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NEW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문화 人] '강철비' 정우성 "믿음직한 양우석 감독, 고생한 조우진, '곽블리' 곽도원" ①에서 이어집니다.

'삐딱하게' 장면은 한 번에 넘어간 것인가?
└ 보기엔 한 장면 같지만, 서로 다른 구도에서 옮겨가며 여러 번 찍어야 했다. 그래서 반복될수록 처음에 느꼈던 즉흥적이고 신선함이 점점 떨어지더라.

혹시 '삐딱하게'가 누구 노래인지는 알고 있는가? (웃음)
└ 노래는 들어봤기에 알고 있지만, 자주 듣진 않는다. 후렴구인 "삐딱하게"만 안다. (웃음) 빅뱅의 최신곡도 알고는 있지만 자주 듣는 노래가 아니다. 한 번은 촬영장에서 나보고 빅뱅 노래를 해보라고 시켰는데,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더라. '거짓말'을 불렀더니 10년 전 노래를 하느냐고 비난받았다. (웃음)

그럼 정우성이 자주 듣는 노래는?
└ 요즘엔 헤이즈다. MBC가 총파업하는 동안 라디오에선 24시간 내내 노래가 나왔는데, 차에서 듣다가 내가 그동안 몰랐던 노래들이 많았다는 걸 깨달았다. 그중에서 괜찮다고 생각되는 곡을 찾아서 듣고 있다. 팝송도 포함이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공교롭게도 2017년 올해 처음과 끝을 당신이 출연한 '더 킹'과 '강철비'로 장식했다. 기분이 어떤가? (웃음)
└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렇게 크게 의미를 부여해줘서 매우 감사하다. (웃음)

▲ ⓒ NEW

'더 킹'과 '강철비'에 대해 어떤 이들은 정치적인 색채가 강하다곤 말한다. 그렇기에 출연하는 데 있어 부담을 느끼진 않았나?
└ 부담을 느꼈다면, 두 작품에 출연하지 않았을 것이다. 영화는 사람들이 사회에서 느끼는 기류를 감독들이 인지하고 영화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지, 특정 누구를 저격하겠다고 처음부터 기획하는 이들은 없다. 다만, 각본을 쓰다가 '누군가에게 공격받겠다', 혹은 '정권이 바뀌면 정말 위험할 수 있겠구나'하고 식은 땀 정도 흘리지 않을까?

본인도 알다시피, 최근엔 연기나 작품 이외 '정치적 발언을 한다'고 화제가 된 적도 있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 쉽지 않은 이야기인 데다가, 내가 유명인이다 보니 파급효과가 자연스럽게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나라를 살아가는 한 시민이자 중년 남성으로서, '앞으로 어떤 기성세대가 되어야 할까?'는 고민과, '후배 세대에게 미안한 기성세대가 되지 말아야겠다'는 개인적인 생각이 앞섰다. 다들 불합리함을 느끼고 있는 걸 나 또한 말한 것뿐이지,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 적은 없었다.

당신의 주변 반응은 어땠는가? 만류하지 않던가?
└ 초반에는 "왜 그랬어요?"고 만류했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솔직하게 "정치적 발언을 자제해달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내가 한 건지 잘 모르겠다.

한때 국민이 정부에 대해 불만을 이야기하면, 정치적 발언처럼 규정해 불만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특정 프레임으로 규정했다. 그 때문에 사람들 내면에 두려움과 피해의식이 아직까지 남아있는 것 같다. 시민단체는 사회에 대한 불합리를 이야기하고 잘못된 것을 바로 잡고, 국민들 또한 정치인에 대한 잘못됨을 지적해야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 영화 '강철비' 스틸컷

지난해 말에 개봉한 '아수라'부터 '더 킹', '강철비', 그리고 현재 촬영 중인 '인랑'까지 최근에 열일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아수라'는 내가 모든 걸 책임져야 하는 입장이었으나, '더 킹'은 전체가 아닌 한 부분의 역할이었다. 그리고 '강철비'는 곽도원과 같이 이야기를 책임지나, 영화 내 전반적인 사건은 여러 배우가 책임지고 있다. '인랑'도 내가 맡은 배역이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이야기 전체를 끌고 가진 않는다. 작품마다 역할이 달라 어느 정도 쉴 수 있는 여유는 있다.

촬영이 없을 때에는 평소 무엇을 하는지?
└ 특별히 하는 건 없고, 요즘에는 그저 쉬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쉬고 싶다? 체력적인 문제를 느끼는 건가?
└ 요즘 체력적으로 많이 지친 느낌을 받는데, 아무래도 일이 많기 때문인 것 같다. 일이 많다는 건, 결국 만나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자연스레 만남의 자리가 많아지기에 혼자만의 시간이 줄어든다. 혼자 있는 시간이 결국 쉴 수 있는 시간인데, 그게 부족해서 지치게 된다.

