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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알못의 플래시백] 영화 '1987', '택시운전사' 넘어선 뜨겁고, 고마운 영화영알못의 '플래시백' #007 '1987'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매주 새로운 영화들이 관객들 앞에 공개되고, 그 중 일부 영화만이 박스오피스를 차지하곤 합니다. 그 중 필자는 해당 주에 개봉하는 '요주의 영화'를 '영알못의 플래시백'을 통해 사정없이 파헤쳐봅니다.

시놉시스
1987년 1월, 경찰 조사를 받던 스물두 살 대학생이 사망했다. 증거인멸을 위해 '박 처장(김윤석)'의 주도 하에 경찰은 시신 화장을 요청하지만, 사망 당일 당직이었던 '최 검사(하정우)'는 이를 거부하고 부검을 밀어붙인다. 단순 쇼크사인 것처럼 거짓 발표를 이어가는 경찰. 그러나 현장에 남은 흔적들과 부검 소견은 고문에 의한 사망을 가리키고, 사건을 취재하던 '윤 기자(이희준)'는 '물고문 도중 질식사'를 보도한다. 이에 박 처장은 '조 반장(박희순)' 등 형사 둘만 구속시키며 사건을 축소하려 한다. 한편, 교도소에 수감된 조반장을 통해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된 교도관 '한병용(유해진)'은 이 사실을 수배 중인 재야인사에게 전달하기 위해 조카인 '연희(김태리)'에게 위험한 부탁을 하게 되는데…

영화계에서 불문율처럼 여겨졌던 1987년 이야기, 30년 만에 전면에 드러내다
2017년 영화계의 주류는 '역사'였다. 연초 한국 근·현대사를 되짚으며 사회와 정치를 풍자했던 '더 킹'을 시작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독립열사 박열·가네코 후미코 부부를 다룬 '박열', 다소 논란은 있었으나 일제강점기의 상처였던 '군함도', 1980년 5월 광주를 재조명했던 '택시운전사',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이야기를 담았던 '아이 캔 스피크', 그리고 병자호란 당시 40여 일간 항전했던 '남한산성'까지 전부 역사라는 이름 아래 관통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1987년 이야기를 다뤘던 상업영화들은 거의 없었다. 무슨 이유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영화계에서 불문율처럼 1987년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오히려 1980년 5.18 민주화운동을 직·간접적으로 담은 영화들보다 훨씬 적었다. 그나마 지난 3월에 개봉했던 '보통 사람'이 있었지만, 수많은 국내 관객들을 만족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그러던 와중, 1987년에 있었던 사건들을 모두 아우르는 작품이 2017년이 끝나가는 이 시점에 공개되었다. 제목에서부터 확 와닿는 '1987'이었다.

2017년 천만 영화 '택시운전사'보다 더 큰 울림이었던 '1987'
'1987'은 1987년 1월에 있었던 故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시작으로 그해 6월에 있었던 6월 민주항쟁까지 하나로 이어지는 장대한 서사를 만들었다. 주요사건을 무려 두 개나 다루고 있는 만큼, 연출하는 감독이나 출연하는 배우들의 부담감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것이다. 언론시사회 당시 장준환 감독이 "10년간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열매를 맺는 천연사과를 드리고 싶다"로 말했듯, '1987'은 작위적으로 영화를 극적으로 만들지 않고 자연스럽게 하나의 물 흐름처럼 완성했다.

두 가지 사건을 자연스럽게 연결한 '1987'은 '택시운전사' 만큼, 아니 '택시운전사'를 넘어섰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택시운전사'에서 옥에 티로 꼽혔던 후반부 카체이싱 장면 같은 인위적인 연출은 '1987'에서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박열'을 만들고자 세심한 것 하나하나까지 고증에 온 힘을 쏟았던 이준익 감독처럼 '1987' 팀은 실존 인물과 실제 사건에 접근했고, 그들의 노력은 뜨거운 눈물과 깨알 같은 웃음, 1987년을 달궜던 뜨거운 열정을 훼손시키지 않고 30년이 지난 2017년으로 가져왔다. 한국판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보는 듯 했다.

매서운 계란으로 바위치고자 쇼트트랙 계주에 모여든 '1987' 주역들
'1987'이라는 영화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건, 단순히 실제 사건과 실존 인물들을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줘서만은 아니었다. 이 영화에 자신의 조그마한 힘이라도 보태고자 참여했던 수많은 배우의 열연과 에너지가 모두 전달되었던 것도 컸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 있자면, 거대한 바위를 깨뜨리기 위해 수많은 이들이 거대한 쇼트트랙 계주에 참여해 서로를 끌어주고 밀어주면서 하나둘 달걀을 던지는 느낌이었다. 그렇기에 무너질 것 같지 않던 바위가 깨지는 순간, 나도 모르게 기뻐하게 되는 것이다.

악역을 자처했던 김윤석과 박희순, 그리고 정의를 위해 불씨를 댕기는 역할이었던 하정우, 유해진, 이희준, 김태리 등 6명의 주연배우뿐만 아니라 이 영화에 참여한 수많은 조연배우와 용기 있게 출연했던 특별출연 배우들 또한 빛났다. 김종수와 조우진의 절절한 통곡에 모두 내 일처럼 슬퍼했고, 1987년 학생운동 출신의 우현이 정반대 진영의 대표로 등장해 당시 소중함을 일깨워주었으며, 작은 분량이지만 박종철·이한열 열사를 연기한 여진구, 강동원의 존재감 모두 '1987'을 위해 크게 이바지했다. 간만에 영화를 보면서 모든 배우가 훌륭했고 고맙다고 느끼긴 실로 오랜만이었다.

'1987'을 향한 총평
앞으로 1987년을 대변할 대표영화는 장준환 감독의 '1987'. (★★★★)

syrano@mhnew.com

 
    석재현 | syrano@munhw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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