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 *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블레이드 러너 2049'는 흥미로운 영화다. 중간에 해석 곤란으로 나가버리거나, 결말과 함께 손뼉을 치며 나가는 관객도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로는 상당히 높은 진입장벽을 들 수 있겠다. 단순히 1982년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를 보고 이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1편의 애니메이션, 2편의 단편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제작됐을 정도로 '블레이드 러너' 속 세계관은 장대하다.

복제인간인 '리플리컨트'와 이를 잡는 '블레이드 러너'의 대결 구도는 그저 '껍데기'일 뿐이다. 전체적인 '블레이드 러너 2049'의 톤은 느리다. 그러나 드니 빌뇌브 감독은 163분이라는 긴 상영시간을 통해서, 한 번에 작품의 주제를 설명하지 않는다. '인간다운 존재가 인간인가?'라는 명제나,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기억이 진실인가, 아닌가?'라는 이야기도 다양한 레퍼런스를 통해 펼쳐 보인다. 다양한 함의를 가지고 있는 '블레이드 러너 2049'는 볼 때마다 여러 각도로 관람하면 곱씹을 이유가 많다.

'블레이드 러너 2049'를 보다 보면 여러 영화나 이야기가 떠오른다. 모든 여성이 임신할 수 없는 상황으로 지구의 종말을 앞둔 가운데 등장한 생명을 언급한 영화 '칠드런 오브 맨'이 있다. '라헬'(레이첼, Rachel)은 아들 '요셉'(Joseph)을 잉태하는 대목이 '성경' 속 창세기에 있는데, 예지몽을 자주 꾸는 '요셉'은 이집트에서 노예로 가게 됐지만, 후에 이집트의 총리가 된다. '조이'(아나 디 아르마스)는 'K'(라이언 고슬링)에게 '조(Joe)'라 부르는데, 이는 '요셉'의 닉네임 중 하나다. 인간과 운영체제의 사랑을 보여준 영화 '그녀'의 한 장면이 떠오르는 대목도 있다.

그뿐만 아니다. 'K'와 '데커드'(해리슨 포드)가 '시티스피크'('블레이드 러너' 세계관의 언어) 중 하나인 한글 '행운'으로 적힌 카지노에서 첫 대결을 벌일 때, 홀로그램에서 나오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는 'Suspicious Minds(의심스러운 마음)'로 작품의 상황을 대변한다. 작품에 중요하게 등장하는 나무는 1편 영화의 제작사인 '래드 컴퍼니' 로고와 유사하게 생겼다. 'K'의 최후 장면은 1편 속 '로이 베티'의 최후 장면과 유사하면서, 동시에 라이언 고슬링의 2011년 출연 작품인 '드라이브' 속 마지막 포즈와 유사하다.

이렇게 언급한 부분이 그저 '블레이드 러너 2049'에 관한 빙산의 일각이라는 점은 이 작품을 더 놀랍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한편, 전작들인 '프리즈너스', '시카리오: 암살자들의 도시', '컨택트' 등을 통해서 드니 빌뇌브 감독은 인간 심리에 대한 탁월한 묘사를 선보였다. '블레이드 러너 2049' 역시 각 인물에 대한 탁월한 심리 묘사를 화면에 수놓았다. 그중 'K'를 맡은 라이언 고슬링은 2년 연속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를 수 있는 심리 묘사 연기를 선보인다. 10/10

 

    
* 영화 리뷰
- 제목 : 블레이드 러너 2049 (Blade Runner 2049, 2017)
- 개봉일 : 2017. 10. 12.
- 제작국 : 영국, 캐나다, 미국
- 장르 : SF, 액션
- 등급 : 15세
- 감독 : 드니 빌뇌브
- 출연 : 라이언 고슬링, 해리슨 포드, 아나 디 아르마스, 실비아 획스, 자레드 레토 등
- 화면비율 : 2.39:1 (일반 상영 버전), 1.90:1 (아이맥스 버전)
- 엔드크레딧 쿠키 : 없음

▲ [양기자의 씨네픽업] '블레이드 러너 2049'에 관한 10가지 잡지식 ⓒ 시네마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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