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지난 22일 오후 7시 30분 산울림 소극장에서는 '산울림 고전극장 세미나'가 진행됐다. 이번 세미나는 산울림 고전극장에 참가한 네 편의 연극들의 취지, 그리고 공연 제작 과정 등을 공개하는 자리였다. 세미나에는 네 연극의 연출가 황이선(공상집단 뚱딴지), 윤혜숙(극단 달나라동백꽃), 황선택(극단 해적), 이기쁨(창작집단 LAS)가 자리에 함께 했다.

세미나 1부의 내용으로 채워졌던 기사 1편에 이어, 2편은 세미나 2부 내용과 세미나가 끝난 후 본지와 네 연출가와의 인터뷰에서 오갔던 대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 산울림 고전극장 세미나 1부 기사 보러가기

 

   
 

'프로메테우스'에서 프로메테우스의 특징은 인간이 단순히 약자이기 때문에 불쌍한 인간의 편에 서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존중을 진심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황이선 연출님이 생각하는 '인간'은 무엇인지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ㄴ 황이선 연출가 : 우리 작품을 기초로 말씀드리자면, 인간은 자유의지를 갖고 있고, 자기가 원하는 삶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신들에 의해 움직여지는 존재가 아니다. 자유의지를 가장 크게 부각하고자 했던 작품이다.

 

'난세에 저항하는 여인들'은 마음속에 있던 답답함의 해소와 카타르시스를 얻는 관객도 있겠지만, 불편함과 그 이상을 강하게 느낀 관객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관객들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데, 만약 관객석을 모두 불편함을 느끼는 관객들만 단체관람을 왔다면 관람에 앞서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가?

ㄴ 황선택 연출가 : 삶이 원래 불편한 게 많다. 아름다운 것, 불편한 것, 더러운 것, 추한 것 여러 가지 등등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연극의 장점인 것 같다. 그 중에 하나라 생각한다. 불편하셨다면 죄송하다.

 

   
 

'오레스테이아'는 대화가 연극에서 등장인물들간의 의사소통이기도 하지만 집단 독백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오레스테이아'의 원전 '아가멤논', '공양하는 여자들', '자비의 여신들'의 저자인 아이스킬로스가 비극시인이기에 시적인 표현에 연유한 것으로 생각되기도 하는데, '오레스테이아'의 대화가 집단 독백 같은 느낌이라는 것에 대해 윤혜숙 연출가의 생각은 어떤지? 그리고 무대에서 대사를 표현할 때 어떤 점에 주안점을 주었는지 궁금하다.

ㄴ 윤혜숙 연출가 : 번역본으로 봤기 때문에 '시'라는 느낌을 받기 어려웠다. 그래도 행에 맞춰 쓰였기에 현대의 말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더 재밌는 부분이 있었다. 가령, '누가 죽었다'고 말하지 않고, '누구의 심장에서 검붉은 것이 쏟아져 누군가의 발을 적셨다'라는 식이다. 이런 부분을 잘 그리고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각자 인물들이 모든 존재를 걸고 자기가 옳다고 주장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이 잘 표현되고 대입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공을 들였다.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는 산울림 고전극장 참가작 중 유일하게 (각색이 아닌) 창작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을 만들게 된 계기가 따로 있는지? 만들면서 이기쁨 연출가는 세 여신이 어떤 비율로 존재하고 있다고 느꼈는가?

