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

[문화뉴스] 그들이 말하고 싶은 '모차르트!'는 어떤 '모차르트!'일까?

지난 6월 10일 개막해 8월 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모차르트!'는 주인공 모차르트를 단순히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가 아니라 신이 내린 재능을 가진 천재와 평범한 인간 사이에서 방황하는 청년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이하 볼프강)'로 해석한 작품이다. 이지훈, 전동석, 규현이 '볼프강' 역을 맡았다.

대부분의 인물의 이름을 제목으로 한 작품들이 그러하듯 '모차르트!' 또한 '볼프강'의 생애를 죽음에 이르기까지 따라간다. 하지만 이번 '모차르트!'에서 생애를 따라간다는 말은 문자 그대로의 의미를 지녔다. '볼프강'의 삶을 한 편의 작품에 모두 압축했기에 우리는 그의 행적을 따라가기만 해도 벅차기 때문이다. 실제 인물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기에 과장되거나 이야기적으로 완벽한 전개를 넣고자 사실들을 조작할 수는 없기에 '볼프강'의 삶이 특정한 클라이막스에 도달해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리란 것은 익히 알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점차 감정이 고조되기보다는 시종일관 크고 작은 굴곡진 인생을 사는 그의 모습에서 이야기로서의 재미를 느끼긴 어려워 보인다. 자신을 아껴주던 어머니가 초라한 죽음을 맞이한 장면은 아주 가볍게 스쳐지나가고, 황제 앞에서 연주를 못하게 된 그가 콜로레도 대주교와 대립하는 장면은 1막의 하이라이트다.

   
 

더욱이 그렇게 중요한 장면에서 콜로레도 대주교 앞에서도 엉덩이를 내밀며 "걷어차보시지~잉"하고 외치는 '볼프강'은 청바지와 드레드헤어로 대변되는 록스타의 자유로움이 아니라 개구장이 어린이의 모습 같아보인다. 청바지 입은 모습이 섹시한 제임스 딘이 청춘의 반항아를 상징했다면 청바지를 입은 볼프강은 어린 아이인 아마데와 변별력을 가지지 못한다. 실제로 '아마데'와도 투닥거리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 그가 '나는 나는 음악', '내 운명 피하고 싶어' 같은 이야기를 할 때 넘버를 부르고 있는 볼프강과 코믹한 모습을 보여주는 볼프강이 다른 사람이 아닐까 싶어진다.

   
 

한편, 볼프강의 삶 자체에는 감정이입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자유를 갈망했지만, 정작 진짜 자유가 뭔지도 모르고, 자유를 얻지도 못했다는 점이다. 볼프강의 삶이 변하는 지점은 대부분 그가 선택했다기보다 선택당한다. 쉬카네더에게 오페라를 만들 인물로 선택받는다. 남작부인에게 빈에 갈 것을 제안받는다. 자신의 피로 써서라도 작곡을 계속 할 것을 아마데에게 강요받는다. 베버 부인에게 돈 빌리는 편지를 쓰도록 강요받는다. 마지막엔 죽음에 이르는 레퀴엠 작곡을 의뢰받는다. 그가 어떻게 하면 이 운명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까.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가 결국 천재성이라는 운명에게 계속해서 패배하는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그가 계급사회를 강하게 부정하던 모습과 엮여서 신분과 자본의 벽 앞에서 무너지는 요즘 시대의 예술가들이 오버랩되기도 한다.

   
 

반면, 작품을 풍성하게 만드는 것은 역시 모차르트라는 이름에 걸맞은 환상적인 음악과 작품의 제작 퀄리티다. 유일하게 옥에 티라 할 수 있는 콜로레도 대주교가 탄 말 없는 마차 장면을 제외하면 빛을 주 재료로 삼은 멋진 무대를 선사한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 '볼프강'이 사람들의 주변에 둘러 쌓여 '기적의 아이'를 듣는다면 레퀴엠을 작곡하며 죽음에 다가오는 그는 액자를 상징하는 무대를 넘어 돌출된 영역에까지 나온다. 그런 그와 아마데를 둘러싸고 부르는 '모차르트! 모차르트!'는 '기적의 아이'와 대비되며 그의 고독감을 느끼게 한다.

베버 가족이나 쉬카네더가 등장할 때처럼 쇼적으로 즐기기에 좋은 장면들도 충분한 퀄리티로 들어가있으며, 작품의 분위기나 맥락에 비해서 관객석 방향으로 조명을 쏘는 마무리가 다소 과한 연출로 느껴질 수 있지만 그런 공을 들일만한 킬링 넘버인 신영숙의 '황금별'은 이번에도 찬란히 빛을 낸다. 관객석까지 들이치진 않으니 눈뽕(?)당할 일은 없다.

   
 

이외에도 세종문화회관의 분위기에 걸맞은 훌륭한 음악이 좋은 밸런스로 뿜어져 나온다. 사소한 가사 한 줄도 놓치지 않게끔 빼어난 음향이 귀를 즐겁게 하는 것은 '모차르트!'의 최대 장점이다. 노래와 가사가 잘 들리는지, 좋은 사운드를 편하게 듣고 싶은지를 고민한다면 '모차르트!'의 가치는 제법 크게 다가올 것이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것은, 콜로레도 대주교가 뇌를 연구하는 모습이 제대로 그려지면 어땠을까. 그 부분이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팩션이었다면, 어차피 '볼프강'과 대립하는 자라면 확실한 악역으로 굳히기 위해 뇌를 얻기 위해 무슨 짓을 저지르는 지 보여준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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