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노래와 연기, 두 마리를 모두 잡고 싶은 욕심쟁이를 만나다.

지난 21일 오후 충무아트센터에서 연극 '도둑맞은 책'에서 조영락 역으로 출연 중인 배우 이충주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연극 '도둑맞은 책'은 12월 3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소극장 블루에서 공연되는 작품으로 영화 시나리오를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천만 영화 시나리오 작가 서동윤이 자신의 옛 보조작가 조영락에게 납치되며 벌어지는 일을 다룬 밀도 있는 2인극이다. 서동윤 역에 이현철과 이갑선, 조영락 역에 이형훈, 이충주, 이우종이 출연한다.

또 이충주는 최근 종영한 JTBC 크로스오버 경연 프로그램 '팬텀싱어 시즌 2'(팬텀싱어2)에서 성악을 전공한 뮤지컬 배우답게 다양한 소리를 소화하는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며 같은 소속사의 조형균과 김동현, 안세권이 한 팀이 된 '에델 라인클랑'으로 결선에 진출했다. 결선에선 아쉽게 3등을 차지했지만, 시즌 1에 비해 화제성을 비롯해 결승의 라이브 음향 상태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아쉬움을 남긴 상황에서도 수준 높은 무대를 선보인 팀이었다.

종연을 앞둔 '도둑맞은 책'에 이어 '에델 라인클랑' 활동과 12월 14일부터 공연되는 뮤지컬 '아이러브유' 연습으로 벌써부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에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물어봤다.

 

연극 '도둑맞은 책'이 끝나가고 있다. '팬텀싱어2'를 비롯해 많은 스케줄 속에서도 공연을 마무리하는 소감이 있다면.

ㄴ 저는 일단 개인적으로 만족스럽고 힘든 도전이었지만, 끝나가는 과정이니까 하길 잘했다 싶어요. 끝나감이 아쉽고 스스로 발전하고 도약할 수 있었던 디딤돌이 된 것 같아요. 나머지 유종의 미를 잘 거둬야겠죠.

'도둑맞은 책'이 힘들지만 만족스러운 도전인 이유가 무엇인지.

ㄴ 제가 했던 공연이 다들 대사가 많았는데 '도둑맞은 책'만큼 많았던 건 없었어요. 또 2인 '연극'이면서 1인 다역인 것도 처음이에요. 나를 완전 내려놓아야 하는 역도 있었고, 그게 가능할까. 처음 연습때부터 부딪혔거든요. 그런데 이 작품 하면서 느낀 노하우나 배우로서 발전적인 부분이 많아졌구나. 내가 이렇게 할 때 연기의 틀이 넓어졌구나 느껴요. 관객들이 이충주에게 기대하지 않았던 부분을 보여주면서 느끼는 희열도 있고요. 아이러브유는 1인 15역정도 해야하는데 '도둑맞은 책'이 주는 도움이 클 것 같아요. 내가 자신감있게 하면 관객도 거기에 설득당해요. 그런 많은 것들을 배워서 배우로서 많은 발전을 하게 해준 것 같아요.

 

뚜렷한 스타일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변정주 연출과의 작업은 어떤가?

ㄴ '쉬어 매드니스' 때가 처음인데 그땐 연기의 'ㅇ'도 모를 때였어요. 그저 노트 보고 따라하기 급급하고 제 역할 분석이 없을 때였죠. 변정주 연출님이 어떤 분인지도 몰랐어요. '날 보러와요' 때 김광림 연출님이 계셨지만 변정주 연출님이 연습을 많이 봐주셨어요. 제게는 그런 숙제가 있었어요. '쉬어 매드니스' 이후 6년이 지나서 배우로서 발전한 나를 보여 드려야 할 숙제가 있었죠. 결국 '날 보러와요' 하면서 서로에게 너무 큰 신뢰와 좋은 감정이 생긴 것 같아요. 연출님도 저를 배우로 인정해 주시면서 좋은 작품 있을 때 함께하자고 해주시고요. 저도 너무 그런 인정받아서 감사했죠. 연출이 먼저 배우에게 함께하자고 내밀기 쉬운 게 아니잖아요. 또 연기 잘한다고 알려진 배우들 사이에 그런 말도 있어요. (변)정주 형 하라는대로만 하면 된다고요. 정말 철두철미하고 분석적이고 똑똑하세요. 대본의 이 많은 대사를 모두 외우고 있을 정도니까요. 혀를 내두를 정도에요. (변)정주 형과 공연하면 다들 재밌다고 해요. 기회가 닿으면 앞으로도 함께 연극해보고 싶어요. 연습이 쉽진 않았지만, 큰 도움이 됐어요. 기술적, 정신적으로 모두 많은 도움이 됐죠. 연출님이 만족하는 공연을 보여주기 위해서도 그랬고요. 제가 제 점수를 매기긴 그렇지만, 이번 '도둑맞은 책'은 서로가 만족하는 공연이 된 것 같아요.

