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데뷔 10년만에 '제6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에서 '여자신인상'을 받은 배우 김히어라를 만났다.

그녀는 최근 뮤지컬 '팬레터' 재연에서 '히카루' 역을 맡았다. 뮤지컬 '팬레터'는 역사적 사실과 상상을 더한 모던 팩션 뮤지컬로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문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2016년 초연 이후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호평받으며 1년 만에 돌아온 이 작품은 홍콩 영화계의 거장 왕가위 감독이 투자 제작을 확정하는 등 해외 진출의 기회까지 엿볼 수 있을 정도로 완성된 웰메이드 뮤지컬이다.

그녀는 소정화, 조지승과 함께 문인들의 꿈과 희망이 교차하는 능동적으로 욕망을 행하는 '히카루' 역할로 출연한다. 얼핏 순수해보이지만, 그 순수로 인해 욕망 그 자체가 되고야 마는 '히카루'를 통해 관객들에게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그녀의 입체적인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

 

배우 김히어라를 만나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솔직함'과 '털털함'이다. 여배우는 말 한마디조차 제대로 꺼내려면 깊이 고민해야하고 많은 남자 배우들 사이에서 '무대 위의 꽃'이 되버리기 일쑤인 공연계의 공기를 아무렇지 않다는 듯 깨고야 만다. 그런 모습이 관객들에게도 잘 전달됐을까.

김히어라는 2016년 뮤지컬 '리틀잭'의 '줄리' 역으로 관객에게 본격적인 모습을 드러낸 이후 연극 '천사여, 고향을 보라', '베헤모스', 뮤지컬 '팬레터', '찌질의 역사'에 이르기까지 쉴새 없는 스케줄 속에서도 눈에 띄는 외모 이상의 연기력을 통해 관객들의 기억 속에 뚜렷한 흔적을 남겨왔다.

작년 여름 인터뷰 이후 여섯 번의 계절이 지나고 다시 만난 그녀는 조금 더 자신의 색깔을 명확하게 내보일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한 듯 보였다.

▲ 제6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 당시 김히어라 배우의 모습.

만나서 반갑다. 우선 '제6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 여자신인상을 수상했는데 소감을 말해달라. 어워드 이전에 만났을 때 "다른 배우가 받을 것 같다"고 했었는데.

ㄴ 사실 너무 떨려서 (수상소감을)잘 이야기 못했어요. 아시겠지만, 제가 오랫동안 앙상블 하고 많은 경험을 쌓으면서 저를 도와줬던 언니, 오빠들이 생각나는 거에요. 그 시상식에 제가 앙상블로 데뷔했던 작품에서 함께했던 (최)유하 언니, (최)수진 언니가 있고. (양)준모 오빠, (김)지현 언니. 그런 분들 만나면서 너무 기분이 이상한 거에요. 나도 이젠 저분들이 생각했을 때 어린 앙상블 시절을 넘어서 배우로 인정받겠구나 싶은 느낌도 있고 많은 사람들에게 고맙더라고요. 사람이 다 연결고리가 있잖아요. 당장 작품을 함께하지 않아도 인연이 생기고 그게 계기가 돼서 또 다른 인연을 소개 받거나 하니까요. 그 물꼬를 틀어준 선배들도 있고. 그런 분들에게 너무 고맙고, 버티면 이런 날이 오는구나 싶으면서도 잘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들더라고요.

그런 마음을 담아선지 진정성 느껴지는 수상소감이었다.

ㄴ (말하면서)눈물 엄청 참았어요. 충무아트센터에서 앙상블로 데뷔했는데 20살 때부터 같이 살던 동기들이 있는데요. 제가 상을 받을지 알 수 없는데도 축하한다고 시상식에 온거에요. 그 친구들도 생각나고. 앙상블로 데뷔할 때도 축하해준 친구들이 제가 이런 상 받는 것도 보게 되니까 '내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믿어주고 있었구나' 싶어서 무척 좋았어요.

▲ 연극 '베헤모스' 중 한 장면

하지만 앞서 이야기와 다르게 수상할 자격이 충분했던 것 같다. '리틀잭', '팬레터', '베헤모스' 등 작품을 연이어 하며 실력을 입증했는데 특히 '베헤모스' 때 연기력을 인정받는 계기가 된 것 같다.

