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문화뉴스 MHN 권혁재 기자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김태리에게 있어 2016년은 인생 최고의 한 해였다. 지난 6월,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를 통해 혜성같이 등장했던 그는 매력적인 하녀 '숙희'를 연기하면서 대중을 단숨에 사로잡으며 충무로의 떠오르는 기대주로 떠올랐다. 수많은 관심과 호평 속에 김태리는 '아가씨' 한 작품으로 각종 시상식의 신인상을 싹쓸이하며 저력을 과시했다.

2016년을 장악했던 그이기에, 자연스레 김태리의 다음 행보에 대중의 관심도는 높아졌고, 그를 찾는 러브콜은 많아지기 마련. 모두의 관심 속에 김태리는 차기작 '1987'로 1년 6개월만에 돌아왔다. '아가씨'보다 더 큰 규모의 영화 속에서 김태리는 적잖은 분량 속에서도 홀로 빛을 내며 제 몫을 다했다. 이번에도 "역시, 김태리"였다.

'1987'이 개봉하기 이전인 지난 18일 월요일 서울 중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김태리와 인터뷰를 가졌다. 현재 tvN 새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의 바쁜 촬영 속에서도 김태리는 피곤한 내색 없이, 오히려 밝고 명랑한 모습으로 임해 인터뷰 현장을 화기애애하게 주도했다. 두 번째 대형영화에 참여한 김태리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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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을 잘 봤다. 당신은 어떻게 영화를 봤는지 궁금하다.
└ 아주 잘 봤다. 배우이면서 동시에 관객으로서 '1987'에 대해 많이 기대했었다. 촬영장에 나갈 때마다 지난주에는 누가 왔고, 오늘은 누가 왔다는 말이 나올 만큼 쟁쟁한 많은 배우가 촬영장을 다녀갔다. 대본도 좋지만, 수많은 배우의 연기와 합칠 때 어떤 영화가 나올까 하는 기대감과 상상으로 영화를 봤고, 잘 봤다. 내가 이 영화에 참여하지 않았더라도 잘 봤을 것 같다.

'1987'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 대본을 받았는데, 쉽게 잘 읽었다. 장준환 감독님께 흡입력 있게 잘 봤다고 전했더니 감독님이 직접 만나자고 하셨다. 감독님과 만남에서, 대본에 대해, 내가 맡을 '연희'에 대해, 그리고 나 김태리에 대한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감독님 앞에서 영상 테스트와 오디션을 봤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이 하자는 연락이 와서 참여하게 되었다.

'아가씨'에 이어 '1987'도 시대극인데 시대극의 매력을 느껴서 참여한 것인가?
└ 그건 아니다. 수많은 매체와 인터뷰를 하면서도 "시대극이라는 부담감이 없었냐?"는 수많은 질문을 받았지만 그런 건 없다. 대본의 매력에 끌려 참여한 것이다.

▲ 영화 '1987' 스틸컷

이 영화에 참여한 배우들 중 유일하게 1987년 당시를 겪지 않았던 사람이기에, 그 시대에 대해 많은 공부가 필요했을 것 같다.
└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들을 보면, 시의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그래서 이 시간에 이 이야기를 왜 해야 하는지 의문이 생기면 작품을 받아들일 수 없기 마련이다. 하지만, 모두 다 알다시피 지난해에 광화문에서 촛불집회가 있었고, 나도 그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여했었다. 처음 장준환 감독님과 '1987'로 만날 때도 그때였다. 그래서 시의성은 물론이였고, 고르는 데 한 치 망설임도 없었다.

대본으로 봤을 때와 완성본 봤을 때 인상적이었던 게 있었다면?
└ 치고 빠지는 연출방식이 상당히 좋았다. 하정우 선배 같은 분들이 자기 할 일을 다 하면 바로 빠지는데 대본에서도 나왔는데, 영화에서는 더욱 더 정확하게 치고 빠지는 게 반영되어 있었다. 물론, 이보다 더 찍은 장면이 많았지만, 편집된 것도 많았지만, 왜 편집되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을 만큼 깔끔했다. 그러나 감독님은 여전히 아쉽다고 하셨다.

