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제6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에서 빛났던 순간들은 언제일까.

예그린뮤지컬어워드 조직위원회, 중구문화재단, 충무아트센터가 공동 주최한 제6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가 지난 20일 오후 7시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약 3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이번 예그린뮤지컬어워드는 심사기간 중 2016년 10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서울 내에서 10일 이상 공연되는 뮤지컬로 출품의사를 밝힌 제작, 기획사의 작품 87편(창작 뮤지컬 65편, 라이선스 뮤지컬 22편)이 출품됐다.

▲ 진행을 맡은 남경주 배우와 박경림 MC.

제6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는 총 20개 부문에 상이 주어져 뮤지컬인들을 격려했다.

올해의 뮤지컬상에는 대명문화공장의 '어쩌면 해피엔딩', 혁신상에는 서울예술단의 '꾿빠이, 이상', 베스트 리바이벌상에 EMK뮤지컬컴퍼니의 '마타하리', 베스트 외국뮤지컬상에 쇼미디어그룹의 '오!캐롤', 남우주연상에 '영웅'의 양준모, 여우주연상에 '마타하리'의 차지연, 남우조연상에 '서편제'의 이정열, 여우조연상에 '여신님이 보고 계셔'의 유리아, 남우신인상엔 '밀사'의 허도영, 여우신인상에 '찌질의 역사'의 김히어라, 앙상블상에 뉴컨텐츠컴퍼니의 '벤허', 연출상에 '어쩌면 해피엔딩'의 김동연, 안무상에 '꾿빠이, 이상'의 예효승, 극본상에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의 박해림, 음악상에 '어쩌면 해피엔딩'의 윌 애런슨(Will Aronson), 무대예술상에 '꾿빠이, 이상'의 여신동 디자이너, 외국뮤지컬부문 크리에이티브상에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만든 오필영 무대디자이너와 이우형 조명디자이너가 공동수상을 했다. 남자인기상에 '찌질의 역사'의 박시환과 '어쩌면 해피엔딩'의 전미도, 마지막 예그린대상에 씨에이치수박의 '빨래'가 영광을 안았다.

제6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는 큰 행사이고 영광의 자리인만큼 수상자들의 소감 하나하나가 의미 없는 것이 없었다. 그 중에서도 특별히 눈길을 모았던 순간들을 다시 한 번 돌이켜본다.

▲ 강필석 배우.

1. '꾿빠이, 이상'의 약진.

뮤지컬의 정의가 무엇일까? 이 정의를 가장 혼란스럽게 만든 뮤지컬 '꾿빠이, 이상'은 올해 혁신상, 안무상, 무대예술상을 수상하며 올해 가장 독특한 작품임을 다시 한 번 관객들에게 증명했다.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없는 독특한 무대, 가면을 씀으로서 나 자신도 공연의 일부가 되는 새로운 의미의 관객참여 방식, 아직까지도 난해한 천재로 알려진 '이상'의 삶을 연기하는 세 명의 분리된 자아. '꾿빠이, 이상'은 전회 매진 후 추가 회차를 오픈하는 등 상업적 논리에서 벗어나 서울예술단만이 가능한 공연이었고 웰메이드라는 이름 하에 비슷해져가는 뮤지컬계에 갈증을 느낀 관객들은 이를 열렬히 지지했다.

▲ '어쩌면 해피엔딩' 팀.

2. 여전한 중소극장 작품의 힘.

작년에는 '라흐마니노프', '로기수', '더맨인더홀', '아랑가' 등이 주요 상을 휩쓸며 규모에 관계 없는 '작품의 힘'을 보여줬다면 올해에는 '어쩌면 해피엔딩', '꾿빠이, 이상', '여신님이 보고 계셔', '찌질의 역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빨래' 등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이외에도 수상에는 실패했으나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 '사의찬미' 등이 후보에 올랐다.

특히 3관왕을 차지한 '꾿빠이, 이상'과 더불어 '어쩌면 해피엔딩'은 트라이아웃부터 차근차근 쌓아간 내공있는 초연 작품으로 97회 공연 중 60회를 매진시켰고 이에 힘입어 올해의 뮤지컬상, 연출상, 음악상, 여자인기상을 휩쓸었다. 또 한국에서의 흥행을 발판 삼아 일본 공연과 '어쩌면 해피엔딩 음악회', 얼마 전 끝난 앵콜 공연으로 이어졌고 앵콜 공연 역시 3주의 기간이 전회 전석 매진됐다.

▲ 김히어라 배우.

