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메타플레이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2000년대 초반과 비교하면 한국영화는 괄목상대하여 어느덧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위치에 올라섰다. 한국 영화산업과 시장은 이제 한반도를 넘어 전 세계로 뻗어 나갈 만큼 커지고 있지만, 오히려 다양성 부분에서는 점점 떨어져 가고 있다. 그리고 최근 사회에 만연해있는 여혐 풍토가 영화계에도 끼치고 있으며, 영화계 여성들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현시기를 반영하는 듯한 영화가 하나 개봉했다. 지난 14일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 문소리의 첫 연출작인 '여배우는 오늘도'가 그 주인공이다. 작은 규모의 영화임에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 그가 감독으로서 첫 작품이라는 점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영화가 '여배우'로 18년간 살았던 문소리의 자전적 이야기, 나아가 국내 모든 여배우를 대변하는 듯한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었다.

필자는 개봉하기 앞서, 9월 초 서울 삼청동에서 감독 겸 배우가 된 문소리를 만날 수 있었다. 왜 문소리가 이 영화를 세상에 꺼내게 되었는지를, 1시간 동안 인터뷰를 통해 들어보았다.

당신이 연출한 첫 영화가 개봉하는데, 주위 반응은?
└ 또 만들어보라고 옆에서 부추기고 있다. 다만, 남편은 "그 사람들은 왜 또 하라고 그래요?"라고 걱정하고 있다. (웃음)

국내에서 여배우가 연기 및 연출을 동시에 하는 이가 방은진 감독 이외에 찾기가 힘들 정도로 드물다. 부담감은 없었는지?
└ 과거 '와일드'라는 영화의 주연배우였던 리즈 위더스푼이 연기 이외에 직접 제작하기 위해 원작을 사고 만들었다는 예전 인터뷰를 보면서 많은 인상을 받았다. 크게 부담을 갖거나 하진 않았고, 이렇게 작은 시도를 하다 보면 언젠간 영화에 미칠 것으로 생각한다.

▲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 스틸컷

배우로만 활동할 때와, 연출을 병행할 때 접근 방법이 달라진 게 있었는지?
└ 나의 연기가 앞으로 얼마나 바뀌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여러모로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요즘 현장에서 감독님들이 "오, 연출하더니 달라졌어요"라는 식으로 놀리신다. (웃음)

‘여배우는 오늘도’를 통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을 것 같다.
└ 그동안 나 자신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예를 들어, 어렸을 때 누군가가 "눈이 예쁘다"고 말했지만, 정작 당사자는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부분도 있고, 동의하지 않았던 것도 많았다.

배우활동을 하면서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과정이 많았고, 나에 대한 공부도 병행해기도 했다. 예전에 비하면 지금은 나 자신을 많이 아는 것 같다. 어떤 게 나와 어울리는지, 혹은 어떤 면에서 남들보다 특별하거나 평범한지, 그 외 나의 호불호 등이 있는 그대로 보이는 것 같다.

되돌아보는 데도 도움 되었지만, '여배우는 오늘도'가 나의 자전적 이야기로 끝나지만 않고 나 뿐만 아니라 같이 영화를 하는 많은 동료, 나아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내 이야기 같다'고 공감해줬으면 한다.

이 영화를 찍으면서 새로운 가치관이나 관점 등을 얻은 건 있는가?
└ 연극을 좋아해서 우연히 무대에 섰고,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고, 그러다 영화를 찍다 보니 영화를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영화는 왜 만들고 보고 하는 걸까?'는 근본적인 질문을 향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아직도 답을 찾아가는 있는 중이다.

그리고 예전에는 가진 것은 별로 없었으면서도 잃을까 봐, 혹은 모자란 게 남들에게 드러날까 두려워 날카롭게 대했던 적도 있었다. 그러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더 이해했어야 했다는 생각, 그들에게 더 좋은 마음씨를 베풀었어야했다는 후회,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가 등 여러 가지를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 ⓒ 메타플레이

그동안 문소리하면 강한 이미지가 떠올랐다. 그런데 이번 영화를 보면서 '문소리라는 배우가 이렇게 코미디 연기가 감칠 맛 났었나?' 싶었을 정도로 신선했다.
└ 한국영화가 코미디가 사실 많이 없다. 그나마 유해진 씨가 선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유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공감할지는 사실 자신이 없는데, 예전에 '스파이'를 찍을 당시에 윤제균 감독님이 나한테 "코미디 감각은 한국 여배우 중에서 최고다. 다음에 코미디 영화를 만들면 꼭 같이 하겠다"는 기약 없는 약속을 하셨다. (웃음)

그리고 남편이 한 번은 나에게 "10년 동안 살아보니까 당신처럼 웃긴 여자를 만나기 쉽지 않다"는 말을 했다. (웃음) 그래서 내가 "최소한 웃음 정도는 책임져줄 수 있다"고 답했다.