ㄴ 많은 분들께서 저를 알려준 작품이 '팬레터' 아니냐고 묻기도 하는데 사실 '리틀잭', '팬레터'를 보신 뒤 '베헤모스'까지 보면서 저를 인정해주셨다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 전까진 '나쁘지 않네' 싶던 김히어라를 확실히 '잘하네?'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고 하시는 거에요. 어느 작품에서든 많은 사랑 받는 게 감사하지만, '베헤모스'를 통해 좀 더 '배우'로 인식되는 계기가 있었던 거 같아요. 처음엔 그럴줄 몰랐거든요.
대본 읽었을 땐 멀티인데 내 캐릭터가 아니라 누군가의 회상이나 정보를 주는 인물 정도여서 걱정도 많았어요. 난 이제 막 배역을 맡으려고 하는 단계인데 멀티 캐릭터로 내 역할을 보여줄 수 있을까? 싶었죠. '멀티'가 정말 연기를 잘해야 하는 역이잖아요. 대본에서 뚜렷한 캐릭터는 연출님을 잘 만나고 배우가 열심히 하면 잘 될 수 있는데 이건 제가 만들어야 하는 역이니까요. 그래서 연출님께 제 걱정을 말씀드렸더니 '네가 매력적으로 잘 표현할 것 같다.'고 하셨어요. 또 '이대로는 여성 역할이 소모적으로 쓰일 것 같다'고 걱정하시면서 잘 풀어보자고 하셨어요.
대본 리딩 때도 남자배우들 이야기와 달리 저 혼자 '여성 인물이 부족하다. 너무 소모적인 역할 같다'며 문제를 짚어내니까 연출님도 그걸 보면서 스스로 느꼈다고 하셨거든요. 관객도 대부분 여성인데 그런 면을 잘 봐야한다고 이야기가 나오게 돼고 그 뒤부터 오빠들도 '그런가?' 하면서 그 문제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된 거에요. 그렇게 기능적으로 소모되는 인물이 아니기 위해 많이 노력해서 마지막에 '정의의 여신상' 같은 연출도 들어갔고요.

▲ 연극 '베헤모스' 중 한 장면

마지막 기자의 멘트도 그냥 기자처럼 하다가 연출님께서 '감정을 더 표현해볼래?'라고 하셔서 눈물을 참으면서 정적이 흐른 뒤 하나씩 멘트를 읽었어요. 처음엔 연출님이 부르시길래 뭘 잘못했나 싶었는데 제게 '너 매회 이렇게 할 수 있어?' 물으셨어요. 제가 '제가 어떻게 했죠? 아마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하니까 연출님도 '고맙다. 너 때문에 조금이나마 더 잘 표현할 수 있겠다' 하시더라고요. (최)대훈 오빠도 밥 먹다가 제게 '계산한거야? 갑자기 한거야?' 물어보셨는데 '감정을 표현하려 했는데 찾다보니 이렇게 됐어요' 하니까 '너무 좋았다. 진실같고 더 민아같고 기자같더라. 매회 그렇게 하는 건 힘들겠지만 그걸 기억해서 어느정도 계산해서 그걸 유지하면 좋을 것 같아.' 라고 해주셨어요. 힘이 되더라고요.
그 덕분에 나머지도 역으로 더 풀렸어요. 처음엔 여자 캐릭터를 단순하게 멀티/정보 역할이라고 생각해서 저를 지우려고 했거든요. 그게 아니라 내 존재감이 확실하면 그게 더 역할에 충실해진다는 걸 그때쯤 안 거죠. 피해 안주려고 한 행동이 오히려 피해가 될 거라고 생각 못했거든요. 덕분에 무척 좋은 경험이 됐어요. 사실오래 누워서 힘들었거든요. 나중엔 연출님께도 장기가 한쪽으로 쏠린 거 같다고 했어요(웃음).

▲ 연극 '베헤모스' 중 한 장면

이런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연스레 공연계에서 '여성 캐릭터'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여성 위주의 작품을 만들기 왜 어렵다고 생각하는지.