ㄴ 이기쁨 연출가 : 약속과 신의를 중시하는 헤라,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 일이나 신념에 대한 의지가 강한 아르테미스. 사실은 각각의 면모가 모든 사람한테 있는 부분들이다. 나는 겉모습과 다르게 연애지상주의자이기 때문에, 아프로디테의 면모가 제일 많지 않나 싶다(웃음). 각각의 모습이 분명히 나에게 있고,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일하고 싶은 마음, 인간관계에서 신의를 지켜야 한다고 하는 부분이 모두 나한테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스 시대의 연극과 오늘날의 연극에 대한 극단들의 생각이 궁금하다. 그리스 신화라는 고전을 현대화시키며 관객이나, 극장 등의 다양한 변화를 실감했을 것 같다. 연극 관람이 시민의 의무였던 그리스. 그 시절이 궁금하거나 부러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ㄴ 황이선 : 지금 시스템으로는 한 사람이 연극을 평생을 안 보고 살 수도 있다. 지금과 연극을 꼭 봐야 했던 시대를 가르자면, 부럽다 안 부럽다가 아니라 세상이 많이 변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연극의 비효율성을 무시할 수 없는 것 같다. 연극은 그래서 연극다움을 더 찾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한다. 그리고 찾아보게 만드는 연극을 만들어야겠다는 책임감도 느낀다. 드라마나 영화처럼 소재주의로 빠지지 않게 경계도 늦출 수 없다. 연극 연출가로서 물론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런데 뭐든지 자유로웠으면 좋겠다. 내가 언제까지 극장 지킬지 모르지만, 지키고 있으면 또 와주시지 않을까 하며 연극을 만들게 된다.

 

황선택 연출가는 앞서 고전에 시대성을 반영한다고 했다. 그리고 연극에서는 배우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배우의 역량에 대해서 황선택 연출가는 어느 정도의 비율로 두고 연출을 하는지, 시대성은 어떻게 반영하는지?

ㄴ 황선택 : 개인적인 생각에서, 연출가는 하는 일이 많지 않다. 연극에서 일은 작가와 배우가 다 한다. 배우한테 자극을 주거나 그의 감정을 최대한 끌어내는 일이 연출의 일 같다. 비율은 잘 모르겠다. 사실 그게 아니면 연출이 하는 일이 없다. 그냥 리더십 있는 사람 정도다. 연출가는 결국 텍스트를 기본으로 연출한다. 또한 시대성에 대한 이야기는 이렇다. 난 연극할 때 딱 두 가지를 중요시 한다. 작품 자체와 시대에 대한 반영. 이것을 못하게 한다면 연극의 비극이다. 그래서 이 두 가지를 살리는 것이 우리 해적의 정신인 것 같다. '난세의 저항하는 여인들'은 결국 시대를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극단 해적의 '난세에 저항하는 여인들'은 지난 3월에 게릴라극장에서도 공연됐다. 파격적인 포스터가 기억에 남는다. 산울림과 연희단거리패 등 전통 있는 극단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는데, '극단 해적스럽다'란 단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ㄴ 황선택 : 기분 좋다. 아까 말씀드렸지만 시대성, 즉 하고 싶은 얘기를 자유롭게 한다는 것. 그것이 '해적스럽다'라고 생각이 든다.

 

   
 

공상집단 뚱딴지와 극단 달나라동백꽃은 삼성문화재단과 함께하는 연극인역량강화지원사업 '2016년 D.I.Y! 연극워크숍 시즌2'에 최종선정됐다. 축하드린다. 연극인들이 바라보는 '연극교육'의 의미와 방법이 궁금하다.

ㄴ 윤혜숙 : 이번에 우리는 드로잉 워크숍을 신청했다. 재교육의 의미보다는 늘 소진되는 창작자들에 포커스를 맞췄다. 작업에 목말라하긴 하지만, 작업을 반복하다 보면 소진되는 느낌이 있다. 보통 장르 간 결합이라고 하면 결과물로서의 장르적 결과물이 많은데, 이번에는 창작 과정에서 드로잉이라는 장르 자체를 연극 창작과 접목해보고자 했다.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소진됐던 것들을 예술가가 내적으로 채워나가기를 기대한다. 기술적으로 판소리를 배운다든가 발레를 배운다든가 등의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스스로 안에서 쓸 수 있는 에너지를 강화시키길 바란다.