영화에서 '여배우'라는 존재를 인식하는 게 많이 나왔다. 단순히 사람으로 보진 않는 것 같은데 '여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다.
└ 연탄 배달을 하면서 내 손이 시커멓게 될까 봐 두려워지면 안 되는 것처럼, 이 일을 두려워하면 직업을 바꿔야 한다. 그런 것처럼 배우라는 직업을 하면서 감당해야 하는 것들이 당연히 있다.

하지만 이 일을 하는 데 있어 분명 불편한 점도 있겠지만, 때로는 혜택을 받거나 편한 것들도 있다. 그렇기에 두루 볼 수 있어야 하고, 그리고 이 직업이 갖는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하고 있어야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여배우뿐만 아니라 모든 직업에는 저마다 남모를 애환이 있을 것이다.

▲ ⓒ 메타플레이

그리고 영화를 유심히 보면 '매력'이라는 것에 상당히 고찰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 매력이 무엇인지 결국 찾았는가?
└ '박하사탕'을 찍을 때부터 인생의 화두였다. 생애 첫 인터뷰를 할 당시, 나의 매력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는데 나도 잘 몰라서 이창동 감독님께 여쭤보라고 답변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부터 매력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었다. (웃음)

배우는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 직업인데, 연기 기술이나 외모로만 되는 게 아닌, 어떤 에너지가 전달되어 힘이 되어줘야 하는데 그 '매력'이라는 말 안에 많은 것들이 포함되어 있더라.

매력이라는 게 드러나는 것도 있고, 때로는 숨겨진 것도 있을 것이며, 선천적이거나 후천적인 것도 있을 것이다. 매력이 어떻게 보면 인생이라는 말 안에 다 담기는 것일 수도 있고, 배우한테도 중요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매력'이나 '예뻐야 한다'는 것으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았던 적이 없었는지?
└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일 것인데, 그런 스트레스를 받기 싫으면 이런 일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웃음)

어렸을 때는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들이 사실이 아니라서 괜히 마음을 썼던 것도 있었지만, 지금은 이 직업을 하는 데 있어 '이게 다 업이다' 생각하기로 했다. 오히려 지금은 적극적으로 영화에 활용해보기도 했다. '그게 오해일까, 진짜일까? 영화가 재밌으면 됐지!'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웃음)

1막에 등장하는 중년 남성들을 묘사한 것이 참 재밌었다.
└ 그 분들도 연기에 들어가기에 앞서, "심하지 않아? 이런 사람이 어딨느냐?"고 되묻길래, 내가 이보다 더한 사람들도 많다고 답했다. 이런 사람들의 마음 안에도 좋은 마음이 있지만, 표현하는 게 서툴러서 이렇다, 절대 나쁜 사람들이 아니다는 식으로 그들을 설득했다. 나중에 촬영하고 난 뒤 모니터링을 하니까 조금 심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웃음)

그들이 호의를 가졌으니 합석하자고 제안했고, 나에게 좋아한다고 말한 것이 핵심이다. 다만, 남성들이 살아가면서 여성들을 배려하면서 말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던 것이고, 그렇다 보니 다양한 표현을 가지고 있지 못했던 것 같다.

▲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 스틸컷

그래서 그들을 미워하는 게 느껴지지 않아보였다.
└ 전여빈이 맡았던 신인 여배우 역도 보는 이에 따라 상당히 속물적인 인물이라 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영화에 자신의 인생을 올인하고 싶은 순수한 마음, 감독을 따르고 싶은 마음이 공존하는 것이다. 원래부터 한 사람의 내면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마음이 계속 왔다 갔다 하는 것이다. 모든 인물이 여러 가지 모습을 공존하고 있다.

[문화 人] '여배우는 오늘도' 문소리 "한국 영화산업은 커졌으나, 다양성은 되려 죽었다" ② 에서 이어집니다.

syrano@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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