ㄴ 제가 다 알 수는 없겠지만, 나름대로 본다면 그런 이야기가 자꾸 쓰여지는 이유가 예전에는 그게 당연한줄 알았다가 이제서야 조금씩 잘못된 걸 알게 되면서 그런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찌질의 역사'는 여성을 대상화하는 남성들의 시선이 짙은 작품이지만, 세 번째 '설하'인 최설하가 '민기'에게 거침없이 욕할 때는 정말 시원했다. 올해 본 최고의 연기가 아닌가 싶다(웃음).

ㄴ (에이콤)대표님도 정말 너는 이런 연기를 잘한다고 하시고요(웃음). (정)재은이도 같이 캐릭터 이야기하고 공부하면서 저한테 전화해서 '아까 그 욕 한번만 다시 해달라'고 하고 그랬어요. 제가 차근차근 천천히 하라며 '진심을 담아 하라'고 했죠(웃음). 작가님도 그렇고 그 부분 때문에 칭찬을 많이 들었어요. 문제는 그때 소리를 너무 지르잖아요. 성대결절이 왔어요. 덕분에 공연 중간이랑 끝난 후로도 계속 발성치료랑 노래레슨 일주일에 세번씩 받고 그랬어요. 쉬는 날에도 치료 받고 목 아끼고요. 보통 같으면 그런 상황이면 적당히 할텐데 저는 연기할 때는 '적당히'가 안되는 거에요.

▲ 뮤지컬 '찌질의 역사' 중 한 장면.

신인상을 받은 작품이 '찌질의 역사'기도 한데 이제와서 공연했던 소감을 한마디 한다면.

ㄴ 사실 공연 연습하고 무대 올린 뒤에도 100% 내 작품이란 마음이 많이 오지 않았었어요. 여러가지로요. 내가 잘하고 있지 않다는 느낌도 컸고요. 남들이 내게 기대하는 인물이 아닐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저도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연애 이야기지만 반대로 그걸 어떻게 하면 이 사람들에게 가장 재밌고 유쾌하고 가볍게, 무겁지 않게, 기분나쁘지 않게 다가갈 수 있을까. 그러다보니 뭐 하나 할 때마다 자유롭지 않았어요. 자유롭게 연기해야하는데 내 선택을 '김히어라'만 공감하는 게 아닐까? 싶어서요. 사람마다 화내고 풀고 하는 방법이 다 다르잖아요. 나는 이 상황에서 화가 나는데 화를 내야하나? 아니면 참고 담담하게 이야기할까? 이런 차이요.
막상 공연 올라가니깐 저희 배우들이 다들 또래라서 무척 산만하지만 친해지고 거침없었어요. 덕분에 나중에는 진짜 좋아졌어요. 관객분들도 웃음이 터지고 막 공연 보면서 자기들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오고요. 남자분들도 여럿 모여서 보러 오시고 어떤 때는 커플인 관객분들께서 '너 이야기 같니?' 하며 싸우다가 인터미션 때 나가기도 하고. 반대로 공연 보며 '그랬구나~'하고 서로 화해하기도 하고요. 그런 과정을 보니까 너무 재밌더라고요. 저희끼린 학교 공연같지 않냐고 했어요. '날 것'의 느낌이 난다고요. 모든 캐릭터가 다르지만, 자신의 연애방식과 일치하고 있으니까요. 제가 (강)영석이, (박)시환 오빠, '민기'로 누굴 만나는 지에 따라 무릎 꿇는 방식도 다르고 거기에 따른 충격도 다르고요.
덕분에 막공 때는 이런 걸 다시 할 용기는 없는데 20대 마지막에 이 작품을 하게 돼서 감사하다 싶었어요. 아무것도 모르고 일단 계약해서 처음에는 후회했지만(웃음) 열심히 하고 잘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었으니까 너무 좋았어요. 공연 끝난 뒤에도 여전히 배우들끼리도 연락 잘하고 잘 지내고요. '찌질의 역사' 팀과 만나면 정말 학교 친구 같아요. 만나면 공연 이야기가 아니어도 서로 속에 있던 이야기를 꺼내게 돼요. 좋은 사람도 많이 얻고 좋은 기운을 얻은 거 같아요.
무척 힘들기도 했지만 그런만큼 자유롭고 재밌었고 공연 관계자들 사이에서 많이 인정해주셨어요. '귀엽고 통통튀는 거 잘하더라' 하고요. '누나가 이런 역 맡을줄 몰랐어' 그런 이야기도 듣고요. 제가 외모에서 오는 느낌이 무척 도도하고 차분, 단정한데 다른 매력을 봐주신 분들이 계셔서 좋았어요.

