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1980년 5월 18일부터 27일까지, 한국 현대사에선 잊어선 안 될 한 부분이다. 하지만 이 부분을 지우고자 전두환 정부는 언론을 통제하며 이들을 '폭도', '빨갱이'로 매도하며 광주 지역 밖에 사는 사람들의 눈과 귀를 차단하려고 했다. 하지만 광주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계엄군들의 참혹한 만행을 지켜본 '푸른 눈의 목격자'가 영상으로 담아내 세계로 널리 퍼뜨렸고, 훗날 벌어지는 6월 민주 항쟁의 씨앗이 되었다.

오늘날 대한민국 민주화에 커다란 밑거름이 되어주었던 '푸른 눈의 목격자'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1937~2016)의 5.18광주민주화운동 취재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택시운전사'가 8월 2일을 앞두고 있다. 약 3주 전인 지난 7월 10일 오후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있었던 언론/배급 시사회에서 '택시운전사'는 많은 호평을 받았다.

호평을 받았던 주된 이유로는, 그동안 광주민주화운동이라는 큰 역사적 사실 속에서 당시 광주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허구성 내용을 앞세웠던 것과 달리, '택시운전사'는 철저하게 실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단순히 관객들의 감성만 자극하지 않고, 이성과 감성의 중간을 유지하며 극 흐름을 이끌어갔다는 점이다.

'택시운전사'를 접한 이들은, 이 영화가 어디까지 진실이며 어디까지 허구인지 그 경계선이 어느 지점인지 궁금해하고 있다. 그래서 팩트체크를 한 번 해보았다. 이 '택시운전사'에 얼마나 실제 이야기를 반영되었는지 말이다.

힌츠페터의 광주 진입과정

 

극 중에서 '만섭'은 서울에서 광주까지 통금시간 전까지 왕복하면 10만 원을 받을 수 있다는 조건으로 '피터'를 태우고 광주로 향했다. 하지만 광주로 진입하기 이전에 고속도로에서 군인이 가지 못하게 길을 막았다. 두 사람이 샛길로 돌아갔지만, 그 곳 또한 군인들이 가로막았다. 이때 두 사람은 수출사업을 핑계로 군인에게 자초지종 설명해 통과할 수 있었다.

▲ ⓒ KBS '푸른 눈의 목격자'

실제로도 힌츠페터는 비슷한 이유를 들어 광주로 진입할 수 있었다. 다만 영화와 차이점이 있다면, 힌츠페터는 녹음 담당 기자인 헤닝 루모어와 동행해 광주로 가는 길이었고, 군인들에게는 "부장과 가다 길이 엇갈렸는데, 학생시위 때문에 길을 잃어 찾으러 간다"고 말해 통과할 수 있었다고 증언했다. 물론, 샛길은 극 중처럼 택시 운전사인 김사복 씨가 발견했다.

힌츠페터가 목격한 사실

 

광주에 들어서자마자, 만섭과 피터는 20대 청년들이 탄 트럭과 마주쳤고, 그들을 통해 당시 알려지지 않은 광주의 속내를 볼 수 있었다. 정부의 왜곡보도와 달리, 광주 사람들은 순박했고, 자신들이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지 몰랐으며, 탄압하려고 하는 계엄군에 대항했다. 하지만 계엄군은 무자비하게 진압했고, 그 광경을 본 두 사람은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 ⓒ KBS '푸른 눈의 목격자'

실제 힌츠페터와 루모어가 촬영한 영상 또한 영화와 똑같다. 두 외국인이 담아낸 영상에는 자신들을 취재하러 왔다는 언론을 향한 반가움과 고마움, 착한 광주 사람들의 모습, 무차별로 진압하는 계엄군의 잔인함까지 똑같았다. 다만,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진압과정은 말 못 할 정도로 훨씬 더 잔혹했다. 남녀노소 상관없이 사람이 해선 안 될 만행들을 저질렀다.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정부의 왜곡보도

 

통금시간 때문에 만섭과 피터, 그리고 '재식'은 '태술'의 집에 들어갔다. 식사 후, 그들은 TV에 나오는 뉴스의 왜곡보도를 접하게 되었다. 광주 시민들이 계엄군에게 무차별적인 진압을 당했는데, 뉴스에서는 오히려 계엄군이 폭도와 빨갱이들을 잡다가 몇 명이 숨졌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그 외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보도는 일제 검열로 못하도록 막았다.

▲ ⓒ KBS 

이것 또한 장훈 감독의 소름 끼치는 고증이었다. KBS 다큐멘터리 '푸른 눈의 목격자' 자료화면으로 등장한 당시 뉴스화면을 그대로 재현해냈으며, 뉴스에서는 '계엄군 광주 장악'이라는 문구와 함께 광주 내 폭도와 빨갱이를 진압했다는 식으로 대중에게 보도했다. TV 이외 기타 신문 등에서도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진실은 일절 알려지지 않았다.

힌츠페터가 광주를 벗어나 한국을 빠져나가기까지 과정

 

광주를 빠져나가 서울로 돌아가기 위해 만섭과 피터는 산길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길에 검문소를 지나가게 되었고, 극 중에서는 검문하는 부사관이 그들을 통과해줌으로써 빠져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피터는 김포공항을 나가는 그 순간까지 자신의 녹화 테이프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쿠키 박스 속에 숨겨두었다.

▲ ⓒ KBS '푸른 눈의 목격자'

힌츠페터와 루모어, 그리고 김사복 씨 세 사람이 검문소를 안전하게 통과한 것은 사실이다. 단만, 영화와 달리 검문소 군인들은 그들이 취재하러 내려왔다가 돌아간 사실은 인지하지 못했다. 힌츠페터는 실제로 들키지 않기 위해 쿠키 박스에 녹화 테이프를 교묘하게 숨겨두고 한국을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만하면 확실한 고증이다.

syrano@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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