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총액 115억 조건으로 LG 입단, 젊은 외야진에 구심점-타격왕 '기대'

▲ LG 입단 확정 직후 유광점퍼를 입고 팬들께 먼저 인사를 건넨 김현수. 사진=LG 트윈스 제공

[문화뉴스 MHN 김현희 기자] 이번 프로야구 스토브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팀을 고르라면 단연 LG 트윈스일 것이다. 그런데 그 '뜨겁다'라는 의미가 기존과는 조금 성격이 달랐다. 롯데나 삼성처럼 FA 영입에 적극적인 것도 아니었고, 외국인 선수 계약을 마무리지은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되려 2차 드래프트를 전후하여 베테랑 선수들을 정리하는 데에 중점을 뒀다. 이에 일부 팬들 사이에서 '성과는 없고, 설(設)만 많은' 구단의 모습을 비판한다는 의미에서 피켓 시위까지 일어나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에이스 데이비드 허프와의 계약마저 결렬, 어떻게 내년 시즌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청사진도 없었던 상황이었다.

이러한 시점에서 외국인 투수 헨리 소사와의 재계약 소식이 발표되면서 조금씩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더니, 이번 19일을 기점으로 FA 시장의 최대어인 외야수 김현수와 계약했다는 소식까지 전달됐다. 짧은 시간 내에 굵직한 계약을 두 건이나 성사시킨 셈이었다. 특히, 김현수와의 계약 규모(4년 총액 115억 원)는 팀 역사상 최고액이자 KBO 리그 역대 2위의 기록(1위 : 롯데 이대호, 4년 150억)이다. 그만큼 기대가 크다는 의미인 셈이다. LG가 박명환에 이어 두 번째로 장기간 이웃집(두산)에서 활약했던 선수를 FA로 영입한 부분도 자못 흥미로운 부분이다.

타율 1위 후보 김현수 가세 LG,
젊은 선수들 성장할 시간 벌어 줄까?

더욱 재미있는 것은 김현수를 영입한 LG의 행보가 2009년 오프시즌과 비슷하다는 점이다. 당시 LG는 타선과 수비의 강화를 위하여 SK에서 이진영을, 히어로즈에서 정성훈을 영입하면서 외야와 3루의 구멍을 한꺼번에 메우는 데 성공했다. 올해 역시 외야 한 자리를 FA로 채운 데 이어 3루 자리는 외국인 거포로 구성하겠다는 복안을 세워 놨다. 팀 평균자책점 리그 1위를 기록하고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던 결정적인 요인이었던 타선 문제는 이러한 대안의 해결에서부터 시작되는 셈이다.

2009년 오프시즌 이후 LG는 넥센에서 이택근을 영입하면서 기존의 박용택, 이병규, 이진영, 이대형과 함께 '빅 5'를 형성한 바 있다. 한 번씩 국가대표를 경험했던 이들 다섯은 라인업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됐으나, 특정 포지션에 다수가 존재한 것에 따른 비효율적인 문제가 더 크게 드러난 바 있다. 결국 LG가 야심차게 준비했던 빅 5는 사실상 실패로 돌아간 셈이다.

주목해 볼 만한 점은 이번 김현수의 영입으로 LG가 새로운 빅 5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1군 경험이나 국가대표 경력 등은 이전과 비교해서 크게 떨어질 수 있으나, 향후 더 큰 발전 가능성이 있다는 점까지 가볍게 봐서는 곤란하다. 김현수-박용택 듀오와 함께 이형종과 이천웅, 영건 안익훈이 바로 그 주인공. 이들 다섯이 앞선 빅 5와 다른 점은 포지션의 분배가 명확하다는 점, 한 시즌을 온전히 풀타임으로 뛴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들이 있어 언제든지 스타팅 멤버가 변경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는 한편, 안익훈처럼 향후 국가 대표로 발탁될 가능성 역시 크다는 공통 분모가 있다. 실제로 이들 중 다수는 이미 청소년 대표팀으로 태극 마크를 달았던 경험이 있다.

내년 시즌 LG 라인업의 또 다른 특징은 베테랑들이 대거 정리된 LG 내/외야에 구심점이 될 선수들이 한 명씩 있다는 점이다. 외야에는 김현수, 내야에는 3루 자리의 주인이 될 외국인 선수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리고 타자들 전체에 대한 구심점을 베테랑 박용택이 잡아 줄 경우, 젊은 선수들의 성장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는 기대까지 가질 만하다. 다만, 이러한 가정 모두 내년 시즌 결과로 나타나야 하는 것이 프로의 세계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는 셈이다.

eugenephil@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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