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의 기온에도 불구, 자체 동계리그 진행

▲ 지난해 구덕야구장에서는 천우스포츠배 윈터리그가 열렸다. 매년 오프시즌 부산의 연례 행사다. 사진ⓒ김현희 기자

[문화뉴스 MHN 김현희 기자] 천우스포츠배, 청자배, 제주친선리그, 대구친선리그, 충청친선리그. 명칭만 놓고 보면,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이하 '협회')에서 주관하는 정식 대회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아니다. 상기 명칭은 각 지역에서 시행하는 친선 대회다. 그것도 2월~3월, 동계 기간 중 진행한다. 친선 대회라고는 하지만, 부산 천우스포츠배 같은 경우 우승 팀에게는 소정의 상품까지 수여한다. 또한, 10개 프로구단 스카우트 팀도 날씨에 관계없이 시즌 전 고교 팀들의 전력을 사전 탐색하고자 기꺼이 친선전에 모습을 드러낸다.

다만, 이러한 동계 친선전을 주로 중남부 지방에서 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서울 이북지역에서 시행하기에는 기온이 상당히 쌀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겨울철에도 기온의 하강 속도가 상대적으로 둔화되고 비교적 따뜻한 남부에서 진행하기 마련이다. 3월 정도 되면 경인지역도 기온이 상승하지만, 꽃샘추위의 여파로 야구하기에는 쌀쌀한 날이 지속된다. 협회에서 주말리그의 시작을 4월로 늦춘 것도 조금이라도 야구하기에 쾌적한 여건을 만들어 보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기도 하다.

영하의 기온 속에서도 야구해야 하나요
선수를 보호한다면, 이것도 규제해야 하나요?

그런데 이러한 동계리그 시행에 변수가 생겼다. 삼한사온(三寒四溫)이라는 대한민국 겨울 기후의 특성이 완전히 무너져 버린 것이다. 대한민국이 온대기후라는 정론도 변화한지 오래다. 즉, 봄/가을은 짧아지고, 여름/겨울이 길어지는 '아열대 기후'에 들어서고 있다. 그래서 추울 때는 엄청 춥고, 더울 때는 엄청 덥다. 이러한 변수 속에서 과연 동계 자체 친선리그를 시행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의문을 지닌 이들도 증가하고 있다.

일단, 영하의 기온 속에서 선수들이 이렇다 할 보온 장치 없이 야구를 하는 것에 비판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 이는 실전 감각을 끌어 올리려다가 되려 선수들의 몸을 상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학생야구 선수들은 비활동기간에 대한 강제 조항이 명시된 KBO의 룰을 따를 필요가 없다. 어찌되었건 학생야구의 행정을 총괄하는 단체는 KBSA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이 동계 친선리그를 감내하는 것도 프로처럼 휴식일에 대한 강제 조항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협회에서는 동계 친선리그에 대한 강제 금지 조항을 신설할 수 있지 않을까?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학생야구 선수 투구수 제한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던 지난해 이사회에서 이 문제도 같이 안건으로 상정된 바 있다. 그러나 협회에서는 추가 검증을 한 이후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동계 친선리그 규제와 관련해서 명확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협회에서 이러한 결정을 내린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자체 친선 경기까지 규제할 경우, 각 학교 지도자들의 자율성을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당히 일리 있는 이야기다. 각 학교 지도자들의 뜻에 맞게 자체 친선 대회를 여는 것까지 과도하게 규제할 경우, 원활한 선수 지도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결국, 자율성이라는 문제와 연결된다.

▲ 역시 윈터리그에서의 모습. 추운 날 몸에 맞는 볼이 나오면, 고통은 배가 된다. 사진ⓒ김현희 기자

그렇다고 해서 영하의 기온에 선수들을 마냥 뛰게 하는 것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실전 감각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선수들의 몸상태이기 때문이다. 특히, 학생 선수들의 경우 연습 경기라 해도 오버페이스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하다가 탈이 나기 마련이다. 이러한 선수들의 몸상태를 생각해서라도 일정 정도 규제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결국, 자율성과 선수들의 몸 상태 점검이라는 두 가지 가치 속에서 협회가 모범 답안을 내놓는 것이 정석이라 할 수 있다. 그 대안으로 '1월 한 달간을 혹한 기간으로 정하고, 국내에서 시행하는 친선 경기를 전면 금지한다. 단, 혹한 기간에 대한 변동 사항은 별도 협의에 의하여 변경할 수 있다.'라는 규정을 신설하고, 2~3월에도 '체감 기온이 0도 이하일 경우, 즉각 실전 경기를 중단한다.'라는 규제 조항을 추가할 수 있다. 체감 기온으로 제안하는 것은 공식 온도가 0도라 해도 바람의 세기, 운동장의 상황(햇빛이 드느냐, 그늘이 지느냐)에 따라서 야구하기 좋지 않은 날씨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모든 규정이 만들어진다 해도 결국은 지도자들이 어떻게 올바른 훈련 방법을 취할 것인지 스스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그래서 굳이 동계 친선대회가 아니더라도 내실을 다지는 지도자들도 분명히 있다. 이러한 협회의 규정 신설에 지도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한다면 자율권과 선수들의 몸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적어도 내년에는 빛을 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ugenephil@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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