연기 잘하는 배우 이야기도 나왔고, 본인도 계속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한다. 이충주가 생각하는 연기란 무엇인지.

ㄴ 이야기를 좀 거슬러가면 제가 '스프링 어웨이크닝'으로 데뷔했는데 그 다음이 바로 '쉬어 매드니스'였어요. 주변 선배들이 많이 의아했죠. 근데 제가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했을 때 느낀 건 뮤지컬이든 뭐든 연기가 필요하다는 거에요. 춤이나 노래는 큰 틀에서 연기를 도와주기 위한 도구같은 느낌이었어요. 제게 필요한 건 연기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그 이후 연극을 꾸준히 하는데도 대부분 저를 뮤지컬 배우로만 알고 있어서 안타까운 면이 있어요. 연극이 다들 아시다시피 어떤 환경이나 페이가 좋은 건 아니지만, 제가 정말 좋아서 도전하는 장르거든요. 연극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연기의 재미나 깊이가 있죠. 뮤지컬은 노래가 우선시되는 특성상 기술적으로 짜여진 부분이 있어요. 물론 그 안에서도 뮤지컬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게 있지만요. 저는 연극을 해본 배우와 안 해본 배우가 다르다고 생각해요. 저는 제 연기가 관객들에게 설득력이 있고 몰입되는 사람이고 싶어요. 또 정말 연기잘하는 배우가 될 때까지 계속 연기하고 싶거든요. 그게 딱 정해진 시기에 완성되진 않지만요. 또 늘 낯선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저 사람이 저런 배우였구나?' 싶은 게 있잖아요. 부모님처럼 늘 저를 보시는 분들에게도 낯설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낯선 배우, 늘 기대감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하는 건 많은 배우들의 바람이기도 하다.

ㄴ 어떤 사람들은 그래요. 자신이 잘하는 분야를 파는 게 영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전 아직 도전해야 하는 나이고 그걸(잘하는 걸) 발견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연기에 대한 도전을 쉴새 없이 하고 싶어요. 어떤 때는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실패한 경험도 자양분이 된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연극하면 오히려 목이 빨리 쉬거든요. 노래보다는 말을 많이 할 때 목이 빨리 쉬어요. 그런데 저는 노래를 많이 해야하는 상황이고 그걸 고려하면 연극을 안 하는게 낫죠. 그런데 혹시나 노래가 좀 어려워지더라도 저는 연극하고 싶고, 말하고 싶고, 그 안에서 인정받고 싶어요.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나중에는 드라마나 영화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지금은 연기하면서 느끼는 재미가 너무 커요. 공연을 할 때마다 느끼거나 배우는 것도 많고요. 너무 먼나라 이야기지만 언젠가는 좋은 배우,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말마따나 '충주는 노래보다 연기잘하는 배우'란 말을 들으면 좋겠어요.

그런 말 듣기에는 사실 노래를 잘하는 배우로 더 알려져 있는데(웃음).

ㄴ 그래도 '걔가 알고 보니까 연기 잘한다'는 말을 들으면 소원이 없겠어요. 그럼 제 노력이 보상받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싶어요. 뭔가 계속 도전하고, 목표를 향해 가고 싶어요. 안정적인 게 싫어요. 보헤미안 같은 성격인가봐요.