ㄴ 황이선 : 나는 반대 상황이다. 우리는 기술을 늘리기 위해 이번 워크숍에 신청했다. 특히 전통 악기를 배우기 위해 신청했다. 끊임없이 배워야 하는 직업군이다. 기존의 갖고 있는 것에서 더 발전 시켜야 한다. 공연을 하는 동안에는, 공연에 치일 수밖에 없으니까 워크숍 기간을 지정했다. 장구, 북, 징이든 내가 내 소리를 표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신청했다. 각자 다룰 수 있는 기술이 늘었으면 좋겠다는 게 가장 큰 목적이다.

 

창잡집단 LAS는 아이디써포터즈의 '불후의 명작' 페스티벌에서 최종 우승을 거머쥐었다. 아쉽게도 해당 페스티벌에서 낭독했던 작품의 공연 제작은 어려워졌지만, 많은 자신감을 얻었을 것 같다. 당시 작품을 진행하면서 달나라동백꽃의 김은성 작가와도 미팅 혹은 엠티를 다녀온 것으로 아는데, 앞으로 달나라동백꽃과 LAS의 협업에 대한 계획은 있는지?

ㄴ 이기쁨 : 식사하는 자리를 가졌다. 계획에 대해 따로 나눈 건 없다. 김은성 작가님은 달나라동백꽃에 소속돼 계신 작가님이시고, 각 극단도 그들만의 계획이 분명 있을 거라 생각한다. 좋은 작가와 함께 작업할 기회는 우리에겐 언제나 좋은 기회다. 기회가 된다면 같이 작업을 해보고 싶지만, 아직 얘기해본 적은 없다.

 

각 극단들의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궁금하다.

ㄴ 황이선 : 지금 현재 CJ 아지트에서 '후산부, 동구씨' 공연을 하고 있다. 다음 달에는 정기공연 '환영'이 계획돼 있으며, 10월 마지막 주에는 '권리장전 2016' 마지막 팀으로 참가할 예정이다. 그렇게 올해 일정이 정리된다. 그리고 아까 말씀드렸던 '2016년 D.I.Y! 연극워크숍 시즌2' 준비도 하고 있다.

ㄴ 황선택 : 10월 초에 극 페스티벌 채움에 참가한다. 막내의 입봉작이다. 또한 10월 말에 연극 '경구'를 게릴라극장에서 올린다. 12월에는 소극장 혜화당에서 공연을 올릴 예정이다.

ㄴ 윤혜숙 : 9월 말에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썬샤인의 전사들'이 개막한다. 12월에는 2016년 D.I.Y! 연극워크숍 시즌2' 결과물 발표가 있다. 또한 올해가 극단 5주년이다. 5주년 기념작으로 12월 중순부터 말까지 '연변엄마'를 준비하게 된다.

ㄴ 이기쁨 : 우리는 올해 상반기를 논스톱으로 달려왔다. 하반기에는 '신나는 예술여행'이라는 소외지역 문화순회사업으로 연극 '미래 여름'을 올리고, 내년 1월에 신영민 연출과 뉴스테이지로 '우리별'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산울림 고전극장 앞으로의 계획은?

ㄴ 임수진 극장장 : 고전극장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첫 3년은 단체들에게 자유롭게 주제를 주면서 우리도 탐색하는 과정이었다. 그래서 고전이라는 주제기만 하면, 한국단편선 등의 여러 고전을 다룰 수 있는 식으로 진행했다. 올해부터는 주제를 가지고 이끌어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전의 고전인 그리스 신화를 다뤘다.

2017년 한 해도 이 방대한 그리스 신화를 가지고 다시 한 번 젊은 극단들과 같이 꾸려나갈 예정이다. 올해는 이 네 단체들과 같이 했다. 그러나 산울림 고전극장은 젊은 단체들 모두에게 오픈돼 있고 이걸 발판으로 많은 극단들이 더 성장해나가길 바라기 때문에, 앞으로도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작품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해마다 1월이면 홍대에 위치한 산울림 소극장에서는 고전극장을 진행하고 있을 예정이니 많이들 관심 가져주시길 바란다.

[글] 문화뉴스 장기영 기자 key000@mhns.co.kr
[사진]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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