 본뜬 보철 장치를 제작해 퍼포머들의 퍼포먼스를 통해 언어가 아닌 마음과 몸이 하는 말을 전한다. 이번 미디어시티서울 2016에선 9월 3일과 10월 16일 난지천공원에서 퍼포먼스가 진행될 예정이다.
   
▲ 노리미치 히라가와의 2015년 작품 '불가분의 것(프로토타임 no.1)'이 전시됐다. 노리미치 히라가와는 직접 만들어낸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한 작품을 선보이는 작가다. 컴퓨터의 리얼 타임 프로세스를 중심으로 시청각적 설치 작품을 주로 만든다. 이 작품은 자연 과학이 풀어보려고 해왔던, 세상의 기저에 깔린 원리와 자연의 법칙을 인류가 다루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 디네오 스샤 보파페의 '새디뱅[샘], 비와 함께 온다'(2016년)가 전시됐다. 그의 설치작업은 젠더, 섹슈얼리티, 정치, 인종 등의 주제를 다룬다.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제작한 조각은 작가의 여러 사물에 대한 관심과 의미 부여 방식을 엿보게 한다. 이와 함께 벽면에는 다양한 종류의 아프리카 꽃이 프린트된 스티커가 붙여있다.
   
▲ 장석준의 '평평한 도시 프로젝트_플랫54'(2015년)는 온라인에서 지도 보기 서비스를 사용해 풍경을 인식하는 태도를, 현실에서 드론이라는 촬영 장치를 이용해 물리적으로 번역한 작업이다. 이는 미디어로 도시일상의 구조를 재생하고 시점을 생산하는, 현대의 풍경을 만드는 시스템이 작동해 펼쳐낸 평면이다.
   
▲ 크리스티 선 김의 '기술을 요하는 게임 2.0'(2015년)은 기계에 녹음된 작가(사진)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관객이 온몸을 사용해 균형을 잡으며 벽에서 벽으로 연결된 선을 따라 움직이도록 고안된 작업이다. 작가는 사운드를 하나의 매체로 새롭게 실험하며, 인터랙티브 사운드 퍼포먼스를 선보여왔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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