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의 뜻을 좇은 아름다운 대한민국 팔도를 담은 영화

[문화뉴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도, 조선 최고의 지도인 '대동여지도'를 주제로 영화가 만들어졌다.

영화의 시작은 조선 팔도의 풍경으로 시작된다. 고산자 김정호의 뜻을 좇아 대한민국 팔도의 전경을 담은 이 영화는 마치 컴퓨터그래픽으로 조작한 것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담았다. 대한민국 최남단 마라도부터 합천 황매산, 강원도 양양, 여수 여자만, 북한강, 그리고 최북단 백두산까지 담은 이 영화는 그동안 잊고 있었던 국내의 놀라운 풍광들을 보여준다.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참으로 만들기 힘든 영화였을 거라고 생각했다. '대동여지도'를 그린 김정호는 만인에게 이름이 알려져있지만, 실제 남겨진 역사적 기록은 극히 적기 때문이다. 언제 태어나 언제 죽었는지도 정확지 않으며 남은 기록들을 다 합쳐도 A4용지 한 장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단지 그가 양반이 아니고 그냥 평민이었기 때문이라고 추정된다. 영화의 원작 소설 '고산자'에서는 부족한 역사적 자료 대신 당시 시대상과 대동여지도에 담긴 김정호의 정신을 기반으로 캐릭터를 보여줬다. 김정호는 가능한 많은 백성이 정확한 지도를 사용할 수 있도록 대동여지도를 목판으로 만든 후 이를 인쇄해서 백성 만인에게 주고 싶어 하는 애민 정신을 보여준다. 이러한 민주화를 꿈꾸는 인물, 고산자 김정호를 뒤로 국가 권력에 대한 이야기도 다룬다.

어린 고종을 앞세워 권력을 장악한 흥선대원군과 안동 김씨 세력은 나라의 정보는 나라가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들을 내세우며 서로 지도를 손에 넣어 권력을 장악하려고 한다. 자칫하면 무거운 정치적 이야기가 주될 수도 있었겠지만, 다행히도 영화에선 흐트러지지 않고 김정호에 더 초점을 맞췄다. 소설에서도 나오고 영화에서도 등장하는 천주학당의 종교성 역시 적당한 선에서 다루어졌다.

지도에 미친 지도꾼 '김정호' 역의 차승원과 김정호 곁에서 목판 제작을 돕는 '바우'역의 김인권은 너무 가볍지 않으면서 현대와 과거를 적당히 융합시킨 대사들로 웃음을 자아낸다. 어쩌면 그 시대의 권력다툼과 역사로도 기록되지 못한 이야기들이 담길 때 한없이 어둡고 지루할 수 있었던 주제를 잘 살릴 수 있는 포인트였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3년 반 동안 거지처럼 세상을 떠돌다 돌아와 유일한 혈육인 딸의 얼굴도 못알아보고, 국가의 권력과 대립하면서까지 그는 왜 지도를 그리고 싶었고 또 지키고 싶어 했을까. 그가 끝까지 지키고자 했던 대동여지도의 합판과 국민을 위해서 지도를 제대로 그리고 싶어 했던 것은 그의 꿈이었다. 얻는 것이 없어도 단지 그것이 그의 가슴을 뛰게 했기 때문이다.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이러한 그의 삶을 보여주며, 대동여지도와 실물 합판을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의 가슴 역시 뛰게 한다. 고산자 김정호는 시대를 잘못 만난 천재 지리학자에 불과했을지라도 그의 애민 정신은 우리가 밟고 있는 이 땅에 여전히 남아있다.

 

문화뉴스 이민혜 기자  pinkcat@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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