▲ ⓒ NEW

일이 많다는 건 배우 이외의 일까지 포함하는 것인가?
└ 그렇다. 배우 이외에 소속사 대표로서 회사를 운영하고 있고, 설립 초반부터 소속사 배우들 및 직원들을 위해 신경 쓸 게 많았다. 다행히, 얼마 전에 전문 경영인을 데려왔기에 그나마 한숨 돌릴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고 회사 경영에서 아예 손을 떼는 건 아니다.

같은 소속사 대표이자 절친인 이정재가 다음주에 개봉하는 '신과함께-죄와 벌'에 출연하는 걸로 아는데, 이에 대해 무슨 이야기를 나눴나?
└ 서로 다 잘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알다시피, '강철비'와 '신과함께-죄와 벌'의 장르는 완전 다르다. 관객 입장에선 선택할 게 많고 본인 취향에 맞으면 영화 다 볼 수 있고 골라볼 수 있으니 신날 것 같다.

참, '신과함께-죄와 벌'에 출연하는 차태현이 '강철비'가 제일 기대된다고 말한 건 알고 있는가? (웃음)
└ 조조로 보겠다는 인터뷰 기사를 봤다. 이왕이면 봤다는 인증샷까지 올려주면 좋겠다. (웃음)

▲ 영화 '강철비' 스틸컷

과거 인터뷰 때, "늘 청춘이고 싶다"고 말했는데 무슨 의미인가?
└ 지금도 스스로 철이 안 들었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말했다. (웃음) 늘 언제나 청춘이고 싶다. 하지만, 동시대를 사는 같은 연령대 남자들에게는 사회에 피곤함이 없어 보이는 정우성의 발언에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대부분 남성들은 철이 안든 자신을 가지고 있지만 사회생활 때문에 내면에 감춘다. 그래서 아저씨라는 말까지 듣는다. 반면, 나는 감추지 않고 항상 끄집어내려고 하기에 거기서 이질감을 느끼는 것 같다.

최근에 난민 캠프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싶다.
└ 난민 캠프는 인접국에서 발생한 분쟁 등으로 넘어온 이들을 위한 곳으로, UN을 비롯하여 여러 기구에서 난민 캠프를 설치하고 있다. 최근에 방글라데시에 다녀왔는데, 방글라데시 외곽에 위치한 난민 캠프에는 미얀마에서 넘어온 로힝야족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로힝야족은 18세기부터 영국의 통제하에 미얀마 서부에 거주하고 있으며 이슬람교를 믿고 있다. 하지만 미얀마 내에선 이들을 자국민으로 보고 있지 않으며, 1990년대 미얀마 군부의 박해가 시작되었다. 그렇게 방글라데시로 넘어온 로힝야족만 30만 명이었다. 하지만 방글라데시-미얀마 협약 때문에 다시 미얀마로 송환되고 있다.

지난 8월 28일부터 또다시 미얀마 내에서 로힝야족을 향한 폭력 사태가 벌어졌고, 대부분 생명의 위협을 느껴 3개월간 방글라데시로 63만 명이 넘어와 현재 93만 명이 난민 캠프에 머물고 있다. 사람 수가 늘어나 캠프가 확대되어 20개 구역이 더 생겼고, 조직적으로 지원해주고 있지만, 음식이나 연료, 의류 등 모든 게 모자란 상태다.

현재 난민 캠프에 거주하는 로힝야족 4명 중 1명이 영양실조이고, 이 중 55%가 아이들이다. 더 큰 문제는 여기 사람들은 조국에 대한 본질적 가치마저 혼란스러운 상태며, 오갈 데가 없다. 이 문제는 앞으로도 오래갈 것이다.

▲ ⓒ NEW

어떻게 하다가 난민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나?
└ 처음에는 UN난민기구가 나를 찾아왔고, 그 이후로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난민 문제는 정치적 문제라 단순히 사회 관심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기에, 국제적인 관심이 필요하고 누군가의 조정이 필요하다. 또한, 난민 캠프 내부에서도 한류를 경험한 이들이 있으며, 과거 우리 또한 국제사회로부터 도움을 받은 적이 있기에 이에 대한 보답과 대한민국을 알릴 수 있는 차원에서 돕기 시작했다.

만약 지금 '강철비'처럼 상황이 되어 전쟁으로 죽게 된다면 후회될 것 같은 게 하나 있다면?
└ 전쟁이 일어나는 것 자체가 억울할 것 같다. (웃음) 20세기 배우로서 오랫동안 원 없이 대중으로부터 사랑을 받아왔기에 크게 아쉽다거나 후회되는 건 없다. 그래도 하나를 꼽는다면, 내 이름을 건 연출작 하나 더 남겼으면 한다.

현재 연출 준비작은 있는지?
└ 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미뤄왔고, 아마 내후년 정도 찾아뵐 수 있을 것 같다. 30대에 해봐야겠다고 도전했던 게 지금까지 왔는데, 여기서 더 미루면 나이를 더 먹어서 해야 하니까 흥미를 잃을 수도 있다. 그리고 연령대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지금 연령대에 해야 할 것 같다.

syrano@mhnew.com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