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까지 아트원씨어터에서 공연하는 콘서트형 뮤지컬

   
 

[문화뉴스] 이 비가 그치고, 이 여름이 가도 가슴에 남을 '리틀잭'을 느껴보자.

31일까지 아트원씨어터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리틀잭'은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를 모티브로 해 1960년대 영국의 클럽 마틴을 배경으로 한 '밴드 리틀잭'의 콘서트를 그린 작품이다. '리틀잭'의 리더 '잭'이 콘서트를 통해 '줄리'와 나눈 첫사랑의 추억을 노래한다.

'잭' 역에는 김경수, 유승현, 정민, '줄리' 역에는 랑연, 김히어라가 출연한다.

   
 

'리틀잭'은 음악이 전부인 작품이다. 물론 잭과 줄리의 이야기에는 풍부한 감정이 흘러넘치고, '이 비가 그치고, 이 여름이 지나가도 너를 기억할게'란 작품 속 문구처럼 가슴 아픈 첫사랑에 마음이 먹먹해지게 된다. 하지만 서사 자체가 새롭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잭과 줄리는 부잣집 딸 줄리와 성공을 위해 노력하는 잭이 서로를 만나 사랑을 싹틔우지만 줄리가 시한부 인생이었다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야기 구조 내에서 극 초반부에 잭에게 '리틀잭'이라 써진 기타를 선물해준 것은 줄리 아버지가 만든 무기로 인해 세계 2차대전에서 희생된 삼촌이지만, 이 이야기가 이후 다시 언급되거나 둘의 갈등 요소로 작용하는 지점은 없다. 뒤로 갈수록 그저 줄리의 뻔하지만 눈물 나는 죽음을 앞둔 모습이 갈등을 촉발할 뿐이다. 이러한 점은 창작 뮤지컬로서 긍정적으로 변화가 가능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캐릭터의 전사로서만 남거나, 혹은 대사로 드러난 부분이라면 극의 전개에 영향을 끼치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이 부분이 크게 개연성의 빈곤이란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는 것은, 애초에 어떤 사건과 이야기가 담겨있어 보이지만 실제론 이야기가 아니라 콘서트 중 잭의 회상이기 때문이다. 즉 작품 전체가 잭의 독백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가 가져가는 감정이 얼마나 풍부하게 담겨 관객에게 전달되느냐가 중요하다 할 수 있고, 이 점에선 완벽한 성공이라 할 수 있다.

잭과 줄리의 뻔한 사랑 이야기라고 했지만 뻔하다는 말은 곧 관객인 나도 느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사랑은 특별하므로 모두에게 특별하지 않듯이, 잭의 뻔한 첫사랑 이야기는 곧 우리 가슴의 첫사랑으로 치환된다. 줄리는 곧 관객의 첫사랑이 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줄리는 첫사랑의 이미지를 충실히 소화해냈다. 물론 완벽하고 누나(혹은 오빠) 같은 사람에게 첫사랑을 느꼈다거나, 얼마든지 다른 형태의 첫사랑을 경험한 사람들도 많이 있겠지만 '리틀잭'의 줄리는 가장 대중적으로 다가오는 느낌이 아닐까? 우연한 계기로 만나게 되고, 친구같이, 때론 연인처럼 사랑을 쌓아 올리며 작은 별빛의 반짝임과 나뭇잎의 흔들림에도 우리의 사랑을 대입시키며 감정을 키워가던 첫사랑 말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잭의 독백과 다름없다고 한만큼 줄리와 잭의 출연 비중이 다소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밴드가 있기에 6인극같은 2인극이긴 하지만 줄리의 이야기를 더 들을 수 있어도 좋지 않을까 싶었다.

앞서 음악이 전부라 말하고 한참 동안 스토리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이런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것은 결국 평범한 이야기를 감동적인 '내 이야기'로 만든 훌륭한 음악이 있기 때문이다. 다미로 음악감독이 '이 작품은 음악이 전부야'란 말을 들으며 작곡을 고민한 흔적이 느껴지는 음악들이 귀를 채운다.

통상적으로 '설명하는' 가사가 작품 속 텍스트를 보충하는 뮤지컬의 노래 가사들과 달리 '리틀잭'의 음악은 설명한다기보단 잭과 줄리의 감정을 표현하는 가사가 주를 이룬다. 이는 곧 앞서 말한 '내 이야기'로의 치환을 적극적으로 돕게 되고, 이는 관객이 뮤지컬 '리틀잭' 속 인물들의 이야기에 음을 붙였다기보단 '밴드 리틀잭'의 앨범을 듣고 있는 느낌을 준다. 'Simple', 'You', '너에게로 가는 길' 등에 이어 '리틀잭이 돌아왔다'란 가사로 대표되는 'All about me' 같은 경우 정말 음원을 내고 활동할 수도 있을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작품의 OST가 기대되는 이유기도 하다.

   
 

이렇듯 뮤지컬 '리틀잭'은 통상의 뮤지컬과 조금 다른 지점을 향해가고 있다. 이러한 것들이 무엇보다 '관객을 위한' 것이란 점은 자명해 보인다. 얼마 남지 않은 기간 아트원씨어터에서 누구에게나 있을 첫사랑의 기억에 다시 한 번 빠져보자.

※마지막으로 글에서 따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작품의 멋과 맛을 살려주는 라이브 밴드의 연주 역시 칭찬해야 할 것이다. 얼마전 스페셜 데이에선 배우들과 함께 본인이 맡은 악기 외 다른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까지 보이며 작품에 녹아들었다. 그리고 현재 HJ컬쳐에서 OST 제작 문의는 굉장히 많지만 계획은 현재까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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