 

이야기 들어보니 관객층이 다양해지며 새로운 분위기도 만들어진 것 같다.

ㄴ 그래서 제일 좋았던 건 제가 그간 했던 공연이 대부분 제 역할이 죽거나 고생을 많이 하거나(웃음) 너무 어둡거나 했는데 '찌질의 역사'는 가족들 부르기 좋았어요. '처제가 한 공연 중에 제일 재밌었어' 이런 이야기도 들었거든요. 대학로 뮤지컬을 본 적 없는 분들에게 '뮤지컬'이란 게 몇 만원 이상 돈 내고 볼만한 작품이란 걸 알려준 계기가 된 것 같아요.

간단히 시작하려 했는데 2017년을 다 훑어본 것 같다. 그럼 이제 '팬레터' 재연에 참여한 소감도 들려달라.

ㄴ 배우들끼리 너무 친하고 작년 '팬레터' 때부터 자주 만나고 평소에도 연락해서 오랜만에 공연 올린다는 느낌이 없었어요. 재연한다길래 '무척 재밌겠다. 우리끼리 놀겠다!' 싶었어요. 근데 또 새로 올리니까 부담도 생기고 잘해야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너무 설레면서 많은 분들의 기대에 미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자신감도 좀 있었어요. '히카루'는 초연부터 우리가 만들어낸 역이니까. 좋은 감정밖에 없었어요.
저희들 끼리도 '○○가 하니까 나도 한다' 이런 이야기 하면서 참여했거든요. 제작사가 운이 좋지 않나 싶은 게 작년 '팬레터' 때도 '팬텀싱어'가 화제에 오르면서 (고)훈정 오빠가 엄청 이슈를 몰았거든요. 연습 때만 해도 몰랐거든요. (이)규형 오빠도 드라마 '비밀의 숲'이 뜨고요. 이번에도 '팬텀싱어2' 통해 (배)두훈 오빠가 화제가 되고,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도 그렇고요. 저도 상 받거나 하면서 '가만히 있어도 홍보되는 작품이다' 했어요(웃음). 서로에게 '윈-윈'되는 조합 같아요.

 

이번 재연을 맞아 극이나 캐릭터의 변화점이 있는지? 작품 분위기가 좋았을 경우 재연으로 이어지면서 생기는 장점이 큰 것 같다.

ㄴ 극장이 동숭아트센터라는 게 우선 잘 맞고 무대, 의상 모두 좀 더 디테일해졌거든요. 그때 시대의, 그때의 느낌. 그것들을 포함해서 배우들도 더 섬세해졌어요. 예전에는 한 가지 라인의 '히카루'였다면 지금은 두 개의 선이 오가는 느낌이에요. 재연하며 더 좋은 것들도 찾아냈고요. 저희가 움직이는 작은 동선 하나부터가 '세훈'과 '해진'의 만남을 보며 확장됐어요. 보는 분들께서도 인물마다 집중하며 몇 번을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칠인회도 인물적으로 풍부해졌고요. 저번 이윤 선생님도 좋았지만 또 다른 이윤이 생기면서 캐릭터가 바뀌었어요. 칠인회가 들어오면 전과 또 다른 재미로 유쾌하게 하는 게 생겼고요. 정민 오빠랑 (박)정표 오빠 두 분 다 너무 웃겨요. '저게 저런 대사였나?' 싶게 무슨 말만 하면 다들 웃음을 못 참고 그럴 정돈데 마지막에 '해진이 형. 우리 허튼 짓은 안했네' 이러고 편지가 딱 들어오는데 진짜 너무 좋은 거에요. '팬레터'가 이윤의 시선이기도 하구나. 저도 보면서 새롭게 깨달은거죠.

'히카루'는 어떤 캐릭터라고 생각하는지. 자신과는 어떤 궁합인 것 같은지. 통상적인 뮤지컬에서의 남자 둘, 여자 하나의 구도일 때와 달리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캐릭터라서 신선한 것 같은데.

