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알못의 '플래시백' #011 '커뮤터'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매주 새로운 영화들이 관객들 앞에 공개되고, 그 중 일부 영화만이 박스오피스를 차지하곤 합니다. 그 중 필자는 해당 주에 개봉하는 '요주의 영화'를 '영알못의 플래시백'을 통해 사정없이 파헤쳐봅니다.

시놉시스
전 경찰 출신 '마이클'은 은퇴 후 뉴욕에서 보험회사 중간 관리자로 살고 있으나, 해고 통보를 받고 심란해졌다. 그는 어떤 인물을 찾아주면 10만 달러를 주겠다는 의문의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마이클은 거부했지만, 자신의 가족이 인질로 잡혀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데…

 

'테이큰'의 대명사 리암 니슨 자기복제, '커뮤터'
대중에게 할리우드 배우 리암 니슨에 관해 물어보면, '테이큰' 시리즈를 자연스레 떠올릴 것이다. '테이큰'은 전직 특수요원 출신인 '브라이언 밀스'가 납치된 자신의 딸을 구출하고자 거대한 범죄조직을 홀로 쳐부수는 내용을 담은 작품으로 2010년대 리암 니슨의 정체성이 되었다. 3편까지 나오면서 리암 니슨은 예순을 넘긴 나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 폭발적인 액션으로 스크린을 장악했고, 브루스 윌리스와 더불어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노년 액션 배우의 상징이 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리암 니슨이 이 '테이큰' 시리즈에서 구축한 이미지에 갇혀버렸고, 최근에도 이와 흡사한 작품 위주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이번 편에 소개할 '커뮤터' 또한 '테이큰' 시리즈의 자기복제 같은 작품이며, 개봉 전부터 대놓고 '테이큰' 시리즈와 연관 짓는 문구로 이목을 끌어왔다. 심지어 '테이큰'과 비슷한 '논스톱'에서 호흡을 맞췄던 자움 콜렛-세라와 '언노운', '런 올 나이트'까지 무려 4번째 함께 했다. 악당을 무참히 때려 부수며 통쾌함을 얻고자 하는 '리암 니슨 유니버스'는 이제 지겹다.

 

비행기 → 통큰 열차로 바꾼 '커뮤터', 바뀐 게 있나?
리암 니슨과 자움 콜렛-세라 콤비는 '커뮤터'까지 4편을 함께 해오면서 크게 실패한 적은 없다. 두 사람 다 액션 영화에 대해 도가 튼 전문가들이었기에 최소한 엉성한 액션은 만들지 않을 것이라는 최소 기대치는 있었다. 통근 열차라는 소재에 맞춰 타임랩스 설정으로 기차역을 빠르게 돌리는 장면이나 통근 열차를 타고 뉴욕을 오가는 사람들의 분위기 등을 담아내며, 비슷하게 직장을 출·퇴근하는 한국 직장인들에게도 어느 정도 공감대를 줄 만한 장치는 있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커뮤터'는 좋은 영화라고 말해줄 수 없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이 영화는 '리암 니슨 식 액션 영화'의 자기복제에 그치는 수준이며, 더 나아졌다고 할 만한 요소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비행기에서 통근 열차로만 장소를 바꿨을 뿐, 리암 니슨이 극 중 맡은 역할이나 그가 상대할 악역들, 그를 중심으로 풀어나가는 이야기 구조, 여기에 곁들인 액션은 굳이 '커뮤터'를 안 봤더라도 예상대로 흘러갔다. 동어반복 같은 '리암 니슨 액션 유니버스'에 관객들은 절대 환호하지 않는다.

 

'리암 니슨 액션 유니버스' 아닌 다른 모습의 리암 니슨 원해
'커뮤터'를 보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건 리암 니슨이라는 좋은 배우가 똑같은 패턴의 액션 영화에서 일회성으로 소모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명작 '쉰들러 리스트'에서 핍박당하는 유대인을 구출하는 인간적인 사업가였고, '러브 액츄얼리'에선 사랑에 빠진 아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로맨틱한 아버지, 지난해 국내에도 개봉했던 '사일런스'에선 종교와 신념의 참뜻을 되짚게 해주는 등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가진 배우다. 게다가 목소리 연기 또한 수준급이기에 '나니아 연대기'와 '몬스터 콜'에서도 빛났다.

물론 액션 영화만 나온다는 게 문제가 된다고만 단언할 수 없다. 다만, 스토리의 완성도나 장치 등이 부실한 액션 영화에서만 소비되고 있다. 게다가 리암 니슨 또한 60대 후반에 접어들었기에 화려한 액션 등을 소화하는 데에 한계점이 있다. 과거 그가 출연했던 비슷한 장르 영화 '배트맨 비긴즈'나 '다크 나이트 라이즈', '스타워즈' 등에서 액션 비중이 작았음에도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했던 점을 떠올려보면, 한계를 보완해줄 다양한 장치 혹은 이야기의 밀도 등을 높여야 한다. 차기작에선 기대할 수 있을까?

 

'커뮤터'를 향한 총평
마블과 DC 코믹스 위협할 그 이름, '리암 니스 유니버스'. 자기복제 끝은 언제? (★☆)

syrano@mhne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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