3. 감동의 수상 소감

역시 시상식의 꽃은 수상자들의 수상 소감 시간일 것이다. 김히어라는 작년 고훈정에 이어 또 다시 '중고신인'으로 신인상을 수상했다. 2008년에 데뷔해 10년차 배우인 그녀는 상을 전혀 예상치 못한 듯 떨리는 목소리로 "충무아트센터에 앙상블로 선 적 있다. 저를 어떤 앙상블로, 혹은 누군가의 커버나 오디션에서 벌벌 떨던 배우로 기억하는 분들도 많이 계실테다. 그 기간동안 좋은 선배님들을 많이 만난 거 같다. 배우를 그만두고 싶을 때도 위로해주고 혼내주고 끌어준 선배님들 덕분에 이 자리 온 것 같아 감사하다. 이 상 받은 거 실망하지 않도록 고민하고 고민하는 배우 되겠다"라며 마음에서 우러나온 수상 소감을 남겼다.

박영석 쇼미디어그룹 대표는 베스트 외국뮤지컬상에서 수상작으로 '오!캐롤'이 호명되자 얼떨떨한 듯 무대 위로 올라와 "'오!캐롤'은 아무도 안 죽는다. 아무도 부정을 저지르지 않는다. 아무도 불행하지 않다. '오!캐롤' 자체가 행복하고 유쾌하고 힘들때 보면 항상 힘이 나는 작품이다"라며 예그린뮤지컬어워드가 보여준 선택에 화답했다.

남우조연상을 받은 이정열 배우는 "무엇보다 시상식 많이 참여하고 봤는데 수상후보자가 된 것만으로도 영광인데 이 자리까지 설 지 몰랐다. 작년 한해 많은 작품이 올라왔는데 가득가득 객석 채워주시며 박수 쳐주신 관객분들께 먼저 고맙단 말씀을 드린다. 아침에 밥먹을 때 집사람이 그러더라. 혹시 상 받으면 알지? 하길래 무슨 소리야 했는데 사랑하는 가족들. 성현이, 지민이, 지후, 그리고 지훈이 고맙다. 참 떨린다. 불모의 땅에 꽃씨를 뿌리며 묵묵히 걸어온 많은 선배님들. 지금도 어디선가 내일을 꿈꾸는 후배님들께 고마운 자리다. 앞으로도 천천히 열심히 걷겠다. '서편제' 함께한 많은 분들 감사하다. 앞으로도 좋은 무대 함께 만듭시다"라며 가슴 찡한 소감을 남겼다.

예그린대상의 영예를 안은 소극장 뮤지컬계의 신화 '빨래' 팀은 "지금 극장에서 20차 배우들을 연습시키고 있는 추민주 작가 겸 연출님과 지금 이 자리에 있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빨래' 창작진들에게 감사드린다. '빨래'가 대학로 극장의 한 부분을 굳건히 자리하고 있는 것은 65만명의 관객분들과 5~10년동안 함께해준 크리에이티브팀, 씨에이치 수박 덕분이다."​​라며 의미 있는 소감을 전했다.

4. 공연만큼 재밌던 갈라쇼

뮤지컬어워드는 예로부터 톱스타들의 축하공연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번 제6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 역시 다르지 않았는데 특히 강필석 배우가 부른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의 '어느 사이에'와 정문성, 전미도, 고훈정이 함께한 '어쩌면 해피엔딩'의 '사랑이란', 'First time in love'는 큰 감동을 전했다. 정문성과 전미도는 마치 실제 공연만큼이나 감정이 살아있는 축하공연을 선보여 '어쩌면 해피엔딩'이 왜 4관왕을 차지했는지를 직접 증명했다. 이외에도 민우혁, 카이가 부른 '벤허'의 '난 메셀라'와 '운명', 아직 공연이 시작되기 전인 뮤지컬 '모래시계', 뮤지컬계 1세대 스타 남경주 배우가 열어젖힌 오프닝 '광대의 왕' 등도 작품이 가진 매력을 잘 선보였다.

▲ 전미도 배우.

하지만 약간의 아쉬움도 있었다. '찌질의 역사' 팀은 주크박스 뮤지컬답게 이문세의 유명곡인 '알 수 없는 인생'을 들고 나왔는데 선택한 장면들이 본 공연을 다 본 사람이 아니라면 다소 눈쌀이 찌푸려질만한 자극적인 대사였다.

그러나 마지막 축하무대는 현대자동차그룹과 (사)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가 주최하는 전국 대학 연극·뮤지컬 페스티벌, '2017 H-스타 페스티벌'에서 수상한 목원대, 단국대 학생들의 '유린타운' 공연으로 이뤄져 뮤지컬계 꿈나무들을 엿볼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 좌측부터 윤호진 조직위원장, 최창식 서울 중구청장, 김승업 조직위원장.

이번 제6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는 출품을 하지 않은 유명 제작사도 있었고, 당초 밝혔던 선정 기준에 어긋나는 작품들이 선정되기도 하는 등 후보 선정 과정에서 다소 잡음이 있었다. 하지만, 엄홍현 EMK뮤지컬컴퍼니 대표가 '마타하리'로 베스트 리바이벌상을 받으며 "부족하면 또 바꿀 거다"라고 밝힌 것처럼 예그린뮤지컬어워드 역시 매년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점점 더 진정성을 갖춰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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