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과연 '레진코믹스'만이 악의 원흉일까.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에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에 대한 세무조사를 부탁드립니다.’라는 청원이 게재된 후 레진코믹스와 작가간의 갈등이 뜨겁다.

레진코믹스에 대한 논란은 몇 년간 반복된 일이지만 이번에는 '불매운동' 같은 소비자 차원의 행동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특정 기업에 대한 법적 조치를 요청하는 일이기에 그 관심도가 상당히 뜨겁다. 레진코믹스 측 역시 대부분의 논란에서 침묵을 지키던 것과 달리 역시 이례적으로 빠르게 입장을 표명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세무조사를 요청한 측은 현재 '레진코믹스'가 작가에게 불리한 수익구조로 계약을 변경하거나, '납입지연에 따른 지체상금 조항'으로 작가 매출을 떼어갔다는 점. 회사에 불리한 이야기를 하는 작가들을 상대로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는 의혹, 해외 매출 정산이 2년간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이 꼽혔다.

이에 레진코믹스 측 역시 제기된 의혹에 관해 해명자료를 낸 상태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단순히 작가와 레진코믹스 간의 문제가 아니라 더 본질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청원자의 시각으로 보면 레진코믹스는 현재 거대한 사회악이며 작가들의 피를 빨아먹고 사는 기업에 불과하다.

그러나 정말 현실이 그렇다고 할 수 있을까.

웹툰을 유료로 본다는 모델을 만들어낸 것 자체가 레진코믹스다. 이는 청원자의 청원 내용에도 써있듯 '국내에서 가장 성공적인, 최초의 유료 웹툰 플랫폼'이다. 레진코믹스가 웹툰이 '산업'화 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레진코믹스가 유료 웹툰 시장을 최초로 만들었지만, 이는 '발명'보다는 '발견'에 가깝다. 누구라도 만화에 대한 시각과 의욕을 가졌다면 언젠가는 탄생할 모델이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레진코믹스에 대한 신격화, 우상화를 할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다.

또 유료 웹툰 시대를 열었다고 해서 레진코믹스 측에서 정말 부당한 행위를 했을 경우에도 그것을 용납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만일 정말 청원자의 의혹대로 레진코믹스 측에서 부정한 행동을 했다면 이는 비판받아야 하고, 향후 더 나은 개선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청원자는 '컨텐츠를 직접 만들고 생산하는 작가들의 처우가 개선되어야 합니다. 어시스턴트 한 명 쓸 수 없는 수준의 임금으로 살인적인 주 60 ~ 70컷 작화를 하고, 스토리를 뽑고, 플랫폼 및 에이전시와 연락을 주고받고, 본래는 편집부가 했어야 할 일(배너 편집 및 오탈자 교정)을 떠맡아 해서는 훌륭한 IP가 만들어지기 힘듭니다.'라고 밝히며 레진코믹스가 정당한 댓가를 주지 않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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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작가들이 레진코믹스가 아닌 다른 플랫폼을 찾아가는 것이 옳은 것은 아닐까. 정말 청원자의 이야기처럼 '플랫폼 편집부는 단지 파일을 받아 올리는 것 이상의 일을 하지 않으'면 작가가 직접 플랫폼을 만들어도 되지 않을까. 편집부는 그저 파일을 받아 올리기만 할 뿐이라면 말이다.

만일 다른 좋은 플랫폼에서도 레진코믹스와 동등한 수준의 대우를 하고 있다면 그것을 '작가들에 대한 기업 측의 담합'으로 규정하고 웹툰 산업 전체에 대한 개선과 비판을 제기할 수 있지 않을까. 어째서 이런 산업 전체의 발전을 위한 청원이 아니라 특정 기업에 대한 비판, 검증되지 않은 의혹 제기가 이뤄지는 것일까.

웹툰은 아직 산업으로서 정착했다고 보기 힘들다. 청원자의 말대로 실제 웹툰 작가를 비롯해 PD 등은 24시간 주7일제 근로자에 가까운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업계 선두인 레진코믹스의 행동 하나 하나에 날카로운 비판이 가해지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이렇게 레진코믹스만이 모든 문제를 안고 있는 것처럼 보고 책임을 요구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사실 아직 웹툰 작가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컨텐츠 생산자가 걸어야 할 현실은 냉혹하다. 만화잡지가 주류를 이루던 시절만 봐도 애초에 선택받은 극소수만이 그릴 수 있는 것이 만화였다. 하지만 이젠 가능성만 보이면 대학을 갓 졸업했건, 미성년자건, 여성이건 간에 작가의 신분이나 외모로 인한 차별 없이 컨텐츠만 보고 정기적인 고료를 지급한다.

그러나 레진코믹스에서 MG 이상의 매출을 발생시키는 작품은 아주 소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다른 플랫폼에서도 마찬가지다. 정말 산업적인 논리로만 본다면 MG 미만의 매출을 올리는 작품은 계약을 종료하는 것이 오히려 올바른 기업 운영일 것이다. 하지만 현재 웹툰 플랫폼들은 전체적인 파이를 확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 있다.

이것이 '레진코믹스만 나쁜 게 아니다'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아직은 웹툰 산업 전체가 무엇이 올바른 방향인지, 어떻게 개선해야 할 것인지 등에 대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정답 같은 게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대표적인 예가 앞서 언급된 '납입지연에 따른 지체상금 조항'이다. 누군가는 이 조항을 '프리랜서인 작가가 마감 시간(계약 조건)을 위반한 것에 따른 위약금'으로 해석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그저 '지각비'로 생각하기도 한다. '지각'에 대한 정의 역시 최종적인 작품 업로드 시간으로 해석할지, 사측과 계약한 마감시간으로 해석할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린다. 누군가는 '최종 업로드만 늦지 않으면 문제 없는 것 아닌가'라고 하고, 누군가는 '작가들의 마감이 딜레이되는 것으로 인해 PD를 비롯한 관계자들의 시간 역시 딜레이되는 것이 올바른가'라며 대립한다.

하지만 이것도 불가항력적인 상황을 고려해 월 1회는 면제였으나 이것도 논란의 대상이 되며 2018년 2월부터는 폐지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렇듯 하나의 요소가 만들어지거나 사라지는 과정에선 많은 이들의 의견과 데이터가 모여 충분한 시간이 들어가야 한다.

또 정녕 웹툰 플랫폼이 부당한 압력을 가한다고 생각되면 작가들 역시 '이니'가 해결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하며 청원글을 올리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상생과 협력을 도모해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일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사태를 통해 단순히 특정 작가, 특정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웹툰 업계 전체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개선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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