ㄴ 저는 저라는 사람 자체도 능동적이거든요. 사람들이 제게 '남자같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그게 주체적이고 능동적이란 사람이란 의미에서 한 이야기인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캐릭터가 더 잘 맞았던 것 같고, '줄리' 할 때도 다른 사람들과 좀 다르다고 했어요. 저란 사람이 자기 주장이 정확하고 솔직하고 남 눈치를 잘 안보고 하는 사람이라선지 그런 역도 많이 들어오고 매력을 더 느껴주시는 것 같아요.

▲ 뮤지컬 '팬레터' 공연 장면

19세의 '히카루'. 앞으로 언제까지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지.

ㄴ 저는 그걸 나이로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그것과 관계 없이 계속 하고 싶은 욕심은 있지만, 부담스럽기도 해요. 나이로는 30대 중후반까지도 충분히 맡을 수 있는 역이니까요. 설정은 '열아홉 소녀'지만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 캐릭터가 커지는 측면이 있어서 (소)정화 언니에게도 많이 물어본 게 연륜이란 게 있잖아요. 강한걸 표현하는 법 자체도 (조)지승이랑 저도 완전 다르고요. 사실 셋 중 본래 성격이 제일 여성스럽지 않은 건 저에요. 근데도 (소)정화 언니는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느껴지는 에너지가 있거든요. '해진' 선생님이 원하는 뮤즈는 모성애가 있는, 품어주는 사람. 자기와 슬픔을 나누는 사람이기 때문에 나이는 정말 만들어낼 뿐인 것 같아요.
저는 오히려 '리틀잭'을 모르겠어요. 더 어려야 할 것 같아요. 그런 이야기를 했더니 오빠들이 '그럼 우린 뭐가 돼냐?' 했었는데 지금 제 심정이 그런 때라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어요. 제가 오히려 '어른병'에 걸린 걸수도 있는데 제가 원하는 '줄리'가 아니라 늘 아쉬웠어요. '히카루'처럼 계산하거나 뭘 보여주는 게 아니라 진짜 진심으로 보여줘야 하는 캐릭터인데 내 선택이 너무 어리다기보단 '줄리'스럽지 않고 '히어라'스러울 수 있겠다 싶어요. '줄리' 역의 다른 언니들이 오히려 더 어려보이고 밝아보일 것 같거든요. 정말 누군가의 별처럼 반짝반짝 빛나면 좋겠는데 좀 어두워보여서 오히려 어려워요.

올 한해 여러 캐릭터를 통해 다양한 매력을 뽐냈지만, 아직 보여주지 못한 본인의 다른 매력이 있다면.

ㄴ 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얼마 전에는 마음 맞는 사람끼리 'RT프로젝트'라는 리딩공연도 했어요. 황희원 연출, 뮤지컬 '카라마조프'의 정은비 작가, 이유정 작곡가, 이창엽 배우랑 함께요.
기회가 된다면 '스위니토드'의 '러빗부인'처럼 누군가의 욕망 이런 게 아니라 정말 순수한 미치광이. 악. 마음에 장애가 있는 인물. 소수의 사람을 표현하고 싶어요.
제가 부족한 게 많고 아는 것도 없지만, 제 지금의 생각 이런 걸 꼭 표현하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감히 저라는 일반인이 어떤 장애를 가지거나 소수자 이야기를 다룰 때 정말 그분들이 이해할 수 있을만한 작품,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 그래서 봉사도 다니면서 아픔을 가진 분들과 나눌 수 있는 것을 하고 싶어요.
제가 외모가 화려하게 생겼다보니 그런 거랑 거리가 멀다고 생각들 하시지만 다들 아픔이 있잖아요. 저도 배우를 못하고 아르바이트만 하던 시절도 있고 주변에도 각자의 힘든 아픔을 지닌 친구들이 많기에 내년에는 그런 걸 하려고 해요. 올해는 제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스케줄이었어요. 너무 감사한 시기를 보냈지만 내년부턴 제가 하고 싶은 그림. 저를 위해서 살려고요.

 

마치 '히카루'처럼 당당하고 솔직한 김히어라와의 인터뷰는 짧지만 긴 여운을 남겼다. 무엇을 묻든 준비된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그녀를 보며 앞으로도 그녀의 이런 솔직함과 자신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열정이 계속되길 바랐다.

그녀가 출연하는 뮤지컬 '팬레터'는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2018년 2월 4일까지, '카라마조프'는 2018년 1월 3일부터 14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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