 

'아이러브유'도 그런 의미에서 출연하게 됐는지?

ㄴ '아이러브유'는 그래요. 사실 알앤디웍스에서 제작하는 작품이라서 꼭 해야하는 게 아니라 제가 원하지 않는다면 다른 작품을 할 수도 있었어요. 그런데 오히려 제가 '좀 망가져볼게요. 잘 해볼 수 있어요' 해서 도전했어요.

'팬텀싱어2' 이후 작품이라 부담이 갈 수도 있을텐데.

ㄴ 부딪혀봐야죠. 혹시 관객분들께서 '이충주는 역시 노래하는 작품 해야해' 이러실 수도 있죠. 그렇지만 그런 소리 들어도 해야된다고 봐요. 전 아직 완성형이 아니니까요.

프로필 보면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연극예술학 석사과정으로 나와있다. 어째서 대학원을 가게 됐는지.

ㄴ 아직 졸업은 못하고 1년 다니고 장기 휴학 중이에요. 저는 연기를 잘하고 싶어하는 열망 때문인지 주변에 연영과 나온 친구들이 부러웠어요. 성악 전공한 것도 별로 알리려고 하지 않는 편이고요. 노래한 친구라고 색안경을 낄 것 같아서요. 언젠가는 꼭 연기를 배워야지 싶었는데 주변에서는 많이들 말렸어요. '네가 지금 하고 있는 걸 배우러 가는 거야' 하면서요. 그렇지만 역시 궁금하기도 해서 대학원에 가게 됐어요. 연기에 대해 배우는 것도 있지만, 연기 이야기하는 그런 분위기가 재밌었어요.

▲ 연극 '도둑맞은 책' 중 한 장면.

'팬텀싱어2' 마지막 장면을 보면 앞서와 다른 이야기가 있다. '노래하는 재미를 알게 해줬다'는 소감을 남겼던데 어떻게 된 건가(웃음).

ㄴ 노래가 좋아서 노래를 시작한 건 맞는데 어느 순간 내가 노래를 계속 해야할까에 대한 질문이 있었어요. 뮤지컬보다 연극이 재밌고, 어느 순간 무대에서 노래하는 게 싫어지는 날이 왔었어요. 그래서 노래를 정말 그만둬야할까 고민하며 슬럼프가 왔었고 그러던 중에 '팬텀싱어2'에 나가게 됐어요. 근데 혼자 부르는 게 아니라 둘, 셋, 넷이 함께하면서 노래를 만들어가는 재미. 4중창의 완성도를 처음 알게 됐어요. 또 다른 분야에서 다른 노래를 하는 친구들이 만나 시너지를 낸다는 점에서 경연인데도 무척 즐겁게 하는 저를 발견했거든요. '그래. 노래가 이렇게 재밌는 거였지' 싶어서 나중엔 참 감사했어요. 무대에서 극 중의 어떤 인물로서 불러야 하는 노래만 했는데 노래를 위한 노래를 해보니 다르더라고요.

하지만 처음 출연이 알려졌을 때 기대만큼 우려도 컸다. 이미 뮤지컬계에서 충분히 알려진 배우로서 상대적으로 신인급 인물들이 많이 출연하는 경연 프로그램에 도전한다는 게 어렵지 않았나.

ㄴ 저는 사실 출전하는 과정에서 주변의 추천도 있었어요. 제가 성악, 팝, 뮤지컬을 모두 해서 크로스오버 무대에 적합할 거라고 하더라고요. 물론 겁도 많이 났죠. 나갔다가 속된 말로 '모양 빠지게' 떨어지면 어떡하나 해서요(웃음). 그래서 처음 혼자 부를 때만 해도 정말 무섭고 덜덜 떨었어요. 그런데 2중창, 3중창으로 넘어 갈수록 제가 그걸 무척 즐기더라고요. 결과적으론 정말 재밌게 했어요. 준비과정은 너무 치열하게 했지만 실제 경연 자체는 즐기면서 재밌게 했어요.

