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장기영 기자] 남산예술센터가 2017년 시즌 프로그램 마지막 작품으로 '당신이 알지 못하나이다'를 오는 23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무대에 올린다. 

작품의 원작은 2016년 「안녕 주정뱅이」로 문단의 화제를 몰고 온 권여선 작가의 동명의 신작 중편소설로, 제17회 이효석문학상 우수작품상 수상작이다. 여고생 김해언 살인사건 이후 가해자와 피해자의 삶을 추적하는 내용을 담았다. 

배경은 나라 안의 모두가 흥에 겨워 어쩔 줄 모르던 2002년 월드컵 직후다. 어느 여고생이 살해된 채 공원에서 발견되고, 그 후 14년 동안 범인은 밝혀지지 않은 채 사건은 잊혀 간다. 작품은 충분히 애도되지 못한 죽음이 남은 이들에게 어떤 흔적과 파장을 남기는지에 대해 집요하게 바라본다. 

"죽었다 깨어나도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이 이 세상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어떻게 신을 믿을 수 있겠어요?" 라는 다언의 대사처럼 끝끝내 이유를 알 수 없는 죽음 앞에서 끝나지 않는 고통을 겪으며 신의 당위에 대해 묻는다. 또한, 죽음의 진실에 다다르려 하는 것이 진실 그 자체에만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님을 드러내며 죽음을 애도할 줄 모르는 사회가 만들어낸 일그러진 고통들을 마주하게 한다. 

연극 '당신이 알지 못하나이다'는 권여선 작가의 소설을 무대화한 첫 번째 작품이다. 작품의 각색과 연출은 2016년 연극 '코리올라너스'를 통해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무너뜨려 관객이 공연의 주체가 되도록 고전의 현대적 해석을 시도했던 연출가 박해성이 맡았다. 그는 "'당신이 알지 못하나이다'는 죽음이 만들어낸 치명적인 파장에 대한 섬세한 이야기"라며 "이 작품이 죽음에 대해서 조용히 애도하고 성찰을 할 수 있는 침묵의 기회를 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작품을 설명했다.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대다수 연극들이 고전문학, 베스트셀러 소설인 것에 비해 이번 작품은 아직 단행본으로 출간되지 않은 2016년에 발표된 최근작이다. 애도되지 못한 죽음 그리고 해결되지 않은 고통과 갈등이 우리 삶과 사회에 어떤 후유증을 남기고 있는지 함께 목도하고 있는 지금, 이 공연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를 함께 나누기 위해 2017년 시즌 프로그램 마지막 작품으로 마련됐다. 

한편, 작품은 「제17회 이효석 문학상 수상집」과 「창작과비평(2016년 여름호)」에 수록되어 있는 중편소설 「당신이 알지 못하나이다」는 장편소설로도 출간될 예정이다.  

다음 달 2일 공연이 끝난 후 이어지는 대담 프로그램에서는 죽음은 애도하면 치유될 수 있는 것인지, 고통은 용서 후에 경감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당일 공연을 관람한 관객이라면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이에 앞서 오는 25일에는 지난 1962년 완공된 최초의 현대식 극장인 남산예술센터의 역사와 무대 뒤를 엿볼 수 있는 극장 투어 프로그램 '어바웃스테이지(AboutStage)'도 준비됐다. 남산예술센터 누리집에서 사전 신청해 참여할 수 있다. 

keyy@mhne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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