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2세부터 동명 이인, 특별한 이름까지 '팬들에게 어필'

▲ '바람의 손자'라는 별명을 지닌, 이종범 해설위원의 아들 휘문고 이정후ⓒ김현희 기자

[문화뉴스]야구를 포함한 스포츠는 엄밀히 따지면, '문화'의 한 범주에 속한다. 여가 생활을 통하여 삶의 질을 윤택하게 할 수 있는 수단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스포츠 관람이다. 혹자는 영화를 보거나 콘서트를 갈 수도 있고, 때로는 텔레비전 시청이 문화생활의 일부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작품을 만들어 내거나 경기를 시행하는 선수들은 넓은 의미에서 '콘텐츠 크리에이터(Content Creator)'인 셈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경기 내용 자체를 떠나 경기 외적으로도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는 선수들도 많다. 그리고 그 안에서 많은 뒷이야기가 공개되면서 또 다른 흥미 요소가 생성되기도 한다. 바로 여기, 다양한 사연을 지닌 선수들이 올해 고희(70회)를 맞이하는 황금사자기 고교야구에서 활약하고 있다. 내일의 프로야구 선수를 꿈꾸는 이들은 목동구장에서 다양한 볼거리를 만들어내며, 동문과 야구팬, 그리고 프로 스카우트팀에 자신의 존재를 어필하고 있다. 야구 읽어주는 남자/야구 보여주는 남자(야읽남/야보남) 4편에서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뤄 볼 예정이다.

'운동선수의 피가 어디 가나?' 아버지만큼 하자!

흔한 장면은 아니지만, 올해 역시 고교 3학년 '야구돌(야구+아이돌)' 중에서도 아버지가 유명 프로선수였던 이들이 등장했다. 그 중 가장 많은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이가 '바람의 아들', 이종범(전 KIA 타이거즈) 해설위원의 아들이기도 한 이정후(휘문고)다. 이미 초등학교 때부터 이종범 2세로 꽤 많이 거론됐던 이정후는 남다른 야구 실력으로 여러 차례 상을 받으며 '아버지가 아닌, 내 힘으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라는 사실을 어필하기도 했다. 중학 시절에 서울로 전학한 이후 휘문고에 진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휘문고 진학 이후에도 1학년 때부터 실전에 투입되는 등 '바람의 손자'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포수부터 시작하여 외야수 보직까지 두루 섭렵한 이정후는 2학년 2학기 이후에는 아버지의 주 포지션이었던 유격수로 정착하며, 공-수-주에서 이미 '탈(脫) 고교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황금사자기 우승 이후 프로에 당당히 지명받고 싶다는 것이 이정후의 각오다. 현재 그는 서울 연고 우선 지명 대상자 후보에도 올라 있다. LG, 넥센, 두산 중 누가 그를 지명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어 보인다.

▲ '리틀 김민호', 김성훈은 경기고에서 외야수를 보고 있다. 사진ⓒ김현희 기자

리틀 리그 시절부터 아버지를 따라 잠실야구장에 등장했던 경기고 외야수 김성훈도 야구선수 2세다. 그의 아버지는 두산 베어스에서 '건실함의 대명사'로 팬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던 유격수 김민호(현 KIA 코치). 그 역시 아버지를 따라 꾸준하게 야구를 하고 있다. 리틀리그 시절에는 홈런 타자로 꽤 많이 이름이 거론됐지만, 성장 이후에는 발 빠른 외야수로 거듭났다. 때로는 리드 오프로 나서서 경기를 풀어갈 때도 있고, 때로는 중심 타선에 들어서며 타점을 쓸어 담는 역할에 충실할 때도 있다. 3학년 진학 이후에는 잠시 부진에 빠졌지만, 얼마 전 끝난 성남고와의 1회전 경기에서는 그동안의 부진을 씻는 2안타로 서서히 타격감을 찾아가는 모양새다.

▲ 전 WBC 밴텀급 챔피언, 변정일 원장의 아들, 변승환도 동산고에서 야구를 한다. 사진ⓒ김현희 기자

그런데 프로선수는 '야구'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축구, 배구, 농구를 비롯하여 심지어는 '복싱'에도 프로가 있다. 다소 의외라 할 수 있지만, 그 프로복싱 선수 출신 2세도 야구를 하고 있다는 정보가 입수됐다. 동산고 2루수 변승환이 그 주인공. 그의 아버지는 한때 프로복싱 세계 챔피언 타이틀(WBC 밴텀급)을 지니고 있었던 변정일 KBS 복싱 해설위원이다. 아버지가 운동을 해서 그 어려움을 알기에, 아들이 운동을 한다고 했을 때 반대할 법했지만, 변승환은 "그런 일은 없었다. 오히려 내 의견을 존중해 주셨다."라고 하여 초등학교 때부터 야구부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외모도 외모지만, 177cm, 75kg의 체격 조건이 아버지의 현역 시절과 여지없이 닮아 딱 봐도 '변정일 2세'라는 것을 알아볼 정도다. 발 빠르고 타격 센스가 좋아 향후 프로무대에서 충분히 통할 것으로 본다.

이름이 특이해? '그것도 마케팅이야!'

유신고에서 1학년 때부터 실전에 투입됐던 외야수 홍현빈의 별명은 '리틀 이용규'다. 체격 조건은 작지만, 빠른 발과 넓은 수비 범위가 이용규의 덕수고 시절을 보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별명도 별명이지만, 그의 이름에서 '연예인'의 느낌이 나는 것도 그가 배우 현빈과 같은 이름을 지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올 시즌 고교야구에는 '한 번에 들으면 각인이 될 만한' 이름을 지닌 이들이 몇몇 눈에 띈다.

▲ 만화 '슬램덩크'를 떠올리게 하는 서울고 2학년 강백호. 이름만큼이나 야구도 잘 한다. 사진ⓒ김현희 기자

가장 눈에 띄는 이는 서울고 에이스이자 4번 타자인 강백호다. 만화 '슬램 덩크'를 떠올리게 하는 이름으로, 누구나 한 번 들으면 기억에 쏙 남게 할 만하다. 만화 속 강백호는 자칭 '농구 천재'라 하지만, 현실 속 강백호는 정말로 야구를 잘하는 '야구 천재'로 불러 줄 만하다. 그는 1학년이었던 지난해부터 실전에 투입되어 홈런포를 가동했고, 투수로도 마운드에 올라 140km에 이르는 빠른 볼을 던지기도 했다. 특히, 제70회 청룡기 대회가 열린 고척돔구장에서는 공식 경기 첫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겁없는 신예다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2학년으로 진학한 올해에도 더욱 농익은 모습으로 그라운드에 섰다. 현재 이영민 타격상의 유력한 후보 중 하나로 손꼽힌다.

반면, 똑같은 이름 때문에 '누구를 말하는 것이냐?'라고 되묻는 경우도 있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3명의 김민수가 등장하여 '정신 차리고 안 보면, 헷갈릴' 수 있을 만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특히, 지난 7일 열린 부산고와 청주고의 경기에서는 두 명의 김민수가 나란히 라인업에 등장한 바 있다. 부산고 3루수 김민수와 청주고 1루수 김민수가 그 주인공. 더 재미있는 것은 이들 외에도 제물포고 유격수 김민수 역시 넓은 수비 범위와 정교한 타격으로 많은 유명세를 타고 있다는 사실이다. 프로에도 KT 위즈 투수 김민수와 삼성 라이온즈 포수 김민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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