▲ 연극 '도둑맞은 책' 중 한 장면.

얼마전에 인터뷰한 최우혁 배우 역시 4중창의 재미를 이야기하더라. 뮤지컬 배우들은 보통 함께 불러도 듀엣이나 트리오 정도라서 그런지 무척 신선해하는 것 같다.

ㄴ 아예 생소한 경험이죠. 경연을 할수록 4중창이 정말 기대됐어요. 둘, 셋이 이러면 넷은 어떨까 했고. 사람이 늘어날수록 조합도 색다르고 되니까요. '쟤랑 하면 어떨까?' 이런 생각하며 가상으로 맞춰보고요. 4중창 처음 갔을 때가 너무 행복했어요.

다시 '도둑맞은 책' 이야기를 조금 더 하면 박차장 역에 욕심이 많다고 했다(웃음). '팬텀싱어2' 방송에서도 군데 군데 개그욕심이 드러나던데?

ㄴ 그건 항상 하고 싶었는데 제 성격이나 맡아왔던 역할이 진지하고 멋있기만 해서 망가지고 남을 웃기는 역할이 없었어요. 사실 '도둑맞은 책'도 웃길 필요는 없었는데 제가 하는 걸 보고 관객들이 자지러지는 걸 보면서 알았죠. '이래서 이런 역을 하는구나' 싶었고요. '나도 이런 역을 할 수 있네?' 싶기도 했어요. 나를 내려놓고, 깨뜨린다. 이런 면도 더 발전시키고 싶어요. 아직 애드립을 치거나 정말 웃기는 건 아니지만 그게 참 재밌더라고요.

아직 못 해본 역할이나 하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ㄴ '아이러브유'에서 맡은 역할이 15, 16개 정도 되거든요. 못 해본 역이 거기 다 있어요. 당장의 목표는 '아이러브유'를 잘하는 거에요. 거기서 하는 역이나 컨셉만 잘 살려도 다른 역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질 것 같아요. 아이부터 신혼부부, 중년, 노인까지 다양한 역을 다 해야하거든요. 당장 그런 역만 잘해봐도 자신감이 생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작품 연습 들어가면 그거밖에 못해요 한번에 두개 잘 못하고 겹치기도 거의 못해요. 그래서 도책 할 때 힘들었죠.

'매니아 관객과의 대화'가 26일에 있을 예정이다. 12번 이상을 본 관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만큼 기존 관객과의 대화와는 다를 텐데 어떤 각오로 임하는지.

ㄴ 재밌을 것 같아요. 유익한 토론의 장이 열리면 좋겠어요. 관객마다 해석하는 범위가 다른데 적어도 12번 보면 작품을 많이 보신 분들이니까 나누는 대화가 깊이 있고 심도 있을 것 같아요. 꼭 저희의 해석이 정답은 아니잖아요. 관객의 해석도 궁금해져요. 마냥 웃고 떠드는 시간이 아니라 토론하면 좋을 것 같아요.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나가야겠죠.

 

일 외적으로 하는 취미가 혹시 있는지? 쉬는 날 뭘하는지. 최근에 꽂힌 게 있다면.

ㄴ 최근에 정말 쉰 날이 없거든요. 스케줄 비는 날을 찾고 있어요. 2박 3일만 나면 여행을 가려고요. 다니고 싶은데 많이는 못 다니거든요. 아무 생각 없이 쉬러 가서 리프레쉬하고 싶어요. 가까운 여행지를 찾고 있어요. 알앤디웍스 단체 여행 갔을 때도 저는 못 갔거든요. 서울 벗어나서 어디라도 가보고 싶어요. 한국 추울 때 따듯한 나라 가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ㄴ 늘 하는 말인데 너무 감사하고 저란 배우를 아껴주고 좋아해주기가 참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감사하고 그분들에게 더 보답하는 마음을 담아서 무대에서 열심히 할 거에요. 늘 하는 소리인데 오래 자주 봤으면 좋겠고, 내가 저 배우 좋아하는 게 내 자랑이 될 수 있도록 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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