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시원하게 귀 청소를 하고 온 느낌이다. 그야말로 귀가 호강하는 뮤지컬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뮤지컬 중 하나인 '노트르담 드 파리'가 새로운 배우들과 함께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8월 21일까지 공연한다. 2005년 프랑스 내한 공연 이후 약 100만여 명(제작사 자체 집계)의 관객을 불러모은 힘은 어디에 있을까?

   
 ▲ 사진제공=리앤홍

우선 화려한 비주얼을 담당하는 앙상블들의 땀과 노력을 칭찬해야 한다. 사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화려한 무대 장치나 거대한 세트로 압도하는 편이 아닐뿐더러 인물들 또한 원작에 비해 새롭게 해석돼서 왕의 근위대장인 페뷔스마저 멋진 기사의 모습이라기보단 세련된 청년으로 표현된다. 추한 외모를 가진 콰지모도는 물론 나머지 인물들도 의상 한 번 갈아입지 않는다.

그런 작품 내내 집시 옷, 죄수복, 무용수 등 여러 벌의 옷을 갈아입고, 벽에 매달리고 공중을 날며 아크로바틱한 안무를 선보이는 이들의 모습은 단순히 무대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작품의 깊이를 더한다. '괴로워'에서 페뷔스의 심리를 표현하는 장막 뒤 앙상블들의 몸부림, '성당의 종들'에서 마치 정말 종이 울리는 듯한 역동적인 안무를 보고 있노라면 커튼콜에서 이들에게 쏟아지는 박수갈채가 부족하게 느껴질 정도다.

   
 ▲ 사진제공=리앤홍

한편, 1막은 주로 작품의 배경을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아름다운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와 그녀를 둘러싼 남자들의 등장이다. 우선 에스메랄다를 보살피는 집시들의 왕 클로팽, 에스메랄다를 사랑하지만 추한 외모로 인해 그녀에게 다가갈 수 없는 콰지모도, 약혼녀 플뢰르가 있지만, 에스메랄다와 사랑의 이야기를 속삭이는 페뷔스, 에스메랄다를 보고 한 눈에 반해 신부로서의 삶이 흔들리게 되는 갈등을 겪는 프롤로가 등장해 에스메랄다를 중심으로 점점 서로를 옥죈다. 그로 인해 파멸을 향해 싹튼 불행의 씨앗을 살펴볼 수 있다.

하지만 1막은 다소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다. 송스루 뮤지컬의 장점이자 단점인 '노래로 모든 것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배경을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1막은 조금이라도 가사를 듣지 못한다면 인물의 감정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전체적인 사운드가 크게 극장을 메우는 것도 화려한 가창력을 느끼기에는 좋지만 세세한 가사 파악에는 단점이 되기도 한다.

   
 ▲ 사진제공=리앤홍

그러므로 '노트르담 드 파리'에 대해 어느 정도 미리 전체적인 내용이나 넘버를 파악하고 간다면 훨씬 더 깊이 있게 작품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또 2막에서 1막의 아쉬움을 만회하고도 남는 감동을 선사하기 때문에 실망하긴 이르다.

2막에선 1막에서 설명된 배경을 바탕삼아 각 개인의 감정을 더 조명하고, 구체적인 사건이 진행된다.

에스메랄다가 페뷔스를 살해하려 한 죄로 구속되고, 사건의 흑막인 프롤로 주교는 에스메랄다를 '너무 사랑해서' 붙잡아왔음을 고백하며 구애하지만, 콰지모도가 붙잡힌 집시들을 탈출시켜주고 에스메랄다는 콰지모도의 도움으로 종탑에 숨어지내게 된다. 콰지모도는 에스메랄다를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그녀는 우린 소중한 친구라며 콰지모도의 마음을 몰라준다.

한편, 페뷔스는 두 사람을 사랑한다며 괴로워했지만 결국 약혼녀 플뢰르에게 사랑을 맹세하기 위해 에스메랄다를 죽이려 한다. 프롤로는 에스메랄다를 마녀로 몰아 교수형을 처하려 하고 이를 막던 클로팽 또한 죽는다. 결국, 에스메랄다는 교수형에 처하고 그녀를 죽게 만든 프롤로에게 분노한 콰지모도가 프롤로 역시 성당에서 떠밀어 죽인다. 페뷔스는 홀연히 플뢰르와 사라진 후 대성당 앞에 세 명의 시체가 나란히 놓이고 콰지모도는 죽은 에스메랄다를 붙들고 '춤을 춰요 에스메랄다'를 부르며 막이 내린다.

인터미션 때 아쉬움을 느꼈던 관객이라면 완벽히 해소되는 2막이 될 것이다.

   
 ▲ 사진제공=리앤홍

노래로 폭발하는 각 인물의 감정과 슬픈 결말은 관객의 가슴을 흔들고 시쳇말로 귀를 정화한다. '노트르담 드 파리'의 대표 넘버인 '대성당들의 시대'에서부터 3중창으로 유명한 '아름답다', 에스메랄다로 인해 광기와 집착에 빠지게 되는 프롤로의 마음을 표현한 '파멸의 길로 나를'과 '신부가 되어 한 여자를 사랑한다는 것', 1막의 마지막 넘버인 '숙명이여', 바다와 윤형렬 배우가 함께 듀엣으로 불러 많이 알려진 '새장 속에 갇힌 새', 그저 본인은 알지도 못할 아름답다는 이유만으로 불행에 빠진 에스메랄다의 '살리라', 마지막을 장식하는 '춤을 춰요 에스메랄다'까지.

"많은 시간이 흐른 뒤 그들은 찾겠지. 끌어안은 채 썩어간 두 사람의 뼈를"

기자는 마지막에 홍광호 배우가 연기한 콰지모도가 에스메랄다를 때론 툭툭 치고, 때론 꼭 껴안으며 '춤을 춰요 에스메랄다'를 부르는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눈물을 쏟았다. 이어지는 커튼콜에서 기립박수를 보낸 것은 물론이다. 어째서 100만 명이 봤는지 알 수 있을 만큼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였다.

   
 ▲ 홍광호 배우. 사진제공=리앤홍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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