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드디어 전 국민에게 공개되어야 할 영화가 나왔다. 세상 밖으로 나오기까지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난 2016년 12월 15일, 故 홍기선 감독은 갑작스럽게 만 5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어렵사리 촬영을 끝마쳤던 '1급기밀'은 홍 감독의 유작이 되었고, 1년이 넘는 시간을 거쳐 2018년 1월 24일 가까스로 개봉했다. 그의 유작 '1급기밀'은 국내에서 단 한 번도 다뤄지지 않았던 군대 방산비리를 고발하는 작품이었기에 상당한 상징성을 띄고 있는 작품이었다.
이 영화에서 방산비리를 폭로하는 공익제보자 '박대익' 중령을 연기한 배우 김상경과 개봉하기 이전인 지난 18일 서울 중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공교롭게도 이 영화가 군대를 소재로 하고 있다보니, 각각 군장교와 특전사로 복무했던 필자와 김상경은 군대 이야기로 뜻하지 않은 공감대가 형성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되었다.
오랜 시간이 걸려 영화가 공개되었다. '1급기밀' 완성본을 본 소감은 어떤지 듣고 싶다.
└ 돌아가신 홍기선 감독님이 영화에 살아 숨쉬는 느낌이었다. 편집하는 과정에서 유머러스한 부분이 조금 배제된 것도 있지만, 홍 감독님이 말하고자 하셨던 묵직한 메시지는 의도대로 느껴져서 괜찮게 느껴졌다. 그리고 영화 소재가 무거운 것에 비해 상영시간이 길지 않아서 괜찮은 것 같다. 관객들이 적당하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작품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 평소에서 영화를 고를 때, 대본을 기준으로 선택한다. 대본을 읽으면서 얼마나 공감하고 감동하느냐가 첫 번째고, 이 이야기가 지금 시점에 필요한 지가 두 번째다.
'1급기밀'을 처음 읽었을 때 좋았던 건, 대본이 잘 짜여있었다.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쉽게 돕는 부분도 있고, 편집하면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무게가 실려 돌직구 같은 느낌도 있었다. 또한, 그동안 영화계에서 다루지 못했던 군 방산비리를 첫 번째로 소재 삼아서 뜻깊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기도 전에 "'1급기밀'이 정치적 작품이다"고 편견을 갖는 이들도 많다.
└ 이 영화는 결코 정치적이지 않다. 여러 정부에서도 방산비리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해왔고, 지난 정권에서도 방산비리 척결하자고 밝힌 바 있다. 솔직히 말해서, 진보와 보수 진영 모두가 봐야 할 소재이자, 우리의 안보와 직결된 중요한 문제를 다룬 영화다. 그래서 여당, 야당 구분하지 않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치색이 강한 영화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홍기선 감독님의 이전 작품들이 대체로 사회 고발성이 짙다 보니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하지만 감독님은 많은 이들이 방산비리에 대해 잘 모르니까 알리고자 했던 마음이 컸고, 공익제보자들이 배신자처럼 따돌림당하는 현실을 말하고 싶어 하셨다. 그렇기에 방산비리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일어나는 이야기로 볼 수 있고, '1급기밀'을 통해 사회 각층에 있는 공익제보자들이 나설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영화 소재가 아무래도 군대 내에서 벌어지는 방산비리이다 보니, 촬영을 진행하면서 국방부에서 특별한 반응은 없었는지도 궁금하다.
└ 특별한 반응은 없었다. 크게는 '1급기밀'이 모두를 위한 영화라고 생각하지만, 작게 보면 군대를 위한 영화라 생각한다. 군대에 소속된 대부분 군인은 나라를 향한 강한 충성심을 가지고 있고, 군 기강 도움 차원에서 오히려 군인들이 더 좋아할 만한 영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군대를 위한 영화라고 생각하는데,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건 상당한 모순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군부대에서 '1급기밀'을 단체관람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들 중 우리와 함께한다거나 적극적으로 환영한다는 반응이 나오면 좋을 것 같다. 군인들을 위한 문제이고, 우리 가족 중 일부는 병역의 의무를 져야 한다. 그렇기에 일차적으로 군대가 청렴해지고 개선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렇기에 개봉 후 반응이 궁금한 것도 있다.
군대 이야기지만, 한편으로는 하나의 집단에서 벌어지는 어두운 면이 느껴졌다. 집단으로부터 배신당하는 연기를 할 때 심정은 어땠나?
└ 영화의 주요 이야기인 전투기 사업은 지난 2002년 사건에서 참고했고, 박대익이 공익제보한 이후 온갖 고초를 겪는 부분은 모티브가 되었던 김영수 소령님의 실제 경험담을 그대로 가져 왔다.
실제로 2009년 'PD수첩'에 직접 출연하기 전까지 2, 3년 동안 홀로 싸우셨다. 처음에 담당 부서에 고발도 했고, 국방부 쪽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고발했지만 계속 무마되었다고 하셨다. 극 중에서처럼 오히려 회유까지 받아 군 내부에서 해결될 수 없다는 판단하에 군복을 벗을 각오까지 하며 직접 출연했다고 하셨다.
그 당시 심정을 물어봤는데, 김 소령님의 목표는 장성이 되는 것이었으나 그 목표까지 버리고서 나와야 했기에 참담했고, 아내를 비롯해 다른 가족에게도 미안한 감정도 들었다고 털어놓으셨다.
실제 주인공이었던 김영수 소령 또한 이 영화를 봤다고 들었다. 어떤 반응을 보였던가?
└ 작고하신 홍 감독님과 오랫동안 이 영화를 준비해왔는데, 촬영이 들어가기까지 여러 가지 사유로 연기되기도 했다. 모든 정권마다 항상 방산비리 척결을 주장해서 순탄하게 만들어질 줄 알았는데, 계속 연기되니까 김 소령님은 영화 제작이 안 될 줄 알았다고 하셨다.
내가 출연 결정 후 처음 만났을 때, 그리고 촬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김 소령님은 이게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게 믿기지 않는 반응이셨다. 그렇게 언론시사회까지 다가오니까 기뻐하셨다. 언론시사회 때 만났을 때, 약간 흥분된 상태에서 속이 시원하다며 소감을 전하셨다.
'1급기밀'에서 "식구"라는 단어 사용에 조금 놀랐다. 필자 또한 실제 군 생활할 때 종종 듣던 말이어서 왠지 모를 공감대가 갔다. 군대를 소재로 하기에 고증도 많이 필요했을 것 같은데?
└ 감독님과 김 소령님이 대본 초기 작업부터 애착을 가지면서 함께 했기 때문에 "식구다", "가족이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게다가 김 소령님의 경험담이 반영되어있기도 했다.
김영수 소령님이 실제로 청탁 및 비리 금지 선서문을 자신에 책상에 붙여 놓고 밑줄까지 그어놓으셨다. 그만큼 원칙주의자셨고, 불합리한 상황에 원리원칙대로 행동한 것이다. 박대익이 마지막에 호루라기를 불면서 이야기한 건 육사생도 선언문이며, 군인으로서 갖춰야 할 생활수칙을 담고 있다. 극 중 등장하는 악의 세력들은 그에 행동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문화 人] '1급기밀' 김상경 "차태현처럼 연기·예능 병행, 난 불가능해" ②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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