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중왕전 진출 학교, 권역별 쿼터제로 적용

▲ 지난해 황금사자기 1차전에서 서울고에 승리한 후 기뻐하는 대전고 선수단. 이제 이 선수들의 모습을 곧 볼 수 있다. 사진ⓒ김현희 기자

[문화뉴스 MHN 김현희 기자] 지난 7일,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협회장 김응룡, 이하 '협회')가 올시즌 전반적인 고교 야구 운영 과정을 공개했다. 천안북일고에서 전국 학교 대표자들이 모여 감독자 회의를 펼친 가운데, 조별 편성과 운영 방식(왕중왕전 진출교 및 대통령배 진출교 결정 방법)까지 확정했다. 봉황대기와 협회장기에서는 전국의 학교가 참가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모든 고등학교가 최소 두 개의 전국 대회를 치를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 지난해와 가장 다른 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에는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하여 협회장기 대회가 취소된 바 있다.

가장 큰 이슈가 되는 부분은 주말리그 순위 산정 방법과는 다른 왕중왕전 진출 학교의 선정 방식이다. 서울 및 부산, 경기, 인천 및 강원 권역은 지난해와 동일한 방법으로 순위를 산정, 상위 50%에 해당하는 팀이 왕중왕전(황금사자기, 청룡기 선수권)에 진출하게 된다. 다만, 충청 및 전라/경상권은 그 동안 보기 힘들었던 '지역별 쿼터'를 적용하게 됐다. 이러한 쿼터는 어떻게 적용되는지, 그리고 왜 도입되는지에 대해 조금 더 깊게 알아 볼 필요가 있겠다.

순위대로 결정하지 않는 이유?
왕중왕전에 출전하는 학교만 출전하니까요!

비슷한 의미에서 예전과 달리 인천과 강원권의 학교 역시 분리됐다. 인천 권역은 기존 3학교(동산, 인천, 제물포고)에 서울 서부에 위치한 우신고(신규 창단)까지 묶어 한 조로 편성했고, 강원 권역은 기존의 강릉, 설악, 원주, 강원고가 한 조를 형성했다. 올해에는 두 지역이 하나로 편성되어 경기를 치르지 않고, 각 조별로 두 번씩 총 6차전을 펼쳐 최종 두 학교씩 왕중왕전에 진출하도록 했다. 이는 지난해까지 인천/강원권역에서 인천 3학교가 지속적으로 상위 4위권을 형성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강원 권역의 선수 및 학부모, 지도자들이 반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다양한 학교와 경기를 펼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러한 특정 지역의 불만 사항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을 더 크게 받아들인 셈이었다.

그리고 충청 및 전라, 경상권 역시 인천/강원권과 비슷한 취지로 왕중왕전 진출 학교를 결정하게 됐다. 협회의 공시를 보면, ①각 권역별 우승팀, ②각 지역별 쿼터(등록 3팀당 1팀)를 적용하여 지역별 성적 우수팀이 출전, ③소속 지역이 우승할 경우, 쿼터 추가(지역 소속팀이 2개 이상일 경우에 한함)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것이 무슨 이야기일까?

대전 및 충청권역은?
대전, 충청북도, 충청남도, 전라북도 팀 중
적어도 1개팀 이상 왕중왕전 출전

▲ 대전 및 충청권, 전라권, 경상권은 순위와는 별도로 지역별 쿼터제를 시행한다. 사진ⓒ김현희 기자

왕중왕전 출전 학교는 해당 학교가 소속된 지역을 기본으로 한다. 즉, 대전 및 충청 권역은 대전지역 2개교(대전고, 대전제일고), 충북지역 2개교(세광고, 청주고), 충남지역 3개교(천안북일고, 공주고, 광천고), 전북지역 1개교(전반기 전주고, 후반기 영선고) 등 총 4개 권역 학교 대표로 적어도 1개교 이상 출전할 수 있다. 그런데, 저 4개 지역 중 한 학교가 권역별 우승을 차지하면 해당 지역에서 한 학교가 더 왕중왕전에 출전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대전 지역 학교 우승 : 우승교+대전 지역 학교 1개 더 출전, 충북, 충남, 전북 각 1개교
충북 지역 학교 우승 : 우승교+충북 지역 학교 1개 더 출전, 대전, 충남, 전북 각 1개교
충남 지역 학교 우승 : 우승교+충남 지역 학교 1개 더 출전, 대전, 충북, 전북 각 1개교
전북 지역 학교 우승 : 우승교, 대전, 충북, 충남 지역 각 1개교 출전

대전/충청지역에 전북 지역이 1개교만 참가하기 때문에, 만약에 전북 지역 학교가 권역별에서 우승할 경우 총 4개교가, 나머지 지역 학교가 우승할 경우 총 5개교가 왕중왕전에 진출할 수 있다.