'아가씨' 이후 대중에게 공개되는 첫 작품인데, 어떤 마음으로 임했는가?
└ 잘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언제나 부담스럽고 족쇄 같은 거니까 이기려고 열심히 노력했다. 감독님께 의지를 많이 했어도, 결과적으론 나 자신과 싸움이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자고 스스로 다잡았고, 다소 부족한 면도 있겠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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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영화에서 당신이 맡은 연희라는 인물이 상당히 중요한 인물이었다고 생각했다. 30년 전 20대와 지금 이 시대 20대를 연결하는 일종의 연결고리 역할이었다고 느꼈다. 그래서 책임감이나 부담감도 상당했을 것 같다.
└ 책임감보다는, 연희에 나 자신을 많이 투영하려고 했다. 내 주위에 있는 친구들을 포함해 그동안 20대들이 현 사회에 일어나는 일에 그렇게 많은 관심이 있진 않았다. 자신의 삶이 매우 바쁠 수도 있고, 당장 눈앞에 놓여있는 목표를 이루기 급급해하거나, 미래 준비를 더욱 중요시하는 성과 위주 시대를 살아가는 세대다. 그렇기에 나 또한 나 하나 잘 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만 깊게 생각해왔다.

그러나 이번 촛불집회에서는 나온 사람마다 이유는 제각각이겠으나 자신에게 놓여있는 모든 것들을 제쳐두고 광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이 지점에서 연희는 가장 평범한 대중을 대변한 인물이라고 본다. 수많은 이들이 자신의 일터를 버리면서까지 "이것이 옳아"라고 선택하는 일들이 얼마나 위대한가. 이 세상엔 위대한 사람만 있는 게 아니다. 대부분은 연희처럼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나 또한 이 점에서 연희와 닮아있다.

'1987' 대본을 보면서 눈물이 왈칵 났던 적은 있었는지?
└ 대본이 아닌 다른 것 때문에 눈물이 왈칵 났다. 1987년 이야기를 공부하고자 그 당시 남아있는 기록물들을 찾아보았고, 찾아보는 도중에 많이 울었다. 나뿐만 아니라 이 작품에 참여하신 선배 배우들도 그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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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은 지난 인터뷰 도중에 눈물을 보이기까지 했다.
└ 윤석 선배님은 다른 분들과 달리 가장 많이 마음에 와닿았을 것이다. 돌아가신 박종철 열사가 고등학교 선배님이시기에 남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장준환 감독님은 어떤 점을 요구했고, 어떻게 구축해나가라고 방향을 제시했는지?
└ 극 중에서 연희는 다사다난하며 휘몰아치는 상황에 부닥친다. 그래서 감독님은 억지로 뭔가 짜내려고 하지 않고, 그 상황 자체를 잘 받아들임과 동시에 실제 감정으로 느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진실되게 다가가자고 은연중에 많이 강조하셨다.

그렇기에 연희라는 인물이 관객에게 조금 더 잘 보여주고자 깊은 감정이 반영되는 장면 이외에도 삼촌인 '한병용'과 투덕거리는 장면이나 생애 첫 대학교 미팅에 나가는 장면에서도 제대로 잘 살려야 한다고 하셨다.

그래서 아이라인 번진 모습을 보고 창피해 하는 게 연기가 아니라 실제 김태리 같았다. (웃음)
└ 행동은 어쩔 수 없이 나의 본 모습이 많이 드러나는 것 같다. (웃음) 특히, 걸음걸이나 다른 몸짓 등이 많이 반영된 것 같다. 그 장면을 찍을 때 촬영현장도 재밌었다. 같이 연기하던 강동원 선배님이 "세수하세요"라는 대사와 함께 뒤에 이어진 연기는 영화 찍으면서 제일 즐거웠던 것 같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 영화 '1987' 스틸컷

말 나온 김에, 극 중에서 '썸(?)'을 탔던 강동원과의 호흡은 어땠나?
└ 특별히 따로 말할 필요 없이 선배님 연기가 좋았다. 솔직하게 고백하건대, 강동원 선배님이 나온 영화를 많이 보진 못했기에 어떤 연기를 하시는 잘 몰랐다. 이번에 같이 하면서 모니터링을 했는데, 선배님의 눈빛이 좋았다. 그리고 이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이 사람이 얼마나 준비했는지 잘 드러났다. 같은 배우로서 배울 점도 많았고, 같이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특히, 당신과 강동원이 함께 찍었던 우산 장면을 보고 많은 이들이 강동원의 인생작 중 하나인 '늑대의 유혹' 우산 장면 패러디 아니냐고 말한다. 혹시 그 장면을 아는가? (웃음)
└ 안 그래도 주위에서 많은 분이 그렇게 말씀해주셨는데, 아쉽게도 내가 그 우산 장면을 아직 보질 못했다. (웃음)

[문화 人] '1987' 김태리 "'아가씨' 이어 연이은 주연, 운이 따랐을 뿐" ②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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