전라권역은?
광주, 전라북도, 전라남도 팀 중
적어도 1개팀 이상 왕중왕전 출전

전라권역 역시 비슷하다. 광주지역(광주제일, 광주동성, 광주진흥)을 중심으로 전북(군산상업, 인상, 영선 or 전주고)/전남(순천효천, 화순고)지역에서 적어도 1개 팀 이상이 성적순으로 왕중왕전에 진출하게 된다. 역시 시뮬레이션을 진행해 보면 다음과 같다.

주요기사

광주 지역 학교 우승 : 우승교+광주 지역 학교 1개 더 출전, 전북, 전남 각 1개교
전북 지역 학교 우승 : 우승교+전북 지역 학교 1개 더 출전, 광주, 전남 각 1개교
전남 지역 학교 우승 : 우승교+전남 지역 학교 1개 더 출전, 광주, 전북 각 1개교

▲ 지난해 청룡기 선수권에서 우승한 배명고 선수단. 사진ⓒ김현희 기자

경상 A권역은?
대구 1개 팀, 경상남도 2개 팀 이상
왕중왕전 진출 

경상 A권역은 조금 상황이 복잡하다. 대구 3개교(경북, 대구상원, 대구고)와 경상남도 4개교(마산용마, 마산, 양산물금, 김해고)가 순위 결정전을 펼치기 때문이다. 어느 지역 학교가 권역별 우승하느냐에 따라서 왕중왕전 진출 4개교가 결정된다. 경남 지역 학교가 4개 출전함에 따라서 쿼터가 1개 더 늘어나 적어도 2개 학교 이상 출전할 수 있게 된다(주 : 3개교당 1개 쿼터 증가).

대구 지역 학교 우승 : 우승교+대구 지역 학교 1개 더 출전, 경남 2개교
경남 지역 학교 우승 : 우승교+경남 지역 학교 2개 더 출전, 대구 1개교

경상 B권역은?
대구 1개 팀, 경상남도 2개 팀 이상
왕중왕전 진출 

경상 B권역 역시 A권역과 상황이 비슷하다. 경북 지역 학교(안동영문, 글로벌선진, 포항제철, 구미도개, 경주고) 5개, 제주 지역 1개, 울산 지역 1개교 등 총 7개 학교가 순위 쟁탈전을 펼치기 때문에, 경북지역에 두 개의 쿼터가 주어지고 제주/울산은 기본적으로 왕중왕전 출전 쿼터를 주어지게 된다. 다만, 순위가 아닌 쿼터에 의해 전반기 왕중왕전에 출전할 경우, 후반기에는 그 쿼터가 소멸하게 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경북 지역 학교 우승 : 우승교+경북 지역 학교 2개 더 출전, 제주고, 울산공고
제주 지역 학교 우승 : 제주고, 경북 지역 학교 2개 더 출전, 울산공고
울산 지역 학교 우승 : 울산공고, 경북 지역 학교 2개 더 출전, 제주고

만약에 전반기에 제주고, 울산공고가 우승 없이 지역 쿼터로 황금사자기에 진출할 경우, 후반기에는 이 쿼터를 적용받지 않게 된다. 

결국 이렇게 복잡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방법을 취한 이유는 단 하나다. 그동안 늘 왕중왕전에 출전하는 학교만 출전했기 때문이다. 이는 타 지역 학생들에게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 대학 진학을 위한 절대 경기 숫자를 확보하지 못하여 입시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일종의 고육책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감독자 회의 결과를 통하여 갑론을박한 끝에 협회에서도 이러한 의견을 받아들였다고 본다. 좋은 순위를 결정하고도 왕중왕전에 진출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지만, 그 동안 볼 수 없었던 학교를 전국 무대에서 새로 볼 수 있다는 점까지 간과할 수는 없는 일일 것이다. 최소한 전국에서 본인들의 모습을 한 번 쯤 볼 수 있게끔 해 주는 것도 어른들/협회의 일이기 때문이다.

- 2편, 이에 따른 부작용 '반대의 목소리' 편에서 이어집니다 -

eugenephil@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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